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들의 영화 : 한국 독립영화가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 - 카이로스 총서 93

이방인들의 영화 : 한국 독립영화가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 - 카이로스 총서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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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 독립영화는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우리 곁에 머물고 싶어 하는 이방인이다. 이 책은 그 이방인의 자리에서 대안적, 실험적, 저항적 영화 운동을 벌인 한국 독립영화에 관한 기록이다. 이도훈의 『이방인들의 영화』는 세 가지 마주침의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 그것은 한국 독립영화가 사회적 현실과 마주하는 방식, 영화라는 매체와 마주하는 방식, 그리고 미지의 관객과 마주하는 방식이다. 이 책에서 한국 독립영화는 민중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역사적으로 잊힌 이들에게 이름을 부여한다. 그리하여 관객인 우리의 감각을 재구성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만든다. 이 책은 미지의 관객이 이름 없는 영화와 만나 우정을 나누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꿈꾼다. 그것은 한국 독립영화가 우리에게서 안식처를 찾고, 우리 또한 한국 독립영화에서 안식처를 찾는 공통적 변화의 순간에 대한 꿈이다.
저자

이도훈

LeeDoHoon
영화연구자.영상학과문화연구를전공했다.연세대학교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거리영화의발전과분화:근대적형성과정과장르적특성을중심으로』로박사학위를받았다.2018년부터강원대학교,가톨릭대학교,수원대학교,연세대학교에서미디어,대중문화,영화관련강의를했다.독립영화,에세이영화,포스트시네마,다큐멘터리,디지털시각효과등과관련된학술논문을썼다.저서로『이방인들의영화:한국독립영화가세상과마주하는방식』(갈무리,2023),공동저서로『21세기의독립영화:서울독립영화제40주년』(한국독립영화협회,2014),『21세기한국영화:웰메이드영화에서K-시네마로』(앨피,2020),『1990년대한국영화:우리가알고있는한국영화의모든것』(앨피,2023)등이있고,공역서로『대테러전쟁주식회사:공포정치를통한기업의돈벌이』(솔로몬휴즈,갈무리,2016)가있다.현재〈한국독립영화협회〉비평분과회원,영상비평전문지『오큘로』편집동인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서문5

1장혼돈의사회와도시의리듬30
2장영화의도시에대한권리72
3장한국독립다큐멘터리가역사와벌이는한판내기113
4장현장을전유하는다큐멘터리158
5장불안에대한에세이적성찰203
6장포스트시네마적상상256
7장이지루함을어떻게견딜것인가302
부록:사유하는영화,에세이영화316

참고문헌364
인명찾아보기380
용어찾아보기382

출판사 서평

이름없는영화,한국독립영화

우리주변에는이름없는영화들이있다.이름없는영화는관객의관심바깥에있어그존재가드러나지않는영화를가리킨다.극장개봉을해도관객이보러가지않는영화,OTT에서비스되어도추천목록에뜨지않는영화,영화제에서상영되어도평단의관심을받지못하는영화등이다.이외에도영화산업시스템의바깥에서만들어졌기에관객과만날기회가적은영화,특히예술영화,독립영화,실험영화,대안영화로분류되는작품이이름없는영화에속한다.
『이방인들의영화』는한국독립영화가이름없는영화의상태에있다고지적하면서,한국독립영화의정치적,사회적,문화적,예술적가치가무엇인지를질문한다.한국독립영화는1970년대에는소형영화,1980년대에는작은영화,민중영화,민족영화,1990년대이후에는독립영화,저예산영화,다양성영화,독립예술영화로불렸고,그이름이무엇이든자본,권력,상업영화로부터의자유를추구하며새로운방식으로영화를제작,유통,상영하는대안적인영화모델과영화실천을만들어왔다.1980년대이후아마추어영화인들이제작집단을결성해공동으로작품을연출하고극장이아닌장소에서상영한경우를예로들수있다.
이처럼제도권과상업영화시스템을벗어나만들어진한국독립영화는관객과만나기위해부단한노력을기울였다.그리고그결실은2000년대를기점으로하여본격적으로나타나기시작했다.이시기영화제수상실적을바탕으로작품의가치를인정받거나극장개봉을통해대중의주목을받는작품들이등장했다.대표적으로김동원감독의<송환>(2004),양익준감독의<똥파리>(2008),윤성현감독의<파수꾼>(2011),<소공녀>(2018),김보라감독의<벌새>(2019)등이있다.그렇다면이처럼어느정도의대중적인지도를획득한작품이있다는사실만으로,한국독립영화가이름없는영화의상태에서벗어났다고말할수있을까?

