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 위픽 (양장)

김용호 - 위픽 (양장)

$13.00
저자

장진영

저자:장진영
2019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마음만먹으면》,장편소설《취미는사생활》《치치새가사는숲》,단편소설《나의사내연애이야기》등을썼다.

목차

김용호
작가의말
장진영작가인터뷰

출판사 서평

“거짓말엔이제지쳤다.”
삶에술,담배,커피보다끊기힘든사람이있다면?

장편소설《치치새가사는숲》《취미는사생활》,소설집《마음만먹으면》등으로특유의리드미컬하고서스펜스한서사를전개하며,“위험하다고밖에말할수없는소설”(권여선소설가)“민첩하고도날카로운사유에압도당해그것들을놓치지않기위해서라도결국은천천히읽게되는신기한소설”(김미월소설가)의개성을선보여온장진영의신작《김용호》가위즈덤하우스시리즈위픽으로출간된다.

김용호를찾습니다.

‘나’는소설가데뷔당시자신을추행했던모평론가를고소하기위해혜화의한변호사사무실을방문한다.증거가명백해생각보다쉽게끝난상담에변호사는“더궁금하신거있느냐”고가볍게묻고,‘나’는대뜸‘김용호’의이야기를꺼내게된다.길을걷다모르는사람이“아줌마!”하고외치는소리에반사적으로뒤를돌아보는나이가되어서야말하게된그이름을.

20년도전,‘나’는천안에있던엄마집에서엄마의친척인줄만알았던‘김용호’라는남자를딱한번만났고,금강하구둑에서우리가족의첫가족사진을찍어준그는‘나’에게만몰래햄버거를사주었고,자식에서큰관심이없던엄마는그와‘나’를둘만남긴채집을비운다.

그러나당시의정황을듣던변호사는유감스럽다는듯“공소시효가지났다”고말하고,순식간에물거품이된희망속에‘나’는익숙한안도감을느낀다.허무하게끝난상담을뒤로하고출간될책의편집자를만난‘나’는그로부터자신의지인이연출하는〈TV는사랑을싣고〉리메이크판의사연자가되어줄것을부탁받는다.그렇게‘나’는김용호,그러니까방송작가에겐‘김용호아저씨’라고소개한‘김용호’를찾기위해출연을결심하게되는데……

살다보면누구나죽기전에꼭한번다시만나고싶은사람이생기게마련일것이다.오래전에절연한친구,길을걷다우연히마주친이상형,내게상처를주거나내가상처입힌누군가.그것들은강렬한편린으로남아“잊을수는없는거니?”라는소설속물음에“불가능”이라답하게만든다.그리고이러한편린들은회자되었을때비로소“사후적장르”가되는데,《김용호》는그것의특성을,“진실되려고할수록도리어진실에서멀어지기도”하고,확장되고미화되고거짓되기도하는기억의가치를습하고집요하게드러낸다.〈작가의말〉에서〈인터뷰〉까지시종‘김용호’의이름을호명하는이야기를읽고나면,이소설의설계자장진영작가의치밀함에두손두발을다들게된다.그렇게머릿속엔어느새셀린디온〈ThePowerofLove〉의“’CauseI’myourlady”가재생되고,누구라도문을열고세트장에나타나주기를간절히바라게된다.

단한편의이야기’를깊게호흡하는특별한경험

위즈덤하우스는2022년11월부터단편소설연재프로젝트‘위클리픽션’을통해오늘한국문학의가장다양한모습,가장새로운이야기를일주일에한편씩소개하고있다.구병모〈파쇄〉,조예은〈만조를기다리며〉,안담〈소녀는따로자란다〉,최진영〈오로라〉등1년동안50편의이야기가독자들의사랑을받아왔다.위픽시리즈는이렇게연재를마친소설들을순차적으로출간하며,이때여러편의단편소설을한데묶는기존의방식이아닌,‘단한편’의단편만으로책을구성하는이례적인시도를통해독자들에게한편한편깊게호흡하는특별한경험을선사한다.위픽은소재나형식등그어떤기준과구분에도얽매이지않고오직‘단한편의이야기’라는완결성에주목한다.소설가뿐만아니라논픽션작가,시인,청소년문학작가등다양한작가들의소설을통해장르와경계를허물며이야기의가능성과재미를확장한다.
시즌150편에이어시즌2는더욱새로운작가와이야기들로가득하다.시즌2에는강화길,임선우,단요,정보라,김보영,이미상,김화진,정이현,임솔아,황정은작가등이함께한다.또한시즌2에는작가인터뷰를수록하여작품안팎으로다양한이야기를들려주며1년50가지이야기축제를더욱풍성하게펼쳐보일예정이다.

