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의 심리학 (The Rape of the Mind)

세뇌의 심리학 (The Rape of the Mind)

$21.00
Description
누가 저항할 수 있다고 쉬이 말하는가!

인간 정신에 대한 극심한 압력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실제 경험과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역작.
이 책이 출간된 해는 1956년이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책이 나온 때가 1950년대인만큼 주로 중국 전체주의와 나치의 사고 통제, 정신적 살해, 세뇌 등을 다룬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적지 않다. 사고 통제·정신적 살해·세뇌가 작동하는 원리는 변하지 않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 역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큰 사회 문제로 대두한 것 중 하나가 가스라이팅이다. 가스라이팅이란 거부, 반박, 전환, 경시, 망각, 부인 등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연인이나 가족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 역시 ‘세뇌’의 한 범주라 할 수 있다. 또 사이비 종교에서도 신도들을 묶어두는 방편으로 ‘세뇌’ 기술을 사용한다.
세뇌란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던 의식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게 하거나, 특정한 사상·주의를 따르도록 뇌리에 주입하는 일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헌터는 ‘세뇌(brainwashing)’는 중국어 洗腦에서 유래한 말로 공산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을 수동적인 공산당 추종자로 만들기 위해 체계적인 사상 주입, 전향, 자기고발을 이용하는 의식을 뜻한다고 정의했다. ‘정신적 살해(Menticide)’는 저자가 만든 단어로, ‘마음’을 뜻하는 ‘mens’와 ‘죽이다’는 뜻의 ‘caedere’를 합한 말이다. 두 단어 모두 형틀의 뒤틀린 변형으로, 언뜻 더 허용 가능한 수준인 듯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이는 천 배는 더 나쁘며, 심문자에게는 천 배는 더 유용하다. 세뇌가 심리학적 연구 대상이 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다.
따라서 이 책 역시 한국전쟁 당시 중국 공산군 포로로 잡힌 미국 해군 대령의 일화로 시작한다.

한국전쟁 때 미국 해군 부대 소속이었던 프랭크 H. 슈와블 대령은 중국 공산군에 포로로 잡혔다. 심한 심리적 압박과 신체적 학대가 몇 달 동안 이어진 끝에, 그는 미국이 적에 대한 세균전을 펼쳤다는 ‘자백’ 기록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관련자들의 이름, 임무, 전략 회의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이는 전체주의자들에게는 엄청나게 가치 있는 선전 도구였다. 그들은 전 세계에 다음과 같은 뉴스를 전했다. “미국이 국제법을 어기고, 평화를 사랑하는 중국 인민들을 상대로 질병을 퍼뜨리는 박테리아를 실은 폭탄을 터뜨렸다.”
슈와블 대령은 귀국 후 이 자백을 부인하며, 군사법원 심리에 출석해 스스로를 변호했다. “제 마음속에서 우리 해군 제1전투비행 부대가 세균전을 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회의, 비행기, 작전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같은 나머지 것들은 저에게는 사실이었습니다.”
대령은 계속했다. “말은 제가 했지만, 생각은 그 사람들의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거짓말인 것을 알면서도 앉아서 그 말이 사실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글을 쓸 수 있는지, 이것이 제가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 사례는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포로에게 큰 거짓말을 하도록 조작한 예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치적 목적의 정신적 강요 문제와 이것이 초래하는 결과를 직면해야 한다.
저자

요스트A.M.메이를로

1903년네덜란드헤이그에서태어나학창시절을보냈다.1927년레이던대학교에서석사학위를,1932년위트레흐트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1928~1934년에몇몇병원에서교수겸상주정신과의사로일했다.이후헤이그에서개업해심리치료와정신분석을시작했으며,네덜란드왕실과정부기관의정신과자문을하기도했다.메이를로는나치가네덜란드를점령했을때이책에서소개한정신고문과강제심문기술을직접목격했다.

1942년벨기에로도망쳤고,독일인덕에간신히죽음을면한뒤영국으로탈출한그는네덜란드육군대령으로서심리분과부서장직무를수행했다.1944년에는네덜란드의복지고등판무관(HighCommissionerforWelfare)으로재직했으며,연합국구제부흥기관(UNRRA)과연합국파견군최고사령부(SHAEF)의고문으로일했다.1943년수훈십자훈장(DistinguishedServiceCross)을받았다.1946년미국으로건너가뉴욕에정착한뒤에는여러학교에서강의했으며,심리치료와정신분석을이어갔다.1950년미국시민권을취득했고,몇몇전문가협회의명예회원겸전임회원이기도했다.1972년에네덜란드시민권을되찾았다.40년넘게정신과의사로일한메이를로는1976년네덜란드암스테르담에서숨을거뒀다.

