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웠다 그리고 고양이도 - 쏜살 문고

개를 키웠다 그리고 고양이도 - 쏜살 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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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세기 초 파시즘과 전쟁의 포화 속에서, 말과 문학의 희망을 놓지 않은
체코의 국민 작가가 들려주는 무해하고 여린 생명체와의 반려 생활 이야기

불신을 조장하여 연명하는 정치는 야생의 정치학입니다. 인간을 믿지 않는 고양이는 인간을 인간으로 보는 게 아니라 야생 동물로 봅니다. 인간을 믿지 않는 인간 역시 야 생 동물을 봅니다. 상호 신뢰의 조직은 문명 전체보다 오래되었고, 인류는 여전히 인류 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신뢰의 상태를 무너뜨린다면, 인간의 세계도 야생 동물의 세 계로 전락하고 맙니다. 이제 나는 우리 집 고양이를 쓰다듬으려 한다는 말을 하고 싶 네요. 이 고양이는 프라하 뒷골목 알 수 없는 황무지를 헤매다 내게로 흘러 들어온 작 은 회색 동물일 뿐이지만, 나를 믿고 신뢰하기 때문에 내게 크나큰 위안을 줍니다. 고 양이가 말하네요. “인간, 내 귀와 귀 사이를 좀 간질여 봐. ” - 「개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 그리고 고양이 이야기도」에서

카렐 차페크는 체코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인데, 체코가 차페크를 사랑하는 이유는 수없 이 많다. 민족성을 드러내는 위트와 유머 감각, 다채로운 이야기꾼 기질, 그리고 쉽고 명징한 구 어체를 활용해 풍요로운 체코어의 결을 포착함으로써 체코 근대어의 문학성을 수립하는 데 성 공한 특유의 문체도 빼놓을 수 없다. 험난한 격동의 시대에 투철한 참여의식으로 정치와 외교에 발을 벗고 나섰던 작가인데도, 차페크의 글에서는 위압적인 무게감을 찾아볼 수 없다. 위트와 풍자는 차페크 문학의 생명이다. 인류라는 종을 사랑했지만, 그 치부 역시 냉정하게 직시했던 차 페크는 애정과 비판의 간극을 촌철의 유머로 채웠던 것이다. 인류의 멸절마저 멀지 않게 느껴졌 던 20세기 초반의 유럽, 무너지는 한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차페크의 시선은 아이러니한 웃음기 로 가득하고 비관에 빠지지 않았다. 발랄하고 경쾌하게 멸망을 자초하는 차페크의 인류는 역설 적으로 기묘한 희망을 여운으로 남겼다. 시대와 역사를 넘어 오로지 믿어야 할 것은 관념화되지 않은, 뜨거운 체온으로 살아 일상과 주 위를 돌보는 사람, 오로지 평범한 사람뿐이라고 차페크는 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일거수 일투족을 찬찬히 지켜보고 돌봄에 정성을 쏟는 집사의 소소한 기쁨과 슬픔이야말로 차페크 자 신이 믿고 옹호했던 인간성의 핵심이기에, 『개를 키웠다 그리고 고양이도』는 너무나 카렐 차페크 다운 에세이다. 실제로도 2차 세계 대전에 휘말린 체코 국민들은 폭스테리어 강아지에게 들려 주는 연작 동화 『다셴카』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 부조리한 학살과 폭력 속에서 일상이 무너져 내 릴 때야말로, 반려동물과 반려식물과 가족과 이웃과 나로 구성된 소중한 세상의 진정한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나기 마련이다. 인류와 세계의 미래가 막막하고 캄캄하기만 할 때, 희망은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생명체들에게 최선의 호의와 따뜻한 애정을 베푸는 일에서만 찾아 지는 법이다.

