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16.70
Description
★ 2026년 릴케 사후 100주기,
릴케의 세계에 빠져들 시간

인간 실존의 탐구자 릴케가
생의 종말을 앞두고 완성한 최후의 대작
죽음을 숙고하며 삶의 의미를 확장하는 예술의 숨결
20세기를 대표하는 고독과 방랑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가 릴케 사후 100주기를 맞아 민음사 세계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릴케는 생애 마지막 5년의 대부분을 보낸 스위스 시에르의 뮈조성에서 폭풍처럼 불어닥친 영감에 힘입어 단 20여 일 만에 연작시집을 써낸다. 『두이노의 비가』와 함께 릴케 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다. 릴케 연구로 이름 높은 독문학자 김재혁 교수가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소네트 고유의 음악성을 느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인 번역을 선보인다. 거의 매년의 행적을 담은 상세한 연보는 시인의 일생을 생생하게 재구성하도록 돕는다.

모든 이별에 앞서 가라, 막 지나가는 겨울처럼,
이별이 네 뒤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라.
많은 겨울 중에 하나는 끝없는 겨울이라,
겨울 나며, 네 심장은 견뎌내야 하리라.

늘 에우리디케 안에 죽어 있어라, 노래하며,
더 찬양하며 순수한 연관 속으로 돌아가라.
이곳, 사라지는 것들 속에, 쇠락의 영역에 있어라,
깨지며 울리는 유리잔이 되어라.

존재하라-동시에 비존재의 조건을 알라,
너의 깊은 흔들림의 무한한 이유를 알라,
너는 그것을 단 한 번에 완성하리라.
-2부 열세 번째 소네트에서
저자

라이너마리아릴케

RainerMariaRilke,1875~1926
20세기독일의대표시인.평생을떠돌며실존의고뇌에번민하는삶을살았다.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지배를받던체코프라하의독일계가정에서1875년에태어났다.첫딸을잃은어머니는릴케를일곱살까지여자처럼키웠으며,장교로입신하는것이꿈이었던아버지의못다이룬꿈을위해5년간군사학교를다녀야했다.그러나몸이허약했던릴케는사관학교를중도에그만두었으며,프라하대학에들어가문학을공부하기시작했다.1897년연인루살로메를만나면서문학적으로성숙하게되었다.두번에걸친러시아여행과파리를비롯한이탈리아여행에서얻은영감을바탕으로초기대표작『기도시집』을완성하였다.그즈음조각가클라라베스트호프와결혼하였고,로댕,세잔등화가의예술세계를탐닉하게되었다.로댕과의만남은『신시집』및자전소설『말테의수기』집필에영향을주었다.방랑의삶을계속한릴케는말년의역작으로평가되는장편연작시『두이노의비가』와『오르페우스에게바치는소네트』를1922년에완성하였다.1926년에스위스에서백혈병으로세상을떠났다.

목차

1부노래하는신
2부깨지며울리는유리잔이되어라

주(註)
작가연보
작품에대하여:죽어서부르는사랑노래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1부26편과2부29편,총55편의소네트에서릴케의주된관심사는삶과죽음의공동관계다.그는삶과죽음이분리되지않은하나의통일체임을문학적으로성찰한다.죽음이삶의종말이나삶과대립하는것이아니라모든사물이삶과죽음을지니고있다.가령과일을맛보는행위는인간에게삶의에너지를얻는과정이면서과일에게는죽음을의미한다.과일의맛에서지상의환희와지하의기운을동시에체험하는순간새로운관계와새로운창조가생겨난다.죽음의세계를수용할때비로소삶의진정한의미와전일적인기쁨을발견할수있다.

잘익은둥근사과,배그리고바나나,
구스베리…이것들은입안으로
삶과죽음을말한다…나는느낀다…
이것들을맛보는아이의얼굴에서

읽어라.멀리서온것이다.입안에서
말할수없이,느리게일어나는가?
전에말이있었던곳에는과육에서
놀랍게풀려난보물이흐른다.

