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편지

들국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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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의철

이의철 약력

본명 이청만.
1955년 전북 군산 출생.
경기공업고등전문학교 기계과를 다니면서 문학을 좋아하여 상지회(尙志會) 독서모임과 흥사단 대학생 서울 아카데미 회원으로 활동하였다. 1977년 9월에 입대하여 을지부대에서 1980년 6월까지 군복무를 하였으며, 제대 후에는 전문 건설업, 콘도시행업체 (주)삼환레져산업을 설립하여 운영하기도 했다. 현재는 상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1부 흑장미중대 전우회
전우회
산골부대의 겨울
미친개
줄빳따
스트립쇼
시한폭탄
주당 모임
대장부 임 하사
편지
사랑이라는 이름의 열병
애너벨 리
온달과 평강공주
마른울음
시지프스의 형벌

2부 뽀대의 파도소리
예행 연습
동해바다 입성식
김이라예
버너 고쳐요!
튜니티 스튜
허생원이 다니던 길
약장수 뽀대
뽀대의 파도소리

3부 사무시는 그리움
사무치느 그리움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
추억 캐기
혹한기 훈련
하처득추상

4부 영롱한 겨울 무지개
또 다른 시작
장미와 쾌락의 모순
황홀과 불안
임신과 결핵
부산행 열차
가여운 나의 파랑새
궁합
내 여자
누나의 음모
비밀
하 선장
밤을 뚫고 달리는 기차 위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영롱한 겨울 무지개

출판사 서평

흑장미중대 선봉전우회 그 기억의 편린들!

오늘 나는 전우회에 간다. 학군장교 출신 소대장이 익산에서 올라오고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전우들이 모여서 오늘 밤부터 내일 오전까지 함께 지내기로 했다. 나는 강원도 인제군 원통면 서화리에서 1977년 겨울부터 1980년 초여름까지 소총수로 부대생활을 했다. 서화리는 본부대가 있는 후방이었고, 우리 소총수들의 병영은 그보다 더 북쪽에 있는 철책선 둘레의 지하 벙커나 외진 곳의 탄약고 아니면 작업장의 천막이었다. 이때쯤이면 두어 길도 넘게 쌓인 눈을 개미굴처럼 뚫어놓고서 기면서 살았었다. 그런 생활이 남달라서인지 우리는 다른 부대 출신들보다 더 끈끈한 정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잊지 못한다. 경조사 참여는 물론이고 정기모임을 하고 있다. 오늘은 고기잡이를 하는 고참 박 병장이 초청하여 소래에서 모인다. 한참 만에 만나는 얼굴들이 그새 또 얼마나 변했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다음카페 ‘을지 하나대대’에서 시작한 고백들.

저자는 2007년 3월 9일 다음(daum)카페들을 뒤적이다가 을지부대 신교대 카페를 발견하고 놀랐다고 한다. 삼십년 전에 훈련을 받았던 그 부대라서 먼저 놀랐고, 내용이 충실하고 아름다워서 더욱더 놀랐다고 한다. 대문을 지키는 미남 대대장님이 정다웠고, 형처럼 선배처럼 부하를 사랑하는 글이 따스해서 경탄하였다고 한다.
그는 아주 평범한 시민이었다. 딸만 둘이라서 입영하는 아들을 둔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늙어가는 홀어머니를 두고 입영열차를 타며 쓰라렸던 30여 년 전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한다. 자식과 친지를 을지부대에 맡기고 애를 태우시는 부모 형제들의 절절한 글을 보고서 나서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오래전에 경험했던 을지부대의 병영생활 경험담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기대하며 그때 그 시절을 기억나는 대로 연재하였고, 그 고백들이 모여 소설집 <들국화 편지>가 탄생하였다.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 꽃피는 들국화 한 송이.

싸락눈 소리가 그믐밤의 정적을 건드렸다. 어둠 속의 동태를 감시하느라고 뚫어져라, 앞만 살피고 있는데, 경계부대 기관총 진지의 제논(고성능 탐조등)이 우리 분대의 매복선을 따라서 비치고 또 비쳐댔다. 탐조등이 꺼지자마자 중기관총의 둔중한 총성과 함께 팍! 팍! 하는 파열음이 공기를 찢으며 총탄이 머리 위로 날았다. 예광탄의 탄도가 조금씩 우리 곁으로 붙어 들었다. 우리가 기관총의 표적이 된 것이었다. 우리를 적으로 보고 쏘아대는 총탄이었다. 머리 위로 날던 총탄은 한순간에 바로 내 발치로 날아와 박혔다.
아! 영아! 어머니!
신과 조상이 우리 사이를 벌써 질투하고 나섰다는 생각이 퍼뜩하니 떠올랐다. 예광탄 탄도를 따라 포탄이 날아들 것이고, 포탄의 불빛을 쫓아오는 기관총들의 일제 사격이 우리와 숲을 짓이기며 초토화할 것이다. 박격포의 첫 발사음이 들리고, 포탄은 눈앞에서 오렌지 빛깔로 작열하였다. 바짝 오그라든 몸은 더 움츠려지지 않았다.
총격에 알몸을 드러낸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입속으로 어머니와 영아만 사무치게 불렀다. 81밀리 조명탄이 머리 위에서 터지며 밤하늘을 희뿌옇게 밝혔다. 우리 분대는 반쯤 미친 상태로 한데 모였다. 아홉이 하나가 되어서 장전된 실탄을 하늘에 대고 몽땅 쏘아 댔다. 그 총성으로 골 안은 다시 지축이 흔들렸다. - 본문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