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유감 (개정증보판)

판사유감 (개정증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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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현직 부장판사의 시선으로 법을 바라보다!
법원을 둘러싼 다양한 군상과 재판을 통해 알게 된 우리 사회와 사법부 문제, 판결과 양형의 과정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스테디셀러 『판사유감』의 개정증보판이다. 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인 문유석 판사가 법관 게시판, 언론 등을 통해 10여 년간 국민과 법정에 대해 균형 있는 시각으로 쓴 글을 담은 책에 음주운전 단속기준 강화 등 법 개정으로 달라진 부분들을 반영하고, ‘법원 유감’이라는 제목의 3부의 내용을 추가했다.

‘과연 법은 정의로우며 모두 법 앞에서 평등한가?’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 지금,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인간에 대한 신뢰와 따뜻한 시선이 냉소적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이 책에는 2017년 3월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를 통제하려 했던 사건부터, 행정처 컴퓨터에서 발견된 문건으로 촉발된 사법농단 사태 이후까지 법원 내부의 풍경과 논쟁에 대한 소개, 현재의 대한민국 법원을 바라보는 참담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저자

문유석

소년시절,좋아하는책과음반을쌓아놓고홀로섬에서살고싶다고바랐을정도로책읽기와음악을좋아했다.1997년부터판사로일했으며2020년법복을벗고사임했다.책벌레기질탓인지글쓰기도좋아해법관으로서,한시민으로서,느끼고생각한것들을틈나는대로기록해왔다.칼럼「전국의부장님들께감히드리는글」로전국민적공감을불러일으킨바있으며,자신의원작을바탕으로한JTBC드라마...

목차

개정판서문
초판서문

1부.판사의일

막말판사의고백
파산이뭐길래
담담한동심
한번도용서받지못한사람
베트남며느리의살인미수
음주운전,어찌하오리까
징역1년의무게
사람목숨의값
희망이인간을고문한다
신은말했다,인간은빵만으로생존할수없다고
짓밟힌것은몸이아닌마음
어떤강간사건판결문
영업방해판사,호통판사,구호복창판사
지성과반지성
서울법대와하버드로스쿨1
서울법대와하버드로스쿨2
서울법대와하버드로스쿨3
서울법대와하버드로스쿨4
그래서행복하세요?

2부.판사들의대나무숲

침묵의공포
불편한진실
사랑과전쟁
한국형세미나유감
이유같지않은이유로
법원유모아
재판하기위해서는야근할시간이없다
제도이전에욕망이있다
나는놀기위해태어났다

3부.법원유감

대화가필요해
왜법관들은행복하지못할까?
법관이누릴수있는행복,그리고그걸가로막는요소들
법원행정처는왜문제인가
아빠도아빠가처음이듯,우리도이런일은처음이잖아요?
법관의정치성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일선판사들의고민과노력,재판현장의경험을담다

판사들은어떤일을하며,어떤갈등과고민속에서살아가는가?우리는잘알수가없다.정치적사회적으로물의를일으킨사건에대한재판이세간의주목을끌때나,구설에오른판결을내린판사의이름이인터넷포털실검에올라올때면판결의옳고그름을놓고여기저기서논쟁과토론이벌어지지만,그것만으로일선판사들의생각과구체적판결과정에대해아는데는한계가있다.이유가없다고할수없는사법부에대한국민의뿌리깊은불신또한법원의판결에대한부정적인식에한몫을한다.저높은곳에우뚝솟아차가워보이는사각의건물안에서대체어떤일이벌어지고있는것일까.법원은과연힘없는국민을위한곳이기는한가.속시원한권선징악은드라마에서나가능하고현실에서는그저‘유전무죄무전유죄’가통용되는건아닐까.
문유석판사는이책『판사유감』을통해알지못하기때문에더욱불신할수밖에없는악순환을조금이나마멈춰보고자한다.실제벌어지는재판과판사들이일선에서실제겪는갈등과고민을보여줌으로써,현장에는묵묵히제소임을다하려애쓰는판사들이여기저기숨어있다는것을보여줌으로써말이다.최선을다해공명정대한판결을내리고자고심하는이들,낡고보수적인판례에도전해시대정신에걸맞은새로운판결을시도하려는이들로인해대한민국법원은힘겹지만한걸음씩앞으로나아가고있음을책은증명해보이고자한다.