이방인:한국독립영화와관객의관계를설명하기위한키워드

소수의한국독립영화가대중적으로알려지게되었지만,그렇다고해서한국독립영화전반에대한대중의관심이높아졌다고단정하기는힘들다.저자는사회학자게오르그짐멜의글「이방인」의한구절“오늘와서내일떠나는그러한방랑자가아니라오늘와서내일도머물그러한방랑자”를인용하면서한국독립영화와관객의관계를이방인이라는단어로설명한다.이방인은우리가속해있는집단의내부구성원으로포함되지만,그집단고유의경향에의해설명될수없는존재이다.이방인은방랑자와같다.어디에도속하지않은채로여기저기를방랑하지만,어딘가에속할기회를기다리는존재이다.이런관점에서보면,한국독립영화는이방인에의해만들어지는이방인을위한영화이다.왜냐하면,상업영화시스템바깥에서활동하는영화인들에의해서만들어진,사회적으로소외된사람들에관한이야기를다루는작품들이한국독립영화의대다수를차지하기때문이다.또한,한국독립영화는관객과이방인의관계를맺는다.아직이름없는영화로존재하는한국독립영화는관객에게발견되기를기다리고있기때문이다.

『이방인들의영화』는한국독립영화중에서도다큐멘터리와실험영화로분류될수있는,즉논픽션계열에속하는작품을주로분석한다.극영화에비해서다큐멘터리와실험영화에대한대중의관심은적은편이다.저자는한국독립영화에대한기존의담론이극영화를중심으로형성되었음을지적하면서,독립영화에대한새로운담론을형성하기위해서는다큐멘터리와실험영화에주목할필요가있다고말한다.그러나『이방인들의영화』는다큐멘터리와실험영화라는장르적구분을엄격하게적용하지않는다.저자는다큐멘터리와실험영화모두대안적인영화만들기를실천하는과정에서나타났다고본다.이런관점은한국독립영화의역사를새롭게서술하기위한전략으로활용된다.저자의설명에따르면,1970~80년대전후에만들어진이익태감독의<아침에서저녁사이>(1970),김홍준,황주호감독의<서울7000>(1976),서울대학교영화동아리얄랴셩의<국풍81>(1981)은대도시의삶을기록했으며,그작품들모두다큐멘터리적경향과아방가르드영화의성격을띠고있었다.한국독립영화의초창기작품들에다큐멘터리적인경향과아방가르드적경향이혼재되어있었음을드러내는이러한분석은,한국독립다큐멘터리의역사와전통을설명하는새로운방식이다.

한국독립다큐멘터리의역사와전통을새롭게해석하다

많은영화연구자들은한국독립다큐멘터리가전통적으로액티비즘(activism)을지향해왔다고설명한다.이는한국독립다큐멘터리가사회적이슈가발발하는현장에서벌어지는사건과갈등을기록하여관객에게전달하기위해영화를도구적으로활용했다는것을의미한다.그러한작품속에서연출자는카메라뒤편에서사건을관찰하거나설명하는역할을한다.저자는한국독립다큐멘터리에대한기존의해석과정의를부분적으로수용한다.저자는김동원감독의<상계동올림픽>(1988)과김일란,홍지우감독의<두개의문>(2012)을나란히분석하면서,한국독립다큐멘터리가오랜시간에걸쳐서도시재개발현장에서벌어지는사건을기록하고그사건의주된갈등을비판적으로분석하고있다고설명한다.『이방인들의영화』는이두작품을포함해서낙후된구도심에새로운사람들이유입되면서원주민이쫓겨나는현상을의미하는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다룬한국독립다큐멘터리를분석한다.이러한논의를통해서저자는한국독립다큐멘터리는사회적이슈가발발하는현장을지키는가운데그곳에서벌어지는사건을기록함으로써사회적이슈에개입한다고설명한다.다만,저자는액티비즘을지향하는전통이변화하고있음을놓쳐서는안된다고주장한다.그는비교적최근에제작된한국독립다큐멘터리중에서현장에접근하는새로운방식을보여주고있는사례들에주목한다.오늘날현장을새롭게해석하는작품들은연출자가현장에적극적으로개입하거나,현실의현장을가상의현장으로대체하기도한다.한국독립다큐멘터리에포함되는작품들이현장을이해하고그것에접근하는방식이달라졌다는것은,한국독립다큐멘터리가사회적의제를드러내는방식이달라졌음을의미한다.

