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무이한‘김치’에세이의등장
“매일김치를담그며배우는일과인생의감칠맛”
삼시세끼입으로는즐겨도,읽을수는없었던김치의세계.비로소유일무이김치에세이가탄생했다.여태김치에관한에세이가전무했다는사실을믿을수있겠는가.라면에배추김치,칼국수에겉절이,고구마에열무김치,전국민이(김)치믈리에를자처하는가하면,익은정도에따라,지역마다다른양념맛에따라김치취향을촘촘히나누던우리인데말이다.
매일김치를담그는이의시선으로쓰인이책은,그동안봉인되어있던김치공장의이야기,그안에서김치와부대끼며살아가는사람들의이야기를들려준다.작가는분주하게일하는틈에도공장의소중한일상을포착해맛깔나게풀어냈다.그의시선을통해김치공장이라는친숙한듯낯선풍경과그곳에서분주하게몸을놀리는사람들의하루를엿볼수있다.시종유쾌하게전개되지만,코로나시기와공장사람만이공유하는비애와같은,눈물없이못듣는짠한에피소드도담겨서웃다가울다가를반복하게된다.
이책이주는재미의큰몫은공장사람들이해낸다.공장에는연령대도,국적도다채로운사람들이한데모인다.공장의‘사자’라고불릴만큼카리스마넘치는‘걸크러시’사장님.종일서서배춧속을채우며,자기가족을든든히책임지는포기여사님들.툭툭엉뚱한질문을던지지만,누구보다책임감을보여주는외국인친구들.직함은부사장이나어느팀에서나바닥부터배우고있는저자까지…이밖에도저마다의개성을가진인물들이매력을발산한다.저자는이들을인터뷰하며그들의좀더내밀한세계를파고드는데,그들을바라보는애정어린시선에마음이내내훈훈하다.책한권에시트콤의한시즌을정주행것처럼,이들이느낀희로애락이오롯이내것이된것만같고,그들과정이돈독히쌓이고만다.
“김치속에는수많은사람의배춧잎같은시간이켜켜로쌓여있다”
더작은세상으로와서만난,이토록멋지고커다란세계
전직카피라이터였던저자는공장으로이직하기전까지는몰랐다.공장이라는,이토록멋진세계를.나의다음스텝을머릿속으로그려볼때,우리는자연스레더큰곳,더근사한곳,더유명한곳을떠올리게되지않던가.그또한김치공장을‘더작은세상’이라고생각했으나그곳에서알게된다.결코작은세상이란없음을.이책에는세상에서관심을주지않아도,주목받지못해도김치를만드는일에자신의인생을힘껏던지는사람들이있다.업무효율을끊임없이고민하며공정을더쪼개보고,자신이담당하는무수급이원활하면콧노래를부르고,자기가맡아온일이너무소중해서퇴사를망설이는가하면,가족을두고먼타국에와서묵묵히자기몫을해내는이들도있다.노동의가치가우스워진시대에자신의자리를굳게지키는이들덕분에,오늘도우리의식탁에는아쉬움이없다.
멀쩡한회사를그만두고김치공장으로이직한데에는분명한이유가있다.엄마가한평생을바친사업이기때문이다.여자의몸으로빚쟁이들을상대하고,깡패들의협박에도굴하지않으며어렵게지켜온공장이었기에딸이힘을보태고자뛰어들었다.
엄마가만드는김치는세상에보탬이된다.여기에있으면어디내놔도부끄럽지않은김치를만들수있다.쓸데없이비장하고장황하지만,그게나의이직동력이었다.그러니까나는후회하지않기위해서라도,정말괜찮은김치를만들어야한다.
-본문중에서
오늘도엄마이자사장님인그녀앞에서작아지곤하지만,앞서길을내온선배들이남긴선명한자국들이있기에힘을내본다.멋지게공장을일궈온그들의뒷모습을따라걷겠노라다짐하며,그저그런김치가아니라정말괜찮은김치를만들겠다고,각오를다지고또다진다.혼자가아니라이이야기는꽤희망적이다.그의파이팅넘치는각오가,고민의연속을살아내는우리에게보내는응원가처럼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