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의식 (상처받은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피해의식 (상처받은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20.06
Description
“피해의식은 한 사람의 마음에 남은 상흔일 뿐이다.”
누구에게나 있지만 아무도 이야기하지 못한
‘피해의식’에 대한 가장 따뜻하고 농밀한 해설서
피해의식은 현대 사회의 금기어이다. 피해의식은 누구나 알고 있는 단어이지만,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는 단어다. ‘나’의 피해의식이건 ‘너’의 피해의식이건, 그것에 대해 말하는 순간 대화 분위기는 얼어붙고 모두가 황급히 주제를 돌리려고 한다. 사회적 피해의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피해의식 역시 그 누구도 건드려서는 안 되는 성역으로 인식된다. 그렇게 모두가 쉬쉬하는 사이, 피해의식은 개인들의 삶을 불행에 몰아넣고 들불처럼 퍼져나가 각종 사회적 갈등과 마찰, 혐오의 불씨가 된다.

이 책은 과감하게 현대 사회의 금기어인 피해의식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우선 저자는 피해의식을 그저 불쾌하고 부정적인 감정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지적하며, 피해의식은 상처받은 마음의 자연스러운 자기방어 반응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재해석을 바탕으로 철학적 사유와 정신분석학적 접근을 통해 그 어디에서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피해의식의 발생 원리를 심도 있게 파헤친다. 저자는 ‘기억’과 ‘무의식’이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피해의식이라는 모호하고 뒤엉킨 마음을 명료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해준다.

또한 저자는 철학자이자 인문주의자로서 오랜 시간 상처받은 이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람의 상처받은 기억이 어떻게 피해의식이 되고, 그 피해의식은 일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매우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한 사람에 대한 단편영화 같은 그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나’와 ‘너’의 행동이 혹시 피해의식 때문은 아니었을지, 그 피해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나’와 ‘너’의 상처는 무엇이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나’의 상처에 대한 이해와 ‘나와 다른 상처를 지닌 이’들에 대한 감수성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저자의 논의는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한 개인의 피해의식의 발생에 사회적 문제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나아가 권력과 일부 언론이 자신의 체제 유지 및 강화를 위해 대중들의 피해의식을 조장하고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현실을 폭로한다. 사회가 피해의식에 휩싸인 개인들을 양산하고 그 개인들이 모여 다시 집단을 이룰 때, 우리 사회에는 아귀다툼과 같은 갈등과 마찰, 분열이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빈부 갈등,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등 우리 시대의 많은 사회적 갈등의 근본에는 피해의식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하며, 피해의식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잠재적 요소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나’와 ‘너’의 피해의식 뿐만 아니라, ‘우리’의 피해의식을 극복할 현실적 방안 역시 제시한다.

“글을 읽는 데 멈춰지게 되는 순간이 많아서 한 번 읽는 데 오래 걸리네요.” 이 책의 전신인 브런치스토리 연재에 달렸던 한 독자의 댓글이다. 이 책은 결코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피해의식, 또 가족·연인·친구 등 소중한 이들의 피해의식이 떠올라 마음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복잡해져 하루에 몇 장 읽기 어려운 책이다. ‘나’의 상처든 ‘너’의 상처든 ‘우리’의 상처든, ‘상처받은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일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상처받은 기억을 잘 치유하는 것이 행복이고, 그렇지 못하는 것이 불행”이라고 말하며,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그 어렵고 힘든 일을 우회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세상에 상처받지 않는 삶은 없다. 누구에게나 아물지 못한 상처는 있고, 앞으로 받게 될 상처도 있을 것이다. 그 상처 때문에 피해의식에 휩싸여 ‘나’, ‘너’, ‘우리’ 모두가 불행해지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것이다. 그때 이 책이 그 ‘상처받은 마음’의 길잡이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바이블.’ 언젠가 이 책이 그렇게 불릴 수 있길 기대해본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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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진규

“앎과 삶을 연결할 수 없다면 철학은 필요 없다.”

