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삼부작 3 : 의존 - 암실문고

코펜하겐 삼부작 3 : 의존 - 암실문고

$15.00
Description
출간 50년 후 세계 문학계가 재발견한 걸작

어둠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이다
3부작의 앞선 두 권과 달리 2019년에야 처음 영미권에 소개된 『의존』은 세 권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동시에 이 시리즈의 진수를 담은 작품으로 꼽힌다. 단순히 내용이 어두워서가 아니다. 3부작 가운데 유일하게 2부 구성으로 이루어진 『의존』은 두 번째 장으로 넘어가면서 급격히 글의 스타일을 뒤튼다. 마치 하드보일드 느와르에서 화려한 묘사를 덜어 내고 더욱 건조하게 압축한 글 덩어리를 보는 듯하다. 사건이 진행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묘사는 무감각할 정도로 메말라 간다. 가장 나중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시기는 어린 시절보다 훨씬 많은 기억이 남아 있을 테지만, 디틀레우센은 그 통념을 비틀어 많은 순간을 공백 속에 방치한 채 비극의 뼈대만 세워 둠으로써 그 황량한 광경을 증폭시킨다. 독자는 벌어지는 사건의 충격을 문장의 속도와 질감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섬뜩하리만치 냉정하게 자신의 과오를 관찰한다는 ‘코펜하겐 3부작’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 후반부에서 극대화된다. 1985년에 이 3부작의 앞선 두 권을 격찬했던 틸리 올슨은 마지막 책인 『의존』을 읽어 보지 못했지만, 그는 정확하게 이 작품의 성격을 예측해 냈던 것이다. 이처럼 『의존』은 이 3부작의 개성을 완성시키는 작품이자 가장 강렬하게 드러내는 작품으로, 특히 아름답고 느린 순간들을 조심스레 모아 담은 『어린 시절』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3부작 전체의 구조를 완성시킨다.
선정 및 수상내역
- 2021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 TOP10 선정

저자

토베디틀레우센

저자:토베디틀레우센
20세기덴마크를대표하는여성작가.1917년에코펜하겐에서1남1녀의둘째로태어났다.아버지는공장노동자였으며어머니는전업주부였다.어릴때부터책을좋아했고언어구사에특출한재능을보였지만가난한집안사정때문에고등교육을포기해야했다.섬세한감수성을지닌그는노동자지역에서함께자란또래아이들과쉽게어울리지못했고,어머니와의애착관계형성에도어려움이있었다.이결핍은훗날디틀레우센의삶에많은시련을안겨주지만,동시에가장풍부한작가적영감을안겨주는원천이되기도했다.
10대후반에가정부,사무비서등여러직업을전전하던디틀레우센은작가이자비평가인비고F.묄레르와만나면서그간염원하던문학계로진출했다.1939년첫번째시집인『소녀의마음』을출간한뒤로시집과소설을꾸준히내놓았으며,1950년대에는동화를,1960년대부터는에세이를여러권발표했다.
디틀레우센의작품들은생전에덴마크내에서는많은사랑을받았으나,그를해외에알린작품은사후인1985년에미국에서출간된두권의회고록『어린시절』(1967)과『청춘』(1967)이었다(그뒤의이야기를담은『의존』(1971)은2019년에야영어로번역되었다).특히미국의여성주의작가이자활동가로명망이높았던틸리올슨은이회고록을접한뒤디틀레우센을해당세대에서가장중요한작가중한명으로꼽았다.당시만해도구세대적인작가로여겨지던디틀레우센은이후본격적인재평가를받았고,인간내면의불안을관찰하는데있어독보적인능력을가진작가로자리매김했다.

역자:서제인
기자,편집자,작가등글을다루는다양한일을하다가번역을시작했다.거대하고유기체적인악기를조율하는일을닮은번역작업에매력을느낀다.옮긴책으로『잃어버린단어들의사전』,『노마드랜드』,『아파트먼트』,『아무도지켜보지않지만모두가공연을한다』가있다.

목차

1부
1
2
3
4
5
6
7
8
9
10
11
12

2부
1
2
3
4
5
6
7
8

출판사 서평

어둠은이해하는것이아니라
체험하는것이다

3부작의앞선두권과달리2019년에야처음영미권에소개된『의존』은세권가운데가장충격적인동시에이시리즈의진수를담은작품으로꼽힌다.단순히내용이어두워서가아니다.3부작가운데유일하게2부구성으로이루어진『의존』은두번째장으로넘어가면서급격히글의스타일을뒤튼다.마치하드보일드느와르에서화려한묘사를덜어내고더욱건조하게압축한글덩어리를보는듯하다.사건이진행되는속도는점점빨라지고묘사는무감각할정도로메말라간다.가장나중의이야기를담고있는이시기는어린시절보다훨씬많은기억이남아있을테지만,디틀레우센은그통념을비틀어많은순간을공백속에방치한채비극의뼈대만세워둠으로써그황량한광경을증폭시킨다.독자는벌어지는사건의충격을문장의속도와질감을통해‘체험’할수있다.

섬뜩하리만치냉정하게자신의과오를관찰한다는‘코펜하겐3부작’의가장큰장점은바로이후반부에서극대화된다.1985년에이3부작의앞선두권을격찬했던틸리올슨은마지막책인『의존』을읽어보지못했지만,그는정확하게이작품의성격을예측해냈던것이다.이처럼『의존』은이3부작의개성을완성시키는작품이자가장강렬하게드러내는작품으로,특히아름답고느린순간들을조심스레모아담은『어린시절』과선명한대조를이루며3부작전체의구조를완성시킨다.

