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묘지

해변의 묘지

$10.00
Description
“나는 기다렸다. 내 작품도 기다려 왔다. 발레리의 시를
읽었을 때 그 기다림이 끝난 것을 알았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삭막하고 씁쓰름한 의식의 궤적 끝에 부드러운 관능이 있다.” -김현(불문학자)
저자

폴발레리

PaulValéry,(1871~1945)
프랑스의시인이자사상가,비평가.「해변의묘지」의무대가된프랑스남부지중해연안세트에서태어났다.몽펠리에대학교에서법률을공부했고,앙드레지드,말라르메등과교류하며시인으로서자질을인정받았다.이후두편의중요한산문「레오나르도다빈치방법론입문」(1895),「테스트씨와의저녁」(1896)을통해깊이있는사고와필력을보여주었으나,1897년에는시를떠나아바스통신사등에서비서로일하며수학에대한사색과연구에몰두하였다.
이유명한20년간의침묵은1917년장시「젊은파르크」를발표하며비로소깨진다.「해변의묘지」,「나르시스는말한다」등대표작품들은상징시의정점이자프랑스시의궁극으로인정되어일약대시인의명성을얻었다.그후산문과평론으로계속이름을떨쳐20세기전반기유럽을대표하는최고의지식인이되었다.주요작품으로평론집『다양성』,산문집『외팔리노스』등이있다.1925년아카데미프랑세즈회원이되었으며,1937년부터생애를마칠때까지콜레주드프랑스에서시학을가르쳤다.

목차

실잣는여인LAFILEUSE6
뚜렷한불꽃이UNFEUDISTINCT10
똑같은꿈나라M?M?F?ERIE12
방안INT?RIEUR14
잘구슬리는2INSINUANTII16
제쳐놓은노래CHANSON?PART18
잃어버린포도주LEVINPERDU22
발걸음LESPAS24
꿀벌L’ABEILLE26
시PO?SIE28
띠LACEINTURE34
잠자는여인LADORMEUSE36
나르시스는말한다NARCISSEPARLE38
구슬리는자L’INSINUANT46
석류LESGRENADES48
해변의묘지LECIMETI?REMARIN50
비밀의시가(詩歌)ODESECR?TE66

주(註)71
작가연보83
작품에대하여:폴발레리의시와방법(김현)87
추천의글:밤하늘아래에서흔들리는영혼(오은)113

출판사 서평

●프랑스상징주의의대미를장식한시인

20세기프랑스상징주의의대미를장식한폴발레리의시집『해변의묘지』가민음사세계시인선56번으로출간되었다.샤를보들레르에서시작하여스테판말레르메,아르튀르랭보에이어프랑스상징주의시계보를이은폴발레리는20대때말라르메와서신을주고받으며시인으로서자질을인정받았다.특히,말라르메는「나르시스는말한다」를읽은후에서신을통해“당신의시에매혹되었소.계속해서그희귀한톤을지키시오.”라며격려를아끼지않았다.

잘있거라,나르시스여……죽어라!이제황혼이다.
내가슴의숨결에내형태는물결치고,
덮어가려진창공을가로질러,울며가는
가축들의아쉬움을목동의피리가조율한다.
하지만별이불밝히는독한추위의수면에서,
완만한안개무덤이생기기전에,
숙명적인물의정적을깨뜨리는이입맞춤을받아라!
희망만으로이수정을망가뜨리기에충분하다.
잔물살이몰아내는숨결로나를호리니,
내입김이여가냘픈피리를생동케하라
가벼이피리부는이도내겐너그러울것이니!……
-「나르시스는말한다」,『해변의묘지』에서

발레리는시를사유방법의하나로여겼다.인간성을지고(至高)의위치까지올려놓는것은바로의식의명확성이라고생각했던발레리는의식이어디까지명확해질수있는지에대한탐구를평생이어나갔다.끝까지사고를발전시키는과정에서고통과환희를동시에느꼈던발레리는시에서도이와같은생각을드러냈다.

어디로가니?죽음으로.
어떤조치가있겠는가?그만두기,
개같은팔자로
더이상되돌아가지않기.
어디로가니?끝장내러간다.
무얼할것인가?죽음.
-「제쳐놓은노래」,『해변의묘지』에서

발레리는심적위기를겪으며문학을포기할뻔하기도하고,말라르메의죽음을계기로시와이별한20년간의공백도있었다.그러나산문「레오나르도다빈치방법론입문」,「테스트씨와의저녁」을통해깊이있는사유를보여주었고,1917년에는장시「젊은파르크」를발표하며문단의호평과명성을얻었다.시,산문,논문,평론등다양한저술활동을펼쳤던발레리는20세기를대표하는지식인이자시인으로자리잡았다.

●비관의회복,“바람이인다!……살려고애써야한다!”

