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이 없어도 좋았다 (서홍관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우산이 없어도 좋았다 (서홍관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여전히 나는 고통 속에서도 기쁘게 살아갈 것이다”

세계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사랑의 시선,
애틋한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목소리
1985년 시인으로 등단 이래 의사이자 시인으로 꾸준히 활동해온 서홍관 시인이 『어머니 알통』(문학동네 2010) 이후 10년 만에 네번째 시집 『우산이 없어도 좋았다』를 묶어냈다. 그간 시작활동 외에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창립주역,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 등 다양한 곳에서 사회활동을 해온 시인은 세상에 만연한 고통에 가장 먼저 귀 기울인 이력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덧없는 고통까지 어루만지는 특유의 다감한 시선을 이번 시집에 고스란히 풀어놓았다.
총 5부로 나누어 묶은 이번 시집은 “서로 힘껏 사랑함으로써 이 세계의 고통을 견딜 수 있”(해설, 방민호)다는 걸 증명해내며 “인간의 존엄과 현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추천사, 신경림) 만든다. 사랑의 시선으로 존재를 향한 연민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한 시인의 깊은 성찰이 오늘날 우리에게 믿음직한 위로를 선사한다.

제1부에서는 앙코르와트에서 물건을 파는 캄보디아 소녀들(「앙코르와트 소녀」), 학교에 가고 싶어 노동을 감내하는 네팔 소녀(「네팔 소녀 돌마」), 세월호 참사 때 희생당한 고등학생(「나는 살고 싶은데」)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또 제3부부터 제5부에서는 사람들 보기 좋으라고 입구를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 정작 새들은 오가기가 힘들어진 새 둥지(「정발산 박새 말씀이」), 작품 사진을 찍겠다는 사람들이 나뭇가지를 잘라내 포식자에게 노출되어버린 꾀꼬리(「전기톱」), 그물에 갇혀 죽어간 새들(「새그물」)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시인에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외국인·동물·어린아이 등의 이름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저마다 다른 빛깔과 크기의 고통을 짊어진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시인에게는 지금-여기에서 벌어지는 일뿐 아니라 이국의 사람들, 고대도시 노예가 겪는 일까지도 모두 현재의 고통으로 와닿는다.
환자들과의 이야기를 편안한 어조로 풀어놓은 ‘의사의 업적’ 연작 여섯편은 시인이 진료실에서 겪은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건강만큼이나 환자들의 삶을 염려하고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인은 이것이 “의사 업적평가에도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것”(「의사의 업적」 1)임을 안다. 그럼에도 의사로서, 시인으로서 눈앞의 존재를 허투루 대하지 않으려는 진심으로 안부를 물을 뿐이다.
이처럼 소외된 삶과 사물, 우리 사회의 병리적 문제에 천착해온 시인에게, 의사로서의 일과 세계에 만연한 고통을 시의 언어로 풀어놓는 일은 다른 종류의 일이 아니리라. 모두 생명을 살리는 일일 뿐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오늘도 “고통 속에서도/기쁘게 살아갈 것이다”.(「별을 기다리며」)
저자

서홍관

徐洪官
시인은1958년전북완주에서태어나서울대학교의과대학에서의학박사학위를받았다.인제의대가정의학과주임교수를거쳐현재국립암센터암예방검진센터의사이며한국금연운동협의회회장으로있다.1985년창작과비평사를통해시인으로등단했으며시집『어여쁜꽃씨하나』『지금은깊은밤인가』『어머니알통』,산문집『이세상에의사로태어나』,옮긴책으로『히포크라테스』『미래의의사에게』등이있다.

목차

제1부
물짜
솜다리꽃
랑탕계곡에서생긴일
하인들
나에게피를다오
옥수수식빵
앙코르와트소녀
화장터
희망찾기
네팔소녀돌마
시가밥이되던날
만줄라
나는살고싶은데
슬픈노래를듣는사람들

제2부
의사는참내앵정하데
의사의업적1
의사의업적2
의사의업적3
의사의업적4
의사의업적5
의사의업적6
메시지로남겨주세요
부치지못한편지
장기이식윤리위원회
‘죽을사(死)’자
물어야할질문
또다른독립운동
이세용
생활지도교사의걱정거리
그만의방식
불필요한놈
때묻은추억

