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이마를 쓰다듬는 꿈속에서 - 창비시선 480

밤새도록 이마를 쓰다듬는 꿈속에서 - 창비시선 480

$11.00
Description
“아둔하게 웃어요 영원히 달려요”
사랑이 사라진 곳에서 다시 사랑을 말하는 조용한 용기
슬픔과 위로를 함께 전하는 맑고 단단한 목소리
고요하고 단정한 언어로 몽환적이면서도 선명한 미감을 선보여온 유혜빈의 첫번째 시집 『밤새도록 이마를 쓰다듬는 꿈속에서』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됐다. 2020년 창비신인시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2년 만에 펴내는 이번 첫 시집에서 시인은 자신만의 차분한 어법으로 “산뜻하고 감각적인”(박상수 해설) 서정 세계를 펼쳐 보인다. 예순한편의 시들은 아스라한 꿈결과 푸른 여름 사이를 부지런히 오간다. 유혜빈은 때로는 환상적인 어법으로 때로는 더없이 구체적인 묘사로 사랑하는 이의 부재와 그리움을 차분히 담아낸다. 또한 슬픔을 넘어 부재를 끌어안고, 사랑의 아름다움에 대해 끈기 있게 적어나간다. 시인이 담담히 읊는 “체념도 부정도 아닌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담백하고 단정한 노래”(안희연 추천사)가 따듯한 온도를 지닌 슬픔과 위로를 전한다.

‘꿈’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섬세한 층위를 이루고 있는 유혜빈의 시편들은 마치 하나의 꿈결처럼 엮여 있다. 시인이 그려내는 꿈의 정경은 온화하고 풍요로운 색채를 지니고 있음에도 늘 슬픔이 담담하게 흐른다. 이 꿈속에서 독자는 화자가 유년기에 견뎌야 했던 외로움을 어렴풋이 느끼기도 하고, 그가 사랑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함께 듣기도 한다. 꿈은 시인이 이별과 부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장치인 동시에, 깨어 있는 세계의 반대편으로서 지금 이곳에 없는 모든 것, ‘나’가 지닌 온전한 부재 그 자체로 나타난다.
독자는 이별과 부재가 거듭하여 변주되는 꿈들을 따라가며 이것이 시인에게 있어 “쓰려고 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밀려와서 쓸 수밖에 없는”(해설) 마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는 어느 한 사람만이 겪는 순간의 감정이나 상태라기보다는 “나는 결코 해결 되지 않는 것이란다”(「고요의 바다」) 라는 구절처럼 우리 모두가 겪는 존재적인 외로움이자 불안일 것이다.
유혜빈의 시는 이러한 슬픔을 원망 없이 조용히 내보인다. ‘당신’의 부재 속에서도 “당신이 나를 기억하고 있어요”라고 나지막히 말하며 “기쁨”과 “영원”을 말한다(「춤」). 시인이 담아내는 세심하고도 조심스러운 화자의 목소리는 그가 간직하고자 하는 사랑의 아름다움과 함께 더는 이별을 겪고 싶지 않아 하는 간절함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 여기 없는 ‘당신’에게 “내가 당신 마음에 들게 살아볼게요.”(「서울에는 비가 내려」)라고 조용히 말하는 목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나’의 곁에 머물며 그의 속삭임에 더 오래 귀를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된다.
한편 “아름답고 싶어.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어. 아름다워지고 싶어서 행동하고 싶어.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용기를 가지고 싶어.”(「마시멜로우 시리얼」)와 같은 구절에 머물다보면 오직 아름다움을 위해 살고 싶다는 시인의 선량한 마음이 우리를 담담한 감동으로 이끈다. 이 또한 사랑이 부재하고 슬픔과 고통이 남아 있는 현실 속에서 자신과 타자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위로하려는, 사랑을 향한 ‘조용한 용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곁에 없는 사람의 이마를 쓰다듬어주는
우리 모두의 부재를 쓰다듬어주는 시

시인에게 사랑이란 “아무도 모르게 잠들 수 있도록 이마를 쓰다듬어 주는 일”이다(「낮게 부는 바람」).쓰다듬는 행위는 촉감, 신체적 접촉이지만 유혜빈의 시에서 이는 멀리서도, 심지어 부재 속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시인은 지금 여기에 없는 이의 이마를, 그 부재까지 쓰다듬는다. “아무도 모르게”, 즉 ‘당신’과 ‘나’조차도 모르게 이마를 쓰다듬어 주는 일이야말로 사랑의 본래 모습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나아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아주 오래된 내가” 나를 찾아와 이마를 쓰다듬어주는 꿈을 그려낼 때(「BIRD FEEDING」) 우리는 그 외로운 마음에 먹먹해지는 동시에 깊은 공감과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유혜빈의 시가 이룩하는 사랑의 아름다움이란 이렇듯 우리가 각자 지닌 부재를 감싸고 위로한다. 유혜빈은 이 사랑 속에서, 새로운 사랑을 열어가며 “살아 기도하는 기쁨”과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시인의 말)는 믿음으로 서두르는 일 없이 오래도록 용기 있는 시를 써나갈 것이다.
저자

