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이야기 (조예은 소설)

치즈 이야기 (조예은 소설)

$17.00
Description
“짜고, 달고, 역하고, 사랑스러운”
지난한 일상 위에 절묘하게 겹치는
농밀하게 숙성된 일곱 조각의 이야기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에 이은 3년 만의 신작 소설집!
2016년 단편소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 우수상을, 같은 해 장편소설 『시프트』로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며 등장한 이래 자신만의 잔혹하면서도 환상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조예은이 신작 소설집으로 우리 곁에 찾아왔다. 데뷔 당시 김보영 소설가로부터 “예측을 벗어나는 작은 반전들이 계속되며, 긴장감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찬사를 받은 작가는 줄곧 종잡을 수 없는 독특한 상상력과 참신한 스토리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조예은’이라는 독보적인 장르적 세계를 창조해왔다.
2022년부터 삼 년간 발표한 일곱 편의 작품들을 엮은 조예은의 세번째 소설집 『치즈 이야기』에는 괴이한 존재들과 뒤섞인 채 살아가면서 새로운 삶의 형태를 완성해나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방치된 채 썩고 문드러진 과거의 상처와, 일상을 위협하는 현재의 공포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압도해오지만, 조예은의 인물들은 자신에게 닥친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다. 외부 세계가 부여한 딱딱한 틀 안에 끼워 맞춰졌을지언정 그 안에서 굳거나 납작해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스스로를 추동하고 휘저으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집중하면서, 방호벽을 뚫고 들어오는 낯선 존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해내려 노력한다. 그렇게 전혀 다른 ‘나’로 변모해간다. “그러니까 결국엔, 치즈다. 부단히 상호 침투하며 서로를 재구성하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소설가ㆍ문학평론가 단요, 해설)
저자

조예은

저자:조예은
2016년단편소설「오버랩나이프,나이프」로제2회황금가지타임리프공모전우수상을,같은해장편소설『시프트』로제4회교보문고스토리공모전대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칵테일,러브,좀비』『트로피컬나이트』,장편소설『뉴서울파크젤리장수대학살』『스노볼드라이브』『테디베어는죽지않아』『입속지느러미』『적산가옥의유령』,연작소설『꿰맨눈의마을』,단편소설『만조를기다리며』『토마토로만들어줘』,짧은소설『초승달엔딩클럽』등을썼다.

목차

치즈이야기_7
보증금돌려받기_35
수선화에스치는바람_73
반쪽머리의천사_127
소라는영원히_175
두번째해연_227
안락의섬_281

해설|단요(소설가,문학평론가)
치즈,파노라마인간_329

작가의말_351

출판사 서평

2016년단편소설「오버랩나이프,나이프」로제2회황금가지타임리프공모전우수상을,같은해장편소설『시프트』로교보문고스토리공모전대상을수상하며등장한이래자신만의잔혹하면서도환상적인작품세계를구축해온조예은이신작소설집으로우리곁에찾아왔다.데뷔당시김보영소설가로부터“예측을벗어나는작은반전들이계속되며,긴장감이끊어지지않”는다는찬사를받은작가는줄곧종잡을수없는독특한상상력과참신한스토리로수많은독자들의마음을사로잡으며‘조예은’이라는독보적인장르적세계를창조해왔다.

2022년부터삼년간발표한일곱편의작품들을엮은조예은의세번째소설집『치즈이야기』에는괴이한존재들과뒤섞인채살아가면서새로운삶의형태를완성해나가는이들의이야기가담겼다.방치된채썩고문드러진과거의상처와,일상을위협하는현재의공포가현실과환상의경계를넘나들며압도해오지만,조예은의인물들은자신에게닥친운명에굴복하지않는다.외부세계가부여한딱딱한틀안에끼워맞춰졌을지언정그안에서굳거나납작해지지않도록계속해서스스로를추동하고휘저으면서,마음속깊은곳에서울려퍼지는목소리에집중하면서,방호벽을뚫고들어오는낯선존재를자신만의방식으로소화해내려노력한다.그렇게전혀다른‘나’로변모해간다.“그러니까결국엔,치즈다.부단히상호침투하며서로를재구성하는존재들에대한이야기인것이다.”(소설가·문학평론가단요,해설)

