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안길, 사람을 보다

뒤안길, 사람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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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람을 이롭게 하는, 부지런한 꿀벌이 모은 꿀 같은 한기연 작가의 수필들
1998년 음성여성백일장 입상으로 수필과 인연을 맺고 한국문인협회, 음성문인협회, 둥그레시동인회, 무영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2008년 충북우수예술인상을 수상했던 한기연 작가가 첫 수필집 『뒤안길, 사람을 보다』를 출간했다.
한기연의 첫 수필집 『뒤안길, 사람을 보다』는 크게 5개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 ‘뒤안길, 사람을 보다’는 사회성 있는 글이 많다. 작가가 접하고 있는 사회, 그리고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관심 있고 공감하는 대목을 찾아 지방 일간지 칼럼으로 쓰고 있는 까닭이다. 사건의 전말을 통찰하는 지혜, 예리한 추리력이 바탕이 되어 사실감 있게 쓴 글들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외국인 대상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반 수필가들이 서정성 짙은 글로 감동을 준다면 한기연 작가는 역사의 뒤안길을 열어보고 다양한 외국인들을 지도하면서 남다른 예지를 보여준다.
제2부는 ‘가족 이야기’다. 가족은 친정어머니와 남편과 아들 형제다. 그리고 친척과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웃이다. 「낡은 의자」에서 한 작가는 의자에 앉아 하루를 보내는 친정어머니의 일상을 보여준다. 집에 종일 혼자 있기가 무료한 어머니가 집 뜰에 낡은 의자를 놓고 지나다니는 사람을 구경한다. 어떤 이는 말을 붙여주고 어떤 이는 음식을 나누어준다. 여기서 작가는 「천금(千金) 이웃」의 모티브를 발견한다. 이웃의 소중함을 발견하여 깨닫는 작가의 치밀함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제3부 ‘바람길’은 여행기다. 어느 글보다 자유롭다. 작가는 바쁜 생활 짬을 내어 강원도로 홍콩으로 시드니로 여행길에 오른다.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목적 있는 여행도 있지만 정신적 여유를 위해 떠나기도 한다. 그런 여행 중에 느끼는 깨달음이 바로 삶을 충전하는 활력소로 작용한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병치레가 잦은 큰아들과 함께 자주 여행을 한다. 보기 드문 일이다. 딸과 함께 여행하는 일은 많지만 장성한 아들과 둘이서 하는 작가의 열린 의식이 한발 앞선 느낌이다.
제4부 ‘파장’은 문학과 예술에 대한 글이다. 한기연의 수필은 편편이 꾸밈없는 생활을 보여준다. 작가가 시인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디딤돌이 되어준 고등학교 시절 글동아리 ‘길문학’을 회상하고, 영화를 보고, 젠더 회고록을 쓰며, 어려운 시절을 살아낸 노인들의 삶도 조명한다. 여러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성찰하는 문학도로서의 자세가 진지하다.
제5부는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아름다운 마침표」는 우리 시대의 공통된 숙제를 다룬 글이다. 치매기가 있는 어머니는 ‘노인유치원’이라 불리는 주간보호센터를 다닌다. 홀어머니를 모시는 과정에서 ‘사전인명의료의향서’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다. 현실적인 문제에 깊이 천착하면서 작가는 자기만의 고요가 절실해지면 연화지를 찾는다. 「해거름 연화지에서」는 가쁜 호흡의 현실보다 한 발 느린 자연이 있어 마음의 여백을 느낄 수 있다.
한기연 수필가의 스승인 반숙자 원로 수필가는 “한기연 작가는 부지런한 꿀벌이다. 꿀벌은 슬퍼할 틈이 없으며 꿀을 얻을 수 있는 꽃을 안다. 꿀벌처럼 부지런한 한 작가는 수필이 작가의 일상성이 나타나는 친근한 문학이기에 일주일 내내 삶의 현장에 있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것이 되어 동분서주하며 50대의 삶을 촘촘하게 수놓는 중이다. 그 속에서 잠을 줄이며 써낸 글이 한 권의 수필집으로 완성됨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한다. 부지런한 꿀벌이 모은 꿀은 사람을 이롭게 한다. 부디 한기연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쓴 이 글이 많은 독자에게 위로와 깨우침, 그리고 좌절하지 않는 희망이 되기를 빈다”고 첫 수필집 출간을 축하했다.