지은책으로『전체주의전쟁과인간정신(TotalWarandtheHumanMind)』『공황의규칙(PatternsofPanic)』『인간의두얼굴(TheTwoFacesofMan)』등15권이있으며,학술지와대중지에200여편의기사를기고했다.또한뛰어난편집자이자유명한도서평론가이기도했다.

목차

머리말

1부인간을굴복시키는기술
01당신도자백할것이다
02서커스의조련사가된파블로프의학생들
03복종을위한처방
04왜굴복할까:거짓자백의정신역동

2부대중복종의기술
05정신에대한냉전
06전체주의제국과독재
07전체주의사고의침투
08계속되는재판
09공포전략과공포반응

3부보이지않는강요
10아이는어른의아버지
11정신적전염과집단망상
12마음속에침투하는기술
13관료제의침공
14우리안의변절자:반역과충성의복잡한영향

4부방어책의탐색
15정신적고문에대비한훈련
16규율과사기를높이기위한교육
17오래된용기에서새로운용기로
18자유―우리의정신적버팀목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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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저자의경험이밑거름이된연구

제2차세계대전때나치가점령한나라에살던이들은어떻게거짓자백을하고사랑하는사람들을배신하게되는지너무나잘알았다.저자역시네덜란드에서태어나나치점령때문에탈출할때까지그곳에서살았다.
게슈타포의첫번째목표는포로들을고문해,친구들을배신하고다음고문대상을불게만드는것이었다.나치의고문을견딜수있을까?아니면자백하게될까?나치에점령당한모든나라의반나치활동가들이품은의문이었다.
점령2년째되던해,서로연락하지않는편이낫다는걸깨달았고,예상되는나치의고문에맞서단단히무장시켜줄의학적·심리적예방책을찾고자했다.저자역시진통제가그고통을견디게해줄지알아보기위해실험했다.결과는역설적이었다.진통제가고통에무감각할수있게해주었지만동시에정신적압력에취약하게한것이다.당시고문을당하는이나고문을하는나치나모두사람을무너뜨리는것은직접적인신체의고통이아니라계속수치심을주면서정신적고문을하는것임을알고있었다.

지하의활동가들이붙잡혔을경우,이들을강하게해주거나배신하지않게해줄수있는방법에대해서도의논했다.자결할수있는약을주거나(최후의수단이어야만했지만,모르핀같은진통제는일시적으로만고통을덜어줄뿐이고적에게빼앗길게분명했다),굶주림과고통에둔감해지게하기위해정신적이완과자기최면을체계적으로훈련해보기도했다(이러한상태에자기최면훈련으로다다를수있는경우도있었지만,그렇게할수있는요원은극소수였다).
마지막으로간단한심리적속임수를생각했다.적을속이거나입을다물수없다면,지나치게많은말을하는것이다.바보같이행동하고,겁쟁이인척하면서자백할수있는것이상을자백하는것이다.이러한방법이성공적인경우도있었다.

한경찰관으로부터심문과정에서그의이름이나왔다는경고를들은저자는네덜란드를떠나야했다.벨기에에서나치에붙잡혔으나,좀더체계적인고문과심문이시작되기바로전날밤저자는가까스로탈출했다.프랑스와에스파냐를거쳐런던본부에도착했고,영국에주둔한네덜란드군의심리분과부서장이되었다.그덕분에저자는나치로인한공포와고문의피해자수백만명에게무슨일이일어나고있는지에대한자료를모을수있었고,이런끔찍한환경에서사람들이나타내는다양한반응을통해잔인한진실을배웠다.즉대부분의사람이정신이무너질수있고동물의행동과같은수준으로떨어질수있다는것,고문을하는사람이나당하는사람모두인간의모든존엄을잃어버리고야만다는것.

