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예술을두단어로요약하자면,그것은바로‘온갖파격’이다.”―로베르데스노스
로베르데스노스는『로즈셀라비』를비롯하여『애도를위한애도』,『알수없는여인에게』,『어둠들』,『자유냐사랑이냐!』등많은시집을남긴시인으로서초현실주의운동의초기방향설정에중요한역할을하였다.1922년앙드레브르통이이끌던초현실주의그룹에합류한데스노스는‘자동기술(ecritureautomatique)’과최면실험을필두로활발한활동을전개하기시작했다.앙드레브르통은그를두고초현실주의선구자라고명하기도했다.“예술가든시인이든자신의선택을자유롭게장악해야한다.”
그누구도주인의자격으로들어갈권리를갖지못한
(현실적인도시에서신들이교미를하고있다
그들은우리들의눈한가운데서추상적인호색과음란
그리고식물들죽은손가락들을창조해내려고심한다
쿵쾅거리는심장이우리에게서차올라오고국경의습격에
사람들로바글거리는마을들은투사들로넘쳐난다
한밤의저혈류들을우리들의맹세가잠을자고있는
저태연한심장까지다시차오르게하자
―「1922년9월22일,최면에빠진로베르데스노스」에서
데스노스는꿈이나수면상태처럼이성의빗장을풀어낸이후에열리는무의식의세계를글과그림으로표현하고자했다.특히그는최면상태에서꿈을이야기하는데특별한재능을보였다.데스노스는“이성이행사하는모든통제가부재하는가운데,미학적이거나도덕적인모든배려에서벗어난,사고의받아쓰기”를가장명확하게실천한시인이었다.
어둠을틈타그대의그림자속으로스며들기.
그대발자국을,창가그대의그림자를쫓아가기.
창가의저그림자,그건바로그대,다른사람이아닌,바로그대.
그대가움직이고있는커튼뒤저창문을부디열지마오.
두눈을감아다오.
내입술로그대두눈을감겨주고싶구나.
그러나창문이열리고바람이,저바람이불꽃을요상하게흔들어대고깃발이나의도주를제외투로에워싸는구나.
창문이열린다:그대가아니다.
내가잘알고있는사실.
―「어둠을틈타」에서
오,사랑의고통이여!
그대가내게진정필요하기에그대가내게진정소중하기에.
상상의눈물위로닫히는내두눈,허공을향해끊임없이내뻗는내두손.
나는오늘밤꿈을꾸었다삶의눈으로나죽음의눈으로나사랑의눈이기는매한가지인저기상천외한풍경들과위험천만한모험들을.
―「오,사랑의고통이여!」에서
또한데스노스는내용뿐만아니라형식에있어서의자유에대해서도고민했다.1975년에출간된그의미발표작을모은사후시집『터무니없는운명』을통해리듬의가능성을극단적으로실험했다.그중유명한이시는전쟁에대한증오를표현했다.그는이시를쓴직후2차세계대전발발하자군에입대하게된다.
전쟁을증오했던이심장이이제투쟁과전투를위해두근거리기시작한다!
오로지밀물과썰물의리듬에,사계절의그것에,밤과낮저시간들의그것에맞추어서뛰놀던이심장이,
이제화약으로증오로불타오르는피를혈관으로보내고터질듯이부풀어오른다.
이제소리를하나머릿속으로보내고두귀는휘파람을불어이소리를알린다
이제이소리가도시와시골로퍼지지않으리라는것은가당치도않다
봉기와투쟁을알리는종소리처럼.
들어보아라,나는메아리로내게되돌아오는그소리를듣고있다.
아니다그게아니다,그것은또다른심장들이뛰는소리,나의그것처럼프랑스전역을울리는수백만의또다른심장들이뛰는소리다.
이모든심장들이똑같은리듬에똑같은사명감을갖고뛰고있다,
이심장의소리는절벽을향해돌진하는바다소리와도같다
그리고이모든혈기가수백만사람들의뇌에한결같은명령을내린다:
히틀러에맞서투쟁을나치에게는죽음을!
그러나이심장은전쟁을증오하였고사계절의리듬에맞춰두근거렸다,
그러나단하나의낱말:자유는낡은분노를잠에서깨어나게하는데충분했다.
그리고수백만의프랑스인들은새벽이가져다줄저사명감의그늘아래서각오를다지고있다.
왜냐하면전쟁을증오했던이들의심장이사계절과밀물과썰물,낮과밤의리듬에맞추었을때조차자유를위해뛰고있었기때문이다.
―「전쟁을증오했던이마음이……」에서
●“완전히자유로운상태에서모든것을말할수있어야한다!”―로베르데스노스
1900년파리태생인로베르데스노스는초등학교졸업이후이렇다할정규교육을받지않은채시쓰기에몰입했다.그의풍부한상상력과감수성은‘현실과무의식을잇는가교이자뛰어난영매’로서초현실주의운동을이끄는데충분한것이었다.1920년대후반초현실주의멤버들과의정치적견해차이로제명처분된후데스노스는방송작가로일하며라디오방송,영화분야에서대중문화기획자이자작가로재능을떨치기도했다.45세라는이른나이에수용소에서갑작스러운죽음을맞지만그는제생에서결코시쓰기를멈추지않았다.초현실주의그룹을떠난이후에는보다유연한스타일로경이와감상에가득찬세계를보여준다.
오래전부모님은
장례식에당신들만가셨다
나자신이어린애처럼느껴졌었다.