철학을 공부하며, 글을 쓰고, 수업을 하며 산다. 앎과 삶을 연결하려는 인문공동체, ‘철학흥신소’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철학과 삶에 대한 주제로 몇 권의 책을 썼고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스피노자의 생활철학』(2020년), 『한입 매일 철학』(2018년), 『어쩌다 마주친 철학』(2022년), 『철학보다 연애』(2017년)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1부. ‘나’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 피해의식
1. 사회적 금기어, 피해의식
2. 피해의식은 나쁜 것일까?
3. 피해의식은 과도한 자기방어다
4. 피해의식의 여섯 가지 얼굴
5. 자기방어의 도구 : 두려움, 분노, 열등감, 무기력
6. 자기방어의 결과 : 억울함, 우울함
7. 피해의식이라는 주사위
철학자가 본 피해의식 : 스피노자

2부. 피해의식, 사실과 상상의 소용돌이
1. 피해의식이 없는 이는 없다
2. 피해의식은 ‘기억’이고 피해자 의식은 ‘사실’이다
3. 피해의식의 과잉해석과 과소해석
4. 피해의식은 ‘기쁜 슬픔’, 피해자 의식은 ‘슬픈 기쁨’이다
5. 피해의식에 대한 그릇된 진단
6. 피해의식, 상상의 기억화
7. 세 가지 기억, 세 가지 피해의식
8. 나의 피해의식은 어느 정도일까?
철학자가 본 피해의식 : 베르그손

3부. 무의식이란 어둠, 피해의식
1. 피해의식은 무의식적이다
2. 피해의식은 왜 강렬한가?
3. 근본적 피해의식, ‘부모’와 ‘성’
4. 피해‘의식’, 피해‘무의식’, 피해‘전의식’
5. 피해‘전의식’을 확장하라
6. 강박증적 피해의식, 히스테리적 피해의식
7. 신경증적 피해의식 너머
철학자가 본 피해의식 : 라캉

4부. 권력과 금기의 지옥도, 피해의식
1. 피해의식은 사랑받지 못한 상처다
2. 피해의식과 자존감
3. 피해의식의 근본 원인, 기쁨의 독점
4. ‘권력-욕망-금지-의무’의 사면체
5. 피해의식의 촉매제, 자의식 과잉
6. 부채감이라는 폭력
7. 피해의식, 못나서 못되지는 마음
철학자가 본 피해의식 : 에피쿠로스

5부. 피해의식은 어떻게 우리를 파괴하는가?
1. 당위와 현실을 혼동하는 이유
2. 고통을 과장하고 싶은 욕망
3. 소중한 것을 소중히 대하지 못하는 이유
4. 자기연민은 어디서 오는가?
5. 소망의 부정, 부정의 소망
6. 대화의 단절, 관계의 단절
7. 피해의식의 전이
8. 피해의식은 냉소주의를 낳는다
철학자가 본 피해의식 : 비트겐슈타인

6부. 피해의식이라는 거대한 감옥
1. 언제 피해의식은 사회적 문제가 되는가?
2. ‘슬픔의 공동체’의 원인, 피해의식
3. 피해의식은 바이러스다
4. ‘갑질’은 왜 발생하는가?
5. 절대적 피해자와 절대적 가해자
6. 절대적 가해자도, 절대적 피해자도 없다
7. 피해의식과 언론
8. 피해의식과 파시즘
철학자가 본 피해의식 : 악셀 호네트

7부. ‘나’와 ‘너’의 피해의식 너머
1. 약함을 긍정하지 말라
2. 주인공의 시선, 비평가의 시선
3. 평균의 힘
4. 사랑, 자기 객관화에 이르는 길
5. 기억 너머 새로운 기억으로
6. 욕망의 해소, 금기의 직면
철학자가 본 피해의식 : 질 들뢰즈

8부. ‘우리’의 피해의식 너머
1.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에 제멋대로 살아야 한다
2. 피해의식으로 연대하기
3. 예민함 너머 섬세함으로
4. 사랑하거나 싸우거나
5. 한계 너머 문턱으로
6. 피해의식은 아비투스다
7. 내겐 너무 아름다운 그녀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피해의식은 한 사람의 마음에 남은 상흔일 뿐이다.”
한 사람의 피해의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철학과 정신분석학을 통해 피해의식의 발생 원리를 파헤치다