저자

한기연

저자:한기연
1995년여름『시세계』신인상을받으며시인으로등단했다.1998년음성여성백일장입상으로수필과인연을맺었다.한국문인협회,음성문인협회,둥그레시동인회,무영문학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2008년충북우수예술인상을수상했으며현재음성문인협회지부장을맡고있다.교육학박사를수료했고,한국어강사,평생교육강사이며극동대학교미래교양대학에출강하고있다.2016년시집『그리워하는동안은』을출간했고,현재충북일보에에세이를연재중이다.

목차

작가의말|무명빛에담는수필·5

제1부뒤안길,사람을보다
꿀벌페르소나·15
숲과나무·18
뒤안길,사람을보다·21
아리랑단상·24
공생공사(空生空死)·27
그녀의시선·30
마실가기좋은동네·34
비움과채움의뜨락·38
마지막숫자·41
꽃피는길따라·44
비꽃으로내리는약비·47
밥한번먹자·51

제2부낡은의자
낡은의자·57
천금(千金)이웃·61
맞사랑의온기·65
아들의섬·69
3분3라운드·73
무풍지대·77
집으로가는길·80
주인과손님·84
꽃잠이들다·87
세음절·90
끌어안기·93
육남매·96

제3부바람길
바람길·103
완전한자유를그리며·107
설렘과두려움,그어디쯤·111
시드니의밤하늘·114
조각하늘해돋이를품고·117
꽃등을밝히며·121
낯선곳,사람을만나다·124
런던의햇살·127
뜬마음,하늘을날다·130
화려한귀가·134

제4부파장
미루지않는선물·139
다릿돌·142
꼬두람이·145
잘했어힘내!·148
지금,바로내앞에·151
파장·155
깊이를재다·159
노을빛그녀·162
곳간·166
꽃무리·169
별빛으로빛나는날·173
향기에숨은씨앗·177

제5부아름다운마침표
위대한관객·183
아름다운마침표·187
말의온도36.5˚·191
커피,맛에반하다·194
해거름연화지에서·197
지혜의나무·201
추억은소리없이·204
선을긋다·208
카이로스(Karois)·212
절정으로꽃피다·215

발문|위로와깨우침,좌절하지않는희망이되기를·218

출판사 서평

●…4월만되면생각나는T.S.엘리엇의시「황무지」첫구절이선명하게새겨진다.
“사월은가장잔인한달/죽은땅에서라일락을키워내고/추억과욕정을뒤섞고/잠든뿌리를봄비로깨운다.”시인의4월은문학적으로생명이탄생하는화려한계절이지만여름그리고가을이지나면겨울이라는마지막순간이기다리고있다는표현일것이다.따뜻한봄날피어날꽃을기다리고즐기지만,또지게되는끝이있음을알고시작하는이별을전제로하는만남이다.
그와는다른의미로우리나라역사상가장잔인한달로표현되는4월에수많은생명의상실이있었다.세상사람들에게알려진지얼마안된제주4·3사건은갓난아이부터노인까지수많은주민의희생이있었다.고립된섬에서사투를벌인참극은무려7년여동안이어졌다.4·3사건을몸소겪은사람들은평생을어떻게살았을지짐작도할수없다.보기만해도숙연해지는노란리본이거리에가득한것도이맘때다.어린자녀의죽음을가슴에묻어야만했던4·16세월호참사의기억은영원히바다에묻히지않을것이다.
연한초록으로산천이봄빛을드러내고점점이꽃으로피는봄처럼그들의청춘도아름다웠을것이다.어느사건이든이름없는사람의고귀한희생이뒤따르고절절한사연이깊게묻혀있다.해마다다시오는봄처럼잊을수없는그들의삶과시간을마주한다.
-「뒤안길,사람을보다」중에서

