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13.00
Description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대작을 품은 씨앗, 젊은 작가 프루스트의 첫 작품!
음악적으로 물결치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문장들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은 젊은 신예 작가였던 마르셀 프루스트의 첫 작품집 중 산문시를 모았다.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의 향기를 맡으며 주인공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유명한 도입부는 ‘프루스트 현상’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프루스트는 향기(후각)뿐만 아니라 색(시각), 음향(청각), 손에 닿는 느낌(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과거로부터의 추억과 미래를 향한 상상력 등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곤 했다. 이번 시집 전반에서도 역시 이처럼 오감으로부터 시간을 넘나드는 감정과 추억, 몽상 등을 소환해내곤 하는 그만의 방식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뚜렷하게 나타난다.

저자

마르셀프루스트

저자:마르셀프루스트
1871년파리근교오퇴유에서파리의과대학교수아드리앵프루스트와부유한유대인증권업자의딸잔베유사이에서태어났다.명문콩도르세중고등학교에진학하여공부하다가열여덟살이되던1889년군에지원하여일년간복무한다.제대후아버지의권유로법과대학과정치학교에등록하지만학업보다는글쓰기에전념하여《월간》에브라방이라는필명으로글을기고한다.이후여러문인과교류하며극장,오페라좌,살롱등을드나들고러스킨을번역하고미술품을감상하기위해여행을떠난다.
1909년,『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를집필하기시작하며오랜칩거생활이시작된다.이후여러출판사를찾아다니지만출간을거절당하고,결국그라세출판사에서자비로책을낸다.1919년갈리마르에서개정판을출간하고1919년2편「꽃핀소녀들의그늘에서」로공쿠르상을수상,1920년에는레지옹도뇌르훈장을받는다.1922년,기관지염이악화되어폐렴에걸리나마지막까지『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원고를다듬다결국11월18일,51세의나이로사망한다.『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는프루스트사후오년만에완간된다.

역자:이건수
연세대학교불어불문학과와동대학원에서수학하고프랑스프로방스대학에서프랑스현대시연구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20세기프랑스시인들과보들레르에대한다수의연구논문이있으며,현재충남대학교불어불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로『저주받은천재시인보들레르』,역서로기유빅시선『가죽이벗겨진소』,보들레르의『벌거벗은내마음』,『라팡파를로』,『보들레르의수첩』등이있다.

목차

튈르리공원
베르사유궁전
산책
음악을듣고있는가족
여인들의문예취미
꿈으로서의삶
거울속의나비잡기
유물
월광소나타
옛사랑때문에아직도울어야한다면
우정
상심(傷心)의일시적인효과
저속한음악에대한찬사
호반에서의조우
두눈이하는약속
낯선사람

추억풍의그림들
들판에부는해풍(海風)
진주목걸이
망각의기슭
실재적인존재감
마음속에서지는태양
달빛에비추는것처럼
사랑과기대에관한고찰
숲속에서
마로니에나무들
바다
해변
항구의돛단배

작가연보
옮긴이의말:대하소설의거장프루스트의초기산문시(이건수)
작품에대하여:프루스트의‘사랑글쓰기’김동훈)

출판사 서평

●20세기소설의혁명『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는이작은씨앗에서출발했다!

“이책은젊다.젊은작가의책이기때문에젊다.
그러나오래된세상만큼이나지긋하다.”
─아나톨프랑스(노벨문학상수상작가)

민음사세계시인선43번으로출간된『시간의빛깔을한몽상』은젊은신예작가였던마르셀프루스트의첫작품집중산문시를모았다.“20세기의걸작중한편이며,이를읽지않고문학을논할수없다.”(T.S.엘리엇)고평해지는프루스트의대작『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는이미이작은책한권에씨앗으로담겨있다.소설과산문시라는서로다른문학적형식에도불구하고,“끝도없이이어지는만연체문장,주위의대상을관찰하던중연상작용에의해돌연무의식이만들어내는직관적인인상들,복잡하게얽히고설키는음악적순환같은구성등은완성기의『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와구별이어려울정도다.”(「옮긴이의말」에서)

이불속에데워진내손안에서네가주었던장미향담배의냄새가되살아났다.손에입을대고한참동안나는추억의열기속에서애정과행복과‘너’로이루어진진한입김들을발산하는내음을들이마신다.
─마르셀프루스트,「진주목걸이」에서

