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물질의 화학 : 화학물질 세상에 대한 과학적 통찰

거의 모든 물질의 화학 : 화학물질 세상에 대한 과학적 통찰

$28.00
Description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화학과 화학물질,
그 본질을 알고 나면 전혀 다르게 보이는 세상!

화학물질 세상에서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면서 그 너머 미래까지 생각하게 하는 책!
우리는 물질이 이루고 있는 세상, 물질이 만들어낸 문명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정작 그 물질의 본질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 물질에 대해 설명해주는 화학은 다른 과학 분야에 비해 유난히 높은 벽이 느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학’ 하면 ‘어렵다’와 ‘위험하다’는 의미와 연관 짓고 ‘자연’이나 ‘천연’과 반대 의미인 ‘인공’과 ‘합성’, 그리고 ‘공장’, ‘독성’과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화학은 어렵고 위험하며 유해하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화학만큼 우리 삶을 지배하는 학문도 드물다. 화학은 다른 과학 분야보다 우리의 삶과 훨씬 더 가까이 있으며 인류 지식의 발전 면에서도 예측 가능한 이론과 경이로운 현실을 연결한 학문이다. 이제 화학을 유해성 여부만을 논하는 대상으로 보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인류 역사는 물질이 문명을 만들고 다시 문명이 물질을 만들며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화학은 인류사를 통과하는 거의 모든 물질을 설명해준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지구의 다양한 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것은 화학물질 세상에 대한 과학적 통찰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만든 화학물질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화학물질의 본질과 정체, 그리고 그것과 관련해 널리 퍼져 있는 오해와 진실을 밝힘으로써 화학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화학물질에 올바로 접근하게 하면서 세상을 새로이 이해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물질의 근원인 원자, 분자로 시작해, 물질이 만들어지는 과정, 물질의 특성, 인류가 새롭게 만든 물질과 문명, 그 과정 속 인물들의 성공과 실패, 플라스틱 세상의 환경 문제와 미래를 위한 구체적 제언 등을 담았다.

과학자나 전문가를 제외하고 화학과 화학물질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과 그 영향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전문가들조차 모두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인지 유독 사고도 빈번하고 잘못된 정보도 많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사건과 현상에 대해 사유하면서 논리적이거나 과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정보 유통망과 거미줄처럼 얽힌 사회 관계망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자신의 관점을 만들어가기 쉽다. 특히 괴담이나 거짓 정보는 이런 취약한 시스템 속에서 몸집을 부풀리고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 책은 화학물질의 악역을 찾기보다 화학을 제대로 알고 물질에 대한 적절한 태도를 취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책의 본질은 화학물질을 의혹과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좀 더 친근한 물질로 대하고 그 본질을 이해해 물질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하는 데 있다. 인터넷이나 방송 매체에서 비빔밥처럼 버무려진 정보들에 휘말려 공포를 느끼지 않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생각의 근육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인류의 이기심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그 너머의 것을 함께 고민해보기 위한 책이다.
저자

김병민

컴퓨터공학자이자화학공학자다.한림대학교반도체·디스플레이융합스쿨과인천대학교에서겸임및전문교수로활동한다.인공지능기반의과학콘텐츠글로벌플랫폼비즈니스를하고있다.동시에칼럼연재와강연,집필활동으로대중과소통한다.

2017년세종도서교양부문에선정된『사이언스빌리지』,2019년세종도서교양부문선정도서인『슬기로운화학생활』,『주기율표를읽는시간』,2020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우수출판콘텐츠로선정된『숨은과학』,『거의모든물질의화학』을집필했다.또옥스퍼드대학교VSI시리즈인『화학의역사』를번역했다.

저자의삶의가치는‘믿음’이다.자신이행하는모든것들이공유가치창출(CreatingSharedValue)이돼야한다고말한다.누군가는저자의의도가담긴책을읽고삶이변화할것이라믿으며지금보다조금이라도나은세상이될것이라믿는다.『지구파괴의역사』책역시인류가써내려가는이야기에깊은질문을던지기위해과거와현재를기록했다.