‘피해의식’은 이해하기 어려운 마음이다. 누구나 ‘피해의식’이란 단어를 쓰지만, 정작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모호하고 뒤엉킨 우리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마음은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삶을 서서히 지배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의식처럼 삶에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며 심각한 불행을 초래할 수 있는 마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저자는 철학과 정신분석학이라는 ‘안경’을 통해 ‘피해의식’이라는 보이지 않는 마음을 또렷이 볼 수 있게 해준다.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의 마음에 어떻게 피해의식이 자리 잡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선 저자는 피해의식을 ‘상처받은 기억으로 인한 과도한 자기방어’라고 정의한다. 오랜 시간 부모에게 학대받은 아이는 누가 손을 올리기만 해도 화들짝 놀라며 머리를 감싸는 등의 방어 자세를 취하는 것처럼, 오랜 시간 가난·외모·학벌·성차별 등으로 상처받은 아이는 누가 가난·외모·학벌·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만 꺼내도 화들짝 놀라며 화를 내는 등의 방어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처럼 반복되었던 마음의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바로 피해의식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정의는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저자의 섬세한 감수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피해의식을 ‘그저 나쁜 것’으로 여긴다. 이는 피해의식이 삶에서 주로 느닷없는 감정 폭발이나 이해할 수 없는 고집, 자기연민 등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피해의식은 멀리하려 하고, 자신의 피해의식은 숨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저자는 “상처받으면 누구나 자신을 보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피해의식 그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한다. 피해의식을 이렇게 정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피해의식을 ‘비이성적 감정’이 아닌 ‘자기보호 장치’로 볼 수 있을 때, 피해의식 너머 한 사람의 ‘상처받은 마음’을 볼 수 있는 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피해의식은 한 사람의 마음에 남은 상흔일 뿐이다. 깊은 상처가 반복되어서 오래도록 아물지 못한 피딱지 같은 상흔. 한 사람의 상흔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상흔(피해의식)을 흉터(부정적)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깊은 상처로 인해 피부를 꿰맨 상흔을 보며 흉하다고 인상만 찌푸리는 것은 얼마나 비인간적인 일인가?
‘나’의 상흔이건 ‘너’의 상흔이건, 그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상흔(피해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상처(고통)를 먼저 보아주어야 한다. 겁이 많은 아이는 다그치지 말고 먼저 따뜻하게 안아주어야 하는 것처럼, 피해의식이 있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피해의식에 대해 날카로운 말로 다그치기 전에, 먼저 따뜻하게 안아주어야 한다. ‘나’의 피해의식이건 ‘너’의 피해의식이건, 그것에 대해 차갑게 가치 평가하기 전에 먼저 상처받은 마음을 살펴주어야 한다. “너는 이런 상처로 인해 피해의식이 생기게 되었구나.” 이것이 피해의식을 다루는 첫 번째 작업이다.” __「피해의식은 나쁜 것일까?」에서