제3부
유부도
아이가준선물
겨울,한탄강
새가떠난자리
도요새
정발산박새말씀이
전기톱
새를잡지않는아이들
기러기
새그물
그가느다란다리로
덕유산뻐꾸기
비행금지구역

제4부
우표
한가로운구름아래
이상설
발리도라가자
제시의탄생
최초의인간
평안에대한사랑
스피노자의유산
고흐형제
손글씨편지
양떼냐,늑대냐?
민달팽이

제5부
석양
전원교향곡
산마르코광장
은방울꽃
2월
지리산반달곰
사회성훈련
화엄계곡
밤바다사진
새발자국
달랑게
임오시는날
외로움
별을기다리며

해설|방민호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서홍관시인과의짧은인터뷰

-시집『어머니알통』(문학동네2010)이후10년만의신작시집입니다.간단히소회를듣고싶습니다.
제가살아온60년의세월도그랬지만지난10년동안우리나라에벌어졌던일들도얼마나많습니까?2008년이명박대통령,2013년박근혜대통령이당선되었고,2014년4월16일세월호참사가있었고.2016년촛불혁명을통해평화적인정권교체가이루어졌지요.그많은사건을겪고도빈약한시집원고를십년이나걸려서들고왔다는것은시인으로서게으르다고자책해야마땅한것입니다.그러나이숱한격동의세월동안잠자고있지만은않았다는것을변명으로세워봅니다.2016년11월26일은촛불집회중가장많은인파가몰린날이었어요.저는그장면을기록하고싶어서언론사사진기자들만이찾아가는광화문의건물옥상에잠입해그어마어마한광경을사진으로찍었습니다.사진이중요했던게아니라그숨막히는역사의현장을가슴으로느끼고싶었던것입니다.그러나우리의시가시대를증언해야한다는점에서더욱치열하게문학활동을해야한다는자책을하지않을수는없습니다.

-의사이자시인인독특한이력을갖고계시지요.이번시집에실린‘의사의업적’연작시편들이인상적이었습니다.죽음과가장가까운곳에계실텐데도세계에대한깊은사랑을담보하는시선이가슴에와닿기도했습니다.진료를하며시를쓰는생활이나일상은어떠신지요.
의과대학을졸업하고갑자기시인으로등단했을때저스스로도당황하지않을수없었습니다.의사의길과시인의길은완전히상반된세계처럼느껴졌기때문이지요.의사는많은지식이필요해서다른분야에눈돌릴시간이없을뿐아니라,감정을배제한냉정한과학이지배하는세상처럼느껴졌고,시는가끔무모하거나비이성적인것도용납하는감정의세계처럼느껴졌기때문이지요.그런데실제로의사가되어환자를진료하다보니그게아니었습니다.질병을제대로치료하려면그질병을가진인간을이해해야만했습니다.결국좋은의사가되는과정이바로휴머니즘을간직하는과정인것이고,휴머니즘이야말로좋은시를쓰는근본아니겠습니까?의사로37년을살다보니,이제는의사와시인의경계는점점사라지고있습니다.이번시집이5부로이루어져있는데,2부는의사로서의삶을표현하고자한것입니다.특히‘의사의업적’연작여섯편은제가진료실에서만난환자들이야기를기록한것입니다.
우리나라에의사-시인들이마종기시인을필두로존재합니다.저는그중에서도진료실이야기를가장많이시로표현한의사-시인일것입니다.사실질병이나고통,죽음은인생의가장절박한순간아니겠습니까?이대목이바로문학과의학이만나는,또는만나야하는접점이라고생각하고평론계도관심을가져볼만하다고생각합니다.