위픽시리즈소개

위픽은위즈덤하우스의단편소설시리즈입니다.‘단한편의이야기’를깊게호흡하는특별한경험을선사합니다.이작은조각이당신의세계를넓혀줄새로운한조각이되기를,작은조각하나하나가모여당신의이야기가되기를,당신의가슴에깊이새겨질한조각의문학이되기를꿈꿉니다.

책속에서

지금은헤어진애인이오래전어느날물었다.“누구야?”옷방에서전화를받고내가부엌으로나왔을때였다.통화하는모습을그가보는게싫어서늘그렇게하곤했다.그가“누군데전화를그렇게어렵게받아?”하고물었다.나는“엄마”라고대답했다.뭔가외도같은걸추궁당하는느낌이었지만,진짜로엄마였기에어쩔수없었다.그는고개를갸웃했다.“엄마한테그렇게극존칭을써?핸드폰도두손으로들고.무슨직장상사인줄.”
그제야나는내가엄마를어려워한다는걸알았다.그도그럴것이엄마와한집에서산세월이그리길지않았다.(12쪽)

나는인생내내외롭게있다가거의아줌마가되어서야엄마의변심에의해‘마마걸’이되었다.다음애인인가다음다음애인이,아무튼나중에사귄애인이“지원씨,혹시마마걸이에요?”라고물었을때어찌나놀랐는지―기뻤는지―모른다.엄마의존재는중독적이었고유해했다.나는엄마를놓지못했다.(14~15쪽)

뭔가다른기분이었다.엄마가달라진건아니었다.내가달라진것같았다.이를테면이제나는아줌마나이가되었기때문에천하무적이었다.(20쪽)

나는엄마를엄마라기보다는,인생의중요한일을결정할때조언을구하는보살님쯤으로여기는지도몰랐다.(22~23쪽)

내가왜울어야한단말인가?왜내가,울어야한단말인가?나는잘살고싶었다.어쩌면나는슬프다기보다는심심해서,그저시간을죽이려고슬퍼하는것같았다.우울이취미화될조짐이보였다.좋지않았다.그리고술은우울을부추김으로써위험한결정에복무하는경향이있었다.그냥끊자,싶어서그냥끊었다.(26쪽)

내가끊을수없는건김용호였다.(30쪽)

김용호얘길했다.이내변호사의표정이심각해졌다.그녀가이런저런질문을통해사건의정황을파악했다.나는가감없이전부이야기했다.이제는안창피했다.왜냐하면이제나는아줌마였다.길에서지갑을주운한선량한남자가“아줌마!아줌마!”하고외칠때고개를돌리는.(31쪽)

희망은순식간에물거품이되었고나는익숙한안도감을느꼈다.우주속에혼자남은것처럼막막한기분이었다.그래서―순전히궁금해서―내가물었다.“그럼전어떡하나요?”(34쪽)

“김용호님이요……”핸드폰화면속에서움직이는택시를보던유림씨가문득말했다.“찾고싶으신거맞죠?”“사람들이그냥나를알아줬으면좋겠어.어떤식으로든.”(62쪽)

다행히나는죽지않았고무럭무럭자라여덟살이되었다.그렇게김용호를만났다.그때엄마는지금내나이였다.어쨌거나나는지금의나를용서하고싶어서,그때의엄마를용서했다.김용호와나를둘만남겨두었던엄마를용서했다.“미안해안해도된다고요.”내가엄마에게말했다.그러자엄마가물었다.“뭐가미안해?”(72~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