목차

머리말

1장물질을알아가다
1.알고있었으나제대로알려지지않은물질들
2.윤리를망각한현대판연금술사
3.화학물질의유해성을논한다는것
4.원자와원소
5.화학은전자의이야기
6.고작100개남짓인재료로만드는세상
7.아연과수은의동거

2장물질을이해하다
1.물질은왜만들어질까
2.물질은모양만변할뿐재료는사라지지않는다
3.인류문명에큰영향을준물질
4.배열과결합의분자건축
5.인간의욕망을닮은화학
6.지구의시간을꺼내다
7.새로운물질의등장
8.물질의본성

3장새로운물질을만들다
1.탄소하나로시작하다?메탄,클로로포름,메탄올
2.불개미끓이기를멈추다-포름알데히드와포름산
3.탄소두개가만나다-에탄,에틸렌,아세틸렌
4.신의물방울,에탄올
5.독과식초-아세트알데히드와아세트산
6.탄소세개가만났을때?이소프로필알코올과아세톤,그리고수족관
7.자동차부동액을먹고바른다고?-프로필렌글라이콜
8.네개이상의탄화수소-석유화학산업의발전
9.연료를얻기위한화학적여정
10.구조가기능을만드는분자건축

4장사라지지않는물질들
1.당구공에서시작된플라스틱의역사
2.달고나를닮은폴리머
3.착한플라스틱과나쁜플라스틱?-폴리에틸렌
4.단단하기도하고부드럽기도한플라스틱?폴리염화비닐
5.금속보다매력적인플라스틱?폴리아세틸렌
6.유리처럼투명한플라스틱-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7.뜨거워도괜찮아-다양한용도의플라스틱
8.팬데믹최전선의플라스틱-폴리프로필렌의명암
9.조심스러운고분자?폴리스타이렌
10.플라스틱과환경호르몬?폴리카보네이트
11.침묵의역습

5장먹는것도물질이다
1.식품에대한분자생물학적고찰
2.세상을움직이는발효의화학
3.천연물질과인공화합물의이유없는대결
4.필요이상의공포,필요이상의안심
5.단백질접힘과풀림
6.건전한정신에건강한몸이깃든다
7.약과독은형제사이
8.기적의신약은없다

6장거의모든물질의화학
1.화학은친화력이다
2.무기화학공업의발전
3.천국과지옥을경험하다
4.화학은반응의학문
5.화학,생물학을설명하다
6.자연을흉내내다
7.염료로시작해약을합성하다
8.인류가집착한또다른물질,고무
9.‘지속가능함’으로위장한인류의두얼굴

7장새로운물질,새로운문명
1.태양으로그리는그림
2.그래핀시장의주도권
3.타노스를닮은중국과디스플레이기술의왕좌
4.화석에너지의연장선에있는수소
5.자연에서답을얻다

