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쇼의 하이쿠 -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35

바쇼의 하이쿠 -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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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민음사 세계시인선 35번으로 마쓰오 바쇼 대표 시선집 『바쇼의 하이쿠』가 출간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운문의 형식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일본의 ‘하이쿠’는 열일곱 자의 정형시다. 5ㆍ7ㆍ5의 음수율로 이루어진 이 짧은 시를 보고 작품의 제목이나 시구의 하나로 오해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가장 함축된 문장으로 이끌어 내는 상상력과 단어를 갑작스레 툭 던져 일으키는 감각은 무엇보다도 풍성하다. 그 안에서 저절로 떠오르는 삶과 자연의 진리는 읽는 이로 하여금 방 안에 앉아서도 우주를 느끼게 한다. 마쓰오 바쇼는 이러한 하이쿠를 완성한 ‘시성(詩聖)’이라 불린다.

저자

마쓰오바쇼

일본의하이쿠작가,서민문화가꽃을피웠던17세기에도막부시대대표시인.아명긴사쿠(金作),본명무네후사(宗房).호는처음에도세이(桃靑)였다가,후에바쇼로했다.일본에도시대(1603∼1868)전기에이가의우에노에서태어나하이쿠를대성한유명한인물이다.

1644년지금의미에현이가우에노에서농민이나다름없는가난한하급무사집안에서태어났다.제대로된교육을받지못한바쇼는하이쿠를접하면서시문에관심을지닌무사나문인들과교유할기회를갖게되었다.1662년무렵기타무라키긴의데이몬하이카이(俳諧:하이쿠,렌쿠의총칭)를배우고본명인무네후사(宗房)라는이름으로활동하였다.1666년요시타다가죽자,교토에가서고전을배우고1672년에에도로가서담림하이카이를배웠다.스물아홉살에고향을떠나당시새로운도읍지였던에도에정착하였고,인생의전기를맞아하이쿠를읊고가르치면서세상에나오기시작했다.1680년에도의후카가와의바쇼암(芭蕉庵)에살면서호를바쇼로바꾸고독특한풍의하이카이를만들었다.1684년에는에도에서고향인이가를오고가며기행문과하이카이집을편찬하였다.서른일곱살젊은나이에돌연모든것을내던지고암자에은거하며고전을탐독한다.마흔한살에그때까지고전에서얻은감동을하이쿠에도담아내고자방랑의길에나선다.여행길에서보고느낀것을중심으로소박한서민들의삶과자연을노래했으며,최소한의상징적인언어와여백으로무한한우주를창조하였다.1687년가시마,스마,아카시,1688년에는사라시나,1689년에는호쿠리쿠를여행하며바쇼풍의하이쿠를완성하게된다.1694년나가사키로가던도중“방랑에병들어꿈은마른들판을헤매고돈다.”라는마지막시를남기고오사카에서객사했다.

그는한적하고고담한경지에서자연과일체가되어읊는하이쿠를즐겨지었다.또한변화하는것속에서시대에따라변하지않는것을함께읊는'불역유행(不易流行)'을근본이념으로삼았다.바쇼의문학은여정을중시한중세적인상징미를근세적인서민성속에살린것으로평가받으며,지금도많은이들이바쇼의방랑여정을따라그의시를음미하고있으며,세계적으로도많은사랑을받았다.에즈라파운드,옥타비오파스및비트제너레이션작가들에게도영향을주었고,하이쿠의예술성을높인공적을인정받고있다.

목차

1부봄
2부여름
3부가을
4부겨울
작품에대하여:하이쿠와바쇼(유옥희)
추천의글:바쇼의시(이우환)

출판사 서평

고요한연못
개구리뛰어드는
물소리퐁당
―본문에서

수선화와
새하얀장지문의
화사한반광
―본문에서

16세기부터17세기는전세계적으로새로운패러다임이등장하는역사적전환기였고,세계문학사에길이남을위대한작가들이갑자기나타났다.스페인에서세르반테스가등장하여종전의기사도문학을비틀며불후의걸작「돈키호테」를남겼고,영국의셰익스피어는자신이속한시대를넘어서는인간의모든원형을담았다고일컬어진다.특히셰익스피어는14세기이탈리아에서시작된소네트라는정형시형식을가져와150여편의소네트를남겼는데,이후이형식자체가'셰익스피어소네트'로완성되었다.일본의마쓰오바쇼는이들보다한세대정도늦게태어났으나,그역시'하이쿠'라는장르를완성하였고이후일본은물론영미권을비롯한세계의여러작가들에게지대한영향을미쳤다.바쇼도사회문화관계가큰변화를겪는에도시대초기라는역사적격랑속에서태어날수있었던거장인것이다.
평범한하이쿠시인으로시작하였으나,'인생자체가방랑'이라여기며거칠고소박한방랑시인으로서인생의후반부를살아낸바쇼는"마음을늘수양하여사물을대한다면그마음의빛깔이바로하이쿠가된다."는깨달음을얻는다.바쇼에이르러서야비로소하이쿠는얕은언어유희의수준을벗어나,내용과형식의모든면에서한단계높은차원의문학형식으로자리잡을수있었다.

