*고양이 한 마리의 가족이 되기보다
더 많은 고양이의 쉼터가 되기를 택한
하상만 시인의 ‘고양이 임보 일기’
그 첫 책으로 30만 부의 베스트셀러 저자인 하상만 시인이 고양이를 ‘임보’하며 써 내려간 『결국 남의 집 고양이가 될 테지만』을 선보인다. 우스갯소리로 ‘임종까지 보호’라는 말의 줄임말이 아닌, 정말 잠시만 보호한다는 ‘임시 보호’의 임보다. 반려동물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만큼, 고양이를 입양해 가족이 된 사람은 많아도 ‘임시 보호’하는 일은 흔치 않다. 국립국어원에서도 2014년에 ‘반려동물’을 표준국어대사전에 공식 등재했고, 2023년에는 ‘반려묘’를 “가족처럼 여기며 키우는 고양이”라는 뜻으로 등재했다. 하지만 ‘임보’라는 단어가 등재될 일은 요원한 듯하다. 그럼에도 하상만 시인은 고양이를 입양하지 않고 오직 ‘임보(임시보호)’만 하며 지낸다.
‘결국 남의 집 고양이가 될’ 고양이지만 하상만 시인은 정성껏 돌본다. 매일 화장실을 치우고, 사냥놀이를 해주고, 밥과 물, 간식까지 꼬박꼬박 챙길 뿐만 아니라 병원에 데려가고, 고앙이가 친 사고들까지 수습한다. 흔한 반려묘 집사의 일상과 무엇 하나 다르지 않다. 다만 언젠가 그 고양이가 다른 집의 가족이 된다는 것만을 제외하면 말이다. 고양이 한 마리의 가족이 되기보다 더 많은 고양이들이 가족을 찾을 수 있는 쉼터가 되는 것, 그것이 시인이 택한 일상의 풍경이다. 시인은 ‘임보묘’와 함께하는 일상에서 ‘인간과 생명, 그리고 관계’에 대한 본질을 짚어낸다. 거창하거나 강요하는 가르침은 없다. 그저 덤덤히 자신이 새롭게 깨우치고 느낀 것들을 문장으로 옮겨 놓았을 뿐이다. 쿨한 이별의 미학, 평등과 차별에 관한 뜻밖의 고찰,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불완전한 사랑법, 고양이와의 밀당 속에 찾아낸 삶의 작은 지혜, 길들임의 본질 등은 마치 평소에는 말수 없던 친구가 털어놓는 이야기처럼 친근하면서도 편안하다.
친구끼리는 닮는다는 말처럼 책을 덮을 즈음이면 우리는 조금은 하상만 시인과 비슷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남의 집 고양이가 될 테지만』을 다 읽은 우리는 ‘결국 남의 집 고양이가 될’ 고양이에게도 아낌없이 사랑을 줄 넉넉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더 다정해질 용기를 갖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판도라의 상자와 마찬가지로 ‘시인의 서랍’에서 고양이를 꺼내고 남은 것은 그런 희망일 것이다.
추천사
고양이 이야기네. '렛트'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그런데 그 고양이가 몸이 좀 불편하고 마음도 좀 불편한가 봐. 함께 사는 사람의 애를 먹이는가 봐. 그런데 그 고양이는 보기보다 착하고 예쁜가 봐.
더러더러 사람 이야기도 나오고 다른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 이야기 또한 고양이 이야기처럼 조그맣고 조곤조곤 맑고 재미있네. 실상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시인이 들려주는 고양이 이야기만은 재미있고 귀엽기까지 하네. 꽁냥꽁냥 들려주는 고양이 이야기는 고양이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 이야기로 확대되고 시인의 이야기지만 읽는 사람의 이야기로까지 환치되네. 결국은 시인의 능력이고 문장의 덕성이지. 어느덧 연작 동화를 읽는 것 같은 느낌. 때로는 산문시를 읽는 것 같은 느낌. 글을 쓴 사람의 마음이 환하게 들여다 보이네. 그렇지. 하상만 시인의 눈이 맑고 깊고 얼굴 또한 환하고 목소리 또한 하늘 파랑으로 그윽하지. 그 사람에 그의 글. 그의 인생. 결국은 축복이 있을 거야. 좋은 글에 감사. 좋은 인생에 기쁨. 나의 마음까지 맑아진다 그럴까!
- 나태주 (시인)
용인 우리는 종종 고양이 임보(임시 보호)를 거창한 일,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임보를 대단한 사람들의 선택으로 꾸미지 않는다. 책임과 인내보다 잠시 시간을 나누는 사이, 일상을 나누는 관계면 충분하다고 속삭인다. 눈물겨운 신파 대신, 이별의 순간에도 쿨한 고양이를 보며 한군데 정착할 수 없는 타고난 여행자로 명명하는 담담함. 버려진 고양이들을 보며 안타까움에 쪼그라들었던 내 마음까지 담대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마음이 가는 건, 책장을 넘기는 내내 단어를 낭비하거나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시인의 감성과 언어다. 쉽게 소비되지 않는 문장을 보며, 독서 자체의 즐거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 고맙다. 술술 넘어가지만 촘촘하고 깊이 있는 문장을 접하다 보면 책장을 덮고 난 뒤 주변의 공기가 달라진 듯한 경험을 한다. 고양이 때문에 읽기 시작했다가 시인이 포착한 섬세한 시선과 언어에 마음을 빼앗긴다.
- 이승희 (용인캣맘캣대디협의회?매니저)
이 책은 인간이 끝내 지키고 싶었던 마음에 관한 기록이다. 우리는 한 생명을 사랑하면서 비로소 사라짐을 배우고, 이별을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곁이라는 말의 깊이를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고양이는 더 이상 동물이 아니다. 우리 삶을 잠시 다녀간 모든 존재의 이름이 되고, 끝내 우리를 사람답게 만든 기억의 형상이 된다. 문장들은 크지 않은 목소리로 다가온다. 울음을 과장하지 않고, 기쁨을 부풀리지도 않는다. 다만 오래 바라보는 사람의 눈으로 하루의 미세한 떨림을 받아 적는다. 그 기록은 어느 순간 독자의 가장 오래된 기억과 포개지고,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고양이를 마치 오래 사랑했던 존재처럼 그리워하게 만든다.
- 정현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