홍차에적신마들렌과자의향기를맡으며주인공이과거의기억을떠올리는『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의유명한도입부는‘프루스트현상’이라는말까지만들어냈다.프루스트는향기(후각)뿐만아니라색(시각),음향(청각),손에닿는느낌(촉각)등다양한감각을통해과거로부터의추억과미래를향한상상력등을불러일으키는과정을자세히묘사하곤했다.이번시집전반에서도역시이처럼오감으로부터시간을넘나드는감정과추억,몽상등을소환해내곤하는그만의방식이어디서부터시작된것인지뚜렷하게나타난다.

새로운관능에의해나의도취감이갑자기증대하였다.그것은바로단춧구멍에끼워진장미꽃이내콧구멍으로사랑의향기를발산했기때문이다.나자신마저이해할수없던어떤감동으로나는기쁨에휩싸였고,이것이도로시를적잖이당황하게만들었음에틀림없다.
─마르셀프루스트,「꿈」에서

나는멋진만찬장에도착했다.내행복감은그곳에참석한모든이에게즐겁고고마워하는마음에서우러나오는상냥함이되어햇살처럼퍼져나갔다.내게인사했던그작은손이라는,그들이전혀알수없는어떤손길이내마음속에이런큰기쁨의불길을지폈다는생각에내기쁨은은밀한관능적매력을풍겼으리라.
─마르셀프루스트,「호반에서의조우」에서

●예민한감각으로창조해내는새로운현실
“우리중그누가
리듬도각운도없으면서음악적이고,
물결치는몽상처럼유연하면서도거친기적을꿈꾸어보지않았겠는가?”
─샤를보들레르,『파리의우울』의서문에서

상징주의대표시인샤를보들레르는일찍이1862년‘산문시’라는새로운형식과내용을담은『파리의우울』을발표하며서문에서이렇게말했다.산문시는규정된운율과각운이없으면서도소설이나산문과는달랐으며,다루는대상과주제역시종래와는달랐던,새로운현실을표현하기위한형식이었다.현대시의방향을제시한보들레르의작품은후대시인들에게큰영향을주었고,프루스트가발표한이산문시들역시제목에‘몽상’이라는단어를사용한데서부터보들레르의강력한영향아래있는것을알수있다.물질과정신,인간과자연의교감을특징으로하는상징주의는프루스트의작품에서인간의오감이서로교감하여추억과몽상을소환하는방식으로나타난다.보들레르에게오마주를바치는청년프루스트의풋풋한열정과훗날현대소설분야에뚜렷한족적을남긴대작가의위대한시작을함께누릴수있는것은이시집만의매력이다.

욕망은영광보다더우리를도취시킨다.욕망은모든것을아름답게꽃피우지만,일단소유하게되면모든게시들해진다.마찬가지로자신의삶을꿈꾸는것이현실에서의삶보다더낫다.되새김질하는짐승의우매하고산만한꿈처럼,어둡고무거워신비감이나명확성이떨어질지라도꿈은좋은것.삶자체가어차피꿈꾸는것이긴하지만말이다.셰익스피어의연극들은무대에올려질때보다서재에서상상할때더욱아름답다.
─마르셀프루스트,「꿈으로서의삶」에서

프루스트는길지않은일생동안파리의사교계를맴돌며그곳에서만난사람들과대화를나누고,미술과음악,문학을보고듣고읽고또그에대한자신의글을남기며시간을보냈다.특히세상을떠나기전몇년은『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를완성하기위한그야말로‘은둔’의세월이었다.이렇듯그의실제체험은한정적이었을지모르나,예민한관찰력과예술에대한헌신을통해‘잃어버린시간’,즉한때의시공간을완벽하게재구성함으로써하나의세계를창조해냈다.그에게예술이란사랑과같은의미였다.“프루스트는메타포로사랑을표현했다.그에게음악은절정에한번도달하면추락하여중단되는것이다.사랑도절정과반복을가졌기에음악의메타포가통한다.”(「작품에대하여」에서)

