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류명순은 경기 안성 출생. 2002년 자서전 「잃어버린 20년」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12년 계간 「시작」 신인상 등단. 제9회 동서커피문학상, 제34회 방송대문학상 수상. 한국방송대학교 문화교양학과 졸업. 현재 (주)Everyoungkorea 근무, 시인회의 동인.
제1부 글자 쓰는 골목 13 오래 닫힌 窓 15 고문의 진화 17 사람의 품 19 형법 제38조 21 바람의 본적 23 무덤으로 가는 앤디워홀 24 소리의 판화 26 플라톤 모티브 27 바람의 유목 29 석장石墻의 비밀 31 내통하다 33 생각 한 벌 34 하루가 발치되다 36 폭풍의 이동 경로 38
제2부 비색에 젖다 43 지하도 44 새들도 변종을 꿈꾼다 45 염천炎天 47 강력한 수군水軍 49 물구나무의 삶 51 둥근 울음 53 아라족들의 복화술 54 사바나 미술관 56 알리바이 레시피 57 no 59 달리의 방 61 과녁 63 식물도 말을 키운다 65 옥탑방 가기 위한 몇 개의 텍스트 67
제3부 산세비에리아 스토리텔링 71 사디즘의 만족 73 우산 74 말 질주하다 75 직업 있는 여자 77 무쇠 밥솥 78 바람의 세일즈 79 이방인異邦人 81 삼색등의 유래 82 악어구두는 악어의 눈물이다 83 레인보우 85 오래된 영농일기日記 87 구멍가게 그 남자 89 부활절 90 길은 생각한다 92 소국 93
제4부 검은 얼룩 97 명예퇴직 98 고음 실종되다 99 국지성 폭우 100 백 년을 수술하다 101 횡단보도 103 Delta 104 나는 학습된다 106 공원도 관절통을 앓는다 107 삭제 108 모나리자의 미소 109 에덴동산에 사는 이브 110 어지러운 반란 111 공휴일 113 허공의 회로 115
2012년 계간 [시작]으로 등단한 류명순의 첫 시집이 시작시인선 229번으로 출간되었다. 류명순 시의 특장은 상상력과 현실의 조화에 있다.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뇌를 상상력으로 발전시켜 우리가 미처 예견치 못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낸다. 그 이미지들은 때로 플라톤의 모습이 되어 나타나고 칭기즈칸, 달리, 앤디워홀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어 현실의 우리 모습을 보여준다. 류명순의 시는 일상과 상상력이 만나 일상을 상상력의 세계로 확장시키고 상상 속의 세계를 현실의 세계로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시인은 때로 민들레 백발처럼 삶의 구석진 내면을 다 알아버린 듯한 표정으로 개인의 보편적 삶을 ‘무쇠 밭솥’이라는 대체물로 드러내기도 하고 ‘옥탑방에 가기 위한 몇 개의 텍스트’라는 시에서는 별 다른 기법 없이 이미지의 묘사만으로도 고독한 심상을 담담히 드러내기도 한다. 이병철 평론가는 이를 ‘상상력과 체험이 결합한 이른바 ‘퓨전’의 시학이라고 명했고 유성호 평론가는 시인만의 ‘근원적인 성찰과 치유의 기록을 담고’ 있다고 평했다.
[추천사]
류명순의 첫 시집은 그녀가 아프게 통과해온 시간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과 치유의 기록을 담고 있다. 비록 그녀 시편이 “파산선고를 받은 등뼈들”(「형법 제38조」)이나 “변두리 시화공단을 돌아서 돌아온 소리들”(「생각 한 벌」)을 가득 담고 있을지라도, 우리는 그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그녀만의 생성적인 열정과 시적 촉수를 선명하게 만날 수 있다. 경이로운 존재론적 소멸과 그 잔상殘像을 통해 꿈과 현실을 넘나듦으로써 그녀는, 비상한 활력에도 인생론적 비애를 담아내고 다시 그 비애로 하여금 심미적 감각으로 이어지게끔 하는 선순환을 낳아간다. 또한 류명순은 “어머니 흐느낌 소리”(「무쇠 밥솥」)나 “아버지 잔기침 소리”(「오래된 영농日記」)처럼 애틋하고도 그리운 기억들을 탐색해 들어감으로써, “바닥을 하늘 삼아 살아가는 것들”(「물구나무의 삶」)의 위의威儀를 진정성 있게 해석하고 판단하는 태도를 하나하나 얻어간다. 그렇게 시인은 “내 목소리도 점점 더 낮은음이 되어간”(「고음 실종되다」) 깊고도 오랜 시간을 우리에게 애잔하고 아름답게 들려준다. 이 오랜 첫 시집에 그 ‘낮은 음’이 빛처럼, 물결처럼, 천천히 번져가고 있다.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교수)
류명순의 시에서는 오래 머문 것들에서 맡아지는 상처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다. “몇 만 번의 흔들림으로 나이가 먹었을 그 소나무”(「바람의 본적」) 혹은 “금이 간 유리창이 툭, 상처의 비늘들을 떨어뜨린다”(「오래 닫힌 窓」) 등에서 읽히듯, 그녀 글쓰기를 지탱해준 힘은 사람의 체취가 아닌 바람이나 얼룩 같은 무형의 기제들이다. 일견 씩씩하고 호방한 겉모습과는 달리 그녀 내면은 아리도록 섬세하여, 시적 대상을 흔들어보고 깨트린 뒤의 지극한 접합으로 사유의 마디를 크게 늘인다. 나아가 그녀 별명이 ‘류사임당’인 것처럼 시와 그림을 넘나들고 있어, 연륜의 깊이에 더해진 크나큰 열정은 아름답고 뭉클하기까지 하다. 그녀 내면에 아직도 무엇이 더 출렁대고 있는지 가늠하진 못하지만, 섣불리 지치거나 주저앉지 않고 앞으로 성큼 나아가리라 믿는다. -강정숙(시인)
새들도 변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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