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의식은한사람의마음에남은상흔일뿐이다.”
누구에게나있지만아무도이야기하지못한
‘피해의식’에대한가장따뜻하고농밀한해설서
피해의식은현대사회의금기어이다.피해의식은누구나알고있는단어이지만,아무도입밖에내지않는단어다.‘나’의피해의식이건‘너’의피해의식이건,그것에대해말하는순간대화분위기는얼어붙고모두가황급히주제를돌리려고한다.사회적피해의식에대해서도마찬가지다.사회적피해의식역시그누구도건드려서는안되는성역으로인식된다.그렇게모두가쉬쉬하는사이,피해의식은개인들의삶을불행에몰아넣고들불처럼퍼져나가각종사회적갈등과마찰,혐오의불씨가된다.
이책은과감하게현대사회의금기어인피해의식을수면위로끌어올린다.우선저자는피해의식을그저불쾌하고부정적인감정으로치부하는사회적분위기를지적하며,피해의식은상처받은마음의자연스러운자기방어반응임을강조한다.이러한재해석을바탕으로철학적사유와정신분석학적접근을통해그어디에서도제대로다뤄지지않았던피해의식의발생원리를심도있게파헤친다.저자는‘기억’과‘무의식’이라는두가지개념으로피해의식이라는모호하고뒤엉킨마음을명료하게볼수있게해주는이론적토대를마련해준다.
또한저자는철학자이자인문주의자로서오랜시간상처받은이들과부대끼며살아온경험을바탕으로,한사람의상처받은기억이어떻게피해의식이되고,그피해의식은일상에서어떤모습으로드러나는지매우사실적이고구체적으로보여준다.한사람에대한단편영화같은그이야기들을따라가다보면,도무지이해할수없었던‘나’와‘너’의행동이혹시피해의식때문은아니었을지,그피해의식이생길수밖에없었던‘나’와‘너’의상처는무엇이었을지끊임없이고민하게될것이다.저자는이책을통해‘나’의상처에대한이해와‘나와다른상처를지닌이’들에대한감수성을전하고싶었다고말한다.
저자의논의는개인적차원에머물지않는다.저자는한개인의피해의식의발생에사회적문제가깊숙이개입되어있다는사실을분명히한다.나아가권력과일부언론이자신의체제유지및강화를위해대중들의피해의식을조장하고확대재생산하고있는현실을폭로한다.사회가피해의식에휩싸인개인들을양산하고그개인들이모여다시집단을이룰때,우리사회에는아귀다툼과같은갈등과마찰,분열이끊이지않을수밖에없다.저자는빈부갈등,세대갈등,젠더갈등등우리시대의많은사회적갈등의근본에는피해의식이도사리고있다고말하며,피해의식은심각한사회적문제로비화될잠재적요소라고경고한다.그리고‘나’와‘너’의피해의식뿐만아니라,‘우리’의피해의식을극복할현실적방안역시제시한다.
“글을읽는데멈춰지게되는순간이많아서한번읽는데오래걸리네요.”이책의전신인브런치스토리연재에달렸던한독자의댓글이다.이책은결코단숨에읽을수있는책이아니다.읽으면읽을수록나의피해의식,또가족·연인·친구등소중한이들의피해의식이떠올라마음이답답해지고머리가복잡해져하루에몇장읽기어려운책이다.‘나’의상처든‘너’의상처든‘우리’의상처든,‘상처받은마음’을제대로들여다보는일은매우어렵고힘든일이다.하지만저자는“상처받은기억을잘치유하는것이행복이고,그렇지못하는것이불행”이라고말하며,진정으로행복한삶을위해서는그어렵고힘든일을우회할수없다고말한다.세상에상처받지않는삶은없다.누구에게나아물지못한상처는있고,앞으로받게될상처도있을것이다.그상처때문에피해의식에휩싸여‘나’,‘너’,‘우리’모두가불행해지는순간은누구에게나찾아올것이다.그때이책이그‘상처받은마음’의길잡이가되어주었으면한다.‘상처받은이들을위한바이블.’언젠가이책이그렇게불릴수있길기대해본다.
“피해의식은한사람의마음에남은상흔일뿐이다.”
한사람의피해의식은어떻게만들어지는가?
