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대 시 155편 깊이 읽기 1 : 결함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프랑스 현대 시 155편 깊이 읽기 1 : 결함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30.00
Description
프랑스 현대 시의 기원이 된 보들레르에서
침묵과 언어 사이에서 통로를 찾는 이브 본푸아까지,
20세기 위대한 시인들의 발자취를
충실하게 탐색하는 불문학자 오생근의 필생의 작업
프랑스 문학사에서 최초의 현대 시인이라 이야기되는 샤를 보들레르에서 침묵과 언어 사이에서 통로를 찾는 이브 본푸아까지, 프랑스 현대 시인 18명의 작품 155편을 엄선해 ‘깊이 읽기’를 시도하는 오생근 교수의 『프랑스 현대 시 155편 깊이 읽기』(총 2권)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전체 1000쪽이 넘는 분량으로, 불문학자이자 문학비평가로서 더없이 열정적으로 프랑스 문학과 이론을 한국에 소개하는 작업을 해온 저자의 평생 연구의 성과가 담겨 있다. 이 책은 프랑스 현대 시인들의 예술가적 탐구와 ‘견자見者’의 시적 모험에 공감하기 위해서, 그리고 시적 언어의 진실과 아름다움에 투영된 그들의 열정과 고투의 발자취를 충실히 따라가기 위해서 쓰였다. 저자는 시를 읽는 즐거움과 해석적ㆍ이론적 탐구의 욕구를 두루 만족시키는 균형 잡힌 시선으로 시행 하나하나를 정밀하게 검토하는 꼼꼼한 읽기를 시도하는데, 그러면서도 하나의 해석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읽기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덕분에 세계와 시인과 독자가 텍스트 위에서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풍성한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저자

오생근

문학평론가.서울대학교불문과를졸업하고1983년프랑스파리10대학에서「앙드레브르통의초현실주의소설3부작의형태와의미에관한연구」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대학교불문과교수를역임했으며,현재명예교수이다.
1970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평론「동물의이미지를통해본이상의상상세계」가당선되어평론활동을시작했다.평론집으로『삶을위한비평』(1978),『현실의논리와비평』(1994),『그리움으로짓는문학의집』(2000),『문학의숲에서느리게걷기』(2003),『위기와희망』(2011)등이,연구서로『프랑스어문학과현대성의인식』(2007),『초현실주의시와문학의혁명』(2010),『미셸푸코와현대성』(2013)등이있다.번역서로는프레베르시집『장례식에가는달팽이들의노래』(2017),프랑스현대시를모은『시의힘으로나는다시시작한다』(2020),앙드레브르통의소설『나자』(2008),그리고미셸푸코의『감시와처벌』(1994),『육체의고백』(2019)등이있다.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팔봉비평문학상,우호학술상,대한민국학술원상,수당상을수상했다.

목차

[1권:결함없는영혼이어디있으랴]
서문4

샤를보들레르
알바트로스|상응|풍경|우울|허무의맛|우리의적|고양이들|언제나변함없기를|연인들의죽음|지나가는여인에게|이국향기|전생|아름다움|명상|불운|여행으로의초대(운문시)|여행으로의초대(산문시)|창|취하세요|누구에게나괴물이있는법|늙은광대|나쁜유리장수|요정들의선물|가난한사람들의눈빛|후광의분실

스테판말라르메
축배를들며|파이프담배|출현|바다의미풍|창|창공|종치는사람|벌받는어릿광대II|꽃|탄식|시의선물|씁쓸한휴식에지쳐서……|자신의순결한손톱들이……|“순결하고,강인하며,아름다운오늘은……”|“어둠이숙명의법칙으로위협했을때……”|잊힌숲위로우울한겨울이……|벨기에친구들에대한회상|(말라르메양의)부채|(말라르메부인의)부채|에드거포의무덤

폴베를렌
내마음에눈물흐르네|가을의노래|저무는태양|이제는결코|우울|감상적대화|하늘은지붕위로……|희망은외양간의밀짚처럼빛나는데|일정한간격으로서있는울타리가|시학|달빛

아르튀르랭보
감각|음악에덧붙여서|소설|골짜기에잠자는사람|초록빛선술집에서|나의방랑|일곱살의시인들|모음들|별은장밋빛으로울었네……|취한배|눈물|카시스강|아침에떠오른좋은생각|오계절이여,오성城이여|돌이켜생각해보면,오래전에|지옥의밤|불가능|섬광|아침|아듀|대홍수이후에|삶|출발|도시|방랑자들|새벽|염가판매|꿈처럼아름다운|민주주의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보들레르는최초로대중과의결별을선언한시인이다.그는대중에게이해받는시인이되려고하지도않았고,대중을위한시를쓰지도않았다.“이해되지못하는데영광이있다”는그의말은고독한시인의자존심을드러내는것이었지만,대중의이해보다그가추구하는‘언어의경험lesexperienceslangagieres’이훨씬더중요하다는것을보여주는말이기도했다.그는현대세계에서모든‘표현불가능한것’을‘표현가능한것’으로만드는언어의모험을초인적으로감행했다.그러므로그의새로운시학은20세기시인들에게그대로살아있는전통이되었다._5쪽(서문)