-대학시절시를읽고등단을권유하셨던신경림시인이이번시집에추천사를써주셨습니다.남다른의미가되었을듯합니다.
신경림선생님은시에있어서저에게은사와도같은분입니다.신경림시인을처음뵌건제가1981년당시서울의대본과3학년때였습니다.의대문예부에서문학의밤행사를하게되었는데,문학의밤은우리들이돌아가면서자기가쓴시를낭송하면초대받은시인이그시에대해서강평해주는행사였습니다.어떤시인을초청할지투표를했는데,신경림시인으로정해졌어요.문학의밤에오신신경림시인께서제시를칭찬해주시면서집으로놀러오라고하셨어요.의대졸업할때제가쓴시27편을인쇄해서친구들에게나누어준일이있었는데,신경림선생님댁에졸업한다고인사하러가면서그시묶음을들고갔더니제시를한편도빼지않고다읽으시더군요.그러더니갑자기“홍관이도이제등단하지?”하시는겁니다.저는당시까지등단할생각이전혀없었어요.어쨌든신경림선생님은창비를통해저를시인으로추천해주셨고,첫번째시집에발문을써주셨고,세번째시집에추천사를써주셨고,이번에도추천사를써주셨어요.
그리고문학적인인연을떠나신경림선생님은삶에있어서도인연의소중함을일깨워주시는분입니다.제결혼주례도해주셨고요.신경림선생님을통해문단의어른들도뵐수있었고요.팔순잔치에도초대받았는데,그자리에서술한잔하시고발그레해지신선생님얼굴을뵈면서믿고따르는인생선배님이계셔서참좋다고생각했습니다.

-이번시집을묶으면서각별히집중했던주제나이야기가있으셨는지요?또한이번시집에서특별히애착을느끼는작품이있다면소개와이유를부탁드립니다.
이번시집에서세월호사건의희생자인김동협군의동영상목소리를받아적은「나는살고싶은데」라는시를쓰는게참고통스러웠습니다.그시를실어도되는지김동협군아버님께전화를드렸어요.한번뵙고시를보여드리고허락을받고싶었는데,(아들을)기억해줘서고맙다,뭐든좋다고하시면서찾아오지않아도된다고하시더라고요.원래안산에사셨는데일때문에온양에부부가내려가계신다고해요.시집이나오면뵙고싶습니다.그리고「슬픈노래를듣는사람들」에나오는사람들목소리에도아픔들이배어있잖아요.“나만없었으면행복했을가정에태어나서죄송합니다”라는말을접하는순간가슴이쿵내려앉거든요.왜우리들은이렇게고통이많은지다시금생각하게됩니다.
고통은거기에서그치는것이아니지요.「나에게피를다오」에서1두카트를받고피를뽑힌채죽어간소년들도안타깝고,학교도못가고앙코르와트에서팔찌를파는어린소녀들,같은처지의네팔소녀돌마도안타깝고,억울하면출세하라고책뒤에적어놓았던초등학교때친구홍현식도안타깝고,희귀암에걸려죽어가던한상인군과그의어머니도안타깝고,아버지체취가그리워우표를뜯어맛보는김구선생아드님도안타깝고,나라를빼앗기고러시아우수리스크에서돌아가신이상설선생님도안타깝지요.이런고통과불평등,정의가쉽게구현되지않는세상에서어떻게희망과위안을구하고행복을찾아나갈지가저의남은생애에도과제가될것입니다.

-앞으로의활동방향이나삶의계획이궁금합니다.
저는의사로살아왔고,시인으로살아왔습니다.그리고의료운동가로살아왔지요흔히저는금연운동하는사람으로알려져있는데금연운동은건강운동의한일환일뿐입니다.남들은어떻게생각하든간에우리국민의건강을지키기위해우리나라의료가어떻게달라져야하는지를평생을두고모색하면서살아온셈입니다.제가의사로서인의협을창설하는데앞장서고보건의료연합에서도일하고,북한에기근과영양결핍사태가벌어졌을때북한의료를지원하기위해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를만들어서상임이사로일한것도같은맥락입니다.또한우리나라가인권과평등과자유가살아숨쉬는나라가되기를희망하고그를위해내가할수있는만큼이라도기여하려고생각했습니다.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이사로우리나라독립운동의발자취를따라가는일에뛰어든것도같은맥락입니다.
저는만스물다섯살의과대학을졸업하던시절에인생에서가장중요한것은진리를깨닫는것이라믿었고(당시저는그것을편의상‘해탈(解脫)’이라고불렀습니다)그것을위해평생을바치겠다고생각했습니다.광대한우주와장구한우주의역사를생각하면우리가먼지처럼얼마나하찮은존재인지알수있습니다.그렇게작고비천한인간들이어떻게허무를이겨내느냐도저의또다른관심이기도합니다.저의시「솜다리꽃」의마지막대목“그렇게살아서안될것도없었다”라는시구도우리의삶에대한저의자세를한마디로보여주었는지도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