엉기고얽히며망가지는삶속에서
비로소완성되는매혹적인아이러니

“자고로음식은나눌수록더맛있어지는법이죠.
이황홀한맛을저혼자만알기아까워당신을불렀답니다.”(33쪽)

표제작이자첫번째수록작인「치즈이야기」속화자의천연덕스러운초대에이끌려도착한방에는,병든엄마가악취를풍기며누워있다.그냄새는과거에바로그방에서부모로부터방치된채죽음의문턱을넘나들었던‘나’의유년을불러낸다.그때‘나’가꾸었던,치즈로변한부모님을황홀하게맛보는악몽은혹여무의식적으로품게된강렬한염원은아니었을까.소설이이러한의심을심어주는순간,제대로된처치없이썩어가는엄마에게서풍기는지독한악취는먹음직스러운,“잘숙성된치즈의냄새”(20쪽)처럼감각되기시작한다.증오와복수심이서린환상속의맛을끈덕지게그리워해온‘나’는드디어꿈에그리던치즈에한발짝가까이다가설수있게된다.

소설집의전반부에펼쳐지는기이하고잔혹한이미지들의밑바탕에는이처럼지극히일상적인공포가자리하고있다.「보증금돌려받기」에서그공포는주거지문제를겪는여성청년화자의불안과연결된다.작가의실제경험을바탕으로쓰인이소설은전세보증금을두고집주인과세입자‘성아’가벌이는공방전을그린다.실랑이가길어지는사이성아는무고한사람을공격하며몰려다니는기괴한존재들을반복적으로목격한다.입이찢어지도록웃고,창자에서온갖쓰레기를쏟아내는그것이곧도시라는공간에오래도록자리해온섭리그자체임을알게된성아는가장기초적인안전조차보장받기어려운이도시에서자신이받은위협과공포를그대로돌려주겠다고마음먹는다.

안전을위협받고사회로부터소외될위기에처한이들을조명하려는작가의시도는「수선화에스치는바람」에서도이어진다.물질적사랑과정신적사랑을완전히구별해한사람에게하나씩만베풀겠다는엄마의강압적인규칙아래,‘나’는엄마의사랑을독차지하는대신쌍둥이동생‘선희’에게모든것을양보하는역할을선택했다.똑같은모습으로태어났지만점차땅속으로파고드는뿌리처럼초라해진‘나’와,‘나’가포기한자원들을흡수하며꽃송이처럼아름다워진선희.선희가인플루언서로활동하며많은이들의관심과사랑을독차지하는동안,‘나’는자신이희생으로선희를키워왔음을주장하며선희의삶을자기뜻대로조종하려한다.하지만과연선희가잃은것하나없이온전하다고할수있을까.숨겨져있던진실이수면위로드러나면서아슬아슬하게유지되어왔던두사람의관계는전혀다른국면을맞게된다.
「반쪽머리의천사」는마찬가지로주인공자리에서물러난두청춘의만남을그린다.다리를다쳐육상선수의꿈을접고소도시의영화관에서일하는‘나’는어느날상영중이던영화속에서불쑥튀어나온엑스트라캐릭터‘기주영’을만나게된다.

늘가장빨랐던나는그만큼세게,우스꽝스럽게넘어졌다.고작겁에질려스스로를옭아매는방식으로.내뒤에있던친구들은이미저앞으로나아가멀어져있었다.사실,가장견딜수없던것은바로그점이었다.내가더이상트랙위의주인공이아니라는사실.(……)원래세계에서떨어져나왔다는점에서,그리고뒤늦게스스로가조연임을깨달았다는점에서나와기주영은꽤닮았다.(148~150쪽)

영화속에서사망한모습그대로후두부가완전히뭉개진채피를뚝뚝흘리는기주영의모습이‘나’에게징그럽거나끔찍하다기보다는안쓰럽고애처롭게느껴지는이유는,목적지를잃은채이승과저승의경계에걸쳐있는그의모습에서자신을보았기때문이다.기주영의등장에얽힌비밀을풀어가는과정에서,‘나’는오랜만에넘어질걱정없이있는힘껏달리며해방감을만끽한다.