시의언어는나무처럼자라서꿈을꾸게하거나희망의불빛처럼인간에게삶의위기에서좌절하지않을수있는용기와위안을갖게한다.그것이바로시의힘이다.시의힘은공간과시간을초월하여모든사람에게희망을줄수있는것이다.이책이프랑스현대시의축제혹은한마당이되어모든시에내장된불꽃의언어가때로는따뜻한등불로,때로는폭죽을터뜨리는눈부신섬광으로떠오를수있기를바란다._6쪽(서문)

보들레르는산문시집서문에서“모든것이머리이자동시에꼬리”이고반대로“모든것이꼬리이자머리”인형태,“우리가원하는곳어디서나중단할수있는”자유로운상념의전개가가능한작품을산문시라고말했다.우리는시인의말처럼,산문시의“풍요로운상념”에동참하면서“시간이느리게가”는생각의여행을즐길수도있고,우리의독서를“우리가원하는곳어디서나중단할수”도있다.산문시에대한우리의해석역시마찬가지이다._113쪽(샤를보들레르_<여행으로의초대[산문시]>)

그리고나는잠자리에눕는다,
나자신이아닌다른사람들속에서살았고,
고통을느꼈다는것을자랑스러워하면서.
_114쪽(샤를보들레르,<창>)

이처럼자본주의사회의도래를신성한것의상징인후광의상실에비유한버만의견해를받아들일때,마르크스와보들레르는모든신성한가치가사라져버린다에위기에공감했다고할수있다.보들레르의「후광의분실」은위기의시대에시인은어떤입장을취해야하는지를잘보여준다.이시에서시인-화자는후광을쓰고다니던중,‘불바르leboulevard’를건너면서혼란스럽게달리는마차들을피해뛰어가다가그만후광을잃어버리고만다.[…]보들레르는이러한보행자의상황에서자신의예술작품이어떤형태가되어야할지를보여준다._181~182쪽(샤를보들레르_「후광의분실」)

이것은누구의말인가?하느님의말씀인가?시인의양심의목소리일까?하느님의말씀이건,시인의양심이건,시인은자신을질책하기만할뿐,이물음에변명하거나대답하지않는다.“넌뭘했지?”의반복은질책의어조를강하게부각하는효과를갖는다.특히마지막행“네젊음으로넌뭘했지?”는순수했던젊음에대한그리움을환기하면서,젊은날의순수성을상실하고방종한생활에빠졌던시인이자신의과오를인정하는표현으로보인다.이것은기독교로전향한시인이잘못을고백하고하느님에게용서를구하는듯한모습을연상시킨다._323쪽(폴베를렌,<하늘은지붕위로……>)

랭보의작품중에서가장자전적인시로알려진이시는주어가일인칭이아니라삼인칭으로전개된다.이것은랭보가자신의이야기를주관적으로서술하지않고,객관화하려는의도에서비롯된것으로보인다.시인이자비평가인이브본푸아는이시를경탄할만큼“뛰어난시”로평가하고,시인의어린시절에대한“진실한묘사와반항적인정신의힘이생생하게”표현된작품으로해석한다.또한쉬잔베르나르와앙드레기요가공동편집한『랭보의작품들』에의하면,“이시는어머니의이해성없는성격이어떻게랭보의반항심을불러일으키게되었는지를깨닫게해주는동시에,어머니때문에아들이위선적이될수밖에없었음을알게해주는”작품이다._388쪽(아르튀르랭보,<일곱살의시인들>)

이러한그의독서체험과함께우리가주목해야할것은그의‘견자’시론이다.이시론에의하면,시인은‘모든감각의이성적착란’에의해서,미지의세계를꿰뚫어볼수있는투시력levoyance을가져야한다는것이다.그는‘이성적착란’이라는모순어법을통해,이성과광기의경계를넘어서또는이성의한계를초월한광기의정신으로시를써야한다고주장한다.「취한배」는이러한시론이반영된작품이다.이시의주인공인“취한배”는모든관습과정신의구속을부정하고,험난한모험의길을떠난‘자유인’의상징이자,새로운시적언어를모색하고창조하려는‘예시자’시인의상징이기도하다.다시말해서이시는새로운인간으로탄생하려는자유인의정신적모험이자동시에‘모든감각의이성적착란’과환각의체험을통해새롭고창조적인글쓰기를시도한젊은시인의시적모험인것이다._414~15쪽(아르튀르랭보,<취한배>)

화자는이러한지옥의환각체험을이야기하면서“나는지금지옥에있는기분이다,그러므로나는지옥에서존재한다”고진술한다.이것은데카르트의“나는생각한다,그러므로나는존재한다”는경구를패러디한것이다.이구절이나오기전에,지옥에서의형벌은현재형으로서술되고,지난날에지옥보다는천국을,악보다는선을,지옥의형벌보다는천국의구원을꿈꾸거나생각했던것은반과거나대과거로서술된다.화자는천국의구원을꿈꾸었던것은먼과거이고,세례를받은것이자신을불행하게만들었다고단정함으로써부모를원망한다.그는지옥에서지내는생활도“인생”이기때문에,“영벌”이고통이아니라“즐거움”이되기를기대하기도한다.그다음에“진실”“정의”“판단”“완전”등의명사는기독교인의모럴과는다른시민사회의개념이다._416쪽(아르튀르랭보_<지옥의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