지금나는적다고할수없는망자들을안다,
나는장의사들도많이보았다
그러나그들의근처에는다가가지않는다.
그런까닭에오늘하루종일
나는내친구와산책을했다.
그는내가조금더늙었다고여기는모양이었다,
조금더늙었다고,게다가그는내게말했다:
어느일요일이나어느토요일
자네도또한내가있는곳으로오게될거야
―「오늘나는산책을했다……」에서
데스노스의삶이나시세계를가장잘표현해주는낱말은바로‘자유’이다.데스노스가남긴많은작품중서른한편의시를담은『알수없는여인에게』는파리지앵으로서쓴시편(1부),사랑에대해노래한연가(2부),그의시세계를이해하는데주요한작품(3부),마지막으로명랑하면서도자유로운그의영혼을엿볼수있는동시(4부)들로구성돼있다.
죽음과난파의순간에손하나를석양의빛줄기처럼내뻗듯,그렇게네눈길이사방에서쏟아져나온다.
시간이더는없다,어쩌면나를볼수있는시간이더는없을지도모른다,
그러나떨어지는저나뭇잎과돌아가는저바퀴가,
사랑을제외하고는,
지상위영원한것은아무것도없다고네게말해주리라,
나는그러하리라고굳게믿으려한다.
불그스름한색깔로칠해진몇척의구명선,
점차잦아들고있는폭풍우,
하늘의저길쭉한공간을누비며시간과바람을쓸고가는고루한왈츠한곡.
풍경들.
그토록열망하는포옹이외에나는다른것을바라지않는다,
그리고닭이울음을터뜨리면죽으리.
죽음의순간에,한손이오그라들듯,내심장이조여지리라.
너를알게된이후나는단한번도울었던적이없다.
울음을터뜨리기에는나는너무너를사랑한다.
내무덤위에서네가눈물을흘리리라,
네무덤위에서내가그러하리라.
너무늦은것은아니리라.
―「죽음의순간에내민손처럼」에서
●한국시문학의바탕을마련한세계시인선
1970-1980년대에는시인들뿐만아니라한국독자들도모더니즘의세례를적극적으로받아들였다.때로는부러움으로,때로는경쟁의대상으로,때로는경이에차서,우리독자는낯선번역어에도불구하고새로움과언어실험에흠뻑빠져들었다.이러한시문학르네상스에박차를가한것이바로세계시인선이다.
민음사는1966년창립이후한국문학의힘과세련된인문학,그리고고전소설의깊이를선보이며종합출판사로성장했다.특히민음사가한국문단에기여하며문학출판사로발돋움하는계기가바로‘세계시인선’과‘오늘의시인총서’였다.1973년12월이백과두보의작품을실은『당시선』(고은),폴발레리의『해변의묘지』(김현),라이너마리아릴케의『검은고양이』(김주연),로버트프로스트의『불과얼음』(정현종)네권으로시작한세계시인선은박맹호회장이고김현선생에게건넨제안에서비롯되었다.
“우리가보는외국시인의시집이라는게대부분일본판을중역한것들이라서제대로번역이된건지신뢰가안가네.현이(김현)를포함한주변사람들이대부분프랑스나독일에다녀온이들아닌가.원본을함께실어놓고한글번역을옆에나란히배치하면신뢰가높아지지않을까.제대로번역한시집을내볼생각이없는가?”
대부분번역이일본어중역이던시절,원문과함께제대로된원전번역을시작함으로써세계시인선은우리나라번역수준을한단계높이는데기여하게되었다.당시독자와언론에서는이런찬사가이어졌다.“우리나라에서는처음있는일이요,또책임있는출판사의책임있는일이라이제는안심하고세계시인선을구할수있게되었다.”이렇게하여세계시인선은출판역사상가장오랜수명을이어온문학총서의하나이자시문학계와민음사를대표하는시리즈가되었다.
●지금의한국시인들에게영혼의양식을제공한세계시인선
“탄광촌에서초등학교교사를할때세계시인선을읽으면서상상력을키웠다.”―최승호시인
“세계시인선을읽으며어른이됐고,시인이됐다.”―허연시인
“나에게세계시인선은시가지닌고유한넋을폭넓고진지하게성찰할수있는기회였다.”―김경주시인
세계시인선은문청들이“상상력의벽에막힐때마다세계적수준의현대성”을맛볼수있게해준영혼의양식이었다.특히지금한국의중견시인들에게세계시인선탐독은예술가로서성장하는밑바탕이었다.문화는외부의접촉을독창적으로수용할때더욱발전한다.그렇게우리독자들은우리시뿐만아니라세계적인시성들과조우했고,그속에서건강하고독창적인우리시인들이자라났다.
하지만한국독서시장이그렇게시의시대를맞이할수있었던것은시문학전통이깊은한국인의DNA에잠재된자신감이아니었을까?이러한토대에서자라난시문학은또한번의르네상스를맞이했다.국내출판역사에서시집이몇권씩한꺼번에종합베스트셀러랭킹에자리를차지하는것은이례적인현상이다.속도가점점더빨라지는세상을향해보다더인상적인메시지를던져야만하는현대인에게생략과압축의미로강렬한이미지를발산하면서도감동과깊이까지숨어있는시는점점더매력적으로다가오고있다.그씨앗을심어왔던세계시인선이지금까지의독자호응에감사하는마음으로리뉴얼을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