저속한음악을싫어할지언정경멸하지는말것.고급음악보다더열정적으로사람들이연주하고노래한다면,조금씩사람들의꿈과눈물로채워지기마련이다.이쯤되면저속한음악도당신이존중할만한것이되고만다.그위치가예술사속에서는하찮더라도,인간들감정의역사에서는굉장한역할을하게된다.저속한음악에대한존중(사랑이라고까지말하지는않겠지만)은단지좋은취향에대한선호이거나그것에대한불신이라부를만한것의한형태일뿐만아니라,음악의사회적역할이얼마나중요한지에대한자각이기도하다.
―마르셀프루스트,「저속한음악에대한찬사」에서

●프루스트가가장사랑했던화가,제임스맥닐휘슬러!
풍부한빛깔과다채로운음향의세계에서어우러지는시와그림

미술과음악에대한프루스트의애정과관심은단순한기호에그치지않고그의문학과내밀하게조응하였다.그는당대의여러작가들의작품을주의깊게읽고보고들었으며,진지한감상을남겼을뿐아니라작품속에녹여자신의예술론을전달하고자했다.이책에는프루스트스스로자신의예술론을그림으로가장잘표현했다고생각했던당대의화가제임스애벗맥닐휘슬러의작품을본문에수록하여,그의문학을더욱잘이해할수있는통로를마련했다.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에서가장많이언급된화가이기도한휘슬러는,당시로서는매우새로운그림을그렸기때문에이를이해하지못하는평단의악평을받았고‘예술적가치는무엇으로결정되는가.’의문제를두고러스킨과공방을벌인소송으로도유명하다.휘슬러는작품에‘교향곡(symphony)’,‘야상곡(nocturne)’,‘화음(harmony,조화)’,‘편곡(arrangement,배치)’등을제목으로음악과의상응을추구했다.또한「흰색의교향곡,No.2:흰옷을입은소녀」,「검은색과금색의야상곡:떨어지는불꽃」등의제목에서알수있듯이그림의소재가구체적인사물이나풍경일지라도,궁극적으로표현하고자했던것은색채자체였다.시각과청각의호응을이뤄내려는노력은프루스트를매료시켰고,그의문학여정초기에서후기까지일관되게드러나는오감의상호교감이라는지향과일치하는것이었다.

“특히포구를그린그림들이많은데,프루스트는그의사상에큰감동을받고결국모든것들을화합하는바다를사랑의메타포로사용하게된다.그런데휘슬러는「오팔빛황혼:트루빌」(1865),「푸른색과은색의조화:트루빌」(1865)등에서잔잔한바닷가의고즈넉함도조화로표현했지만,좀더성숙한시기가되어서는「푸른색과은색의조화:보트대기」(1897)나「폭풍우,석양」(1880)에서보듯혼돈속에서의조화로움도담아냈다.프루스트는아마도험난한폭풍속에서도다시조화를이루는바다와같은사랑을꿈꿨을것이다.“
―김동훈(서양고전학자),「작품에대하여」에서

서양고전학자인김동훈은해설에서20대의프루스트가남긴이‘원숙하고도젊디젊은’작품들을“프루스트의사랑글쓰기”라정의한다.사랑은무엇인가?우리는왜사랑하는가?사랑에상처받고도왜없었던일처럼다시사랑을찾아헤매는가?사랑에대한오래되었지만여전히풀리지않는이물음들은평생프루스트를떠나지않았다.이산문시들은그물음에성실하게임한답변이다.

어떤흔적도남기지않는바다를프루스트는오히려더순수하고순결하며,섬세하다여겼다.우리는사랑할때일종의환상에빠진다.실연의상처보다다가올황홀한사랑을상상한다.그환상이과거사랑의흔적을망각케한다.사랑의흔적을꽁꽁숨겨둔그어떤사람보다더순수하고순결하고섬세한사람이누구인가?프루스트에따르면새롭게사랑하는자가가장순수한자다.
―김동훈(서양고전학자),「작품에대하여」에서

대지와는달리바다는인간들의노동과삶의흔적들을지니지않는다.어떤것도머물지않으며스치듯지나가기에,바다를건너는배들의항적은그얼마나빨리자취를감추던가!이로인해지상의사물들은감히꿈도꾸지못하는바다의엄청난순수성이생겨난다.곡괭이를필요로하는딱딱한대지보다바다라는순결한물은훨씬더섬세하다.
―마르셀프루스트,「바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