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를알면과학으로가득찬세상이보인다!
원소의이름과어원에숨은꿀잼과학사
화학원소의발견은늘역사에서가장중요한순간을장식해왔다.지구에서본격적으로인간역사의시작을알린청동기시대를열어준구리와주석,비합리성을상징하는구시대의유물인플로지스톤이론을단번에깨뜨린산소,‘핵화학’이라는가장위대하고도위험한학문의시작점이된우라늄까지,원소는인간이이룩해온과학적성과와발전을상징하는결정체와같다.그러나이렇게중요한원소를공부하면서도사람들이별의문을가지지않는질문이하나있다.‘원소의이름은도대체누가,어떻게지었을까?’
고사성어중명전자성(名詮自性)이라는말이있다.‘이름은곧그존재의본성을나타낸다’라는뜻이다.이말처럼우리는모르는사람을처음만나면가장먼저이름을묻는다.이름을알아야비로소이사람이누구인지알수있다고여기기때문이다.이처럼화학원소의이름에는과학의원리와역사는물론과학자들이흘린피와땀이그대로녹아있다.지금까지화학수업에서주목하지않았던원소이름의어원에초점을맞춰보자.원소에왜이런이름이붙었는지그뿌리를이해하는순간,과학의근간이자세상과우주를이루는원소의본질을깨닫게될것이다.
우주의탄생을함께한원소부터인간이만들어낸원소까지
세계의과학과역사,문화를품은화학원소이야기
인간이가장처음발견하고사용한원소는무엇일까?예를들어구리와철은동서양을막론하고청동기시대나철기시대문명이발전한곳에서널리쓰인금속원소다.그러나이원소들은최초발견자가누구인지,이름의유래가무엇인지정확히알수가없다.대신이렇게유서깊은원소에는당시민족들의역사와가치관,문화를반영하는이름이지어졌다.이처럼각지역과언어마다다른원소의이름에서세계의역사를엿볼수있다.
예를들어순우리말원소인‘구리’의경우고대한국어와관련이깊다.옛날우리나라사람들은불을‘굳’또는‘굴’이라불렀다.여기서파생된단어들이구들,그을리다,굽다,굴뚝,그릇처럼불과관련된단어들이다.마침구리는다른금속과달리붉은색을띠고있었기에붉은금속이라는뜻으로‘굴’에서파생된구리라는이름이붙었다.한편영어로는구리를copper[커퍼]라고하는데,이이름은지역과관련이깊다.청동기시대유럽에서청동생산으로가장유명한곳은바로키프로스(Cyprus)섬이었다.따라서키프로스섬을일컫는라틴어cyprium[퀴프리움]이변해cuprum이되었고,이것이현재의copper가되었다는설이가장유력하다.
고대부터알려진원소뿐아니라멘델레븀,노벨륨,러더포듐,시보귬등현대에발견된초우라늄원소들의이름에도과학기술의발전과그로인한갈등의20세기현대사가그대로녹아있다.소련과미국으로대표되는핵개발의두진영사이에서벌어진치열한싸움의결과가바로원소이름으로나타나있는것이다.발견된지무려40년이넘게지나서야비로소정해진이름이있을만큼중대하고도기묘한사연을간직한원소들이지금도사회곳곳에자리하고있다.
원소에담긴화학의원리와물질의특성
과학의본질을이해하고싶다면원소의이름을읽어라!
먼옛날고대그리스의철학자인탈레스는만물이물로구성되어있다고말했고,아리스토텔레스는세상이물,불,흙,공기로이루어져있다는4원소설을주장했다.그러다가18세기에‘근대화학의아버지’라고불리는프랑스의화학자앙투안라부아지에가처음으로오늘날우리가알고있는화학원소와유사한개념의33개원소를제시했다.이후수많은과학자가끊임없이연구를거듭해온결과과거에는단지경험으로만알고있던현상과세상의구성요소들이하나씩밝혀지게되었다.
수은의영어이름인mercury[머큐리]에는서양중세문화와천문현상,태양계의질서를연결시킨연금술사들의아이디어가담겨있고,규소의이름인silicon[실리콘]에는인간이처음불을피우기위해사용한부싯돌부터미국의첨단산업단지인실리콘밸리까지과학기술이어떻게변화해왔는지가단적으로드러나있다.한자이름인규소(硅素)에도무생물인금속원소규소가해양생물인규조와밀접한관계가있음을보여주기도한다.
세상의질서를이해하려면그법칙을만드는과학을알아야하고,과학의본질을이해하려면모든물질의근원이되는원소를알아야한다.우주를이루는원소의발견과그어원에얽힌이야기를읽는순간과학을보는눈이활짝열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