말해보라,너희가사과라고부르는것을.
이단맛,처음엔빽빽하지만
맛보는동안서서히일어나서는

맑아지고깨어있는투명한그맛,
두가지뜻을지닌,태양과흙과이세상의맛-
오체험이여,느낌이여,기쁨이여-,대단하다!
-1부열세번째소네트전문


“맛이쓰다면,너자신이포도주가되어라.”
존재의본질적인고독과불안을끌어안는릴케의시세계

릴케는오르페우스신화를시적으로재해석하여시인의사명과예술적변용의가능성을탐색한다.삶과죽음의구분을넘어두영역모두에발딛고있는오르페우스는시인의모범이자이상이다.죽음도삼키지못한그의노래는지상의덧없는존재를찬미하여무상성에서영원성으로승화시키는예술의소명을대변한다.삶과죽음의경계도,시간의구별도사라진“노래는현존재”인오르페우스적세계에서사물은시인의손길을거쳐자족적존재로거듭난다.결국릴케는고통스러운실존을비탄마저긍정하는“찬미의공간”으로옮겨놓음으로써죽음을초월하는예술의힘을증명한다.

그러나그대,신성한이,끝까지울리고있는이여,
마음을얻지못한무녀들이떼지어달려들었을때,
당신은그들의절규를질서로눌렀고,아름다운당신,
파괴하는자들속에서당신의,세우는음악이솟아올랐네.

그들이미친듯날뛰었지만그들중아무도당신의머리와
리라를부술수없었네;그들은많은날카로운돌을
당신의심장을향해던졌지만,그돌들은모두
부드러운것이되어당신을어루만지며귀기울였네.

마침내복수심에휩싸여그들이그대를찢어발겼을때에도,
그대의울림은여전히사자들과바위들속에남아있었네,
나무와새들속에도.그곳에서당신은지금도노래하네.

오그대사라진신이여!그대끝없는흔적이여!
마지막엔적의가그대를갈기갈기흩어놓았기에,
이제우리는듣는자들이며자연의입이라네.
-1부스물여섯번째소네트전문

릴케는평생고독한방랑자로살며실존의근원적이유를추구했다.그의시정신은내면을향한명상(『기도시집』)과외부사물을향한관찰(『형상시집』,『신시집』)을거쳐삶과죽음을하나의거대한순환으로통합하는만년의대작『오르페우스에게바치는소네트』와『두이노의비가』에이르렀다.오르페우스의이야기와노래가영원히살아남아온세상을정화했듯이,아름다움과철학이함께숨쉬는릴케의시도100년뒤여전히우리의영혼을흔든다.삶의필연적인고통과허무를회피하지않고끌어안으려는릴케의꿈은고독과불안이일상이된현대인에게위안과구원의가능성을선사한다.

멀고먼곳의고요한친구여,느껴보라,
너의숨결이여전히공간을넓히는것을.
어두운종루그들보안쪽에서
너자신을울려라.너를갉아먹는것이

그영양분으로강한것으로자라나리라.
언제나변용속으로들어가고나와라.
너의가장쓰린경험이무엇이던가?
맛이쓰다면,너자신이포도주가되어라.

이넘침으로가득찬밤에
네감각의십자로에서마법의힘이되어라,
네감각의신비한만남의의미가되어라.

그리고이세상이너를잊었다면,
조용한대지에게말하라:나는졸졸흐른다.
빠른물에게말하라:나는존재한다.
-2부스물아홉번째소네트전문


●1973년시작한국내최고(最古)문학시리즈!

‘카르페디엠’의시인호라티우스부터영화「패터슨」의시인윌리엄칼로스윌리엄스까지,『셰익스피어의소네트』부터모더니즘시대의『악의꽃』,『황무지』,페르난두페소아까지,19세기대표시인에밀리디킨슨부터20세기미국문단의이단아찰스부코스키까지,반세기동안엄선된시선집으로가장오랜생명력을이어오고있는국내최고문학시리즈‘세계시인선’은앞으로도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