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너머빛이된이들과의추억을써내려간출석부
『빛과이름』은총51편의작품을5부로나누어구성했다.곳곳에는시인이잃어버린인물들이편재해있다.그는다시는만날수없는,기억속에서만존재하는“내인생을다주었”(「지지난꿈에나왔던지난꿈의사람」)을만큼사랑했던이름들의“출석을부른다”(「영원―웅천석재에서」).처음으로호명되는것은‘아버지’다.아버지가부재한10년동안그를그리워하며쓴시편들에는집앞문밖에서“초인종눌러도당신은없”으니“속속들이사무치게그”(「마중」)리운마음이오롯이담겨있다.“빤히보이진않아도깃들어계신당신”이기에어떤형태로든“어디에나있게되는것”(「물결―오스틴텍사스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리버보트셔플」)이라고스스로를다독이지만“넘실거리며물이떠나”고“너도떠나”(「untied물이나가네―파도의록스테디」)는광경은결코면역되지않는먹먹한슬픔의세계로인도한다.
이감정은‘할머니’(「헛기침―할머니의절대적모럴을기리는향가」),잠정해체한밴드‘3호선버터플라이’(「다시가보니흔적도없네―응암동오남매왈츠」),고양이‘나비’(「우리집고양이녹색눈다이아몬드―떠나간나비의모듈러신시사이저」)와강아지‘슈’(「복숭아소네트―슈환상곡」)그리고‘가을이’(「마이크로증폭우주밤산책―슈와가을이에게」),‘할아버지’‘괴테’‘재홍아저씨’와‘홍성고모’그리고故방준석음악감독등으로확장된다.“여긴어딘가요다들어디계신가요”(「죽음은흰천을반으로접는일입니다―순간의현상학」)라는외침과함께.망망대해만큼커다란슬픔이남긴시구들은“전구가녹아흘러빛이출렁여/아리랑아리랑우는바람소리”(「놓고가신님」)가된다.
그럼에도그는비탄에잠기지않고‘영원’을공감각화하고자한다.영원히돌아오지못할빈자리로가득찬출석부를부르다“빛이나”는“영원”(「날개」)이자리에있는것을바라본다.마지막작별인사를나누는화장터에서도“시선을돌려도무늬의중심에[……]빛”이있고,빛은영원한이별이아닌항상곁에있다는전언처럼“빛을타고빛의속도로”(「아뉴스데이―화장터에서」)위로가필요한모든이의머리위로쏟아진다.
리듬위에서일렁이던슬픔이허문음악과시의경계
지판가생이에하얀자개스트라이프가박혀있는스타일윗줄네개를검지로한꺼번에짚으며한손가락만높은음을따로짚는그런코드운지코러스가배경에깔린다좋은노래다싶은데이걸근데누구랑부르지
―「몽유세한도」부분
잘알려진것처럼시인성기완은록밴드3호선버터플라이의리더였으며SSAP프로젝트로활동하며뮤지션이자라디오DJ,문화평론가로도활발하게활동중이다.특히올해는그가뮤지션으로활동한지30주년이되는해이기도하다.이를기념해‘쿰바와영실들’이란이름으로싱글앨범『네오소울곡집vol.1』이시집출간과때를같이해발표된다.이앨범에수록된「몽유세한도」는이번시집에실린동명의작품을낭송해청각적으로재해석한것이며,타이틀곡인「FeverSong」은시집수록작「빛―49재」에등장하는故방준석음악감독을추억한곡이다.시와음악이유기적으로연결되어시각적텍스트를완독한후의여운을청각을통해이어갈수있으니시집을읽고그의음악을듣는다면더욱특별한독서가될것이다.
해설을쓴황유원시인이“이름을실컷부른김에노래도한번불러보자.아니,노래를부르듯이름을불러보자”고한것처럼“기타에피가”(「영원―웅천석재에서」)튀도록노래하던그는이제“기타가된나무가”된다.넘치는에너지와끝없는실험정신으로사랑을노래하던소년은다시“마음의마당이부풀어올라/무한한들판이”(「게으른기타리스트의발라드―Ousontlesneigesd’antan?」)된다.남은슬픔이닳아없어질때까지더곧고넓은사랑을“노래하고또노래”한다(「소희찬가」).
시인의말
여는시
공용세탁소에서
무릎을말아쥔채
기다리네
빨래가다되기를
입을벌리고하얀크림빵을먹는
어둠을
시를
2023년가을
성기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