철학과정신분석학을통해피해의식의발생원리를파헤치다
‘피해의식’은이해하기어려운마음이다.누구나‘피해의식’이란단어를쓰지만,정작그뜻을제대로알고있는이는드물다.하지만모호하고뒤엉킨우리의마음을제대로들여다보는일은매우중요하다.제대로들여다보지않은마음은우리도알지못하는사이에우리삶을서서히지배하게되기때문이다.특히피해의식처럼삶에크고작은문제를일으키며심각한불행을초래할수있는마음이라면더더욱그렇다.저자는철학과정신분석학이라는‘안경’을통해‘피해의식’이라는보이지않는마음을또렷이볼수있게해준다.저자의논의를따라가다보면,한사람의마음에어떻게피해의식이자리잡는지이해할수있게된다.
우선저자는피해의식을‘상처받은기억으로인한과도한자기방어’라고정의한다.오랜시간부모에게학대받은아이는누가손을올리기만해도화들짝놀라며머리를감싸는등의방어자세를취하는것처럼,오랜시간가난·외모·학벌·성차별등으로상처받은아이는누가가난·외모·학벌·성차별에대한이야기만꺼내도화들짝놀라며화를내는등의방어자세를취할수밖에없다.저자는이처럼반복되었던마음의상처로부터자신을보호하려는마음이바로피해의식이라고말한다.이러한정의는상처받은이들에대한저자의섬세한감수성을보여준다.
우리는흔히피해의식을‘그저나쁜것’으로여긴다.이는피해의식이삶에서주로느닷없는감정폭발이나이해할수없는고집,자기연민등으로드러나기때문이다.그래서우리는타인의피해의식은멀리하려하고,자신의피해의식은숨기고싶어한다.하지만저자는“상처받으면누구나자신을보호할수밖에없다”고말하며,피해의식그자체는좋은것도나쁜것도아닌,자연스러운것이라고한다.피해의식을이렇게정의하는것은매우중요하다.피해의식을‘비이성적감정’이아닌‘자기보호장치’로볼수있을때,피해의식너머한사람의‘상처받은마음’을볼수있는틈이생기기때문이다.
“피해의식은한사람의마음에남은상흔일뿐이다.깊은상처가반복되어서오래도록아물지못한피딱지같은상흔.한사람의상흔을어떻게보아야하는가?상흔(피해의식)을흉터(부정적)로만보아서는안된다.깊은상처로인해피부를꿰맨상흔을보며흉하다고인상만찌푸리는것은얼마나비인간적인일인가?
‘나’의상흔이건‘너’의상흔이건,그앞에섰을때우리는어떻게해야하는가?그상흔(피해의식)이생길수밖에없었던상처(고통)를먼저보아주어야한다.겁이많은아이는다그치지말고먼저따뜻하게안아주어야하는것처럼,피해의식이있는이들에게도마찬가지다.피해의식에대해날카로운말로다그치기전에,먼저따뜻하게안아주어야한다.‘나’의피해의식이건‘너’의피해의식이건,그것에대해차갑게가치평가하기전에먼저상처받은마음을살펴주어야한다.“너는이런상처로인해피해의식이생기게되었구나.”이것이피해의식을다루는첫번째작업이다.”__「피해의식은나쁜것일까?」에서
저자는피해의식그자체가아닌,피해의식이우리삶에끼치는영향에주목한다.즉,‘상처받아자신을보호하려는마음’은나쁜것이아니지만,그마음이과도해지면우리삶을심각한불행으로몰아넣을수있다는점을분명히밝힌다.그리고과도하게자신을보호하느라삶이불행해지고있다면,그과도한부분은바로잡을수있어야한다고말한다.저자는교통사고(상처)의경험이있는‘수철’과‘선빈’의이야기를통해‘피해의식에휩싸인슬픈삶’과‘피해의식을넘어선기쁜삶’의모습을단적으로보여준다.
‘수철’은교통사고를당한뒤로집밖에잘나오지않는다.이역시이해못할바없다.‘수철’은‘집밖에나가지않으면다시교통사고를당할일도없다’는생각으로자신을보호하고있는것이니까말이다.‘수철’역시자기나름대로자기방어를하고있는셈이다.하지만‘수철’의자기방어에는‘과도한’측면이있다.이과도한자기방어는건강하지않다.과도한자기방어는우리네삶에크고작은불행을초래하기때문이다.
‘수철’은앞으로어떤삶을살게될까?과도하게자신을지키려한대가로바다의시원함도,꽃의향기도,산정상의풍광도만끽할수없을테다.그뿐인가?함께울고웃으며지낼소중한친구도만날수없게될지모른다.이는과거의상처로부터자신을지키려다오히려그상처에영원히갇히게되는서글픈일이다.집밖에나오지않으면결국은영원히집안에서지난상처만되새기며살아갈수밖에없으니까말이다.이는얼마나불행한삶인가.