소설집을읽어나갈수록장르적쾌감은점차강렬해지고,소설의무대역시일상에서좀더낯선세계를향해나아가기시작한다.SF적상상력이빛나는소설「소라는영원히」속‘소라’는아버지가다니던공장에서손이절단되는끔찍한사고를겪는다.접합수술이후사이코메트리능력을얻은소라는물건을만질때마다밀물처럼몰려오는온갖추잡한기억을받아들이는데지쳐결국스스로자신의팔을자르기에이른다.이후정신병원에갇힌소라는그곳에서‘기계팔’을이식하게되는데,사라진줄알았던능력이되레더욱강력해져돌아오자차라리이세상의모든기억들을받아들이겠다고결심한다.인간은죽지만물건에남은그인간의기억은사라지지않는다.버려진물건들에새겨진무수한기억들을수집하면서,소라는자신만의거대한요새의몸집을불려간다.

기억에관한고찰은남은두소설「두번째해연」과「안락의섬」을통해구체화된다.「두번째해연」의‘백연’은알츠하이머를앓고있는데,그의곁을지키는것은죽은딸‘해연’을복제한인조인간해연뿐이다.새로이정립된딸의존재를받아들이지못하고갈팡질팡하는백연과는달리,정작해연은원본해연의기억을온전히지니고있기에자신이해연이라는사실에이질감을느끼지못한다.자신을딸로여기지않으려안간힘쓰는백연을보면서도어찌할도리없이애정을느끼는해연.두사람이갖는감정의격차가벌어지는가운데,소설은찬찬히관계의변화를좇아나간다.우연한기회로떠난우주여행에서예기치못한사고로낯선행성에불시착하게된둘은,구조를기다리며백연이살아온삶에관해끊임없이이야기를나눈다.점차자신이누구인지를잃어가는백연에게해연은말한다.

“전계속당신의딸이었고,당신의이야기는여전히제안에있어요.사라지지않아요.”(280쪽)

기억하는한사라지지않는다는믿음은「안락의섬」에서도유효하다.2100년지구,외계인‘카르인’의갑작스러운방문으로인류는혼란에빠진다.외계생명체를수집,연구하기위한목적으로인체를인도받는대신인간에게안락한죽음을제공하겠다는그들의제안에따라‘나’는죽음을앞둔반려견‘플루’와함께‘뉴데스아일랜드’로이주한다.그곳에서기억을잃는병에걸렸지만소중한기억을그러모아잡아두려애쓰는‘라미’와함께시간을보내면서,플루가떠난후의삶은무의미하다고여기며죽음만을바라던‘나’의의식에조금씩변화가찾아들기시작한다.무용하게만느껴졌던자신의삶이,추억이라는익숙하고도값진양분으로가득차있었다는사실을새삼깨닫는것이다.

“모든걸없는셈치고무로돌아가는건너무슬프지않아?기억이란쇠퇴하지.그리고소중한것은다시생겨나.”(324쪽)

조예은은설곳을잃고위태롭게비틀거리는인물들에게자신만의삶을꾸릴수있는강렬한동기하나씩을쥐여준다.그것이주로낯설고괴기스러운형상을지니고있음에도끔찍하게만읽히지않는이유는,인물들이안전하게존립하기를바라는작가의사려깊은마음이서려있기때문일것이다.외부와차단된가장어둡고음습한곳에서세상에서제일완벽한치즈가완성되는것처럼,상처입은자들은자신만의공간에서저마다의방식으로벼르며새로운존재로거듭날준비를마쳤다.조예은이마법처럼부려놓는회복기를거친인물들은어떤운명에도쉬이굴복하지않고맞받아칠수있는힘을갖추게된다.그들은죽음의유혹을뿌리치고삶으로돌아온다.“혼자감당해야할외로움이어느정도인지충분히체감했음에도”,생은도저히“거절할수없”(327쪽)는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