글을마치며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가습기살균제사건과살충제계란사건

우리현대사에서비교적가까운지난30년동안한꺼번에수많은인명을앗아간사건들이있었다.1995년삼풍백화점붕괴와2003년대구지하철화재,그리고2014년세월호침몰사건은사망자만수백명에달하는참사였다.그런데지금언급한사고들의사망자수를합친것보다더많은희생을치르고있는사건이있다.1995년부터희생자가발생하고있었으나2011년에야피해를인식하기시작한‘가습기살균제사건’이다.
2020년7월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특조위)가가습기살균제로인한피해규모를정밀하게추산한결과에따르면당시해당제품사용자는627만명(오차범위를고려할때최소574만명)에이른다.이중피해를입은사람은약67만명(오차범위를고려할때최소61만명)이며가습기살균제로인해새로운증상이나질병이발생한사람을약52만명으로보고있다.52만명중에는기존에앓던질병이악화된경우가약15만명,병원진료를받은뒤사망한경우가약1만4,000명인것으로추산되었다.이런놀라운수치에도불구하고피해신고자는6,817명에그쳤고,이는특조위가추정한피해인원의1퍼센트에불과한수준이다.이수치는가습기살균제피해자들이피해여부를제대로파악하지못하고있으며,지금까지원인도모른채질병에고통받고있는이들이많다는것을의미한다.2020년을기준으로판정된공식적피해자만4,114명,사망자는995명이다.
가습기살균제사건은잘알려진사건이지만그피해정도와원인은명확히알려지지않고있으며시간이지나면서우리의기억에서마저흐릿해지고있다.당시직접적인피해를입지않았지만동일제품을사용했던대부분의소비자에게화학물질에대한공포와혐오증(일명케모포비아)을불러왔다.연이어케모포비아를가져온사건은또있다.바로2017년의살충제계란사건이다.당시정부는파격적인유통통제를실시했고,덕분에마트에서계란이일제히사라져한동안식탁에서계란을구경하기어려웠다.
이두사건의중심에는화학물질이있다.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피프로닐(Fipronil)이라는살균제와살충제물질이다.살균제는박테리아같은미생물을제거하기위한물질이고살충제는해충을죽여없애려는목적으로만들어진물질이다.대상과목적이분명하지만정해진용도와용법에서벗어난물질은다른얼굴이된다.
PHMG를비롯해가습기에포함된또다른화학물질인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은주로세제나미용제품과같은공산품에발생하는세균을제거하거나증식하지못하게정해진미량을사용한후충분히제거하도록권고하고있다.문제는이런물질이정해진용도와용법에서벗어나엉뚱하게도가습기라는제품에사용된것이다.가습기는습도를조절하기위해실내공간에수증기라는물분자덩어리를뿌리는제품이다.살균제물질은물분자와공기를매개로호흡기를거쳐인체내부로들어갈수있다.결국흡입독성을충분히예측할수있었다.그런데도살균제의흡입독성에대해충분한고민없이기업은제품을제조하고정부는허가했으며소비자는성분을알지못한채믿고사용한것이참사를불러왔다.
가습기살균제사건의학습효과로살충제계란사건에모두예민한반응을보일수밖에없었다.정부와양계업계는물론소비자까지그야말로혼란에빠져들었다.계란에잔류하는피프로닐의허용기준은0.02ppm이다.그런데문제가된농장에서0.0363ppm이검출됐다.그러면계란에서피프로닐이검출된사실과그함유량,어떤것이문제였을까?결론부터말하면살충제는그자체로유해하지만하루에한두개정도의계란을섭취해도인체에는큰문제를일으키지않는다.흥미로운사실은이피프로닐이이미다른식품에도존재하고허용되었던물질이라는것이다.사용하면안될물질이어느날갑자기우리곁에다가온것이아니다.심지어다른식품의피프로닐함량허용기준수치는아이러니하게도논란이됐던계란보다높은경우도많다.피프로닐은인류가이미잘알고있었던,그러나소비자에게잘알려지지않은물질이었을뿐이다.다만,계란에존재하면안된다고생각했던물질이발견된것뿐이다.역학조사결과,양계농장에서청결한사육환경을위해살포한살충제가닭의몸을타고계란으로옮겨진것이다.하지만검출량만으로본다면그렇게소란스럽고공포스러울필요는없었다.물론정부는위해도(危害度)수준을떠나유통된계란의적정한처분과양계농장에대한후속조처를재빨리실행했어야한다.하지만정부와언론은계란을섭취하면마치큰일이라도날것처럼알기도어려운수치와단위를나열하며전국민을화학공포로몰고갔다.두려움은온전히소비자몫이었다.앞서언급한두사례는비슷하지만미묘하게다르다.하나는모르고당한거라면다른하나는알면서도당한것과같다.하지만소비자로서는아무것도알수없는노릇이었다.

질문이필요한시대

우리삶의주변을채우고있는각종제품에붙어있는성분표에는알수없는화학물질이름이빼곡하게적혀있다.분명미지의물질은아니다.제품을생산하는기업은너무나잘알고있는물질이다.화학을연구하는과학자라고모든물질을다알수있는것은아니지만그대략적기능은알고있다.하지만일반소비자는이러한화학물질의정체와기능을알수없다.불안은알지못하는데서비롯된다.그래서어쩌면불안감이드는건당연한것이고,현실에서맞닥뜨리는사고는그불안을공포와혐오로바꾼다.
이런사태가벌어지면소비자는무력해진다.PHMG와피프로닐이라는용어들앞에서무력감은당연하다.그렇다고화학물질의화학적조성과성질이무엇인지,허용량수치에대해일일이알고싶어하지도않는다.이런저런수치를듣는다해도가늠이안된다.무엇보다소비자가가장알고싶은것은오로지‘과연그물질이안전한가’이다.그런데안타까운부분은어느누구도이간단한질문을스스로하지않았다는것이다.
우리는질문을상실한시대에살고있다.성장과효율이라는단어앞에서질문이거추장스러울수도있을것이다.하지만이제는‘어,이거가습기살균제사건과같은일이벌어지는건아닐까?’,‘이렇게뿌려도안전한걸까?’당연히이런질문을꺼내야한다.우리의기억에서흐릿해져가는사건조각을다시꺼내조립하고지금눈앞에펼쳐지는광경과맞춰봐야하는퍼즐인것이다.이것이과거의경험에서얻는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