●…친정집문앞의낡은의자에서볕을쬐며바깥구경을하던모습이눈에선했다.그의자는엄마가세상을볼수있는장소였고,오가는사람들과이야기를나눌수있는자리였다.센터에가기위해의자에앉아서기다리고,냉이며쑥을다듬기도했다.계절의변화를느끼고그날날씨를안다.낡았지만불편한몸을기대고,세상을볼수있는곳에앉아서무슨생각을하셨을까?
아파트정원아래긴의자가있다.엄마혼자엘리베이터를타고내려가의자에앉아서차를기다리신다.처음에는두리번거리며불안해하셨는데,이젠제법익숙해진공간에서즐기는모습이다.의자라는사물이적정한곳에서제몫을해내고있다.그자리에의자가없었다면나의아침은얼마나분주하고힘들었을까?시간맞춰엄마를센터에보내는일이녹록지않은데한결편해졌다.엄마혼자나오신날도그곳이아니었다면아찔한일이벌어졌을지도모른다.고마운일이다.
어느정도회복되면서남동생이오면같이가려고보자기에짐을싸신다.몇차례말리다가결국엄마를친정집으로모셨다.낡고허름한집이라도내집이편한가보다.엄마에게여러가지당부를하고문을나서는데낡은의자가덩그러니놓여있다.이제주인이왔으니심심하지는않겠다.주인의무게를받쳐주는의자가할일이생겼다.
햇빛좋은날낡은의자에앉아지나가는사람들과안부를묻는엄마의모습을그려본다.빈의자를보며나직이말한다.“엄마,사랑해.”
-「낡은의자」중에서

●…논을개량해서이백여평의밭을만들었다.시댁조카가네살배기아이를데려와아주버님과함께농사를지었다.주말농장처럼와서흙을만지고작물을심고,잡초를뽑는정성으로각종쌈채소는물론고추,옥수수,콩,깨를수확했다.씨를뿌리고거두는동안내가그곳을간것은대여섯번에불과하다.남편이퇴근후가져온유기농쌈채를맛있게먹거나,빨갛게익은고추를건조기에말려주는일을했다.농작물이자라기도전에어린잎을고라니가먹어버릴때,남편은농막에서잤다.밤새도록라디오를틀어놓고노심초사하며고추를풍작으로거뒀다.조카는내가말려준고추로방앗간에서가루를빻아주고,들기름도한병주었다.고맙기도하고미안한마음도컸다.
남편과조카가가꾸는그밭에가면나는손님이었다.이따금들르면조금씩정리되는모습을보며남편이쏟는정성을가늠할뿐이었다.그러다가요즘그곳을자주가게되었다.답답해도딱히갈곳이마땅치않아서찾다보니농막이떠올랐다.주말에가족과고기를구워먹으러가기도하고,바람쐬러가서차한잔의여유를즐겼다.불안한마음도사라지고편했다.
-「주인과손님」중에서

●…아들은눈옆에피가나고제대로걷지도못하면서링을내려왔다.관중들은졌지만잘싸운아들을향해박수를치고‘잘했다’라는말을해줬다.새삼아들이자랑스러웠다.서로때리고맞는경기를왜하는지이해할수없었지만,좋아하는일을위해스스로노력하고연습한것을알기에대견스러웠다.
그날의3분3라운드는아들의일생에잊지못할사건이다.처음이자마지막경기였다.중학교때문제를일으켰던아들은고등학교를순탄하게마치고대학교까지무사히졸업했다.공부하는엄마의조언을받아들여대학원까지들어갔다.서울에서물리치료사로일하면서올해석사논문을준비하는과정을보면서자신의삶을주도하는아들이자랑스럽다.나보다는남편이품어준것이큰힘이됐다.큰아들역시격려하고끌어주며형으로서역할을했다.
인생의굴곡을헤쳐가는아들을응원한다.그날,링위에서기위해흘렸던땀과링위에서싸우던용기있는모습을기억할것이다.어떤난관에부딪혀도무너지지않길바란다.링아래에서함께응원하는부모형제가네편이라는것을말해주고싶다.
-「3분3라운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