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연인, 환자, 시인, 그리고 너 | 양장본 Hardcover)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연인, 환자, 시인, 그리고 너 | 양장본 Hardcover)

$23.00
Description
“내가 내가 아니게 하고 너도 네가 아니게 하자.
우리 거기서 만나자”
‘오해’라는 외투를 천겹 만겹 껴입은 시인 ‘않아’,
‘한국시의 최전선’ 김혜순 시세계의 가이드가 되어줄 179편의 시산문으로 태어나다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저자

김혜순

1979년『문학과지성』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또다른별에서』『아버지가세운허수아비』『어느별의지옥』『우리들의음화』『나의우파니샤드,서울』『불쌍한사랑기계』『달력공장공장장님보세요』『한잔의붉은거울』『당신의첫』『슬픔치약거울크림』『피어라돼지』『죽음의자서전』『날개환상통』『지구가죽으면달은누굴돌지?』,시산문집『않아는이렇게말했다』,산문집『여자짐승아시아하기』,시론집『여성이글을쓴다는것은』『여성,시하다』등이있다.김수영문학상,현대시작품상,소월시문학상,올해의문학상,미당문학상,대산문학상,그리핀시문학상,스웨덴시카다상,삼성호암상예술상,독일HKW국제문학상등을수상했다.서울예술대학교문예학부명예교수다.

목차

애록에서│여성의신체│생활의달인│잠언선생님│솔직한시여!│반려가방│소리환자│이불의얼굴│어머니도하기싫어한다│눈물자국나이테│유리수의무한│아직오지않은과거│전세계의꽃│텅빈방의노래│맨홀인류│빈액자│형식에이르다│빌라도총독들│악몽수프│칠리콘카르네│연극연출가의생활│도망중│르네마그리트와샤를보네증후군│승리의내부│애록소설공장│죽어서도썩지않으려면│시의이름│귀여운할아버지│노래의입술│낡은장르│소설과시│피흘리는특권│장르복합관객관람│북극│음식에대한예의│안간힘│않아의프랑스│여자들만의문자│인생의최대수치│몸을표현할단어는없다│로저코먼│희미한희끄무레한희한한│않아는이렇게말했다│응급실│전위시인│아버지와아저씨의어미│똥│모차르트│문서인간│소설을살다│아피찻퐁위라세타쿤감독의〈징후와세기〉에나오는대화│안개비내리는4월│은유금지│부활절│방학│글자가되면사라진다│대웅전의탁상시계│애록에살아요│에베레스트눈물│시간지우개│여자작가와남자작가의전시│사물의영│정성의지표│가려움으로돌아온시간│희박한나라│우즈강가에서│까마득한│수입된알리바이│태양왕의의자│동그라미│아직태어나지못했다│사마귀의목소리│죽음의숙주│이별을살다│질문들│엄마들│마녀형시인│점근선│강의와항의│모음들│그여자의부엌│작가지망생들앞에서조차│우리는언제이연습을끝내게되나요?│이휘황한가설무대에서│시의비│사랑하는두행성처럼│시창작워크숍│불안우주무한가속기│요리동사│시는한그루나무│지하의고독│실비아와브라운부인의빵│소설가지망생│정어리와청둥오리의이름│스스로임명한만물의척도│마음에게│피아노와낙타│혁명가의새직업│유명한사람과유명하지않은사람│사물의말씀│나만의기린기다리기│단한번의흥얼거림으로흘러간노래│‘~이면’의세계│사라지는장르│비겁한할머니│머리깎은물고기들│우리는어느새그녀를다써버렸다│잊을수없을땐어떻게해야하나요?│아버지가자란다│별주는사람과별받는사람│각국의콩요리│언젠가이의인화를버릴거야│선택│전화│포르말린용액속의공주들│회원이십니까?│DMZ초록│전쟁없이통일이될까요?│포유류│입시│선생님이밥을사주신다│처녀성과모성│북산│로드리게즈와로드리게즈│리듬을먹여살려요│신선식품처럼│침묵생성기계들│송사│모던에도순교가필요해│타인의잠을지켜드립니다│나나나나│외할아버지의서점│뉴욕산책│설인예티│치유좀해드릴게요│명절│무서운공동체│요동│편두통│수치심│이세상에서않아가맡은배역│운명의지휘자│미나리흔들기│선생과학생│KAL│우상비빔밥│물고기와가족이야기│세여자│대흥사│고독이라는등뼈│내이름과네이름│시인의이름│않아의아내│데스메탈과고아소녀│노인은왜아이가될까?│영감이란무얼까│나에게도콘솔이한대있다면│내몸은무엇으로만들어졌는가│않아의리바이어던│오만한영어님│포화속의레시피│비굴의장르│센티멘털대왕치세│권태│대담한결심│음악의존재│결혼행진곡│늙은딸들│미래에의감염│2월좀비│않아는찍히고싶지않다│입원실│품사에게도영토가있다면│지금그곳│엄마의뜨개질│땅냄새타법│않아의룸메이트│꿈으로들어갈때신는신발│단식

