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리노이대학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고 시애틀의 워싱턴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프레드릭 뉴마이어의 ?The Politics of Linguistics?(Chicago: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6)을 번역한 책이다. 책 제목을 직역하면 ‘언어학의 정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언어학의 세 가지 접근법-인문과학적, 사회과학적, 자율적 지향성-에 대해 고찰을 하며, 이 접근법들이 정치적으로 어떤 함의含意를 갖고 사적으로 전개되었는가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을 고려하면 “20세기 언어학의 전개 양상과 그 정치적 함의”로 하는 것이 가장 그럴 법하지만, 이런 내용과 원제목을 함께 살리는 뜻에서 ?언어학과 정치?라는 서명을 붙였다.
이 책이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20세기 언어학의 주류를 형성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구조주의 언어학 및 생성문법이론 등과 같은 언어학 이론이 전제하고 있는 언어 자율성 개념이 어떻게 성립되었으며, 그 전개 과정은 어떠하며, 그 과정에 담겨 있는 정치적 역학 관계는 무엇인가 하는 점 등이다.
언어의 연구 제 1장에서 언어 연구가 세 가지 지향성을 가지고 전개되어왔고 또 전개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인문과학적, 사회과학적, 자율적 지향성이 그것들이다. 이 세 지향성의 언어 연구는 상호 보완될 수 있는 각자의 연구 영역을 가지고 있지만, 지난 2세기 동안의 언어 연구는 언어를 자율적 실체로 접근하는 자율적 언어학이 다른 두 지향성의 언어 연구와 대립하며 그 세력을 확장시켜 왔다는 것이 저자 뉴마이어의 기본 입장이다.
자율 언어학의 대두 제 2장에서 저자는 18세기에 등장한 비교언어학이 유럽 지성사에서 낭만주의 운동이 대두한 것과 궤를 함께 함에 우선 주목한다.
구조주의 언어학 제 3장은 소쉬르의 ?일반언어학강의?를 중심으로 구조주의 언어학의 기본적인 개념들을 소개한 후, 유럽 각국과 미국에서의 구조주의가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다루고 있다.
촘스키 학파의 혁명 제 4장은 촘스키의 변형생성문법의 개념들을 소개하는 한편, 생성문법의 사적 전개 과정을 살피고 있다. 사적 전개 과정의 골격은 혁명적 성과를 이뤄냈던 초기 생성문법이 1970년대 중반까지 생성의미론과 피아제적 심리언어학의 연합된 도전의 결과로서 한때 세력을 거의 상실했으나, 1970년대 후반 다시 지배결속이론으로 무장하여 그 세력을 확장시켜 나갔다는 것이다.
자율 언어학에 대한 반박 제 5장은 자율 언어학에 대해 다른 지향성의 언어학들, 곧 인문과학적 언어학과 사회과학적 언어학 등이 어떻게 반박하였는가를 다루고 있는데, 전자보다는 후자의 반박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특히 후자의 반박에는 마르크스주의적 언어학의 반박과 페미니즘적 언어학의 반박이 포함되어 있다.
자율성 논쟁에 대한 몇 생각 마지막 제 6장에서 저자는 자율성을 둘러싸고 이루어져 온 논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는데, 저자는 세 가지의 지향성을 갖는 언어학이 상호 보완적일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 책은 2세기에 걸쳐 자율성을 둘러싸고 전개된 논쟁을 개관하고 있다. 이 논쟁에는 낭만주의 운동 시기에 근대 언어학이 탄생하게 된 정치적 함의, 마르크스와 엥겔스, 그리고 소비에트 언어학자 마르의 언어에 대한 생각, 구조 언어학에 대한 히틀러와 스탈린 양자의 공격, 미국에서 이 분야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의 선교 단체와 군대, 정부의 역할, 그리고 촘스키의 생성문법 이론과 그의 정치적 견해 간의 관계 등에 대한 흥미로운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기술들은 언어학도는 물론이고 非언어학도 모두가 관심 깊게 살펴볼 대목들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