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극장 사람들

호서극장 사람들

$18.00
Description
사라진 극장, 그곳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김홍정의 연작소설 『호서극장 사람들』은 충남 공주의 오래된 극장과 그 주변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불러내어, 사라져가는 공간의 기억과 그 안에 깃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도 깊이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호서극장은 단순한 영화관이 아니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는 꿈과 사랑을 품었다. 극장을 둘러싼 사람들의 삶은 곧 한 동네의 역사이자 한 시대의 풍경이 된다.
작가는 ‘전기수(傳奇叟)’처럼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호서극장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우리가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이웃들이다. 그들의 사랑과 욕망, 상처와 우정, 웃음과 슬픔은 제민천 주변 장옥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서로 낯설지 않으면서도 어딘가 서먹한 사람들의 관계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역시 수많은 이야기와 흔적의 집합임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에서 ‘극장’은 과거를 저장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무대다. 영화와 연극, 소리와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현실의 삶을 잠시 잊기도 하고, 오히려 자신이 감추어온 욕망과 상처를 마주하기도 한다. 작가는 그 무대 위에 장옥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올려놓고, 한 시대가 지나가며 사라져가는 풍경을 섬세하게 기록한다.
『호서극장 사람들』은 모두 일곱 편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물풀이」에서 시작해 「장옥 사람들」, 「우월한 행복」, 「어둠의 밀실과 쇼」, 「인옥의 동백아가씨」, 「환절기」, 「미술실 박광두」에 이르기까지 각 이야기는 서로 다른 인물과 사건을 품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공간과 기억으로 연결된다.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읽히면서도, 차곡차곡 쌓일수록 호서극장과 장옥이라는 공동체의 풍경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이 작품은 ‘흔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던 극장이 사라지고,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기억마저 희미해지는 시대에 작가는 소설을 통해 그 흔적을 다시 불러낸다. 그것은 단순한 추억이나 향수가 아니다. 과거의 흔적을 되새기는 일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사람들과 함께 살아왔는지를 돌아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야기는 책이 사라진 뒤에도 사람들 사이를 떠돌며 살아남는다. 시간이 흘러 호서극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되살아난 것처럼, 소설 역시 사라진 공간을 새로운 언어로 다시 세운다. 무너진 벽과 창을 새로 달아 만든 ‘기억의 집’에 독자를 초대하는 셈이다.
『호서극장 사람들』은 한 지역의 옛 극장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우리가 지나온 동네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이미 사라졌지만 마음속에 남아 있는 풍경들을 천천히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묻는다. 한 사람이 살아온 흔적은 어디에 남는가. 사라진 공간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이야기는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다시 살아나는가.
김홍정은 그 질문에 거창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오래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게 『호서극장 사람들』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도이면서, 끝내 사라지지 않는 사람과 이야기의 힘에 대한 헌사로 남는다.
극장이 사라져도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도 삶의 흔적은 남는다.
『호서극장 사람들』은 그 흔적을 다시 불러내어 오늘의 독자에게 건네는 따뜻한 기억의 소설이다.
저자

김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