저자

카렐차페크

저자:카렐차페크
보헤미아지방출생.20세기세계문학가중에서가장빛나는대표적작가중의한사람이다.의사집안에서태어나프라하대학에서철학을공부한다음베를린에유학하였다.일찍이현대사회의병폐에눈을돌렸던그는,희곡《로봇》(1920)과《곤충의생활Ze?ivotahmyzu》(1921)을통하여통렬하게사회적인병폐를풍자하였다.《로봇》(원제는R.U.R)은기술의발달이거꾸로인간을멸망시킬지도모른다는점을경고한작품으로,오늘날우리가사용하는‘로봇’이라는말은이작품에서유래된것이다.

역자:김선형
서울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2010년유영번역상을받았다.옮긴책으로『미비포유』,『은하수를여행하는히치하이커를위한안내서』,『실비아플라스의일기』,『M트레인』,『시녀이야기』,『불타는세계』,『수전손택의말』등이있다.

목차

민다,개의품종에관하여
벤,벤지,블래키와비비
아이리스
다셴카,어느강아지의일생
강아지사진을찍는법
다셴카한테가만있으라고들려주는동화
도그쇼
개에대한더많은이야기,그리고고양이에대해서도

옮긴이의말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20세기초파시즘과전쟁의포화속에서,말과문학의희망을놓지않은
체코의국민작가가들려주는무해하고여린생명체와의반려생활이야기

불신을조장하여연명하는정치는야생의정치학입니다.인간을믿지않는고양이는인간을인간으로보는게아니라야생동물로봅니다.인간을믿지않는인간역시야생동물을봅니다.상호신뢰의조직은문명전체보다오래되었고,인류는여전히인류로남아있습니다.그러나신뢰의상태를무너뜨린다면,인간의세계도야생동물의세계로전락하고맙니다.이제나는우리집고양이를쓰다듬으려한다는말을하고싶네요.이고양이는프라하뒷골목알수없는황무지를헤매다내게로흘러들어온작은회색동물일뿐이지만,나를믿고신뢰하기때문에내게크나큰위안을줍니다.고양이가말하네요.“인간,내귀와귀사이를좀간질여봐.”―「개에대한더많은이야기,그리고고양이이야기도」에서

카렐차페크는체코인들에게가장사랑받는작가인데,체코가차페크를사랑하는이유는수없이많다.민족성을드러내는위트와유머감각,다채로운이야기꾼기질,그리고쉽고명징한구어체를활용해풍요로운체코어의결을포착함으로써체코근대어의문학성을수립하는데성공한특유의문체도빼놓을수없다.험난한격동의시대에투철한참여의식으로정치와외교에발을벗고나섰던작가인데도,차페크의글에서는위압적인무게감을찾아볼수없다.위트와풍자는차페크문학의생명이다.인류라는종을사랑했지만,그치부역시냉정하게직시했던차페크는애정과비판의간극을촌철의유머로채웠던것이다.인류의멸절마저멀지않게느껴졌던20세기초반의유럽,무너지는한세상을바라보면서도차페크의시선은아이러니한웃음기로가득하고비관에빠지지않았다.발랄하고경쾌하게멸망을자초하는차페크의인류는역설적으로기묘한희망을여운으로남겼다.시대와역사를넘어오로지믿어야할것은관념화되지않은,뜨거운체온으로살아일상과주위를돌보는사람,오로지평범한사람뿐이라고차페크는쓴다.반려동물과함께살면서일거수일투족을찬찬히지켜보고돌봄에정성을쏟는집사의소소한기쁨과슬픔이야말로차페크자신이믿고옹호했던인간성의핵심이기에,『개를키웠다그리고고양이도』는너무나카렐차페크다운에세이다.실제로도2차세계대전에휘말린체코국민들은폭스테리어강아지에게들려주는연작동화『다셴카』에서큰위로를받았다.부조리한학살과폭력속에서일상이무너져내릴때야말로,반려동물과반려식물과가족과이웃과나로구성된소중한세상의진정한가치가그어느때보다찬란하게빛나기마련이다.인류와세계의미래가막막하고캄캄하기만할때,희망은지금바로옆에있는생명체들에게최선의호의와따뜻한애정을베푸는일에서만찾아지는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