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무위의마음으로탕평한도를갖추라”
대동사회론(大同社會論)의실현방법을그리다
유교에서제시하는전통적인이상사회는대동사회(大同社會)로,모든재부(財富)를전체사회구성원이공유하는것을기본으로한다.재부를공유하면각자자신의위치에서주어진본문에따라공동체의이익을위해기여하면자신이공유하고있는사회전체의이익이증대되므로,개개인이자연스럽게사회의이익을위해역량을발휘한다고본다.개별사회구성원은성별,나이,사회의수요에따라알맞은일을부여받아이를성실하게수행하고통치자는공동체의이익을위해헌신해야한다.즉전체사회구성원이단결하고사랑하며성실하게자신의본분을다한다면행복이충만한생활을할수있다고말한다.
『홍범연의』는대동사회를구축할수있는구체적방법들을탐구한다.먼저「황극」의리와시비를중시하면서이를위해군주의자기수양을강조한주자의인식을바탕으로임금이가져야할마음가짐을서술한다.임금은‘인간으로서의도리’를보여주는존재이자자기수양의표준이되어야하며,통치행위를통해자신의덕을드러내야한다.이를위해서는고요한무위의마음상태로중정(中正)을지켜탕평한도를갖춰야한다.다만통치행위는임금의덕성으로만이루어지는것이아니라제도에바탕을두는데,이를구체적으로서술한것이「팔정(八政)」이다.예(禮)의근간이되는제사와백성을교화하는교학으로예치사회의기반을세우는것을중요하게보았으며,당시백성들에게가장중대한문제였던농사와군역제도에관해서도자세하게기술한다.농경지를구획해분배하는정전(井田)을행할수는없어도이에준하는균분과항산을추진하고,식량비축을늘리고농업용수를다스리는수리(水利)공사를활발하게일으켜절약하는사회를구축해야한다고주장했다.또한대동사회론과마찬가지로백성들에게중요한것을보장하여서로이익을다투지않게만드는것이올바른통치라고보았으며,농민중에군인을뽑아농한기에군사훈련을하고조세를면제해주는병농일치적부병제를이상적군사제도로삼았다.
“농사와길쌈이재화의근본이다”
백성중심의화폐론을펼치다
『홍범연의』편찬이시작될무렵에는이미화폐가사용되고있었으나,화폐제도에는다양한문제가있었다.경제구조가농업중심이었던조선에서는쌀이가장신뢰할수있는재화였으나,사용가치를지니면서무게가가벼워실용적인포목이실물화폐로기능하고있었다.그런데몇번의전쟁을치르면서조정의재정상황이악화되자부족한재정을확충하기위해화폐제도를도입해다양한정책을시도해왔다.그러나백성들은사용가치가없는금속화폐(동전)를신뢰하지않았는데,이로인해화폐가보편적으로사용되지않자세금을동전으로징수해백성들에게동전구매를강제했다.또한실물화폐와달리동전은개인이많은양을축적하기용이했고,부익부빈익빈이심해지고생필품의물가가폭락·폭등하는문제가반복되었다.
『홍범연의』는이러한화폐제도의문제를면밀히분석하며화폐론을펼친다.먼저화폐의기능을철저하게물가를안정시키는것으로한정하고,동전의가치는정부가고정하지않고시장의유통량에따라야한다고보았다.또한화폐정책의목표는재정확충이아니라화폐의유통량을조절해백성들에게중요한재화(농산물,포목등)의가치를적정한수준으로유지하는것이라고역설했다.세금을동전으로납부하는것에도회의적이었는데,관청에서만들수있는동전의가치가풍흉에따라결정되는농산물의가치보다유동적이어서백성들이피해를볼가능성이높다는이유에서였다.이처럼『홍범연의』는재정확보라는국가의입장에서실행되었던화폐제도의중심에백성의삶을두었다.
『홍범연의』는조선을대표하는경세서이자백성을위한유학자들의오랜고민이만들어낸성리학적이상국가론의정수이다.학문과경전에매몰되지않고200여년의역사를반영하여지극히현실적인국가론을펼쳤다.이를통해성리학적이상국가론의발전과정을이해하고‘백성(국민)이행복한국가’를위해필요한것이무엇인지그려나갈수있다는점에서그역사적가치가깊다고할수있다.
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