대안적인영화만들기:에세이영화와포스트시네마

한국독립다큐멘터리에서나타나는대안적인영화만들기를살펴보려는저자의시도는에세이영화,포스트시네마에대한논의로확장된다.저자는에세이영화에관한국내외의논의를정리하고,한국독립영화에서도에세이영화가제작된사례가다수있다고설명한다.그에따르면,2000년대를기점으로연출자의개인적인경험을다루는사적다큐멘터리가다수제작되었다.사적다큐멘터리는개인의일상을다룬다는점에서자전적다큐멘터리,홈비디오,초상영화와유사한것으로이해된다.한국독립다큐멘터리의역사속에서사적다큐멘터리는액티비즘을지향한다큐멘터리와구분되는것으로설명되기도한다.액티비즘을지향하는한국독립다큐멘터리는촬영대상을권위적으로설명하는방식을따르지만,사적다큐멘터리는촬영대상과연출자의상호작용을드러내는방식을따른다는것이다.
한국독립영화진영의사적다큐멘터리제작흐름은에세이영화를제작하는흐름으로이어졌다.에세이영화는장르적경계를넘나들고,연출자가일상적으로경험한것에대해자신의주관적사유를표출하고,그러한사유를공적인것과관련짓는다.에세이영화는스크린에연출자의사유를시각화하는작품을가리킨다.저자는문정현,이원우감독의<붕괴>(2014)를분석하면서,그작품이사적다큐멘터리의특징과에세이영화의특징을동시에가지고있다고평가한다.<붕괴>는불안에관한연출자의자전적인이야기에기초하고있다는점에서사적다큐멘터리로분류할수있으며,그와동시에불안이라는비가시적인대상에대한사유를전개한다는점에서에세이영화로분류할수도있다.한국독립다큐멘터리를에세이영화의관점에서설명하는이러한시도는,한국독립영화의역사와전통을현재의관점에서새롭게서술하려는저자의의도를보여준다.

한편,저자가주목하는또다른대안적영화만들기는포스트시네마와관련된논의를통해서설명된다.포스트시네마는아날로그영화가디지털영화로대체되는시기를설명하기위해학술적으로고안된용어이다.그것은영화(cinema)에접두사포스트(post)를붙여문자그대로영화이후의영화를지시한다.여기서‘영화이후’란필름으로제작된영화가역사적으로퇴장하고그자리를디지털로제작된영화가대체하면서나타나는영화경험전반의변화를의미한다.예를들어,오늘날영화는다양한디지털기기로제작되고,그렇게만들어진영화는인터넷을통해서유통되며,디지털기기의작은스크린으로상영되고있다.저자는포스트시네마에대한논의의핵심이미디어환경의변화에따른영화의개념적변화에있다는것을강조한다.그리고이를설명하기위해임철민감독의<프리즈마>,<야광>을분석한다.<프리즈마>는시나리오에기반한전통적인영화제작방식이휴대전화와같은디지털기기로일상을기록하는방식으로대체될수있음을암시하며,<야광>은극장에서영화를바라보던경험이디지털기기로가상세계를바라보는경험으로바뀌고있음을드러낸다.임철민감독의작품을통해서감지할수있는포스트시네마와관련된변화들은오늘날영화에대한개념적재정의가필요하다는것을의미한다.오늘날의미디어환경,즉디지털기기를이용하여누구나영상을제작할수있고,인터넷을활용하여누구나영상을유포하고감상할수있는환경속에서영화의개념과위상은급진적으로달라지고있다.

이처럼『이방인들의영화』는현재한국독립영화에서나타나는새로운경향을설명하는것에그치지않고그러한경향을이끌어가는새로운영화적실천에주목한다.그영화적실천은한국독립영화의전통을계승하면서도쇄신하고있는다양한활동을아우른다.그리고변화된정치적,사회적문화적,예술적조건속에서영화를통해현실에개입하고,현실을비판적으로성찰하고,현실을대안적으로상상하기위한모든노력을포함한다.이와같은새로운흐름속에서대안적인영화만들기가계속시도된다면,미래의관객은새로운영화적경험을하게될것이고,그로써현실을새롭게지각할수있을것이다.

책의구성

「서문」은이책의집필과정과이책에서다루게될한국독립영화를소개한다.저자는한국독립영화에대한독자의이해를돕기위해‘독립영화’에붙은이름들에주목한다.한국독립영화는시기마다다르게불렸다.1960~70년대의소형영화,1980년대의작은영화,민중영화,민족영화,1990년대의독립영화,저예산영화,다양성영화,독립예술영화는모두제도권바깥에서만들어진대안적인영화를지칭한다는공통점이있다.각이름은독립영화의제작수단,독립영화의정치적지향점,독립영화의제도적/산업적위치중하나를강조한다.이런점에서보자면,한국독립영화는단일한의미로정의될수없는복합적인개념이다.

