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토당토않고 불가해한 슬픔에 관한 1831일의 보고서

얼토당토않고 불가해한 슬픔에 관한 1831일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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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5년 전 7월 19일,
호텔 그랑블루 1013호에 묵은 그날
혜진이가 사라지고 1831일이 흘렀다.
맙소사, 전부 소수잖아!
*
*
세상엔 도통 말이 되지 않는 일들뿐이지만
넌 소수처럼 단단해질 거야.
절대 쪼개지지 않는 건 소수랑 탄소, 그리고 너야.
여섯 살 아이가 바닷가 호텔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전 국민이 알 만큼 이슈가 된 일가족의 비극. 무수한 댓글에 오르내린 슬픔의 당사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5년 전 여름휴가지에서 동생 혜진이를 잃은 중학생 최현수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난…… 전단지에 붙은 얼굴들을 주의 깊게 보는 어른이 되고 싶어.
혼자 걷는 아이에게 부모님은 어디 있냐고 묻는 어른이 되고 싶어.
슬픈 기사에 악플 대신 힘내라고 댓글 다는 어른이 되고 싶어.” _본문에서

현수가 보기에, 세상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소문을 공유하고 쉽게 비난하고 가볍게 동정한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진심으로 돕고 싶어 하는 사람은 평행세계에나 존재한다는 게 현수의 생각이다. 그런 현수에게 “이상한 사람들”이 꼬이기 시작한다. 티브이 프로 ‘서프라이즈’ 이야기만 줄줄 늘어놓는가 하면, 느닷없이 다가와 비밀을 털어놓는다. 좀 괴상하고 별난 구석이 있는, 가끔은 제정신이 아닌 것도 같은 사람들. 알고 보니 모두 누군가의 빈자리를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너무 큰 슬픔에는 다른 슬픔을 끌어당기는 자석이라도 있는 것일까? 이상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기이한 우연으로 겹치는 숫자들, 게다가 그 숫자들이 모두 소수라니……. 마침내 믿을 수 없는 목격담마저 나온다. “혜진이를 봤어. 일주일 전에.”

어떤 사람들은 타인의 아픔에 더 크게 공명한다.
(…) 아주머니와 엄마를 연결시킨 슬픔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_본문에서

누군가의 슬픔을 내 것처럼 앓는 것이 가능할까. 깊은 슬픔의 바다를 ‘함께’ 헤쳐 가는 것이 가능한가. 때로 삭막하고 무자비하게 보이는 세상에선 불가능한 일일 것만 같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것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말도 안 되는 슬픔이 불쑥 덮쳐 오는 게 인생이라면, 그 슬픔을 견디게 하는 선의 또한 불쑥 찾아올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니까, 어떤 사람들은 슬픔을 가교 삼아 손을 맞잡기도 하는 것이라고.

세상엔 정말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니까. _본문에서

저자

조우리

청소년소설을쓴다.수업시간에딴짓하고,엎드려자고,교가나애국가제창때조개처럼입을꾹다물고있는아이들을사랑한다.목소리가크고,잘웃고잘울고,모르는질문에도대답을씩씩하게하는아이들역시사랑한다.1년중초여름밤이가장좋다.새울음소리,여름꽃향기,습하고미지근한바람같은것들로인해.『어쨌거나스무살은되고싶지않아』로비룡소블루픽션상을,『오,사랑』으로사계절문학상대상을받았다.그리고『마구눌러새로고침』『내이름은쿠쿠』『꿈에서만나』『얼토당토않고불가해한슬픔에관한1831일의보고서』등을썼다.

1980년인천에서태어났다.한국예술종합학교극작과를졸업하고음악과미술쪽을기웃거리다아이들에게글쓰기를가르친다.나무와산이많은동네에서사춘기가올락말락한딸과,스트리트생활을하던하얀개를키우며살고있다.

목차

어느마술사이야기………7
>>>아버지의수첩………12
패럴렐월드의선의………14
비극의사이즈………23
>>>신문기사1………28
7월19일………31
무서운건어둠이아니다………38
미스터서프라이즈………52
개와개의친구들………59
최수민식장래희망………73
문………79
기,딸꾹,도………92
한통의이메일과한통의전화………100
빛나………106
비밀상호주의………113
>>>인터넷카페게시판………131
>>>경찰녹취록………134
>>>신문기사2………142
조각난사람들………143
빈방………158
바닷가의장례식………170
그장면………188
모든것은연결되어있어………195

출판사 서평

치킨냄새를풍기는진실하나:그럼에도삶은이어진다는것

조우리는『오,사랑』으로사계절문학상대상을,『어쨌거나스무살은되고싶지않아』로비룡소블루픽션상을받으며청소년문학독자들에게이름세글자를또렷이각인했다.그의이번소설은지극한슬픔에주목했음에도아이러니하게경쾌한삶의냄새를풍긴다.우연히들은라디오사연하나가이소설의씨앗이되었다.어머니장례식을치른뒤몇날며칠을자지도않고울고만있었는데,열린창문으로새어들어온갓튀긴치킨냄새에참을수없어져서치킨을시켰다는사연이다.여전히깊은슬픔에잠겨있었고눈물도멈추지않았지만치킨을입에넣는것도멈출수없었다고.조우리는이사연을“절망의한가운데서찾아오는삶의의지,그러니까희망에대한이야기”로기억한다.“그리고그런불가해한순간은반드시한번쯤우리를지나간다고믿게되었어요.”

“불행이다가오면움직여선안돼.
반응하지말고아무일도없는것처럼행동하는거지.
아침밥먹고점심밥먹고저녁밥먹고.
최대한그대로지속하는거야.모든것을.알겠어?”_본문에서

『얼토당토않고불가해한슬픔에관한1831일의보고서』는“무너졌지만완전히무너진것은아닌”사람들의이야기다.비일상적인슬픔을맞닥뜨리고도어떻게든일상을지속해나가는이들은알고있다.슬픔이동나고난다음에야앞으로나아갈수있는게아니라,어떻게든앞으로나아가는동안에슬픔은조금씩견딜만해진다는것을.

“그것을온몸으로떠받치며견디고다시한번나아가는이야기를그리고싶었다.
조금이상해도,비뚤어져있어도,누구에게이해받지못한다해도
자기자신의방식으로견디어나가는씩씩한사람들에대해.

이를테면고소한치킨냄새처럼작지만우리를살게하는것들-
둘만나누는비밀,머뭇거리는마음,막연한호감,
소설의첫문장,누군가의온기,사소한격려같은것들은
언제나가만가만다가온다는것을잊지않기를.”_조우리

고소한치킨냄새,누군가의온기,사소한격려같은것들이있어우리는소수처럼단단할수있다.끝내쪼개지지않는다.얼토당토않고불가해하지만실로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