마지막말
개정판에부쳐

출판사 서평

시나산문이아닌장르중간의글로서김혜순시인이발명한‘시산문’이라는명칭은『않아는이렇게말했다』이후덜낯선용어가된듯하다.시의나라를그리워하며쓴마이너스시,마이너스산문들.이작품들을연재할당시시인은‘쪼다’라는필명을쓰고독자에게자신을짐작하지말아달라당부했다.그렇게‘않아’라는,도저한부정정신이담긴화자를전면에내세워써내려갔다.요컨대김혜순시인이이름도장르도벗었을때어떤글들이태어나는가가이책에담긴것이다.

이것을시라고하면시가화냅니다.이것을산문이라고하면산문이화냅니다.시는이것보다높이올라가고,산문은이글들보다낮게퍼집니다.이것은마이너스시,마이너스산문입니다.이것을미시미산(未詩未散)이라고부를순없을까,시산문(Poprose)이라고부를순없을까,시에미안하고산문에미안하니까.이것들을읊조리는산문이라고,중얼거리는시라고부를순없을까,생각했습니다.나는시로쓸수있는것과산문으로쓸수있는것이다르다고생각해왔습니다.그러나이번엔그두장르에다걸쳐지는사이의장르를발명해보고싶었습니다.이글은나를관찰하면할수록불안이깊어지는사람이쓴글입니다.권태와고독이의인화된사람이된그사람이쓴글입니다.그사람을나라고불러본사람이쓴글입니다.이글들은장르명칭이있는것이아니라저멀리존재하는미지의나라,애록(AEROK)에서가장멀리있는별자리,생각만해도현기증나는그멀고먼나라,시의나라를그리워하면서쓴글입니다.시같은것도있고,산문시같은것도있고단상같은것도있습니다.소설을쓰는마음으로시를쓴다는김수영의말,산문을쓸때도자신은시인이라는보들레르의말사이의길항을붙들고쓴글입니다.쓰는동안에거룩함이라는쾌락,연민이라는자학,건전함이라는기만에만은빠지지말자고다짐했습니다.
_433쪽,「마지막말」에서