‘선빈’은어떤삶을살게될까?‘선빈’역시집밖을나설때마다두려웠다.횡단보도앞에서면쿵쾅대는심장을부여잡고몇번이고주변을살펴야했다.그렇게겨우겨우횡단보도를건널수있게됐다.그런‘선빈’에게는어떤삶이펼쳐질까?‘선빈’은횡단보도를지나다사랑하는이를만나게되었다.그렇게‘선빈’은그녀와함께산과바다,영화와음악을여행했다.사랑하는이와함께하는그매혹적인순간들덕분에‘선빈’은자신이교통사고를당했다는사실조차종종잊게됐다.사랑하는이를만나자신의상처마저치유되는삶.이는얼마나유쾌하고기쁜삶인가?__「피해의식은과도한자기방어다」에서
저자가이책에서말하고자하는바는분명하다.피해의식너머기쁜삶!저자는상처받은이들을상처받은채로내버려두지않는다.그들을그저위로하는데에서멈추지않고,그들이상처에서한걸음걸어나와다시씩씩하게살아갈수있도록다양한이론적토대와실천방안들을마련해준다.이러한관점은철학자이자인문주의자로서오랜시간세상사람들에게‘유쾌하고씩씩한삶’을설파해온저자의철학을잘반영한다.저자의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어느새‘수철’의삶보다‘선빈’의삶에마음이가는자신을발견하게될것이다.
“피해의식은사람마다다른모습으로드러난다.”
우리네삶과맞닿아있는진짜이야기
도무지이해할수없었던‘나’와‘너’의피해의식을이해하다
저자는이책에서매우다양한종류의피해의식을소개한다.보통피해의식을떠올리면,가난이나외모에대한상처혹은화를내거나흥분하는모습등을연상하지만,실제우리삶에서피해의식이드러나는모습은그보다훨씬더다양하고복잡하다.이는당연한결과다.사람마다상처받은기억은다다르고,그상처로부터자신을보호하려는양상또한다다를수밖에없기때문이다.저자는우선두려움·분노·열등감·무기력·억울함·우울함이라는여섯가지감정을통해피해의식이우리삶에서드러나는다양한양상을보여준다.
‘승주’는사랑에대한피해의식이있다.어린시절늘바빴던부모님은‘승주’를집에혼자남겨두었다.빈집에남겨진‘승주’는늘혼자베란다에서서부모님과함께즐거운시간을보내는아이들은그저부러운눈빛으로바라보았다.이것은결코가벼운문제가아니다.어린시절부모에게충분히사랑받지못한아이는누군가에게사랑받는법도,누군가를사랑하는법도미숙할수밖에없기때문이다.그렇게사랑받지못한‘승주’는종종피해의식에휩싸이곤했다.새로운사람을만날때마다버림받을까봐두려웠다.누군가에게깊은사랑을받는사람을보면정체모를분노가일었다.누군가에게아낌없는사랑을주는사람을보면열등감에휩싸였다.그렇게‘승주’는누군가를만날삶의의욕을놓아버렸다.시간이지나‘승주’는모든것이억울해졌다.__「자기방어의결과:억울함,우울함」에서
‘재길’은돈에대한피해의식이있다.‘재길’은가난했다.어린시절,아버지의사업실패로가난한유년시절을피할수없었다.아버지는돈을벌러나간건지빚쟁이들을피한건지늘곁에없었고,남겨진‘재길’과엄마는모텔은전전해야했다.옆방연인의신음소리가여덟살아이의귀에들릴까봐엄마는흐느끼며‘재길’의귀를막아주었다.‘재길’은돈때문에크고작은상처를받았고,그로인해과도한자기방어의마음이생겼다.불행인지다행인지‘재길’은대기업에취직했다.어느정도경제적안정을이룬뒤,결혼을하고아이도낳았다.하지만‘재길’은통장에서크고작은돈이빠져나갈때마다늘심장이두근거렸다.통장에서크고작은돈이빠져나갈때마다다시음습한모텔에서엄마와부둥켜안고울던아이로돌아갔기때문이다.__「자기방어의도구:두려움,분노,열등감,무기력」에서
저자가피해의식을그려내는방식은매우구체적이고사실적이다.어떤종류의피해의식이든,저자는그피해의식을갖게된사람의서사와감정선을따라그모습을그려낸다.이는정신과의사나심리상담사가환자나내담자의증상을해석하는방식과는결이다르다.오히려영화감독이한사람을주인공으로한이야기를보여주는방식에가깝다.그래서저자의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한사람의상처받은기억이어떻게피해의식이되고,그피해의식은삶에서어떤모습으로드러나는지,마치그사람에대한단편영화를보듯생생히체험하게된다.이는저자가오랜시간인문공동체를이끌며상처받은이들과부대끼며살아왔기에가능한리얼리티다.