우리의희망이파괴적도구가될수있다

모든문화는어떤형태의소통을제도화하고생각과행동을장려함으로써시민들의성격을형성한다.이렇게개인이끊임없는정신조작의대상이되고,문화적관습이지적·영적힘을약화시키며,정신에대한지식을사람들을교육하는대신길들이고조건화하는데쓰고,문화자체가권위주의적삶의방식을받아들이게끔습관화된남성과여성을만들어낼수있다.자기스스로생각하지않는사람은독재자의장기짝이되기쉽다.

학생을대상으로한솔로몬아시의사회심리학실험에서,참여자3분의1이상이잘못된다수의견을따라갔고,전체의75퍼센트가다수의견에찬성했다.많은사람에게권위의질보다는무게가더중요했다.
기계화되면서현대의삶은인간을더수동적으로순응하며적응하도록만들었다.사람들은더이상개인의가치를고려하고자신의양심과윤리적평가를따르지않는다.대신대중매체에서이야기하는가치를더많이생각한다.의식적으로는누군지모를이러한목소리에저항하려하지만,그들의말은그의사고체계안으로새어들어온다.

이러한현상에서가장충격적인점은상당부분이인간의파괴적측면이아닌,자신의세계를개선하고삶을더깊고풍부하게만들고자하는희망에서비롯된다는것이다.인간이자신에게도움이된다고여겨만들어낸바로그제도,삶을나아지게하기위해발명한바로그도구,주체성을위해행한바로그진보가모두파괴의도구가될수있는것이다.

파블로프이론의전체주의적악용

러시아의노벨상수상자이반페트로비치파블로프는19세기말에종과개가등장하는유명한실험을했다.파블로프는개에게먹이를줄때마다종을울렸고,먹이를받을때마다개는침을흘렸다.이를여러번반복한뒤,파블로프는종을울리면서개에게먹이를주지않았다.그런데도개는침을흘렸다.마치종소리가음식의맛과냄새인것처럼,종소리에대한반응이‘조건화’된것이다.

이실험을비롯한여러실험을통해,파블로프는학습과훈련은여러자극사이에관련성을만들어조건반사를여러번쌓아올린것이라고설명하는조건반사이론을만들었다.이이론에따르면반사적반응을많이학습할수록조건반사도많이학습하게된다.인간은모든동물중학습능력이가장크기때문에,그와같은복잡한조건화를학습할수있는능력도가장크다.
파블로프의실험은동물및인간의행동연구,신경증증상의진행연구에큰가치가있다.그러나인간정신이작동하는기제에대한지식은다른모든지식과마찬가지로,선용될수도악용될수도있다.불행히도전체주의자들은마음이어떻게작동하는지에대한지식을그들만의목적을위해이용했다.그들은파블로프의발견을드러나지않고,복잡하고,때로는뒤틀린방식으로이용해,자신들의통제하에있는인간기니피그들에게정신적·정치적조건화,복종을훈련시키고자했다.

심리학의도구는잘못된손에들어가면위험하다

심리학및정신의학치료자들은직업적책임감을크게인식하고있다.심리학의도구는잘못된손에들어가면위험하다.치료에현대교육기법을도입해인간의뇌를길들이고의견을바꾸어어떤이념에동조하도록할수있다.약학과정신의학은정치전략과점점깊은관련을맺고있으며,이때문에심리학자와정신과의사들은자신들이사용하는과학적도구의본질을더욱명확히인식해야한다.

치료기법과학생들이모든지식과요령을배우는것을강조하는것,심리치료학위와직위를지나치게강조하는것은,실제치료를개인의감수성과는대비되는순응주의와기존원리의합리화로이끌우려가있다.우리의비판적이고합리적인전문성은인간감수성의창조자인,비극적절망에서나오는기본적의심과양가감정을무너뜨리고속이는파괴적인것이될수있다.현대심리치료(그리고정신의학)의위험은인간의직관과공감을형식화하고,정서와자발성을추상화하려는경향이다.사랑과아름다움을기계화하려는시도는모순이다.만약이것이가능했다면,우리는아무런영감도기쁨도없고차가운이해만이있는세상에살게될것이다.

