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슬픔마저도 자랑이었다- 시작시인선 570

당신은 슬픔마저도 자랑이었다- 시작시인선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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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재무

저자:이재무
주요저서로『정다운무관심』『고독의능력』『즐거운소란』『슬픔은어깨로운다』외다수.
윤동주상,소월시문학상,유심작품상,이육사시문학상,정지용문학상등수상.
서울디지털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
(주)천년의시작대표.

목차


제1부

헌정사13
떠돌이별14
나,너,당신,그대15
관측하려네16
스피노자를위하여17
몸속의별18
멀리서봐야하는것들20
별21
無22
만월24
바람이보고싶어25
거룩한생각26

제2부

곰실곰실29
우수30
춘분231
나싱개32
물소리33
신간들34
골짝물35
감정의빛깔36
야화37
6월38
나침판39
지렁이40
가을이왔다41
바람과풀42
춤43
보랏빛종소리44
나는활엽수가좋다45
겨울산46
일출47
나떠난뒤48
삼동49
텃밭50
호박을어찌당해내랴?51
빈밭52

제3부

시에게55
일요일의산책56
모닥불58
배우다59
경의선숲길60
생활62
고집63
짝64
울음들65
등66
증명사진68
거울69
몽상70
고백72
낮술73
막내고모74
상견례76
슬픈일79
외로움80
진리의힘81
자유82
사랑의방식83
유머에대하여84
백수를위하여85
흐르는물은쉬지않는다86

제4부

소낙비91
나살던옛집92
게으름은미덕94
낙엽들96
동행98
장항선99
첫눈100
아포리즘101
4월은102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103
노래104
존재의집105
큰집으로돌아가시다106
웃음의능력107
금계국108
영혼의목걸이110
필연과우연111

해설
허희?상하고성한구슬들의성좌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나는마포가좋다.44년전상경하여흑석동산꼭대기에서고인이된선배와일년여산적이있으나본격적으로살림을부려놓고생활을시작한곳이마포였다.그후사정때문에이곳저곳을떠돌다다시마포에들어와산지십수년이되었다.
아현동,상수동,도화동을거쳐지금은신수동(1960년대시인김수영이양계장을하며살다가1968년교통사고로운명한동네)에서10년째살고있다.
44년전산동네시절에비하면마포는말그대로상전벽해의전혀다른모습을보이고있다.그때는전형적인서민도시였다.하지만20년새산동네에고층아파트가들어서고도로가에마천루들이들어서면서확연하게분위기와색깔이달라졌다.
그렇긴해도마포는여전히서민들이살기에맞춤한도시다.공덕동시장이나망원시장에가면나이지긋한이들이즐겨찾는가격대비맛집들이있고,술꾼들이좋아할만한갈빗집들이즐비하게늘어서있는반면에신촌이나홍대거리는언제나젊음의활기가넘친다.
여기에최적의산책로인경의선숲길과한강변이있어서지친심신을위로하고단련시킬수있다.오래된습관이제2의천성이되는것처럼이제마포는나에게제2의고향이되어가고있다.
나는마포에살면서심심찮게시편들과산문들을써왔다.그러니까마포는내알량한상상의물고기를낚는생활의낚시터인셈이다.비록건져올린작품의잡어가잘고양도변변찮지만건져올릴때의손맛은그런대로쏠쏠하다.
마포야,고맙다.오늘에와서야고백한다만나는너를누구보다좋아하고사랑한다.

열살무렵우리집에는앙고라토끼한쌍이있었다.토끼는먹성이좋았다.장속을들여다볼때마다입을오물거리고있었다.처음에는번갈아먹이를구해주던식구들은시간이지나면서응당그러기로했다는듯이내게토끼먹이를맡기고있었다.토끼는주식으로건초,간식으로는채소를먹었지만,특별식으로씀바귀를잘먹었다.
나는토끼가좋아하는씀바귀를공수해오기위해방과후(방학때는온종일)사방팔방산야를뒤져씀바귀를채집하였다.토끼가앙증맞은입을벌려내가구해온씀바귀를넣고오물오물씹어삼키는모습이그렇게보기좋을수가없었다.나는토끼가맛있게먹는게보고싶어하루도거르지않고여름한철을산과들에서살았다.
하던일이꾀가날때나는버릇처럼어릴적즐거운놀이였던토끼먹이구하던일을떠올린다.누가시키지않아도보상이주어지지않아도마냥좋아서했던,그일을떠올리며다시힘을얻곤하는것이다.내게처음으로열정과몰입의기쁨을안겨주었던경험은이후내가살아가는일에거름이되어주었다.
나는글쓰는일도이와마찬가지라여긴다.즐거운놀이이자,즐거운노동으로써의글쓰기가되어야지치지않고오래쓸수있기때문이다.열정과몰입의시간을살았던십대는고달픈속에서도충분하게아름다웠다.

추천사

광활한우주,존재이전의무,지구라는푸른별,몸속에떠도는별을새롭게노래하지만이재무의시는여전히누항속에있다.좁고지저분한거리로내려가외롭고슬픈이들을다독이고슬퍼하는이들을위로하며돌아다닌다.이재무의시는활엽수의세계에가깝다.한가지색깔로평생을사는완강한침엽수와는다르다.철마다활력이넘치는나무처럼다채롭고풍요롭다.이재무시의“숲속에서는새들이종일공중의백지에키보드를두들겨댄다/그걸따라읽느라나뭇잎들이명랑하게나부끼고”“날마다푸른신간들이발간되”곤한다.생명력넘치는언어가출렁거린다.그숲에서때론위험한짐승이되어소요하지만이재무의시는정직하다.제안에공존하는무수한타자와속물의존재와욕망의군상들을감추지않는다.그런솔직함이이재무시의미덕이다.
―도종환시인

책속에서

<헌정사>

칼세이건은그의저서『코스머스』앞머리에그의세번째부인‘앤드루안’에게다음과같은헌정사를남겼다.

공간의광막함과시간의영겁속에서행성하나와찰나의순간을공유할수있었음은하나의기쁨이었다.

나를다녀갔거나다녀가는당신에게칼세이건을빌려말하고싶다.

생의어느굽이에서만난당신은아픔이거나슬픔마저도하나의자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