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라는소재를중심으로섬세한층위를이루고있는유혜빈의시편들은마치하나의꿈결처럼엮여있다.시인이그려내는꿈의정경은온화하고풍요로운색채를지니고있음에도늘슬픔이담담하게흐른다.이꿈속에서독자는화자가유년기에견뎌야했던외로움을어렴풋이느끼기도하고,그가사랑했던이들의목소리를함께듣기도한다.꿈은시인이이별과부재에대한이야기를담아내는장치인동시에,깨어있는세계의반대편으로서지금이곳에없는모든것,‘나’가지닌온전한부재그자체로나타난다.
독자는이별과부재가거듭하여변주되는꿈들을따라가며이것이시인에게있어“쓰려고해서쓰는것이아니라밀려와서쓸수밖에없는”(해설)마음이라는것을느끼게된다.이는어느한사람만이겪는순간의감정이나상태라기보다는“나는결코해결되지않는것이란다”(「고요의바다」)라는구절처럼우리모두가겪는존재적인외로움이자불안일것이다.
유혜빈의시는이러한슬픔을원망없이조용히내보인다.‘당신’의부재속에서도“당신이나를기억하고있어요”라고나지막히말하며“기쁨”과“영원”을말한다(「춤」).시인이담아내는세심하고도조심스러운화자의목소리는그가간직하고자하는사랑의아름다움과함께더는이별을겪고싶지않아하는간절함을떠올리게한다.지금여기없는‘당신’에게“내가당신마음에들게살아볼게요.”(「서울에는비가내려」)라고조용히말하는목소리를들을때우리는‘나’의곁에머물며그의속삭임에더오래귀를기울이고싶은마음이된다.
한편“아름답고싶어.아름다운것을보고싶어.아름다워지고싶어서행동하고싶어.눈에띄지않는조용한용기를가지고싶어.”(「마시멜로우시리얼」)와같은구절에머물다보면오직아름다움을위해살고싶다는시인의선량한마음이우리를담담한감동으로이끈다.이또한사랑이부재하고슬픔과고통이남아있는현실속에서자신과타자의상처를조심스럽게바라보고위로하려는,사랑을향한‘조용한용기’라할수있을것이다.
곁에없는사람의이마를쓰다듬어주는
우리모두의부재를쓰다듬어주는시
시인에게사랑이란“아무도모르게잠들수있도록이마를쓰다듬어주는일”이다(「낮게부는바람」).쓰다듬는행위는촉감,신체적접촉이지만유혜빈의시에서이는멀리서도,심지어부재속에서도가능한일이다.시인은지금여기에없는이의이마를,그부재까지쓰다듬는다.“아무도모르게”,즉‘당신’과‘나’조차도모르게이마를쓰다듬어주는일이야말로사랑의본래모습이라고말하는듯하다.나아가다른누군가가아닌“아주오래된내가”나를찾아와이마를쓰다듬어주는꿈을그려낼때(「BIRDFEEDING」)우리는그외로운마음에먹먹해지는동시에깊은공감과안도감을느끼게된다.유혜빈의시가이룩하는사랑의아름다움이란이렇듯우리가각자지닌부재를감싸고위로한다.유혜빈은이사랑속에서,새로운사랑을열어가며“살아기도하는기쁨”과“사랑은어디에나있다”(시인의말)는믿음으로서두르는일없이오래도록용기있는시를써나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