유혜빈

2020년창비신인시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제1부
한낮의틈새

BIRDFEEDING
무너지는기억
믿음의계보
카프카의집

파도의법
믿음
카페산다미아노
하루의말
고양이가있는그림
그여자의마당
MelodramaticEpiphany
8월

제2부
미주의노래
그런대화
MorningBlue
모든안식일
무게가있는영혼들의소원
슬퍼하는방
도대체언제
부유하는날들
관성
구름과나
놀이가끝나고난뒤
..:?^?:..
잘안들려요거기주파수몇이에요?
고요의바다
낮게부는바람
달의뒤편

제3부
내일은눈사람의손을만들어줘야지
검은별
그렇게말하지마
우린너보고기다리라고말한적없어
서울에는비가내려
주문서
응달
다른길
JazzChill
BlueRoom
춘분
마시멜로우시리얼
Inyoureyes
양달
두고온사람
Iamnotcominghomeanymore

제4부
레몬그라스
불의꽃
플라밍고가춤을추는더러운호수
OverBathTime
여기까지접는선
무너지는세상에같이있어요
흰것들에게
자유가있는숲길1
자유가있는숲길2
자유가있는숲길3
조각배
여우꼬리식물의발자국
Psalms
다른이야기

해설|박상수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꿈’이라는소재를중심으로섬세한층위를이루고있는유혜빈의시편들은마치하나의꿈결처럼엮여있다.시인이그려내는꿈의정경은온화하고풍요로운색채를지니고있음에도늘슬픔이담담하게흐른다.이꿈속에서독자는화자가유년기에견뎌야했던외로움을어렴풋이느끼기도하고,그가사랑했던이들의목소리를함께듣기도한다.꿈은시인이이별과부재에대한이야기를담아내는장치인동시에,깨어있는세계의반대편으로서지금이곳에없는모든것,‘나’가지닌온전한부재그자체로나타난다.
독자는이별과부재가거듭하여변주되는꿈들을따라가며이것이시인에게있어“쓰려고해서쓰는것이아니라밀려와서쓸수밖에없는”(해설)마음이라는것을느끼게된다.이는어느한사람만이겪는순간의감정이나상태라기보다는“나는결코해결되지않는것이란다”(「고요의바다」)라는구절처럼우리모두가겪는존재적인외로움이자불안일것이다.
유혜빈의시는이러한슬픔을원망없이조용히내보인다.‘당신’의부재속에서도“당신이나를기억하고있어요”라고나지막히말하며“기쁨”과“영원”을말한다(「춤」).시인이담아내는세심하고도조심스러운화자의목소리는그가간직하고자하는사랑의아름다움과함께더는이별을겪고싶지않아하는간절함을떠올리게한다.지금여기없는‘당신’에게“내가당신마음에들게살아볼게요.”(「서울에는비가내려」)라고조용히말하는목소리를들을때우리는‘나’의곁에머물며그의속삭임에더오래귀를기울이고싶은마음이된다.
한편“아름답고싶어.아름다운것을보고싶어.아름다워지고싶어서행동하고싶어.눈에띄지않는조용한용기를가지고싶어.”(「마시멜로우시리얼」)와같은구절에머물다보면오직아름다움을위해살고싶다는시인의선량한마음이우리를담담한감동으로이끈다.이또한사랑이부재하고슬픔과고통이남아있는현실속에서자신과타자의상처를조심스럽게바라보고위로하려는,사랑을향한‘조용한용기’라할수있을것이다.

곁에없는사람의이마를쓰다듬어주는
우리모두의부재를쓰다듬어주는시

시인에게사랑이란“아무도모르게잠들수있도록이마를쓰다듬어주는일”이다(「낮게부는바람」).쓰다듬는행위는촉감,신체적접촉이지만유혜빈의시에서이는멀리서도,심지어부재속에서도가능한일이다.시인은지금여기에없는이의이마를,그부재까지쓰다듬는다.“아무도모르게”,즉‘당신’과‘나’조차도모르게이마를쓰다듬어주는일이야말로사랑의본래모습이라고말하는듯하다.나아가다른누군가가아닌“아주오래된내가”나를찾아와이마를쓰다듬어주는꿈을그려낼때(「BIRDFEEDING」)우리는그외로운마음에먹먹해지는동시에깊은공감과안도감을느끼게된다.유혜빈의시가이룩하는사랑의아름다움이란이렇듯우리가각자지닌부재를감싸고위로한다.유혜빈은이사랑속에서,새로운사랑을열어가며“살아기도하는기쁨”과“사랑은어디에나있다”(시인의말)는믿음으로서두르는일없이오래도록용기있는시를써나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