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지붕 할망

파란 지붕 할망

$14.80
Description
“이렇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야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가 풀릴 것 같았다.
내 운명이니 누구를 원망하리오.”
이 책은 1933년에 태어난 오행순 할머니의 생애 첫 책이다. 제주도 청수리에 살고 있는 오행순 할머니. 그의 집 근처엔 작은 레터하우스 ‘이립’이 있다.

할머니는 어느 여름날, 자신이 평생 쓴 글과 그림이 담긴 노트들을 가득 안고 레터하우스 이립을 찾아간다. 그리고선 이립 대표이자 에세이 작가인 김버금 작가에게 부탁한다. “내 글과 내 그림을 책으로 만들어줄 사람을 찾아달라”고.

그렇게 김버금 작가는 독립출판사 발코니에 연락했고, 우리는 마침내 오행순 작가를 위한 한 권의 책을 향해 여정을 시작했다. 낡은 양장 다이어리의 손글씨를 디지털화하고, 색연필 가루가 떨어지는 그림을 스캔해 책에 실었다. 책 말미엔 최초의 부탁을 받은 김버금 작가의 추천사로 마무리했다.

이 책은 결국 오행순 작가의 글, 그림, 편지 등을 모두 담은 ‘삶의 기록집’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 제주4.3사건까지 굵직한 역사를 온몸으로 지나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승자가 기록한 역사만 읽고 있다. 그 승자들, 그러니까 대부분의 남성 시선에서만 기록된 역사에는 여성 당사자의 이야기가 대체로 누락돼 있다. 대의를 좇는다는 명분 속에 서로가 서로를 죽여 갈 때, 그 ‘대의’ 바깥의 생활을 유지하려 버텨야 했던 여성들은 아직도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 그 이야기 일부를 『파란 지붕 할망』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저자

오행순

저자:오행순
1933년제주에서태어났다.일제강점기,제주4·3사건,6·25전쟁등을모두겪으며지금까지제주에머물고있다.
동네에서‘파란지붕할망’이라는애칭으로불린다.때때로글을쓰고,그림을그리며,편지를보낸다.

목차

1.오행순의글
제이름은오행순입니다
모든것이무서운시대
우리엄마
나의결혼
나는바보,바보같은여자
사랑하는나의아이들
삶의존귀함에대해
시집살이
나는질경이야
마지막당부

2.오행순의그림

3.오행순의편지

추천사:이해할수없는질문을이해하기까지

작가의말:내가걸어온길,그리고걸어갈길

출판사 서평

건조하고딱딱한서평대신,독자님께직접편지를써봅니다.저는『파란지붕할망』의발행처독립출판사발코니의대표이자,편집자이자,디자이너입니다.홀로책을만들어가는곳이라이렇게여러직군을동시에수행하고있습니다.다른출판사의멋진서평들을어떻게따라가야하나고민하다가이내포기하고,발코니만의방식으로서평을전합니다.

『파란지붕할망』은바다와육지를오가며1년의긴여정끝에완성된책입니다.저자오행순작가님은어느여름날,제주도청수리집근처카페‘이립’을찾아갔습니다.이립을운영하는사람이에세이작가김버금작가님이라는사실을들었거든요.할머니는김버금작가님께부탁합니다.자신의글과그림을책으로만들어줄사람을찾아달라고요.

하지만에세이작가라고해서책도뚝딱만들어낼수있는것은아닙니다.이에김버금작가님은출판으로먹고사는친구,그러니까독립출판사발코니대표인저에게연락합니다.그렇게저는제주도를향했고,오행순할머니의양장다이어리뭉치부터스케치북더미등을받아안은채육지로돌아왔습니다.

솔직하게말씀을드려볼까요?원래는‘한어르신의기념집’정도로만만들고선물해드리려했습니다.그런데모든글을두어시간동안완독한후곧바로김버금작가님께전화했습니다.발코니에서정식으로출간할수있도록,오행순할머니와만나게해달라고부탁했습니다.그때부터오행순,김버금,발코니의여정은시작됐습니다.오행순할머니가아닌오행순작가님으로새로운삶을경험하시길바라는마음으로요.