1장「혼돈의사회와도시의리듬」은1970~80년대제작된일부한국독립영화가도시교향곡영화의장르적특징을가지고있음에주목한다.도시교향곡영화는도시에서의하루를시적인이미지들의몽타주로표현한작품을의미한다.이장르는한편으로는실험적인영화만들기와관련된것으로,다른한편으로는근대대도시의삶에대한비판적인성찰과관련된것으로이해된다.도시교향곡영화의프레임으로1970~80년대한국독립영화를살펴본다는것은,이시기한국독립영화의미학적가능성과정치적비전을함께고찰한다는것을의미한다.이익태감독의<아침과저녁사이>는도시를배회하는한청년의모습을따라가면서,급격한도시화과정에서소외된인간의형상을비개연적인서사와초현실적인이미지를통해서표현한다.김홍준,황주호감독의<서울7000>은스톱모션기법으로자동차,버스,열차,군중의움직임을역동적으로그려낸다.서울대얄랴셩의<국풍>은관제적인행사로기획된국풍81의이면을드러내고그것을비판하기위해이질적인이미지와사운드의배치를효과적으로활용한다.

2장「영화의도시에대한권리」는한국독립다큐멘터리가젠트리피케이션과정에개입하고그것을기록하는방식을다룬다.젠트리피케이션은구도심이개발되는과정에서원주민이쫓겨나는현상을일컫는다.젠트리피케이션은도시에서살아가는사람들의권리와직결된사회적문제이다.일찍이앙리르페브르는산업화이후로도시화가전지구적인현상이되었다고지적하면서,도시에대한권리의필요성을주장했다.도시권은도시에거주하는이들에게필요한거주권,생존권,시민권을아우르는개념이다.한국독립다큐멘터리의고전에속하는<상계동올림픽>과그러한전통을계승하는<두개의문>은젠트리피케이션의원인과결과를구조적으로분석하면서도시권의필요성을주장한다.한편,최근의일부독립다큐멘터리는연출자의개인적인경험을바탕으로도시에얽힌흔적,기억,추억,욕망이젠트리피케이션에의해파괴된다는것을감각적으로표현한다.

3장「한국독립다큐멘터리가역사와벌이는한판내기」는한국독립다큐멘터리와역사의친연성을살펴보기위한시도이다.영화이론가지그프리트크라카우어에따르면사진적매체와역사모두데이터를기록하고수집하는리얼리즘적경향과데이터를처리하고배열하는조형적경향을가지고있다.세월호참사를다룬주현숙감독의<당신의사월>(2019)과소수노조의활동을다룬장윤미감독의<깃발,창공,파티>(2019)는리얼리즘적경향이두드러진경우이다.두작품은연출자의개입을최소화하면서역사적현실을직접적으로드러낸다는공통점이있다.한편,광주민주화운동을다룬강상우감독의<김군>(2018)과장기실종아동사건을다룬김성민감독의<증발>(2019)은조형적경향이두드러진경우이다.두작품은역사적사건을기록한사진이미지를바라보는사람들간의상반된태도를보여줌으로써역사적사건의모호함을드러낸다는공통점이있다.이러한분석과정을통해저자는한국독립다큐멘터리가역사속에서이름없는자로존재했던대상들의존재가치를복권하기위해노력한다고주장한다.
4장「현장을전유하는다큐멘터리」는한국독립다큐멘터리에서사건이발생하는장소로서현장이갖는의미와그런현장을기록하거나해석하는방식의변화에주목한다.과거한국독립다큐멘터리는사회운동과연대하면서사회적이슈가발발하는현장과기민하게결합했다.하지만한국독립영화를둘러싼정치적,사회적,문화적,기술적변화로인해서한국독립다큐멘터리에서현장이갖는의미가달라졌다.이를확인하기위해저자는액티비즘을지향하는한국독립다큐멘터리를현장-기반형다큐멘터리,현장-전유형다큐멘터리,현장-창출형다큐멘터리로구분할것을제안한다.현장-기반형다큐멘터리는액티비즘을지향하는다큐멘터리에서주로나타나는방식으로사회적이슈가발발하는현장을기록하고그곳에서벌어지는사건을연출자의시선으로재현한다.현장-전유형다큐멘터리는수행적다큐멘터리나에세이영화처럼특정현장을지배하는힘에저항하면서,연출자또는출연자가현장에서사건을발생시키거나연출자가현장에대한자신의주관적경험을드러낸다.현장-창출형다큐멘터리는현장의범위를물리적세계에서가상적세계로확장하는시도로볼수있다.이유형의작품들은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나파운드푸티지작업에서주로나타난다.이처럼한국독립다큐멘터리에서현장의의미는고정적이지않고유동적이다.사회적이슈에개입하고사회적의제를제시하는모든한국독립다큐멘터리는저마다의현장을각기다른방식으로전유한다.

