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드라이어로 내 속눈썹을 말린다

나는 드라이어로 내 속눈썹을 말린다

$13.00
Description
“실례지만 내가 나여도 될까요”
독일의 젊은 시인 지르카 엘스파스
국내 첫 출간되는 데뷔 시집
“엘스파스의 시는 이렇게
시적이라고 믿어온 것들과 멀어짐으로써
더 생생하고 정확해진다.”
─김소연 시인 추천

언어를 공부하고 견디면서 발명하듯 시를 쓰는 시인이 있다. 독일-오스트리아를 오가며 언어와 문학을 배우고, 2022년 첫 시집 『나는 드라이어로 내 속눈썹을 말린다』를 출간한 지르카 엘스파스다. 시집은 출간 직후 오스트리아 도서상 신인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24년에는 독일 비스바덴에서 젊은 시인에게 수여하는 오르필 시문학상 데뷔 부문에 선정되며 독일어권 문학계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었다. 현재 엘스파스는 시 독자층 확산에 기여하면서 새로운 세대의 언어 감각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는 드라이어로 내 속눈썹을 말린다』의 국내 출간은 욘 포세, 파울로 코엘료, 이언 매큐언 등 굵직한 문학작품을 번역해온 박경희 번역가와 언어의 결을 헤아리는 김소연 시인의 씩씩한 투합으로 “촉진”되었다. 뮌헨에 거주 중인 박경희 번역가가 레지던시 참여차 같은 지역에 머물던 김소연 시인에게 엘스파스의 시를 소개한 것. 오로지 즐거움으로 시를 옮긴 번역가와 한눈에 그 진가를 알아본 눈 밝은 시인 덕에 출간이 성사되었다. 김소연 시인은 “지르카 엘스파스의 시는 짜여진 대로 감각해온 인류의 오랜 각본을 거절한다”면서 “얼핏 어긋나 보이는 언어의 배열은 예민한 생눈을 지닌 시인에겐 이 세계가 작동되는 방식에 대한 오해 없고 각본 없는 진실들이다”라는 말로 새로운 시인의 출현을 반겼다.
지르카 엘스파스는 SNS라는 디지털 공간에서 글과 이미지를 조합하여 내면의 언어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데 주력해왔다. 이 시집은 그 실험의 결정체이자 오늘날 독일 시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느 곳으로 향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지금 엘스파스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한 세대가 자신을 말하기 위해 어떤 언어를 선택하는지 아는 일과도 같다.
저자

지르카엘스파스

저자:지르카엘스파스
1995년독일오버하우젠에서태어나힐데스하임대학에서문예창작과문화저널리즘을,빈응용예술대학에서언어예술을공부했다.14년동안마장마술을배웠고,10여년넘게지역신문의자유기고가로활동했다.인스타그램을통해독자와활발히소통하는시인이다.
2022년첫시집『나는드라이어로내속눈썹을말린다』를출간했다.병원중환자실에입원했던날로부터7년이지난출간즈음,팔로워들은시인의스물일곱살생일을맞아‘살아있음’을함께기뻐하며축하를건넸다.데뷔시집은오스트리아도서상신인상최종후보에오르는등이례적인쾌거를거두었다.
지르카엘스파스의시는‘할말없음(Sprachlosigkeit)’을언어로바꾸는과정그자체다.그는유년시절의기억,사랑없는관계에서비롯된갈망,감정의결여및불안을절제된어조와유머로표현하면서새로운현대시의균형을만들어낸시인으로평가받고있다.

역자:박경희
독일본대학에서번역학과동양미술사를공부하고,번역가로일하며한국문학을독일어로번역해해외에소개하는일도하고있다.『숨그네』『암스테르담』『아침그리고저녁』『흐르는강물처럼』『휴가지에서생긴일』『잃어버린것들의목록』『패싱』『맨해튼트랜스퍼』『내면의그림』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1생각의흐름이가장멋진무브를만든다
2엄마I
3그냥피는꽃들이있지저렇게돌틈사이로
4엄마II

출판사 서평

“누구도사물위에서있지않다
우리는모두사물의한가운데서있다”
가장현재적인시의얼굴

핫도그,헬멧,양말,에스컬레이터……지르카엘스파스는지극히일상적인장면에서포착한단어들로시를짓는다.거대한사유대신사소한사물로내면과세계의균열을이야기하면서,자신을노출하는동시에감추고싶어하고연결되어있음에도외로움을느끼는디지털세대의정서를곧게비춘다.“영상통화로극복할수없는/정적이들어서있다”“나는온라인에서촛불하나를켠다”와같은세대적질감을내포한시구들은디지털세대가맞닥뜨리는감정을압축적으로보여준다.
한편으로시인은청년세대가‘엄마’와의관계에서느끼는복합적인감정에도집중한다.“엄마에게서나는배웠어/눈이올때나길이얼었을때는절대/좋은가죽신발을신고나가면안된다고”라며과거를그리워했다가“나를어떤탯줄에도/묶이지않은/사람이게해”달라며엄마에게서벗어나려는욕망을드러내기도한다.엄마는성숙을위해떠나야하는존재이자완전히독립하기어려운‘나’의원형인것이다.이처럼엘스파스의시에는개인을중시하며감정적거리두기로자아를형성해가는세대의경험이고스란히녹아있다.

“나는많은단어를안다그리고그중어떤
것도적합하지않다”
규칙을지운투명한목소리

지르카엘스파스는한인터뷰에서“나에게글쓰기는언제나‘할말없음/말문이막힘(Sprachlosigkeit)과씨름하는일이다”라고이야기했다.이말은시인의주요한시세계를관통한다.엘스파스의시쓰기는언어를유창하게다루는것이아니라언어로표현될수없는지점에서출발하려는시도에가깝다.많은단어를알고있음에도“그중어떤/것도적합하지않다”고느끼지만,그는감정을완벽히표현하기란불가능하다는점을직시하며시를쓴다.
이러한인식은표현방식에서도엿볼수있는데,엘스파스는대문자와마침표를생략하고불규칙적인행갈이를자주사용한다.단어사이의위계와경계가흐려지면서독자는자주“흠칫하는”순간을마주하고,끊긴호흡을재생하기위해더욱시에몰입하게된다.또그는거의모든시에제목을달지않는다.다만역시거의모든시에굵은글씨로강조한‘중심시구’가존재하므로,제목을대신하는문장들이시마다다른위치에서수행하는역할을눈여겨보는것도큰재미다.‘이해하기’보다는‘감응하기’를요구하는듯한새로운시인의리듬이한국독자에게신신한감각을선사할것이다.

저자의말

나는글쓰기의외로움에서차츰벗어나고있다.처음으로시가내손을떠나는순간은다른누군가에게보여줄때이다.그다음시집이출간될때다시내손을떠나고,내가말하고이해하는언어로번역될때또한번떠난다.그리고마지막은,나에게낯선언어로번역되어출간될때이다.이런단계에서매번시가더많은독자에게다가가는행복이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