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사는공간은단순한배경이아니다.골목의굽이,한옥의처마,성곽의돌,항구의바람,시장의소리,섬의여백은모두오랜시간축적된삶의방식이자문화의표정이다.『히든코리아:한국의문화와공간,사소한기적들』은바로그익숙한풍경속에숨어있는한국적아름다움을섬세하게발견해내는책이다.
저자박희면은한국의문화와공간을거창한역사나기념비적유산으로만바라보지않는다.대신우리가매일지나치는도시의길,오래된장소,생활속사물,자연과산업이만나는현장속에서문화가어떻게형태가되고,공간이어떻게기억을품으며,디자인이어떻게사회를움직이는지를차분히따라간다.이책의시선은크고화려한것보다작고조용한것에머문다.저녁무렵골목에켜지는불빛,바람이드나드는마루,항구의색,오래된정거장의침묵같은장면들은독자에게익숙한공간을전혀다른감각으로다시바라보게한다.
책은‘문화는형태가된다’,‘장소는기억을설계한다’,‘디자인은사회를움직인다’,‘미래는지금설계된다’는네개의큰흐름으로구성되어있다.서울의골목과궁궐,수원화성,강화도,김유정역,목포와월미도,울릉도와제주,남이섬과스마트농업,인공지능시대의디자인까지다양한장소와주제를넘나들며한국문화의과거와현재,그리고미래를연결한다.이과정에서독자는한국의공간이단순히기능적구조물이아니라자연을대하는태도,사람을향한배려,삶의리듬을존중하는감각으로이루어진하나의미학임을깨닫게된다.
『히든코리아』의가장큰미덕은익숙한것을낯설게바라보게하는힘에있다.이책은독자에게멀리떠나야만아름다움을만날수있다고말하지않는다.오히려우리가이미서있는자리,매일걷는길,무심코스쳐지나간풍경속에충분히깊고아름다운문화가존재한다고이야기한다.그래서이책을읽는일은한국의숨은공간을여행하는일이자,우리가살아가는세계를다시읽는일이된다.
빠르게변하는시대일수록우리는무엇을남기고,어떤풍경을다음세대에전할것인지질문해야한다.『히든코리아』는그질문에대한거창한답을제시하기보다,조금더천천히걷고깊이바라보는태도를건넨다.사소해보이지만결코평범하지않은장면들,그작은기적들이모여한도시의얼굴이되고한나라의문화가된다.이책은한국의문화와공간,디자인과미래를따뜻하고도깊이있게성찰하게만드는의미있는기록이다.
추천사
백형찬/수필가전서울예술대학교교수
우리는오랫동안‘디자인’을형태와기능의문제로이해해왔다.더편리하고,더아름답고,더효율적인것을만들어내는일.그러나이책을읽는동안나는그익숙한정의가얼마나얕은표면에머물러있었는지를조용히깨닫게되었다.이책이말하는디자인은단순한형식이아니라,문화가스며든삶의방식이며,시간이쌓여만들어낸감각의결에가깝다.
『한국의문화와공간,사소한기적들』은디자인을설명하는책이아니다.오히려문화가어떻게형태가되고,그형태가다시사람의삶을감싸는지를보여주는한편의긴산책과도같은책이다.골목의굽이를따라걷다보면바람의방향이느껴지고,한옥의마루에앉으면빛과그림자가조용히시간을흐르게한다.바다의색이스며든도시와오래된시장의소리는말없이우리에게말한다.이것이바로문화이고,그것이만들어낸디자인의본질이라고.
이책이특별한이유는‘사소한것’을바라보는시선에있다.우리는언제부터인가크고빠른것에익숙해졌고,눈에띄는것만을가치로여겨왔다.그러나저자는그반대의방향을향해천천히걸어간다.작은골목,낮은담장,오래된의자,저녁의불빛.그평범한장면속에서문화는숨쉬고,디자인은조용히작동하고있다.가장오래남는것은화려함이아니라따뜻했던순간이며,가장깊은것은거대한구조가아니라사람의마음이머물렀던자리라는사실을이책은조용히,그러나분명하게보여준다.
이글들은무엇인가를강하게주장하지않는다.대신풍경을펼쳐놓고,그안에독자를머물게한다.우리는어느새그장면속에서서자신의기억을떠올리고,자신이지나온시간을되짚어보게된다.그것이바로이책이가진힘이다.설명이아니라경험으로,논리가아니라감각으로다가오는힘.
그리고이책은과거를이야기하면서도결코뒤를향해머물지않는다.오히려지금우리가서있는자리에서미래를다시묻는다.무엇을지키고,무엇을이어가며,무엇을새롭게만들어야하는가.빠르게변해온한국사회가이제어떤방향으로걸어가야하는지를조용히성찰하게한다.
나는이책을읽으며한가지분명한생각에이르렀다.좋은디자인은눈에보이는것이아니라,보이지않는삶을얼마나깊이품고있는가에달려있다는것.그리고좋은문화는특별한순간이아니라,반복되는일상속에서얼마나자연스럽게살아숨쉬는가에의해완성된다는것이다.
『HiddenKorea』라는제목처럼,이책은우리가너무가까이있어서미처보지못했던것들을다시드러낸다.익숙해서잊고있던것들,평범해서지나쳤던것들.그러나바로그사소한장면들이모여한나라의얼굴을만들고,그미래의방향을결정짓는다.
책을덮고나면한가지감각이오래남는다.우리가살아가는이평범한풍경속에이미충분히아름다운문화가존재하고있었으며,그안에서미래또한조용히자라고있었다는사실이다.
그래서나는이책을디자인의책이아니라,문화의깊이를다시바라보게하는한권의안내서로추천하고싶다.바쁜일상속에서잠시걸음을늦추고싶은사람,익숙한공간을새롭게느끼고싶은사람,그리고앞으로어떤삶을만들어가야할지고민하는모든이들에게이책은오래남는울림이될것이다.
이책은우리에게이렇게말하고있다.미래는멀리있는것이아니라,이미우리가살아가고있는이풍경속에서조용히시작되고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