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로메르 (아마추어리즘의 가능성)

에릭 로메르 (아마추어리즘의 가능성)

$23.74
Description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의 유일한 인터뷰집
새로운 제목과 장정으로 만나는 에릭 로메르의 영화 세계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에릭 로메르의 인터뷰집 『에릭 로메르』가 새로운 제목과 장정으로 출간되었다. 8년 전 첫 출간 당시에는 외국 인명 표기법 원칙에 따라 ‘에리크 로메르’로 출간했으나, ‘에리크 로메르’가 아닌 ‘에릭 로메르’의 영화 세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감각을 되찾기 위해 국내 독자와 관객들에게 더 친숙한 표기로 전면 변경했다.
이 책에는 에릭 로메르가 데뷔할 즈음인 1971년부터 타계한 해인 2010년까지 진행된 열여덟 편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에릭 로메르는 누벨바그라는 가장 혁신적인 영화 사조를 이끈 개척자인 동시에 영화라는 예술의 존재 이유, 즉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카메라에 담고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인물을 보여준다는 본령을 지키는 보수주의자다. 이 책은 그 자체로 수수께끼 같은 예술가 에릭 로메르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인터뷰집이다.
에릭 로메르의 영화는 여러 기획전을 통해 꾸준히 시네필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새로운 시대의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이 책은 여전히 현재적인 작가인 에릭 로메르와 직접 마주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

에릭로메르

저자:에릭로메르
1920년프랑스낭시에서태어났다.본명은장마리셰레로1950년부터영화평론을했고1951년〈카이에뒤시네마〉에합류했는데그출신중에서도밀도있는글쓰기로유명했다.1957년부터1963년까지〈카이에뒤시네마〉의편집장을역임하며누벨바그를이끌었고,클로드샤브롤과함께앨프리드히치콕에대해쓴『히치콕』(1957)은감독론의선구적저서로꼽힌다.
1950년대부터단편영화를연출하다‘레필름뒤로상주’라는자신의영화사를차리고,이후‘도덕이야기’라는연작으로불리게될〈몽소빵집의소녀〉(1962)와〈수잔느의경력〉(1963)을내놓지만큰반응을얻지는못했다.그뒤이연작을잇는35밀리미터장편극영화〈모드집에서의하룻밤〉(1969)으로흥행에성공하며명성을얻기시작했고,연작으로써한주제를다채롭게변주해나갔다.
1974년‘도덕이야기’연작을모아단편집『여섯편의도덕이야기』를출간했고,또다른연작‘희극과격언’을시작하기전문학에토대를둔역사물〈O후작부인〉(1976)〈갈루아인페르스발〉(1978)을발표했다.1981년〈비행사의아내〉를시작으로‘희극과격언’연작에해당하는작품을내놓았는데,‘도덕이야기’와달리교훈을주려는의도는없으며진실에는공식이없다고역설했다.1990년부터1998년에는〈봄이야기〉를비롯한‘사계절이야기’연작을선보이며계절과공간에대한깊은관심을내비쳤다.
소규모스태프와내밀한관계를맺으며인간내면을자유로이탐구하는태도로누벨바그정신에가장충실한감독으로꼽히고,베니스영화제황금사자상등유수의상을수상했다.2010년파리에서사망했다.

엮음:피오나핸디사이드
영국엑서터대학교에서유럽영화를강의한다.〈프랑스영화연구〉〈리터러처/필름쿼털리〉〈프랑스문화연구〉를비롯한여러저널에글을쓰며,지은책으로『소피아코폴라SofiaCoppola:ACinemaofGirlhood』(2016)등이있다.

역자:이수원
영화평론가,전남대학교교수.서울대학교에서불문학을전공한후프랑스파리3대학에서영화학박사학위를받았다.10여년간부산국제영화제프로그래머를역임했으며,현재〈르몽드디플로마티크〉의필진이자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한국본부국제이사,제주프랑스영화제자문위원등으로활동중이다.지은책으로『하루의로맨스가영원이된도시』,옮긴책으로『스필버그의말』『센소』『발라시네』『카이에뒤시네마』『오션킹』등이있다.

목차


서문

누벨바그,시작/그레이엄페트리
선택과운/루이노게이라
도덕이야기/비벌리워커
로메르의페르스발/길버트어데어
희극과격언/파브리스지올코브스키
시나리오및영화계획/로베르아몽·장피에르팔리아노
해변의폴린느/세르주다네·루엘라앵테림
셀룰로이드와스톤/클로드베일리·알랭카르보니에
녹색광선,레네트와미라벨의네가지모험/제라르르그랑외
사계절이야기의시작/제라르르그랑·프랑수아토마
우연/올리비에퀴르쇼
아마추어리즘/앙투안드베크·티에리주스
영국여인과공작/오렐리앵페렌지
촬영의예술적기능/프리스카모리세
촬영포맷/노엘에르프·시릴네라
시네아스트/필리프포벨·노엘에르프
누벨바그의아버지/칼림아프타브
구상의기억/필리프포벨·노엘에르프

옮긴이의말
주요인터뷰
연보
필모그래피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1971년현재젊은세대가전체적으로어떤특정한종류의사고방식을갖고있다는사실은내관심사가아니에요.나는현재젊은이들을있는그대로보여주는것,그리고그들이50세나100세가됐을때가능할법한모습을보여주는데관심이있어요.그리고영화안의사건들은고대그리스에서도일어날수있었을거예요.상황은그다지많이변하지않았거든요.내가인류에대해관심을갖는부분은변하는것보다는영속적이고영원하고변하지않는것이며,그점이내가보여주고싶어하는것입니다.
_43~44쪽

