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괴테를사랑한융
인간의정신은‘대극’으로이루어져있다.사랑과미움,아름다움과추함,선과악,남성과여성,내향과외향,정신과물질,빛과어둠등수많은대극은인간의삶에서자주긴장과갈등을초래한다.융은대극이원만하게융합되고,의식과무의식이균형을이루어개인의독특한잠재력을실현한상태를‘개성화’(individuation),즉‘자기실현’이라고정의했다.자기실현은곧삶의목적이기도하다.
융은의식의차원과관련된‘자아’(Ego)와의식과무의식을통틀은전체정신인‘자기’(Selbst,Self)를구분했다.동양사상을누구보다깊이이해했던융은‘자기’의상징을이야기할때언제나동양의유례로서노자의‘도’(道)를제시했다.저자는이와같은사실을바탕으로,2012년노자의『도덕경』을분석심리학적으로해석한『노자와융』을출간했다.
이후저자는서양고전을분석심리학의대상으로삼고싶다는소망을실현하기위해노력해왔다.그대상이바로괴테의『파우스트』다.『파우스트』는융이자신의저서에서가장많이언급하고인용한작품이기도하다.
“『파우스트』에관해서는내가보기에아무리명상해도부족하다고하겠습니다.왜냐하면제2부에서퍼올리지못한비밀이아직많기때문입니다.내게가장중요한모든것은괴테의『파우스트』에들어있습니다.”_융
융은『파우스트』의제1부는개인적인심리학으로충분히이해가가능한작품인데반해제2부는일반심리학으로는전혀이해할수없는숱한원형적상징으로채워진작품이라고말했다.그만큼『파우스트』에는신화·민담·설화·종교에서다루어지는무수한집단무의식과치유의상징들이여러시구로표현되어있다.저자이부영은독자들이『파우스트』를읽으며무심히지나치는작은사물과배경,등장인물등어느하나도놓치지않고꼼꼼히분석하며그해석은동서양의관점을종횡무진넘나든다.
왜『파우스트』인가:집단무의식의발견
융은인간정신생활의근본은무의식이라고보았다.무의식에는개인적무의식과집단적무의식이있다.개인적무의식을중시한프로이트와달리융은집단적무의식에중점을둔다.집단적무의식은태어날때이미갖추어진,인간행동의보편적이고원초적인조건들이담긴무의식의층이다.의식의뿌리이자토대로많은신화적상징을산출하여의식의창조적변화에이바지한다.
융은예술작품을개인적억압의소산처럼분석하고그로써예술작품의본질을설명했다고주장하는프로이트의방식을배격했다.융은“예술가는개인적충동에따르는것이아니라집단적조류에따른다.이조류의원천은직접적으로의식속에있는것이아니라근대인이지닌정신의원천인집단적무의식에있다”고말했다.그러면서“예술은시대정신에가장부족한형상을드러내기위해무의식에침잠하고그것을들어올려의식가까이갖다놓으면그것은형상을변화시킨다”고했다.따라서예술은“국가와시대의삶에서하나의정신적인자가조절과정”인것이며,개인에게는자기실현의과정인것인다.
왜『파우스트』인가:연금술을통한대극합일
융과괴테의관계는특별하다.융의고백에따르면그의조부는괴테의사생아였다는소문이있었지만,그보다중요한것은젊은시절개신교목사의아들로서선한신(神)에대한회의와신의본체에대해끊임없이고민하던융에게괴테는악의문제를진지하게고민한도반(道伴)이었다.기독교신에대한절대적믿음과마귀의위력을하찮은것으로경시하던1890년대,청년융은신의어두운그림자를직감한자신에대한죄책감에시달리며그해답을신학서나철학서에서찾으려노력했다.
무의식의본질을탐구하며자기안의또다른인격의목소리를듣게된융에게의식과무의식의조화,대극합일은자신을치유하는과정이기도했다.이후융은상징적이해를통해『파우스트』를관통하는기본사상이연금술과헤르메스철학임을발견했다.또한『파우스트』안에서인간정신의대극성과그합일과정에대한모색을찾았다.
융은연금술문헌에나오는수많은상징적표현과정신병환자의꿈속에나타나는상징적이미지간의연관성을발견하고연금술을집단무의식의표현으로여겼다.또한연금술사들이궁극의목표물이라여긴최고의물질메르쿠리우스(Mercurius)는인간정신의변화과정을거쳐이루어진‘전체정신’을상징한다는사실을발견하고이를‘자기’라는말로표현했다.메르쿠리우스를만들기위해노력하는연금술의과정은분석심리학에서대극합일을통한자기실현의과정과같다고보았다.
융은괴테가연금술을접했고,대표적연금술서인『화학적결혼:크리스티아니로젠크로이츠』는『파우스트』를집필하는데상당한영향을미쳤을것으로보았다.저자역시이에동의하고『파우스트』안의곳곳에서그흔적을찾았다.
메피스토는단순히악마에불과한가
『파우스트』는괴테가26세에초고를발표하고82세에완성한작품으로반세기가넘는그의삶과정신,시대경험이결집된작품이다.점성술사파우스트가마귀에게영혼을팔아초능력을발휘하다가타락해서지옥에빠진다는이야기는괴테이전에도여러사람이소설화했다.그러나괴테는이진부한소재를취하여새로운인간상을제시했다.지식의한계에서절망에빠졌다가도끊임없이일어나삶에도전하며,실수와상처투성이인지옥행을겪으면서도다시영원한아름다움을찾아나서고,지상세계의번영을위해행동하는인물로파우스트를재탄생시켰다.
그동안메피스토는악의대명사로알려져있었다.그러나융은오히려파우스트를허풍쟁이,사기꾼등으로폄하하며상대적으로메피스토를높이평가했다.메피스토를기독교의마귀와는다른좀더깊은뜻을전하는존재로본것이다.메피스토는파우스트의또다른인격이자무의식의열등한인격인‘그림자’이지만한편으로파우스트를자연의신비로안내하는자로서절망에빠진그를자살직전에구해지금까지의삶을넘어깊은곳으로인도하는것은물론,어머니들과‘신성’(神性)의신비로이끈다는점에서연금술의메르쿠리우스에가까운존재라고보았다.그것은그림자를‘의식화’함으로써그림자의부정적측면이긍정적·창조적기능으로변화하는개성화의과정이기때문이다.
주님:어디너의길로유혹하여이끌어보려무나.하지만언젠가부끄러운얼굴로나타나이렇게고백하게되리라.착한인간은비록어두운충동속에서도무엇이올바른길인지잘알고있더군요라고._64쪽.
파우스트는많은죄를지었지만신은그의노력과방황을함께감싸안았다.융은이런『파우스트』의결말을매우안타깝게여겼다.파우스트가승천함으로써또다른자아인메피스토와합일을이루지는못했기때문이다.
그러나저자이부영은“삶은자기실현의과정이다.노력하는인간은방황하기마련이고,방황은뜻이있는고통”이라고말한다.파우스트적충동과욕망,눈에보이는성취에집착할것이아니라내면의마음을인식하고자하는태도가중요하다는것이다.자기안에있는무의식을마주할용기가있다면어느날갑자기나타난메피스토와의만남도두렵지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