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한시, 마흔여섯 가지 즐거움 : 스물세 가지 일상과 스물세 가지 지혜

처음 만나는 한시, 마흔여섯 가지 즐거움 : 스물세 가지 일상과 스물세 가지 지혜

$15.19
저자

박동욱

끊임없이새로운주제를발굴하고연구하는성실한한문학자이자자식을위해열심히일하는평범한아버지다.서울에서태어나한양대학교국문과를졸업하고성균관대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일평(一平)조남권(趙南權)선생님께삶과한문을배웠다.성균관대국어국문학과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으며,현재한양대인문과학대교수다.2001년[라쁠륨]가을호에현대시로등단했다.

지은책으로『가족』,『아버지의편지』(공저),『그렇게아버지가된다』,『살아있는한자교과서』(공저)등이있고,옮긴책으로『혜환이용휴시전집』(공역),『혜환이용휴산문전집』(공역),『표암강세황산문전집』(공역),『승사록,조선선비의중국강남표류기』,『북막일기』(공역),이양연산문집『눈내린길함부로걷지마라』등이있다.

목차

서설8

1장.우리를닮은하루를만나다

소나기-비그친뒤의달라진풍경??13
무더위-마음을물삼아더위를물리치다19
강추위-타인의온기를귀히여기다26
꽃샘추위-완연한봄맞이전마지막시련31
채빙-얼음캐는노동에깃든땀과눈물37
눈병-심안이밝아지다43
안경-노안을견디기위한친구49
해녀-목숨을건숨비소리56
거미-거미줄에걸린꽃잎에지나간봄을아쉬워하다62
매미-한철을살기위해울다69
소-기꺼이의로움을나눠주는74
병아리-어느새훌쩍자란아이들83
노비-오랜가족같은존재89
선연동-젊음과아름다움은한때의선물일뿐95
절명시-생애마지막순간에남기는시100
호기-단단한마음으로마주한세상105
시비-옳고그름은언제나상대적인것112
제호탕-여름한철무탈히보내길바라는마음118
냉면-객지에서의외로움을위로하다122
만월대-세상천지에영원한것은없다128
송년-한해끝에지난날을되돌아보다134
달력-새로운한해를살아갈다짐139
백발-지상에서남은시간을알려주는알람145

2장.옛이야기에서오늘의지혜를발견하다

하제시-실패로부터더많이배우는법153
에로틱한시-모든것을이기는사랑을기록하다158
노처녀-절대혼인의시대,여성들의고민165
첩-온전한자신의자리를꿈꾸었던이들172
단오부채-격려와당부의마음을담아180
거사비-공덕을기린마음이빛이바래187
다듬이소리-고단하고힘겨운삶의소리194
나무꾼-가족을위해고된노동을감내하다201
아이의출생-내일을살아갈힘을주는존재209
아이를기다림-유배지에서애타는부모마음215
자장가-아빠를기다리는아이를위한223
할아버지-부모잃은아이를곁에서바라보며232
천연두-가족을잃은슬픔238
거지-기근에스러진사람들244
버려진아이-모성마저포기하게만든참혹한현실251
옛집-지난추억을그리워하다258
노부부-역경을함께이겨내다264
회혼례-부부가누릴수있는가장큰축복270
기다림-오지않는당신을기다리며275
친구-친구집앞에이름석자적어두고281
낮잠-힘을충전하는다디단시간287
모기-모기를증오하여293
개-인생의진정한반려299

참고자료305
찾아보기308

출판사 서평

옛시선에서우리의일상을
재발견하는마흔여섯가지이야기

선조들도우리와같은마음으로세상을느꼈다.봄의꽃샘추위를견디며꽃이피기를기다리고,여름의모기를증오하고,가을바람을맞으며어지러운생각을흘려보내고,겨울에달력을펼쳐지난한해를돌아보며사계를보냈다.거미줄에걸린꽃잎을보며거미가봄이가는것이아쉬워꽃잎을붙잡은것이라생각하고,무더운여름에마음을물삼아더위를물리쳐보겠다고다짐하고,다양한사람을관찰하며타인의마음을들여다보려고노력했다.소나기,모기,달력,자장가,친구,송년등한시에담긴다채로운삶속단면들은오늘날의우리와똑닮기도한,별특별할것없는일상을다룬다.하지만,독자는한시속에서지금을살아가는자신의모습을재발견하고,지나쳤던순간의아름다움을느끼기도하고,시대를관통하는고민에공감하게된다.한시에관한친근하고재미있는마흔여섯가지이야기를담은이책은독자를즐거운한시의세계로기꺼이초대한다.