에릭로메르의“모럴리스트”적면모
연작형식을통한변주

에릭로메르는관심깊은주제를한편의영화로끝내기보다는‘도덕이야기’‘희극과격언’‘사계절이야기’등테마마다여러편의영화를연이어내놓았다.그렇게하나의주제를다양한관점으로변주했고통찰에깊이를더했다.첫연작인‘도덕이야기’시리즈에서에릭로메르는선택의기로에서도덕적딜레마에빠진인간의내면을탐구한다.연애든결혼이든선택은늘기회비용즉포기를수반하고,어떤도덕적갈등과책임과성찰이따른다는점을그는〈클레르의무릎〉〈모드집에서의하룻밤〉등의작품들에서보여주었다.인간내면에서일어나는일을묘사하는데지극한흥미를보인다는점에서“모럴리스트”라불리는에릭로메르는,삼각관계에처한남녀관계에서벌어지는유혹과거절의과정에렌즈를고정시키되,결말그자체보다그과정에서드러나는인간의도덕적·감정적공백,망설임을중시한다.사람들이특정한사랑을선택하거나그러한선택을정당화하는방식,기존의우정이나가족애를새로운관계로협상하는과정등에그는줄곧관심을가졌다.이는프랑스문학의리베르티나주(무종교,무신앙)전통에빚을진것으로,지극히프랑스적인주제인동시에자기성찰적인간이라면누구나공명할만한보편적인주제다.
에릭로메르는이러한자신의아이디어를연작이라는형식을통해실현하는데,일상은하나의관점으로는온전히이해될수없는,이를테면문학적상황의연속이라는점을‘묶음영화’로써이야기한다.인터뷰들에서그는이런연작실험의노하우를곳곳에서들려준다.연작의주제가반복될때따를수있는지루함을계절등여러환경변화를잘담은로케이션으로극복하고,소규모스태프와내밀한관계를맺으며작업의흐름을유지하는그의면면을보면,큰사건이없어도생기가느껴지는그의입체적인영화들의기운이어디서나오는지엿볼수있다.

“모든‘도덕이야기’영화에서느낌을너무정확하게규정하려고하는것은잘못된거예요.늘다소혼탁하고애매하거든요.(…)나는내이야기들을진짜로끝내지못해요.내가찾아내는엔딩들이모두여러개의반향을지니기때문이죠.메아리처럼요.〈모드집에서의하룻밤〉에서처럼끝이다시이야기를돌아보는수단이라고말할수있겠습니다.공이바닥에서튀어오르고스토리주변을돎으로써우리는그것을다른각도에서바라보게되는것이죠.”
_72~73쪽

문학에대한애정이깃든영화문학
소규모제작방식과아마추어리즘의열정

“어떤경우에는문학이영화보다현실을더잘떠올리게할수있습니다.나는영화를사랑해요!그러나문학이아주구체적일수있는부분이영화에서는추상적일수있어요.”
_389쪽

모든감독에게는그의세계를이룬수원水原이존재한다.스탠리큐브릭에게장르에대한애정이,쿠엔틴타란티노에게B급감수성이있었다면에릭로메르에게그것은‘문학에대한존중’이었다.에릭로메르는1940년대에고향인낭시에서문학교사를지낸이력이있고1946년에는질베르코르디에라는이름으로소설『엘리자베트』를출간하기도했는데,이때는영화인이되기전이다.영화감독이된후에도1974년단편집『여섯편의도덕이야기』와몇편의희곡을발표했다.『에릭로메르』에서누차강조되듯이,또〈갈루아인페르스발〉처럼문학에토대를둔역사물을감독한경력에서도보이듯이,그에게영화는“문학에봉사하는수단”(14쪽)이었다.고전주의자로서그는문학텍스트로서시나리오의가치에대해누누이강조한다.이러한태도는대사쓰기에대한애정으로이어져,에릭로메르는무엇보다심도깊고생생한대사로써지근거리에서숨쉬는듯한인물들을담아냈다.
나아가그는그인물들이호흡하는‘공간’에까지숨을불어넣는다.“로메르의영화를보고있으면그공간에서같이숨쉬는것같은느낌이든다”라는홍상수감독의언급처럼그는미술과건축에대한박학한지식을바탕으로대사와공명하는구조화된공간을만드는데깊은관심을보였다.〈모드집에서의하룻밤〉의경우애초흑백촬영을의도했는데,사물마저실제로흑백인것들로만배치해찍었다는일화는그가얼마나완벽주의자인지를증명하는일화다.
흥미로운것은에릭로메르가스스로를‘아마추어’로규정한다는점이다.그가말하는‘아마추어리즘’이란열명안팎의소규모스태프와영화를만들며영화제작의모든과정에관여하는그의제작방식만을말하는것이아니다.그는대규모예산과인력이동원되는블록버스터들이제작비환수를위해필연적으로클리셰를활용하는문제를비판하며“프로페셔널적인것보다아마추어적인게더낫다”(274쪽)라고단언한다.즉로메르에게아마추어리즘은현실적문제를넘어미학적선택의문제였다.당시의영화제작현실에서도아마추어리즘은거의‘전설’이되어버렸지만,에릭로메르는누벨바그운동이태동했을무렵,수단이자목적이돼버린자본의제약에서벗어나새세대가꿈꾼진정한영화정신으로마지막까지관객들을이끌었다.영화의얼굴을바꾼그감독집단에서누벨바그의철학적뿌리에가장가까이머물렀던것은에릭로메르였음을이책은거장의생생한목소리를통해증명한다.

“아마추어주의의덕목중하나가바로거기(이미지의단순함)에있어요.관객들각자가스스로자신만의영화를만들수있는것과거의유사하다고볼수있습니다.그것은내세계로그들을초청하는내방식이에요.(…)나는아마추어주의를주장하는데자긍심을느끼며그결과에책임을집니다.”
_289~2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