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슬픔마저도 자랑이었다

당신은 슬픔마저도 자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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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재무 시인의 시집 『당신은 슬픔마저도 자랑이었다』가 시작시인선 0570번으로 출간되었다. 주요 시집으로 『정다운 무관심』 『고독의 능력』 『섣달그믐』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슬픔은 어깨로 운다』 『한 사람이 있었다』 등이 있다. 시인은 윤동주문학대상, 소월시문학상, 유심문학상, 이육사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번 시집 『당신은 슬픔마저도 자랑이었다』는 현대 사회의 거대한 가속도와 소외 속에서 ‘우주적 상상력’과 ‘소박한 대지의 생활 문법’을 결합하여 고유한 서정적 깊이를 획득한 수작이다. 시인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오마주하며 무한한 천체 속 인간의 근원적 고독을 응시하는 것으로 시의 문을 연다. 그러나 시인의 시선은 밤하늘의 관념에 머물지 않고, 지상의 텃밭이라는 구체적인 삶의 장소로 하강한다. 스피노자의 범신론적 자연학을 바탕으로, 시인은 텃밭의 흙살과 빈 밭에 고이는 침묵 속에서 사물에 내재한 신의 음성을 읽어 낸다.
특히 이번 시집은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지탱해 온 생활인의 언어로 가득하다. 2006년 금강산 남북 문학인의 밤 낭송시인 「흐르는 물은 쉬지 않는다」를 비롯해, 분단과 역사의 아픔을 연대와 결속의 거대한 바다로 승화시키는 서사는 시집의 백미다. 나아가 요양병원의 장모님을 치유하는 눈길, 고모의 장례식에서 마주한 상실을 통해 생의 필연적인 소멸을 대지의 부토(腐土)로 수용하는 초연한 이별의 미학을 보여준다.
“말은 존재의 집”이라는 철학적 명제처럼, 시인이 벼려 낸 담백하고 투명한 시어들은 각자의 고독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숙연함과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광막한 코스모스에서 출발해 가장 인간적인 구원의 자리로 안착하는 이 영원한 대장정은 우리 시단에 묵직한 서정의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다.
저자

이재무

주요 저서로 『정다운 무관심』 『고독의 능력』 『즐거운 소란』 『슬픔은 어깨로 운다』 외 다수.
윤동주상, 소월시문학상, 유심작품상, 이육사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주)천년의시작 대표.

목차

제1부

헌정사 13
떠돌이별 14
나, 너, 당신, 그대 15
관측하려네 16
스피노자를 위하여 17
몸속의 별 18
멀리서 봐야 하는 것들 20
별 21
無 22
만월 24
바람이 보고 싶어 25
거룩한 생각 26


제2부

곰실곰실 29
우수 30
춘분 2 31
나싱개 32
물소리 33
신간들 34
골짝 물 35
감정의 빛깔 36
야화 37
6월 38
나침판 39
지렁이 40
가을이 왔다 41
바람과 풀 42
춤 43
보랏빛 종소리 44
나는 활엽수가 좋다 45
겨울 산 46
일출 47
나 떠난 뒤 48
삼동 49
텃밭 50
호박을 어찌 당해내랴? 51
빈 밭 52


제3부

시에게 55
일요일의 산책 56
모닥불 58
배우다 59
경의선 숲길 60
생활 62
고집 63
짝 64
울음들 65
등 66
증명사진 68
거울 69
몽상 70
고백 72
낮술 73
막내 고모 74
상견례 76
슬픈 일 79
외로움 80
진리의 힘 81
자유 82
사랑의 방식 83
유머에 대하여 84
백수를 위하여 85
흐르는 물은 쉬지 않는다 86


제4부

소낙비 91
나 살던 옛집 92
게으름은 미덕 94
낙엽들 96
동행 98
장항선 99
첫눈 100
아포리즘 101
4월은 102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103
노래 104
존재의 집 105
큰집으로 돌아가시다 106
웃음의 능력107
금계국 108
영혼의 목걸이 110
필연과 우연 111