꽃에들뜬세상
내술은허옇고
밥은거멓다
―본문에서

모란꽃술깊숙이
헤집고나오는벌의
아쉬움이여
―본문에서

20세기초미국의대표모더니스트시인이자'이미지즘'을주창한에즈라파운드는하이쿠에깊은영향을받은작가중하나다.그의대표시「지하철정거장에서」는"군중속에서유령처럼나타나는이얼굴들,/까맣게젖은나뭇가지위의꽃잎들."이라는단두행으로이루어져있는데,이는하이쿠를차용하여시적상상력을극대화한것이다.파운드외에도옥타비오파스를비롯한스페인어권작가들과비트제너레이션작가들역시하이쿠를읽는데서나아가직접짓기까지하는등큰영향을받았으며,『호밀밭의파수꾼』의작가J.D.샐린저는자신의단편에바쇼의작품을직접인용하기도했다.

달은빠르다
가지끝은빗물을
머금은채로
―본문에서

파초에태풍불고
물대야에빗소리
듣는밤이여
―본문에서

●혼란스러운시대에던지는가장단순한삶의진실

"소나무에관한것은소나무에게배우고대나무에관한것은대나무한테배워라."
―마쓰오바쇼

짧은길이외에하이쿠의두가지특징은바로계절을나타내는'계어'와작중한부분을끊어의도적인단절을만들어내는조사혹은조동사'기레지'(切字,끊는글자)다.이러한단절은뜬금없고어리둥절할수있으나,문장사이에커다란빈공간을만들어내곱씹어볼수록상상력을극대화한다.이책은작품을사계절로분류하여배치하고,작품마다계어와시에대한해설을덧붙여처음하이쿠를접하는독자도쉽게이해할수있도록했다.

녹초가되어
여숙찾을무렵이여
등꽃송이
―본문에서

고양이사랑
끝날적침실에는
으스름달빛
―본문에서

계절의변화는일본전통문학에서중요하게다루는소재인데,바쇼는이를한차원끌어올려자연의삼라만상이변화하는것을찰나로잡아영원으로삼고자했다.그리고모든변화하는것의본질은바로살아있다는것이라는깨달음을하이쿠로읊었다.그에게자연은어떠한상징의소재가아니다.소나무와대나무를앞에두고절개라는관념을덧씌워볼것이아니라사물그자체에파고들어세상에존재한다는그자체의고귀함을보는것,이것이바쇼의하이쿠다.

자세히보니
냉이꽃피어있는
울타리로다
―본문에서

파를하얗게
씻어서쌓아놓은
매운추위여
―본문에서

사물에대한고정관념을벗어던지고보면,고귀하고천한것의차이는없으며늘접하는작은존재,속하디속한일상의아름다움이보인다.본질을글로남기는것은고대부터지금까지매시대글쓰는이들의영원한바람이고과제다.정보가너무많은시대,읽어야하고보아야하는것이너무많아질수록사람들이진정으로느낄수있는진실은오히려일상적인곳에가장단순한모습으로깃든다.바쇼는모든꾸밈과부연을덜어내어아주작고단단한고갱이만남겼다.지금읽고쓰는모든이들에게300여년전의짧은시편들이여전히큰울림을줄수있는이유다.

이가을엔
왜이리늙는가
구름에가는새
―본문에서

산채로다가
한덩이로꽁꽁언
해삼이여
―본문에서

동양사상을통해당대의미니멀리즘의한계를돌파한세계적인화가이우환은이책을추천하며"바쇼의하이쿠는마치하늘이어느순간살짝열렸다가닫히는것을본듯한착각에빠지게한다."며"일상의광경을반짝열어보이는문"이라고했다.또한소박하고힘있는화풍으로잘알려진민중목판화가이윤엽의작품이함께있어,하이쿠의풍미를더욱풍부하게즐길수있다.

방랑에병들어
꿈은마른들판을
헤매고돈다
―본문에서,마쓰오바쇼가세상을떠나기전마지막으로남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