5장「불안에대한에세이적성찰」은문정현,이원우감독이공동연출한<붕괴>에나타난에세이영화의특징을분석한다.이작품은연출자의주관적경험을반영한다는점에서2000년대초반이후로국내독립다큐멘터리진영내에서하나의지배적인흐름을형성한사적다큐멘터리로분류할수도있다.또한,이작품은다큐멘터리와실험영화의경계를넘나들면서불안이라는비가시적인대상을가시화하려고했다는점에서에세이영화로분류할수도있다.이영화는보이스오버내레이션을포함한다양한텍스트들을배열하여연출자와관객사이에가상의대화를구축하고,파운드푸티지형식을활용하여과거,현재,미래의구분을모호하게만든다.이러한형식적실험을통해이영화는연출자가오랜시간겪은불안에대해성찰한다.결론적으로이장은에세이영화가감정,정서,관념같은비가시적인세계의경험에대한연출자의사유를표현한다고주장한다.

6장「포스트시네마적상상」은임철민감독의<프리즈마>(2013)와<야광>(2018)에대한분석을바탕으로포스트시네마시대에나타나고있는새로운영화모델에관해탐구한다.포스트시네마는필름영화가쇠퇴하고그자리를디지털영화가대신하면서나타나는일련의변화를지칭한다.이와관련된논의로는필름의쇠퇴를영화의죽음으로해석하는종말론적접근,매체환경의변화를통해영화문화의변화를설명하는제도적접근,영화를개념적으로확장하기위한아방가르드영화인들의실천에주목하는대안적접근이있다.임철민감독은<프리즈마>에서전통적인극영화모델을넘어서아마추어리즘과우연성을포용하는한편의영화를만든다.그우연은디지털의오류까지도포함한다.그의또다른작품인<야광>은전통적으로극장에서영화를보던관람경험이디지털가상세계의관람경험으로대체될것임을암시한다.이처럼포스트시네마에대한논의는한편으로는과거의영화모델이새로운영화모델로대체되는과정에대한이해를제공하며,다른한편으로는아직도래하지않은미지의영화에대한비전을제공한다.

7장「이지루함을어떻게견딜것인가」는정재훈감독의<호수길>,<환호성>,<도돌이언덕에난기류>를분석하는글이다.저자는정재훈작품을관통하는연출의일관성이바라보기의지루함,즉관객이작품을관람하면서지루함을느끼는경험에있다고본다.지루함은근대의산물이다.그것은근대이후인간의지각경험이객관성,안정성,확실성을잃고,인간의의식이주의집중에서벗어나주의산만의상태에빠지면서나타났다.<호수길>은어느재개발지역이생기를잃고폐허로변하는모습을정적으로표현하며,<환호성>은노동과휴식이반복되는단조로운삶의시간성을한노동자의신체를중심으로그린다.<도돌이언덕의난기류>는어느이름모를산의풍경이나어느조선소의노동현장을긴호흡으로보여준다.이작품들은롱테이크로포착한일상의풍경을통해서지루함에대한감각,즉시간이흐르지않고고여있는것같은느낌을불러일으킨다.정재훈의장편영화는지루함과더불어살아간다는것에대한실존적인동시에영화적인고찰이라고할수있다.

부록에수록된「사유하는영화,에세이영화」는에세이영화에관한이론적지형을그리기위한시도이다.문학의에세이가그러하듯이에세이영화의주요특징은장르적실험,주관성의표출,공적인영역에의개입으로정리될수있다.저자는총세단계로나누어서에세이영화의주요특징들을살펴본다.우선,문학적에세이의전통과관련해게오르그루카치,막스벤제,테오도르아도르노의글을검토한다.이들은에세이란실증적인학문의전통에반기를들면서저자의사유를형상화하는장르라고설명한다.다음으로,1940년대에세이영화의등장에주목한일부비평가,영화감독들의논의를살펴본다.이들은에세이영화가지성의보고이자매개물이될것으로기대했다.끝으로1990년대이후에세이영화의정의를둘러싼논쟁을검토한다.이시기에에세이영화의형식적층위와내용적층위를둘러싼몇가지쟁점들이불거졌다.이처럼이글은에세이영화가출현하고발전하는과정을검토함으로써에세이영화를이해할수있는이론적틀을제공하려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