*‘코펜하겐3부작’소개
출간후50여년이지나
『뉴욕타임스』올해의책10선에선정된회고록

비극적인여성작가의삶.최근들어집중적으로조명받는이주제를다룬책은그만큼치열한경쟁과마주해야한다.이때는실비아플라스나버지니아울프처럼유명한작가의삶을그리거나사회의부조리에맞서는내용을담고있을수록주목받을가능성이높다.그러나그공식에거의부합하지않는토베디틀레우센의회고록‘코펜하겐3부작’은조용히사라지지않고오히려태풍처럼그틀을부수었다.덴마크바깥에는반세기가까이거의알려지지않았던작가가무려50여년전에쓴회고록이독자와비평가의압도적인찬사를얻은것이다.

정의正義에서벗어남으로써
정의定義에서탈출하다

1930년대부터1950년대까지,작가의유년기부터서른남짓까지를회고하는이3부작은엘레나페란테를연상시키는설정과아름다운문장으로시작한다.그러나그끝은노스탤지어로부터멀리벗어나있다.흔히애수와소회로채워지는회고록을특별한작품으로승화시킨비결은바로냉정함이다.그는어느타인보다더냉정하게,마치환부를관찰하는의사처럼스스로의결점들을관찰했고,그관찰결과에아무런판단도덧붙이지않았다.합리화도,자책도,원망도없다.심지어디틀레우센은단한번도자신이어떤존재인지자문하지않는다.회고를통한감정적인결론이존재하지않는것이다.이런특징은작가의고백이독자의공감이나연민으로이어지는회고록장르의심리적전통을파괴해버렸다.실로전위적인결과였다.

1985년에『어린시절』과『청춘』을통해처음으로디틀레우센을접한미국여성주의문학계는두작품의이러한특징을격찬했다.디틀레우센이‘불의를깨닫고정의를추구(해야)하는여성’이라는정치적프레임마저벗어던지고오류와불안에기꺼이노출된여성-인간을출현시켰기때문이었다.자신에게부여된정의와윤리로부터스스로의욕망을따라이탈하는것,이는파멸을부르는불의이면서더높은단계의해방이기도했다.당시미국여성주의운동을대표하는인물중한명이었던틸리올슨은디틀레우센의회고록에실린이런문제의식을파악하고그를당대에가장중요한작가중한명으로꼽기도했다.그리고이문제의식은그로부터30년이넘게지난오늘날의독자들에게도새로운숙제처럼다가온다.

또한이냉정함과초연함은특별한종류의온기도가져다준다.자기연민이없는디틀레우센은자신의불행을외부에투사하지않고,따라서적을만들지않기때문이다.그는심지어자신의조국을점령한독일군병사들조차미워하지않는다.시대와운명이그들을거기로이끌었을뿐이고,그것은모든인간에게주어진숙명가운데하나였던것이다.모든인간이자신에게주어진불공평한의무와욕망을짊어진채살아가야한다는사실을어릴때부터깨달았던디틀레우센은타인의과오와오류를자신의그것처럼조용히바라본다.손쉽게내편과상대편을가르지않고온인간이근본적으로같은결핍을지닌동족임을이해한것이다.회고록사상가장냉철한관찰자의내면에담긴이역설적인따뜻함은오래도록잊기어려운감흥을선사할것이다.

책속에서

그렇게해서나는의사맞은편에앉게된다.덩치가크고몸이울룩불룩한의사의두눈은금방이라도눈구멍에서튀어나올것처럼커다랗다.나는그에게모든것을털어놓는다.
“서로다른두남자사이에끼어있는것도제법재미있지않나요?”그가말한다.
“그래요.”나는놀라며대답한다.왜냐하면그건사실이니까.
-40~41쪽

나는에베에게절대그를떠나지않겠다고약속하고,요즘처럼인생이너무복잡해질때는참기가힘들다고털어놓는다.그는내턱을들어올려키스하고는이렇게속삭인다.“어쩌면당신이복잡한사람이라서당신인생도복잡해지는건지도요.”
-72쪽

나는요람위로몸을굽히고조그만손가락들을만지며말한다.“이제우리는아버지고,어머니고,아이고,그렇네요.정상적인보통가족이됐어요.”그러자에베가묻는다.“왜정상적인보통사람이되고싶어해요?당신이그런사람이아니라는건누구나다아는데.”그에게뭐라고대답해야할지는모르겠지만,보통사람이되는건내가기억하는한아주오래전부터내가원해왔던일이다.
-80~81쪽

“다른건모르겠는데,당신주사에다물넣고있죠.”내가말한다.“당신,조금있으면많이아플거예요.”그가말한다.“하지만그다음에는기분이나아질거고,결국에는다시건강해질거예요.그런데당신,나한테졸라대는건그만둬야돼요.난당신이괴로워하는거,한번도참고지켜볼수있었던적이없으니까요.내가지금하는일은모두당신을위해서예요.당신이회복돼서다시일도하고,아이들곁에도있어줄수있게하려는거예요.”그의말들이나를두려움으로가득채운다.“난데메롤없이살수없어.”나는그에게소리친다.“그거없이는못산다고.당신이이걸시작했으니계속하는것도당신이해야지.”“아뇨.”그가조용히말한다.“난천천히줄일거예요.”
-206쪽

“사랑에있어서끔찍한점이있다면그거예요.”내가말했다.“다른사람들에대한관심이없어진다는거요.”“맞아요.”그가말했다.“그리고결국에는항상엄청나게고통스러워지죠.”
-2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