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 창비시선 505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 창비시선 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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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비마다 절창의 음절 타고 넘었다.
죽자고 살아낸 평생이 한마리 고래였다.”

목숨과 목숨을 이으며 힘차게 헤엄치는 시의 몸짓
살아 숨 쉬는 물의 언어로 그려낸 속 깊은 사연들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20여년간 줄곧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곡절하게 노래해온 권선희 시인의 시집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구룡포로 간다』(애지 2007), 『꽃마차는 울며 간다』(애지 2017)에 이은 세 번째 ‘구룡포’ 연작 시집이라 해도 좋을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말”(장은영, 해설)을 꼼꼼히 받아 적으며,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바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신산한 생활을 질박하고 구성진 경상도 사투리에 해학을 곁들여 들려준다. 아득한 “인생 저편의 말들”을 갯비린내 물씬한 날것의 언어로 되살려 “우리가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이해와 우애와 연대와 사랑의 공동체가 어떤 것인지까지 일깨워주는 주술 같은 시들”(송경동, 추천사)이 뭉클한 공감을 자아낸다.
저자

권선희

저자:권선희
1998년『포항문학』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구룡포로간다』『꽃마차는울며간다』,산문집『숨과숨사이해녀가산다』등이있다.

목차


제1부

못할짓
첫눈
흥횟집
죽변효자
꽃도둑질
김종구씨가족김종팔입니다
서로
자개농
누명
협화음
삼식이는함부로꺼지지않는다
깔때기국수
문상
위험구간

제2부
어떤환갑
기다렸다는듯
배웅의자세
해수탕승천
말년
당굿무렵
건들바람
보고자파죽겄소
크리스마스이브들
박봉순집사의명약
택배
빈정거리는자본
살자고하는짓이
평화라는시장에서
밑줄

제3부
뜨끔
개아들면회가기
정남씨연대기
단호한경고
점령의수법
매미
플라타너스
웃는사람
똘마니들
러브버그
만두
나의첫해녀,박옥기
청춘수장고
사과나무에게

제4부
겹벚꽃
샤먼을기다리는시간
오래된신방
개같은아저씨
물의말
간독
오징어가꼴도보기싫은이유
해봉사목백일홍
고래잡이는고래로돌아가고
용왕밥
무당의붉은입술
저비가몰고오는것들
2월
구룡포,내영혼의마킹로드

해설|장은영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고비마다절창의음절타고넘었다.
죽자고살아낸평생이한마리고래였다.”

목숨과목숨을이으며힘차게헤엄치는시의몸짓
살아숨쉬는물의언어로그려낸속깊은사연들

작품활동을시작한이래20여년간줄곧바다를삶의터전으로삼고살아가는사람들의일상을생동감넘치는언어로곡절하게노래해온권선희시인의시집『푸른바다검게울던물의말』이창비시선으로출간되었다.『구룡포로간다』(애지2007),『꽃마차는울며간다』(애지2017)에이은세번째‘구룡포’연작시집이라해도좋을이번시집에서시인은“살아있는모든것들의말”(장은영,해설)을꼼꼼히받아적으며,삶과죽음이공존하는바다,그리고그안에서의신산한생활을질박하고구성진경상도사투리에해학을곁들여들려준다.아득한“인생저편의말들”을갯비린내물씬한날것의언어로되살려“우리가영원히잊지말아야할이해와우애와연대와사랑의공동체가어떤것인지까지일깨워주는주술같은시들”(송경동,추천사)이뭉클한공감을자아낸다.

“둘러앉아훌훌불며서로눈빛을떠먹습니다”
한편의시가된삶,사람,마을

시집을펼치면바닷가동네에서살아가는사람들의냄새가물씬풍긴다.“목욕탕구석장판깔린간이침대가일터”인“날때부터굽은등숙여”밥벌이하는‘화자씨’(「첫눈」),살인누명을쓰고“소년원부터12년을살다”나온뒤“개명하고항구옮기며”사는‘관수씨’(「누명」),“세상에오는일도숩지는않고죽자고살아내는일도만만찮지만돌아가는거는참말로디요”한탄하면서도병든영감의마지막삶을“우짜든동내손으로치와드려야도리지싶아가침맞으러”왔다는할머니(「말년」),이제좀“살만한시절”이오는가싶었는데“부모대신업어키운동생칼”에맥없이세상을떠난‘만석씨’(「웃는사람」),“죄라고는오징어잡아살겠다꼬배탄것뿐인데”납북됐다가돌아온뒤간첩으로몰려온갖고초를겪는바람에“씨뻘건부아”가일어“이후로내는오징어절대안먹니더”라는어부(「오징어가꼴도보기싫은이유」)까지.범속하고다채로운삶의풍경이눈앞에또렷하게펼쳐지며구룡포의매순간이,온갖희로애락이시의형태로보존된다.
이때시인은삶과죽음,이쪽과저쪽을오가며두세계를매개하는샤먼의역할을맡는다.희미하고낮은소리에귀를기울이며삶이위태로운존재들의이야기를시에담아“물고뜯고눈물찍던사연”(「서로」)의“참깊고어두운속내”(「간독」)를풀어놓는것이다.개중에는“가라앉는삶을떠받치며”(「물의말」)죽은목숨살려내는말도있고,밥을담보로“죽어라일만”시키는“거침없이혹독한말”(「평화라는시장에서」)도있다.“긴사랑을물고”서“발긋하게피는말”(「해봉사목백일홍」)에는사랑의온기가느껴지기도한다.시인은“돌담긋고허물며살아온세월”(「문상」)속에서굴곡진인생을살아온사람들의애환을굿판을벌이듯하나하나풀어놓다가“무당보다더한팔자가가엾어”(「징」)눈물을적시기도한다.

시를쓰는일이란“살아있는모든것들의말”을듣고응답하는일이라는듯시인은바다를배경으로“물것으로사는”존재들의말을귀담아듣고“위태롭게살아온날들”(「용왕밥」)을생생하게복원해낸다.그리고“목숨으로목숨을연명하는것들이목숨에대한예의를저버린채산다는것”은“죽음보다더끔찍한것”(「살자고하는짓이」)이라고선언한다.생명경시풍조와인간중심주의가만연한오늘날의세태를가감없이드러내며존재의죽음에합당한애도와배웅의태도를보여야함을,그것이마땅한도리임을말하는것이다.생과사의경계를넘나들며언제나세계의목소리에귀기울이는시인은오늘도어김없이바닷바람에실려오는말을경청하며어디선가누군가와이야기를나누고있을것이다.부지런히이곳저곳을기웃기웃거닐며“살아래이/살거래이”라고삶을북돋는“푸른바다검게울던물의말”(「물의말」)을받아적으면서마을골목골목에걸려있는“고만고만한살림”과“고만고만한사연들”(「문상」)을소담한시로기록해나갈것이다.‘바닷가부족이달아준입으로노래’(시인의말)하는그의시가우리의마음속에오래오래남아자맥질하는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