교육의역할

아동은성격이형성되는시기에처음에는부모,다음에는교사의영향을받는다.이들은함께아동의미래행동에영향을미친다.교육체계는부모의실수와태도를강화할수도있고바로잡을수도있으며,자유와성숙을향한아이의열망을강화할수도있고발달욕구를마비시키고뒤틀어영원히유아로남으려는의존욕구로바꾸어놓을수도있다.
정신적자유를위한교육에서가장중요한과제중하나는,아동이무엇이중요한지알고스스로생각할줄아는성숙한성인이될준비를할수있게해주는것이다.아동이자신의언어,자신이쓰는단어가단지문법이아닌표현의도구라는것을인식하면,다른언어와사고방식에대해호기심을가질수있고,이는추상적으로생각하고관계를이해하는능력으로이어질수있다.

누가,왜오래저항하는가

무엇이인간에게정신적살해시도에저항할힘을주는가?나치강제수용소와공산주의자들의포로수용소에서수많은사람들이어떻게몸과마음을지킬수있었을까?
답은간단하다.인간이항복하는것은일차적으로어떤시점에서무의식의갈등에압도되기때문이다.이런갈등은평상시에는통제할수있지만,정신적살해의압박이있는상황에서는의식의표면으로떠오른다.내면의갈등이강할수록압력도강하며,따라서항복할가능성도높아진다.인간이압력을견뎌내는것은이러한갈등이쉽게일어나지못하거나이를내면에서극복했을때다.
용기에대한내밀한지식은용기를고결한매력으로여기는대중의관념대부분을배격한다.심리학지식이가르쳐주는새로운형태의용기에는,생각없이쉽게일하는것이아닌생각의노동이필요하다.
이렇게삶을견뎌내는용기,자살과쇠락의마술적끌림을더이상체화하지않는용기말고다른선택지는없다.용기에는삶을움직이는모든것에대한분명한신념,깨어있는의식과충분한숙고가필요하다.

자유의역설

자유와계획은본질적으로다르지않다.자유가자라나려면자유를제한하는힘을통제할계획을세워야한다.이를넘어자유를남용하는사람들을단죄할열정과내면의자유도있어야한다.자유를남용해다른사람들을물속으로끌어내리는정신적자살,정신적살해를자행하는사람들을공격할수있는활력이있어야한다.자신을죽이는복종은일종의내적전복이다.이는인격없는기계화된세상에대한수동적인항복이자인격의부정이다.우리에게는개인의자유,서로에대한관용과존엄을위해굳게일어설수있는열정과신념이있어야하고,이러한가치의파괴를묵인하지않는방법을배워야한다.훌륭한사상과가치를이용해권력을잡고나서,이를파괴하려하는사람들에게관용을베풀지말아야한다.정신의삶과죽음사이에서전투가벌어지는한,이러한종류의남용을허용해서는안된다.
강한신념과도덕기준이있을때만자유가가능하다.이는인간이자유를지키기위해서는자기를통제하는규칙을고수해야한다는뜻이다.
민주적이고자율적인통치에는자기통제,정정당당함과공정함,사회의규칙에대한자발적승복과협력이필요하다.이러한특성은훈련으로만들어진다.민주정부에서책임있는자리에선출된사람들은,허점없는사람은없다는사실을알고스스로를통제하고제한해야한다.민주주의는독립을위한투쟁이아니고,서로타협하고교정하는상호의존이다.민주주의는한계없는권력을갖고자하는인간의경향성에제동을걸고,우리각자의약점을돌아보는것이다.즉인간의한계가초래하는결과를최소화하는것이다.

정신에대한침입의문화적의미를강조한이책은강요의기술만중요한것이아니라우리의느낌과생각에대한보이지않는침투가더중요하다고역설한다.영혼파괴의위험성은핵전쟁으로인한완전한물리적파괴의위협에견줄만하다.
세뇌를단순히파블로프의관점이아닌임상심리학의관점과프로이트의개념등다각도에서다룬다.또한정신적강요가인간의모든상호작용에서일어날수있다는측면에서세뇌를바라본다.모든소통은인형맞추기게임과비슷하다.공을많이던질수록모든인형을맞출수있는가능성이커진다.마찬가지로우리가문제에다양하게접근할수록그문제의핵심을찾아낼가능성도커진다.
심리학을왜곡해만든현대의세뇌와정신적살해기법은거의모든사람을복종과굴복으로이끌수있다.사고통제,세뇌,정신적살해의많은피해자들은강인한사람들이었지만,정신과의지가손상되고폄하되는일을겪었다.그러나전체주의자들이정신에대한지식을잔인하고부정하게사용한다해도,민주사회에서는그지식을인간의성장을돕고자유를지키며,자신을이해하는데써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