저자는가난·외모·학벌·성차별·권력등우리시대의대표적인피해의식뿐만아니라,직장에대한피해의식(“나는힘들게일하는데너는왜편하게일해?”),우유부단피해의식(“나는할말못하고사는데왜넌하고싶은말다해?”),오해에대한피해의식(“사람들은항상날오해하고있어!”),강박증적피해의식(“내마음대로되는게하나도없어!”),히스테리적피해의식(“나만항상눈치보고살고있어!”)등보다은밀하고기묘하기에일상에서쉽게알아채기어려운피해의식들도소개한다.그다종다양한피해의식을마주하다보면,‘이거내이야기인가?’‘이거내남편(아내·친구·연인·부모·가족·직장동료)같은데?’하며머릿속에수많은얼굴들이떠오르게될것이다.그때잠시멈추어서서,그사람의도무지이해할수없었던행동이혹시피해의식때문은아니었을지,나아가그사람에게도이런단편영화같은안쓰러운서사가있지는않을지고민해보길권장한다.“최대한많은피해의식을소개하려고했어요.나와다른상처를가진이들에대한감수성이생기길바라는마음에서요.”저자의전언이다.
“피해의식은서로가서로를옭아매는거대한감옥이다.”
개인적피해의식너머사회적피해의식까지
우리사회의갈등과마찰,분열의근원인‘피해의식’에비상경보기를울리다
저자의논의는개인적차원에서멈추지않는다.저자는‘나’와‘너’의피해의식너머‘우리’의피해의식으로논의를넓혀나간다.우선저자는한개인의피해의식에사회적문제가깊숙이개입되어있다는사실을분명히한다.예를들어,한사람에게외모·가난·학벌에대한피해의식이있다면,그것은외모지상주의·황금만능주의·학벌지상주의라는사회적구조안에서형성된마음이라는것이다.나아가저자는피해의식이권력자의체제유지수단으로사용된다는점을지적한다.
피해의식은권력자의체제강화.유지수단으로기능한다.달리말해,권력자들은의도적상처를통해대중들의피해의식을방치하고조장한다.이를통해기존의체제를강화하고유지한다.이는가난에대한피해의식에서더욱선명하게드러난다.가난에대한피해의식이있었다.악착같이돈을벌고싶었다.몸과마음을혹사시키면서까지,심지어타인에게크고작은상처를주면서까지돈을벌려고했다.
나의마음은왜그리뒤틀어졌던것일까?가난했기때문일까?그저가난했기때문에돈벌레가되었던것일까?아니다.거기에는권력자(정부.자본가)의의도적상처가이미깊숙이개입되어있다.‘가난한나’와‘돈벌레나’사이에직접적인인과관계는성립하지않는다.가난하다고곧바로돈벌레가되는것은아니다.‘가난한나’와‘돈벌레나’사이에인과관계가성립하려면,권력자의의도적상처(매개체)가개입되어야한다.
나는왜돈벌레가되었을까?특정정부가최소한의인간적인삶을보장하는복지정책을무력화시키고,고용을불안정하게하고(정규직축소.비정규직확대정책),집값(부동산)을폭등하게만들었기때문이다.정부의의도적상처(무한경쟁각자도생)때문에나는돈벌레가될수밖에없었다.이는당연한귀결이다.가난해서상처받았던기억에,이런의도적상처까지더해질때어찌돈벌레가되지않을수있겠는가?돈이없으면최소한의인간적인삶을유지하지못하거나혹은생존하지못할것이란공포앞에서돈벌레가되지않을사람이얼마나되겠는가?__「‘슬픔의공동체’의원인,피해의식」에서
저자는권력이대중들의피해의식을촉발하고확대재생산하는데일부언론이공모하고있다는사실역시폭로한다.일부언론이자신의필요에따라대중들의피해의식을수시로자극하여편가르기를조장한다는것은이미알만한사람들은다알고있는공공연한사실이다.하지만저자는거기서한걸음더나아가일부언론이어떻게대중들의피해의식을촉발하고확대재생산하는지,그원리를파헤친다.
언론은어떻게대중들의피해의식을촉발하고확대재생산하는가?누구에게나상처받은기억이있다.하지만그상처가곧바로피해의식이되는것은아니다.그상처가‘나’에게만일어났다고여기거나혹은‘나’의상처가유독큰상처라고믿을때피해의식은촉발되고증폭된다.일부언론사들은바로이지점을집요하고반복적으로파고들어대중들의피해의식을촉발하고확대재생산한다.