시를사랑하는사람들사이에서애송되던「해변의묘지」는폴발레리가고향세트에서영감을받아죽음에대해적은시다.세트의공동묘지에묻힌발레리는자신의묘비에「해변의묘지」1연의마지막두행“신들의정적에오랜시선을보냄은/오사유다음에찾아드는보답이다!”를새겼다.
「해변의묘지」는발레리가삶과죽음에대해사유하는방식과사유를통해점차또렷해지는의식을보여준다.“단한숨결속에요약되는,시간의신전,/이순수경에올라나는,/내바다의시선에온통둘러싸여익숙해진다./또한신에게바치는내지고의제물인양,/잔잔한반짝임은심연위에/극도의경멸을뿌린다.”라며삶을비관하던시인은사유의격랑끝에살아야겠다는결론에다다른다.

바람이인다!……살려고애써야한다!
세찬마파람은내책을펼치고또한닫으며,
물결은분말로부서져바위로부터굳세게뛰쳐나온다!
날아가라,온통눈부신책장들이여!
부숴라,파도여!뛰노는물살로부숴버려라
돛배가먹이를쪼고있던이조용한지붕을!
-「해변의묘지」,『해변의묘지』에서

이런발레리의비관과삶의의지로의회귀는윤동주를비롯한많은시인들의사랑을받은원동력이되었을것이다.지브리스튜디오의거장미야자키하야오역시발레리의시「해변의묘지」에서영감을얻어은퇴작「바람이분다」를만들어일본청년들에게위로를주고자했다.불완전하고흔들리는사유와삶의끝에서발레리가주는“살려고애써야한다”는위로는냉혹하고씁쓸한현실을살아가는우리에게도큰울림을준다.

●1973년시작하여가장긴생명력을이어온최고의문학시리즈!

“탄광촌에서초등학교교사를할때세계시인선을읽으면서상상력을키웠다.”-최승호
“세계시인선을읽으며어른이됐고,시인이됐다.”-허연

〈민음사세계시인선〉은1973년시작하여반세기동안새로운자극으로국내시문학의바탕을마련함으로써,한국문단과민음사를대표하는가장중요한문학총서가되었다.1970-1980년대에는시인들뿐만아니라한국독자들도모더니즘의세례를적극적으로받아들였다.때로는부러움으로,때로는경쟁의대상으로,때로는경이에차서,우리독자는낯선번역어에도불구하고새로움과언어실험에흠뻑빠져들었다.이러한시문학르네상스에박차를가한것이바로세계시인선이다.
민음사는1966년창립이후한국문학의힘과세련된인문학,그리고고전소설의깊이를선보이며종합출판사로성장했다.특히민음사가한국문단에기여하며문학출판사로발돋움하는계기가바로‘세계시인선’과‘오늘의시인총서’였다.1973년12월이백과두보의작품을실은『당시선』,폴발레리의『해변의묘지』,라이너마리아릴케의『검은고양이』,로버트프로스트의『불과얼음』네권으로시작한세계시인선은박맹호회장이김현선생에게건넨제안에서비롯되었다.

“우리가보는외국시인의시집이라는게대부분일본판을중역한것들이라서제대로번역이된건지신뢰가안가네.(……)원본을함께실어놓고한글번역을옆에나란히배치하면신뢰가높아지지않을까.제대로번역한시집을내볼생각이없는가?”

대부분번역이일본어중역이던시절,원문과함께제대로된원전번역을시작함으로써세계시인선은우리나라번역수준을한단계높이는데기여하게되었다.당시독자와언론에서는이런찬사가이어졌다.“우리나라에서는처음있는일이요,또책임있는출판사의책임있는일이라이제는안심하고세계시인선을구할수있게되었다.”
이처럼세계시인선은문청들이“상상력의벽에막힐때마다세계적수준의현대성”을맛볼수있게해준영혼의양식이었다.특히지금한국의중견시인들에게세계시인선탐독은예술가로서성장하는밑바탕이었다.문화는외부의접촉을독창적으로수용할때더욱발전한다.그렇게우리독자들은우리시뿐만아니라세계적인시성들과조우했고,그속에서건강하고독창적인우리시인들이자라났다.
하지만한국독서시장이그렇게시의시대를맞이할수있었던것은시문학전통이깊은한국인의DNA에잠재된자신감이아니었을까?이러한토대에서자라난시문학은또한번의르네상스를맞이했다.국내출판역사에서시집이몇권씩한꺼번에종합베스트셀러랭킹에자리를차지하는것은이례적인현상이다.속도가점점더빨라지는세상을향해보다더인상적인메시지를던져야만하는현대인에게생략과압축의미로강렬한이미지를발산하면서도감동과깊이까지숨어있는시는점점더매력적으로다가오고있다.그씨앗을심어왔던세계시인선이지금까지의독자호응에감사하는마음으로,새시대에필요한새로운고전을다시만들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