해  설
허희 상하고 성한 구슬들의 성좌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나는마포가좋다.44년전상경하여흑석동산꼭대기에서고인이된선배와일년여산적이있으나본격적으로살림을부려놓고생활을시작한곳이마포였다.그후사정때문에이곳저곳을떠돌다다시마포에들어와산지십수년이되었다.
아현동,상수동,도화동을거쳐지금은신수동(1960년대시인김수영이양계장을하며살다가1968년교통사고로운명한동네)에서10년째살고있다.
44년전산동네시절에비하면마포는말그대로상전벽해의전혀다른모습을보이고있다.그때는전형적인서민도시였다.하지만20년새산동네에고층아파트가들어서고도로가에마천루들이들어서면서확연하게분위기와색깔이달라졌다.
그렇긴해도마포는여전히서민들이살기에맞춤한도시다.공덕동시장이나망원시장에가면나이지긋한이들이즐겨찾는가격대비맛집들이있고,술꾼들이좋아할만한갈빗집들이즐비하게늘어서있는반면에신촌이나홍대거리는언제나젊음의활기가넘친다.
여기에최적의산책로인경의선숲길과한강변이있어서지친심신을위로하고단련시킬수있다.오래된습관이제2의천성이되는것처럼이제마포는나에게제2의고향이되어가고있다.
나는마포에살면서심심찮게시편들과산문들을써왔다.그러니까마포는내알량한상상의물고기를낚는생활의낚시터인셈이다.비록건져올린작품의잡어가잘고양도변변찮지만건져올릴때의손맛은그런대로쏠쏠하다.
마포야,고맙다.오늘에와서야고백한다만나는너를누구보다좋아하고사랑한다.

열살무렵우리집에는앙고라토끼한쌍이있었다.토끼는먹성이좋았다.장속을들여다볼때마다입을오물거리고있었다.처음에는번갈아먹이를구해주던식구들은시간이지나면서응당그러기로했다는듯이내게토끼먹이를맡기고있었다.토끼는주식으로건초,간식으로는채소를먹었지만,특별식으로씀바귀를잘먹었다.
나는토끼가좋아하는씀바귀를공수해오기위해방과후(방학때는온종일)사방팔방산야를뒤져씀바귀를채집하였다.토끼가앙증맞은입을벌려내가구해온씀바귀를넣고오물오물씹어삼키는모습이그렇게보기좋을수가없었다.나는토끼가맛있게먹는게보고싶어하루도거르지않고여름한철을산과들에서살았다.
하던일이꾀가날때나는버릇처럼어릴적즐거운놀이였던토끼먹이구하던일을떠올린다.누가시키지않아도보상이주어지지않아도마냥좋아서했던,그일을떠올리며다시힘을얻곤하는것이다.내게처음으로열정과몰입의기쁨을안겨주었던경험은이후내가살아가는일에거름이되어주었다.
나는글쓰는일도이와마찬가지라여긴다.즐거운놀이이자,즐거운노동으로써의글쓰기가되어야지치지않고오래쓸수있기때문이다.열정과몰입의시간을살았던십대는고달픈속에서도충분하게아름다웠다.

추천사

광활한우주,존재이전의무,지구라는푸른별,몸속에떠도는별을새롭게노래하지만이재무의시는여전히누항속에있다.좁고지저분한거리로내려가외롭고슬픈이들을다독이고슬퍼하는이들을위로하며돌아다닌다.이재무의시는활엽수의세계에가깝다.한가지색깔로평생을사는완강한침엽수와는다르다.철마다활력이넘치는나무처럼다채롭고풍요롭다.이재무시의“숲속에서는새들이종일공중의백지에키보드를두들겨댄다/그걸따라읽느라나뭇잎들이명랑하게나부끼고”“날마다푸른신간들이발간되”곤한다.생명력넘치는언어가출렁거린다.그숲에서때론위험한짐승이되어소요하지만이재무의시는정직하다.제안에공존하는무수한타자와속물의존재와욕망의군상들을감추지않는다.그런솔직함이이재무시의미덕이다.
―도종환시인

책속에서

<헌정사>

칼세이건은그의저서『코스머스』앞머리에그의세번째부인‘앤드루안’에게다음과같은헌정사를남겼다.

공간의광막함과시간의영겁속에서행성하나와찰나의순간을공유할수있었음은하나의기쁨이었다.

나를다녀갔거나다녀가는당신에게칼세이건을빌려말하고싶다.

생의어느굽이에서만난당신은아픔이거나슬픔마저도하나의자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