언론이피해의식을촉발하고확대재생산하는방식은대단히복잡하거나어려운것이아니다.길거리에서추위에떨고있는사람이있다고해보자.그에게우리가만원짜리한장을건네주려고한다.이때옆에있던친구가반복해서말한다.“너도돈없잖아.너도힘들게살고있잖아.너돈없었을때누가도와줬어?그때얼마나비참했는지까먹은거야?”
과도하게반복되는친구의말앞에서우리의마음은어떻게변하게될까?비범한이들이아니라면,누군가를도와주고싶은마음이작아질수밖에없다(‘그래,나도지금힘들잖아.’).심지어추위에떨고있는이에게기묘한반감이생길수도있다(‘나는힘들게일해서돈버는데,너는뻔뻔하게구걸해서돈을번다고?’).이것이일부언론사가피해의식을촉발확대재생산하는방식이다.__「피해의식과언론」에서
피해의식을조장하고방치하는사회적구조속에서,우리의피해의식은만들어지고끊임없이증폭된다.그렇게짙은피해의식에휩싸인‘나’와‘너’는오직자신의상처와고통만을크게생각하고,타인의상처와고통에는둔감하고무례하며심지어적대적이기까지한개인이된다.그런개인들이모여다시집단을이룰때,우리사회에는아귀다툼같은갈등과마찰,분열이끊이지않을수밖에없다.저자는빈부갈등,세대갈등,젠더갈등등우리사회에드러나있는사회적갈등의근본에는모두피해의식도사라고있다고말한다.저자는피해의식이심각한사회적문제로비화될잠재적요소라고하며,우리사회에비상경보기를울린다.그리고개인적피해의식과더불어사회적피해의식을극복할구체적이고현실적인방안역시마련해준다.
“글을읽는게보통힘든게아니네요.”
읽으면읽을수록속시끄러워지는책
그럼에도불구하고,
피해의식을넘어선아름다운삶과사회에대한희망이생긴다
이책은결코단숨에읽을수있는책이아니다.떠오르는기억들로머리가복잡해져,하루에몇장읽기어려운책이다.“글을읽는데멈춰지게되는순간이많아서오래걸렸습니다.”“온통제이야기인것같아여간힘든게아니네요.”이책의전신인브런치스토리연재에달렸던독자들의댓글이다.이책의편집자인나역시원고를읽는것이힘들었다.나역시원고를읽을때마다나의피해의식과상처받은기억들을끊임없이떠올릴수밖에없었기때문이다.
“피해의식너머에이르는길은결코쉽지않다.”마지막장에서저자는정직하게말한다.처음이문장을읽었을때는가슴이답답했다.저자의긴이야기를따라가며,피해의식이어떻게우리삶과사회를파괴하는지생생하게알게되었지만,동시에그피해의식을넘어서는일이얼마나어려운지도절실히느꼈기때문이다.나의상처받은기억을떠올리는것도,치유하는것도,나의상처에서너의상처로시선을돌리는것도다어려워보였다.아마도이책을진지하게읽어낸독자라면나와같은기분이들수있을것이다.
하지만피해의식에대한이밀도높은이야기와몇달을씨름하고나니그답답한마음이신기하게사라졌다.대신이상한자신감이생겼다.앞으로내피해의식을잘돌보아줄수있겠다는자신감.상처받은마음을다치유해서가아니었다.아직아물지않은상처도있고,앞으로받게될상처도있을것이다.그상처들때문에앞으로도피해의식에휩싸이는순간은계속찾아올것이다.하지만그때잠시멈추어서서내피해의식을돌아볼여유가생겼다.내피해의식때문에나만과도하게방어하느라혹여나소중한사람들에게상처주고있는것은아닌지돌아볼여유.피해의식이라는모호하고뒤엉킨마음을또렷이볼수있도록이책이길잡이가되어주기때문이다.
저자는그가만났던상처받은‘너’들을위해이이야기를썼다.나는저자의이야기를내가상처받을때마다꺼내볼수있는책으로엮고싶었다.나는앞으로상처받는순간마다이책을꺼내보게될것이다.세상에상처받지않는삶은없다.누구에게나아물지않은상처가있고,앞으로받게될상처도있을것이다.그상처들때문에피해의식에휩싸이는순간은계속찾아올것이다.그때이책이상처받은마음의길잡이가되어주었으면좋겠다.‘상처받은이들을위한바이블.’언젠가이책이그렇게불릴수있길기원한다.
“한사람의상처는모든사람의상처다.-이성복”
엮은이김혜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