과거의선조와오늘날의우리가
함께이어가는아름다운세월의궤적

《처음만나는한시,마흔여섯가지즐거움》은독자들을아름다운한시의세계로진입하도록돕는다.선조들이쓴한시속에고스란히담긴그들의일상과숨겨진이야기를들려주며그기록이오늘날의우리에게와닿는의미를되새긴다.이책에수록된180여편의한시는흙이쌓여단단한지층을이루듯오랜시간쌓인글맛이느껴진다.글자하나도다양한품사와의미로해석이가능한한자를정교하게써서만든한시의미학을섬세하게느끼게하고,지금우리삶과연결지어느낄수있는깨달음을전한다.오늘날옛글인한시를읽는일이의미있는또다른이유는이러한글맛이주는기품을즐기기위해서일것이다.이처럼한시를읽는시간은그저‘옛시’가아닌커다란언어적기쁨을아름다운궤적으로현대의독자에게까지이어지도록만든다.이궤적을따라가다보면자연스럽게평소향유하던언어의지평이넓어질것이다.

시대를넘은공감으로
한시와의거리감을좁히다

이책은5언율시와7언율시를다채롭게담아한시의매력을풍부하게소개한다.지금우리의일상속친근한소재를다룬한시들은시대를뛰어넘는공감대를형성하며오늘날우리의마음에흘러들어온다.그동안한시는학문의영역에서다뤄지는고루한문학으로여겨졌지만,그속에담긴지혜와메시지는여전히유효하다는것을이책을통해알수있다.이책은한시를우리시대의언어로바라보며다시독자의곁,일상의영역으로돌려놓는다.한시를처음읽는독자들에게그동안한시에가졌던선입견을깨고,고전의매력을즐기도록만들어주는친절하고단단한토대가되어줄것이다.

작가의말
한시를제대로이해하려면상당한공부가요구되니,진입장벽이생각보다높다.한시를대중서로풀어내는것도말처럼쉬운일은아니다.그래서한시관련책은읽기도쓰기도쉽지않다.그렇기때문에전문가들이일반독자에게한시를풀어설명하려면먹기좋게설탕옷(糖衣)을입혀야한다.그동안독자에게몸에좋은음식이니맛이없어도좀참고먹으라고강요했던것은아닌가자문해본다.한시는전문가들만즐겨왔던그들만의리그였던셈이다.이것이그동안한시관련책이많이나왔지만,대중적으로성공하기어려웠던이유다.
이번책에서는흥미로운소재를가지고여러항목으로구성하였다.소주제당10매내외를썼다.짧다고해서내용이빈약하지는않다.예를들어‘모기를증오하며’라는장에서는모기에대한일반적이야기를서두에서쓰고모기와관련된시들을서너편배치한뒤에말미에서는현재우리와연결되는지점이나시사점을짚어주려했다.그래서분량은짧지만,결코짧지않은내용이됐다고자부한다.
한시책이라하면중년이상의독자들만읽는것으로한정되어있는데,이번기회에2030세대도충분히읽을수있는책으로다가가기를기대한다.

책속에서

*21~22쪽
창문은푹푹쪄서땀은줄줄흐르고
불타는해와구름에낮시간지루하네.
다행히마음이물처럼될수있어
도리어더운곳에서도서늘함만들었네.
_이숭인,「무더위(苦熱)」

시원한물을한바탕몸에끼얹어보아야그때뿐이라,마음을물삼아보기로한다.서늘하게기분좋은가을바람,얼음동동띄운시원한물,무르팍까지수북하게쌓인눈,살갗이찢겨나갈것같은된바람등을떠올려본다.갑자기한기가느껴져서무더위를잠시나마잊게된다.이시를통해이숭인(1347~1392)이우리에게제안하는피서법은낭만적이다.마음으로하는피서법이라니얼마나운치있는가.