우리의법원은평소보수적인것처럼보이지만한번움직이면성큼큰걸음을내딛기도합니다.선구자는호적정정허가사건을담당하는부산지방법원가정지원장고종주부장판사였습니다.그는이문제에관해방대하고심도깊은연구를마친후훌륭한논문도발표하고,2002년7월우리나라최초로성전환자의성별을변경하는호적정정을허가했습니다.이후전국곳곳의법원에서같은취지의결정이잇따랐고결국2006년에대법원2006.6.22.자2004스42전원합의체결정으로성전환자에대한호적정정을허용하는역사적인대법원결정이이루어졌습니다.그리고2009년에이르러또다시고종주부장판사에의해남성에서여성으로성을전환한성전환자에대한강간죄를유죄로인정하는판결이최초로선고되었고,이판결이대법원에서확정됨으로써이문제에관한매듭이지어졌습니다.2012년에는강간죄의대상이‘부녀’에서‘사람’으로개정되기도했습니다.2001년당시에는먼훗날에나이루어지지않을까생각했던변화가생각보다빨리이루어진것입니다.그변화의물결한구석에참여하고있었다는기억만으로도가슴이뿌듯해지곤합니다.
_본문124쪽(「짓밟힌것은몸이아닌마음」중에서)


독립된헌법기관이라는소명과법원조직사회의논리사이에서

그럼에도책에미담만담길수는없는일이다.책의2부‘판사들의대나무숲’에서는법원이라는조직사회의엄격한장유유서문화와지나친승진경쟁,과도한재판업무등을날카롭게꼬집는다.판사는원칙적으로독립된헌법기관이지만,조직내에서승진경쟁을벌여야하는현실의직장인이기도하다.판사들은공명한판결을위해법적으로모두가대등한신분을갖지만실제로는조직사회피라미드속일원이라는것또한사실이며,따라서승진을위한처절한사건처리실적경쟁을벌일수밖에없기도하다.상급심에서파기환송되는판결을내릴까두려운하급심이존재할수밖에없고,새로운판례를만들어내는것역시용기를필요로하는일이다.재판보다사법행정에촉각을세울수밖에없는것도마찬가지로조직논리에기인한다.문유석판사는재판의독립성과판사가놓인현실적처지사이의모순이특수하고도경직된법조문화를만든다고본다.

기본적으로유교문화권의기본질서인장유유서는집단무의식의핵심에까지자리잡고있는가치라고할수있지요.게다가법원에서는기본적으로연수원기수를중심으로한서열이오랫동안인사,사무분담및일상적인의전에이르기까지중요한기준역할을해왔습니다.부작용도있지만,인사가예측가능하여법관의독립성을저해하지않고,다들뛰어나고자존심도강한법관사이에서수용가능한획일적인기준으로기능하는점등불가피한면이있었다고생각합니다.그리고법관집단은삼십대부터육십대까지다양한연령과경험치를가진이들이대등한법관이라는지위를공통적으로가지는매우특수한집단이라는점이중요합니다.기업을비롯한일반적인집단에서의모습은연령이나경력,상하직급이비례하여각자의위치가수직적으로구분되어있지요.상급자와하급자개념이존재하고지휘감독관계가존재합니다.
하지만법관은그권한과지위가기본적으로대등합니다.삼십대초임판사도판사고,정년을앞둔육십대판사도판사입니다.법원장이아니라대법원장도행정적인부분이아닌재판내용에관해서는절대관여할수없습니다.
역설적으로이런특수성때문에오히려더엄격한일상에서의법조예절과서열주의가발달해왔다는가설을세워봅니다.장유유서가엄격한한국사회에서연령과경험차가큰집단을모두대등한지위에묶어놓으니집단내부에서다른방법으로차이를두고위치에따른예우를하는암묵적질서가생성되는것이지요.
_본문200~201쪽(「불편한진실」중에서)


법관들은,시민들은냉소의늪에서빠져나와미래를낙관할수있을까

책을개정하며새롭게추가된3부‘법원유감’에는법원내외부에서터진심각한사건들과이에관련한판사들의갈등상황에대한글들로이루어져있다.특히「법원행정처는왜문제인가」라는글은2017년3월,행정처가국제인권법연구회의법관독립강화와인사제도개선을위한학술대회를축소하려시도한일이이탄희판사의사표로인해세상에알려지면서물의를일으킨시점에쓰인글이다.아직행정처컴퓨터조사가이루어지지않아뒤에밝혀진더심각한문제들(행정처의재판개입의혹등)은알려지지않은때였지만,법원행정처가법관들의자율적인학술활동을억압하고판사들을통제하려했다는사실만으로도충격적인사건이었다.이후전국적으로이를규탄하고진상을밝힐것을촉구하는법관회의가이어졌으며,현재도사법농단관련양승태전대법관등의재판이이어지는중이다.
재판의공정성은법치국가에서법원이존재하는이유이자법관의독립성은법관의사명을위한필수적인조건이다.사법농단사태가심각한것은이러한근본적원칙이어느새무너져왔다는것을보여주었기때문이다.법원에대한신뢰는다시회복될수있을까.문유석판사가이책을통해던지는문제는결코가볍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