저자는 피해의식 그 자체가 아닌, 피해의식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에 주목한다. 즉, ‘상처받아 자신을 보호하려는 마음’은 나쁜 것이 아니지만, 그 마음이 과도해지면 우리 삶을 심각한 불행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그리고 과도하게 자신을 보호하느라 삶이 불행해지고 있다면, 그 과도한 부분은 바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교통사고(상처)의 경험이 있는 ‘수철’과 ‘선빈’의 이야기를 통해 ‘피해의식에 휩싸인 슬픈 삶’과 ‘피해의식을 넘어선 기쁜 삶’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철’은 교통사고를 당한 뒤로 집 밖에 잘 나오지 않는다. 이 역시 이해 못할 바 없다. ‘수철’은 ‘집 밖에 나가지 않으면 다시 교통사고를 당할 일도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수철’ 역시 자기 나름대로 자기방어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수철’의 자기방어에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이 과도한 자기방어는 건강하지 않다. 과도한 자기방어는 우리네 삶에 크고 작은 불행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수철’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과도하게 자신을 지키려 한 대가로 바다의 시원함도, 꽃의 향기도, 산 정상의 풍광도 만끽할 수 없을 테다. 그뿐인가? 함께 울고 웃으며 지낼 소중한 친구도 만날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이는 과거의 상처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다 오히려 그 상처에 영원히 갇히게 되는 서글픈 일이다. 집 밖에 나오지 않으면 결국은 영원히 집 안에서 지난 상처만 되새기며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이는 얼마나 불행한 삶인가.
‘선빈’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선빈’ 역시 집 밖을 나설 때마다 두려웠다. 횡단보도 앞에 서면 쿵쾅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몇 번이고 주변을 살펴야 했다. 그렇게 겨우겨우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게 됐다. 그런 ‘선빈’에게는 어떤 삶이 펼쳐질까? ‘선빈’은 횡단보도를 지나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선빈’은 그녀와 함께 산과 바다, 영화와 음악을 여행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그 매혹적인 순간들 덕분에 ‘선빈’은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종종 잊게 됐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 자신의 상처마저 치유되는 삶. 이는 얼마나 유쾌하고 기쁜 삶인가? __「피해의식은 과도한 자기방어다」에서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피해의식 너머 기쁜 삶! 저자는 상처받은 이들을 상처받은 채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들을 그저 위로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그들이 상처에서 한 걸음 걸어 나와 다시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이론적 토대와 실천 방안들을 마련해준다. 이러한 관점은 철학자이자 인문주의자로서 오랜 시간 세상 사람들에게 ‘유쾌하고 씩씩한 삶’을 설파해온 저자의 철학을 잘 반영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수철’의 삶보다 ‘선빈’의 삶에 마음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피해의식은 사람마다 다른 모습으로 드러난다.”
우리네 삶과 맞닿아 있는 진짜 이야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나’와 ‘너’의 피해의식을 이해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매우 다양한 종류의 피해의식을 소개한다. 보통 피해의식을 떠올리면, 가난이나 외모에 대한 상처 혹은 화를 내거나 흥분하는 모습 등을 연상하지만, 실제 우리 삶에서 피해의식이 드러나는 모습은 그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사람마다 상처받은 기억은 다 다르고, 그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양상 또한 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선 두려움·분노·열등감·무기력·억울함·우울함이라는 여섯 가지 감정을 통해 피해의식이 우리 삶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승주’는 사랑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 어린 시절 늘 바빴던 부모님은 ‘승주’를 집에 혼자 남겨두었다. 빈집에 남겨진 ‘승주’는 늘 혼자 베란다에 서서 부모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그저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것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법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도 미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랑받지 못한 ‘승주’는 종종 피해의식에 휩싸이곤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버림받을까 봐 두려웠다. 누군가에게 깊은 사랑을 받는 사람을 보면 정체 모를 분노가 일었다. 누군가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사람을 보면 열등감에 휩싸였다. 그렇게 ‘승주’는 누군가를 만날 삶의 의욕을 놓아버렸다. 시간이 지나 ‘승주’는 모든 것이 억울해졌다. __「자기방어의 결과: 억울함, 우울함」에서

‘재길’은 돈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 ‘재길’은 가난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난한 유년 시절을 피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돈을 벌러 나간 건지 빚쟁이들을 피한 건지 늘 곁에 없었고, 남겨진 ‘재길’과 엄마는 모텔은 전전해야 했다. 옆방 연인의 신음 소리가 여덟 살 아이의 귀에 들릴까 봐 엄마는 흐느끼며 ‘재길’의 귀를 막아주었다. ‘재길’은 돈 때문에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았고, 그로 인해 과도한 자기방어의 마음이 생겼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재길’은 대기업에 취직했다.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이룬 뒤,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다. 하지만 ‘재길’은 통장에서 크고 작은 돈이 빠져나갈 때마다 늘 심장이 두근거렸다. 통장에서 크고 작은 돈이 빠져나갈 때마다 다시 음습한 모텔에서 엄마와 부둥켜안고 울던 아이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__「자기방어의 도구: 두려움, 분노, 열등감, 무기력」에서

저자가 피해의식을 그려내는 방식은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어떤 종류의 피해의식이든, 저자는 그 피해의식을 갖게 된 사람의 서사와 감정선을 따라 그 모습을 그려낸다. 이는 정신과 의사나 심리 상담사가 환자나 내담자의 증상을 해석하는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오히려 영화감독이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의 상처받은 기억이 어떻게 피해의식이 되고, 그 피해의식은 삶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마치 그 사람에 대한 단편 영화를 보듯 생생히 체험하게 된다. 이는 저자가 오랜 시간 인문 공동체를 이끌며 상처받은 이들과 부대끼며 살아왔기에 가능한 리얼리티다.

저자는 가난·외모·학벌·성차별·권력 등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피해의식뿐만 아니라, 직장에 대한 피해의식(“나는 힘들게 일하는데 너는 왜 편하게 일해?”), 우유부단 피해의식(“나는 할 말 못하고 사는데 왜 넌 하고 싶은 말 다 해?”), 오해에 대한 피해의식(“사람들은 항상 날 오해하고 있어!”), 강박증적 피해의식(“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히스테리적 피해의식(“나만 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