*64~65쪽
석달간봄바람이꿈결처럼지나가고
해당화가지에는연지가걸려있네.
거미도봄빛을애석히여길줄알았던지
가지끝에그물쳐서지는꽃지키었네.
_김인후,「해당화가지에거미줄이쳐졌는데떨어진꽃이걸려있었다.그래서시를짓다(海棠花枝有蛛網落英留掛因以賦之)」

봄날이훅하고지나가버렸다.그아름답던해당화도예외는아니어서속절없이땅에떨어지고있었다.그런데마침해당화가지에쳐놓은거미줄에붉은해당화꽃잎이걸렸다.시인은이사소한장면도허투루지나가지않고,봄이가는것을애석해한거미가거미줄을쳐떨어지는꽃잎을걸리게하여봄을지켰다고해석했다.

*136~137쪽
작년에도여전히그런사람
올해에도여전히그런사람.
내일이면새해가시작되나니
해마다같은사람되지말기를.
_이식,「제야(除夜)」

살아왔던것처럼그렇게계속살아간다면,살아있지않은것과무엇이다를것인가?오늘과내일이다른사람,올해와내년이다른사람이되고싶다.타성과반복이아니라갱신과
탄생을꿈꾼다.시인은매년다시태어나겠다고다짐해본다.이시에서말하고있는부끄러움에대한성찰은작가이식(1584~1647)이가진삶의태도를잘보여주고있다.

*140쪽
나이가마흔돼도이미많다말하는데
오늘한살더먹으니또마음어떻겠나.
이제부터우물대다쉰되게생겼으니
가련타거센물살머물게할계책없음이.
_이정형(李廷馨),「기축년새달력에쓰다(題己丑新曆)」

갓마흔이되었을때도적지않은나이라생각했는데,마흔한살이되니이제정말마흔줄에접어들었다는것이실감난다는내용을담고있다.그는이런속도로나이를먹었다가는쉰살도금세될것같다며,세월을멈출수있는방법은없으니작년과다르게새롭게살아보겠다는굳은다짐을한다.

*267~268쪽
인생의부부란건천륜의중함인데
늙어서의지하니이보다친함없네.
한번죽음비록한날죽기는어렵지만
이별뒤홀몸으로남는것어찌견디랴.
_신학조(辛鶴祚),「늙은아내와곡하며이별하다(哭別老室三首)」

신학조(1807~1876)의유별난아내사랑은여러시에남아있다.19제목은아내에대한사랑만큼이나길고애달프다.남들이여한없이잘살다가세상을떠났으니복을받은삶이라입찬소리를할지몰라도당사자에게는그저아내가죽은것이슬플뿐이다.아내의죽음에천수나만수의시를짓더라도모자람이있다는말에서깊이를알기어려운아내사랑을느낄수있다.

*279쪽
요즈음안부가어떠신지묻습니다.
달빛창가비치노니제슬픔이많답니다.
꿈속혼이다닌길에자취를남겼다면
문앞에돌길절반모래가됐을테죠.
_이옥봉(李玉峯),「꿈속의혼(夢魂)」

당신은어찌지내는지궁금하지만당신에게물을길이없다.내가슬픈것처럼당신도조금은마음이슬프지않을까?매일매일당신의꿈만을꾼다.어찌나많이꿈속에서당신의집을오고갔는지실제라면당신집앞돌길이모두내발길에닳아서모래가되었을것이다.이시의애절한사연은후대에수심가의가사가되어입으로전해졌다.

*281~282쪽
사나운범울밑에서으르렁대도
나는코를쿨쿨골며잠잘수있고
기다란뱀처마끝에걸려있대도
꿈틀대는꼴누워볼수있지만
모기의왱왱소리귓전에들려오면
기겁하고낙담하며마음속태운다네.
부리박아피를빨면그것으로족해야지
어이하여뼛속까지독기를뿜어내냐
베이불꽁꽁싸고이마만내놓으면
잠깐새온통혹이돋아부처머리처럼돼버리고
제뺨을찰싹쳐도헛손질일쑤이며
넓적다리급히쳐도모기는간데없네.
싸워봐야소용없고잠만을설치기에
길고긴여름밤이일년처럼길기만해
(하략)
_정약용(丁若鏞),「얄미운모기(憎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