여성으로태어나시를쓰고시쓰기를가르치는선생이기도한‘않아’,그가사는나라의이름은‘애록(AEROK)’이다.‘KOREA’를뒤집어쓴,불안과고독과권태로그득한그곳은“정치가가트럭연설대에서연설을한다./
정치가의머리위에는그의이름이적힌플래카드가나부끼고있다./제이름을적어놓느라우리의하늘과벽을제일많이더럽히는사람들이다./
제이름을외치느라우리에게제일많은소음공해를일으키는사람들이다./
우리에게구걸하고서는곧우리를억압한다.”(「비굴의장르」)제도와의례의부조리와폭력성으로팽창해있고도처에는아픈죽음들이스며있다.“이나라는부끄러운나라야./부끄러울까봐부끄러운짓을하는나라야”(「KAL」)라는구절은낯설지않아더씁쓸하게박힌다.그런애록에는이제“시는사라지고넘치는센티멘털과포즈가남았다./시는사라지고시의효용,시의쓰임,시의이용만남았다./시는사라지고시인되기프로젝트가동만남았다.”(「사라지는장르」)않아는주로‘마녀형여성시인’으로분류된다.“무녀형여성시인,창녀형여성시인,소녀형여성시인”등등이있다.“여성을여성의언어로말하는것은참으로어려운일”이라고않아는생각한다.“여성의언어가따로없으니까.남성시인들이쓰는언어를그대로가져다가요리조리회를떠서사용해야하니까.익힌것을날것으로되돌리는일이어디쉬운일이겠는가.(…)그러기에여성시인은늘새로시작해야한다.자신의시를시장르의확산에바쳐야한다.”(「마녀형시인」)이렇듯『않아는이렇게말했다』는오해받는장르를쓰는오해받는존재로서않아가남긴어록이자이세계에대한투쟁의기록이다.
“인간적이고,정상인이고,현대인이고,애록인이라는층위에서뛰어내려보려고”않아가선택한‘쓰기’란,‘시’란무엇일까.“각자의우주에각자가있으려고./영혼이되려고”(「언젠가이의인화를버릴거야」)하는일에정의가있을수있을까.다말할수없고불완전하고비밀스럽기도한것들에대해써내려간않아의‘읊조리는산문,중얼거리는시’들을읽다보면자연스레김혜순시인의문학관과세계관이짐작가는바이다.

시는시인이자신에게기생하는리듬을벗어버리려하는몸부림.
존재의방식이아니라결핍의방식으로.
시인은의미도메시지도없는그영원한헐벗음인음악을마지못해먹여살리는사람.
시인의분신이지만시인은자신의분신인줄도모르는그것.
늘헛기침하는그것.늘시인의영혼을벌거벗기는그것.
(그러나그것이없으면시인은시를시작하지도못하네.)
_312쪽,「리듬을먹여살려요」에서

문학은본래적으로솔직하지않다.

시는언어의관습적인사용에대한거짓말이며
소설은현실의관습적인사용에대한거짓말이다.

어쩌면작가는우리가사라지면거짓말만남으리라는것을아는사람이다.
(…)

시를쓴다는것은아무것도없는것을바큇살가운데에둔것처럼망각의기계를전속력으로돌려보는행위다.실용적인잣대로판단하면,아무짝에도쓸모없는,이야기의재료로삼을수도없는저부재를돌려보는행위다.
_23~24쪽,「솔직한시여!」에서

어쩔수없이세상의모든문학적내용은불완전하고,미완성이고,비밀이다.그미완성인비밀을형식이라는보이지않는틀이받들고있다.

그럴때텍스트는하나의비장소가된다.고독과권태가안개처럼흐르고,전쟁이피흘리며허공이소리치며,광기가귀신처럼흐르고,죽음이비상하며,기쁨이지저귀고,비애가혼자먹는밥상처럼초라하고,파도가하늘을달리고,침묵이상처입은가슴처럼쓰라리고,빛의목소리가들리고,죽음이베푼아름다움과두려움에들려스러지는하나의비장소가된다.
(…)

그러나독자를많이얻기위한시는이와다르다.
형식이아니라내용,시적자아의부단한정서적흘러넘침이거나촌철살인의아포리즘.너무많이존재하는시적화자의비애와센티멘털.거기서번져나오는위장된성스러움,그러나한꺼풀벗겨보면참을수없는나르시시즘으로떨리는살들.
순진함이라는그허영심.
_51~52쪽,「형식에이르다」에서

시는어떻게만들어지는지,시인이란무엇을어떻게감각하는존재인지,몸으로쓴다는건어떤것인지누군가묻는다면이책의아무페이지나펼쳐보라말할수있으리라.산문의구체성과시의리듬감,여기에냉소와유머가더해지니,뒤집어보고비틀어생각하고텅비워탈탈털어보는않아의작업이전위적이라기보다땅에발디딘‘바로이곳’의이야기로느껴진다.그러므로이책은무엇보다‘시는어렵다’라고생각하는독자에게가장맞춤한첫책으로권할수있겠다.사이사이놓인이피의강렬한그림은않아의말들에묘한해방감을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