“저는1933년8월24일에태어났습니다.제주도북제주군한경면청수리에서2남1녀중여자로태어나게되어농사에종사하시는아버님,조용한미소로단란한가정을위해가사를돌보시는어머님과함께지냈습니다.”_15쪽

오행순작가님의육필원고는시간순서가매우복잡했습니다.순간순간떠오르는기억들을작가님께서붙잡다보니타임라인이뒤엉켜있었습니다.이걸다시잡는데오랜시간을소요했습니다.타임라인이정돈되니내용이좀더선명해지는게보였습니다.그때부터는주제와맥락에따라각글을서로섞고녹이는편집을진행했습니다.

“일제강점기가끝난후에도평화는잠시뿐.미처숨돌릴사이도없이4·3사건이일어났습니다.”_35쪽

오행순작가님은이번『파란지붕할망』에제주4·3사건도짤막하게언급했습니다.작가님의표현에따르면제주4·3사건은“그쪽도무섭고저쪽도무서웠”던시기였습니다.정부의폭력적인진압과더불어어느한쪽을선택해야하는강요가밀려왔다고합니다.지극히평범히살던한제주도민의두려움이오행순작가님만의언어로담겨있습니다.

“인생은늘괴로운것이라고생각했습니다.인생은평화와행복만으로처음부터끝까지채워질수는없을것입니다.괴로움을두려워하지도말고슬퍼하지도말아야한다고생각하며살았습니다.희망은늘괴로운언덕너머에서기다리니까요.”_45쪽

지긋지긋한가난,자신을멸시하던시집살이,여성을짐승처럼대하던시대까지겨우견딘오행순작가님은이번책에서말합니다.자신이왜삶을포기하지않았는지에대해서요.괴로운언덕너머에서기다리는희망을바라보며뚜벅뚜벅오늘에이르렀습니다.이내깨달은바를말합니다.

“그대의가장좋은친구는바로자기자신이다.나야말로내가의지할곳이다.나를제쳐놓고내가의지할곳은없다.착실한나의힘보다더나은것은없다.나의실패와몰락을책망할사람은나자신밖에없다.나는깨달았다.내가나자신의최대의적이며비참한운명의원인이었다는것을.그리고나는또나의희망이라는것을말이다.”

그희망은바로자기자신이었다는것.

결국,나를구원할존재는오로지자신뿐이라는사실에대해오행순작가님은『파란지붕할망』으로전합니다.

삶의통찰이담겨있는글에이어30여점의그림도이번『파란지붕할망』에서살펴볼수있습니다.오행순작가님은일상에서만난식물과동물을굽어보며,이들의모습을그림으로완성했습니다.가끔그림속에는이런문구도손글씨로담았습니다.

“소나무도참힘들게컸네.이리꾸불고저리꾸불고.그러고보니내인생과닮았네.”_97쪽

그밖에오행순작가님이이립에서불특정타인과나눴던편지도책에실려있습니다.일상에존재하는복잡한고민을가볍게만들어주는오행순작가님만의문장을통해,어쩐지나의고민도해결되는듯한기분을느낄수있을것입니다.

참고로이책은‘큰글자도서’로만들었습니다.본문활자크기는18포인트로적용하고,판형은신국판으로넉넉하게제작했습니다.이책은오행순작가님의기록덕분에탄생했고,그렇다면기록의주인인오행순작가님께서가장편하게읽을수있는판형과서체로책을만들어야한다고판단했기때문입니다.평소에작은글자읽기가어려웠던독자님도부디편안하게볼수있길바랍니다.

출판사서평이라기엔어쩐지이책뒷면의모든이야기를전한것만같네요.부디이부족한서평이독자님마음에호기심을불러일으켰길바라봅니다.

긴글읽어주셔서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