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의 지도 (한국이라는 영화적 사태)

파국의 지도 (한국이라는 영화적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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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영화를 통해 한국사회를 비추는 영화평론가 김소영의 4년 만의 신작 비평집. 영화평론가 김소영은 이 책에서 ‘비상사태’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 영화/영화사의 무의식과 한국 영화 관객의 감정 구조에 접근한다. 저자는 비상사태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자연재해나 전쟁 상황을 소재로 삼는 기존의 재난영화보다 육체 위에 가해지는 재앙으로서의 폭력, 벌거벗은 생명으로서 살아가는 난민의 등장 등에 주목함으로써 ‘재난영화’를 재정의한다.
저자

김소영

저자김소영은미국캘리포니아버클리대학교,듀크대학교등에서영상이론을가르쳤고,현재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영상이론과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근대의원초경:보이지않는영화를보다』(2010),『한국영화최고의10경』(2010),『근대성의유령들:판타스틱한국영화』(2000),『시네마,테크노문화의푸른꽃』(1996)등이있으며,편저로『트랜스:아시아영상문화』(2006),『아시아영화의근대성과지정학적미학』(2009),ElectronicElsewheres:Media,TechnologyandtheExperienceofSocialSpace(2009)등이있다.‘김정’이라는이름의영화감독으로제3회서울여성영화제개막작《거류》(2000),《황홀경》(2002),《원래여성은태양이었다:신여성의퍼스트송》(2004)의여성사3부작다큐멘터리와장편영화《경》(2009)을연출했다.

목차

서문:비상과환상7
1.극한생존:한국영화의판타스마틱타자/2.비상사태/3.판타스마틱타자

1장신자유주의시대의폭력,육체,인지적매핑19
1.문화적형식으로서의리메이크/2.하녀가되기보단뱀파이어가되겠어!:《하녀》리메이크와《박쥐》/3.재난자본주의:《황해》의난민의몸/4.인지자본주의시대몸의몰락

2장얼굴,클로즈업,괴물성:다인종,다문화사회61
1.타자와얼굴/2.난민/3.소수민족,조선인:《망종》/4.디아스포라영화의아포리아/5.인종적타자성과한국계디아스포라

3장비상사태:박정희시대의김기영과이만희영화의활유,고백,무드93
1.정세적연계:1960~1962년/2.전쟁과영화:《현해탄은알고있다》/3.활유법과현해탄/4.고백,진실,섹스/5.비판적무드의영화《휴일》/6.《휴일》의무드:죽음의드라이브

4장한국영화의국경의문제:경계의정치성121
1.경계와정동:파토스의공간/2.월경:사실은사랑때문에/3.《두만강》

5장근현대의누아르:미국과상하이의밤,《예라이샹》과대륙활극영화들142
1.상하이커넥션:《풍운아》부터《애꾸눈박》까지/2.상하이의밤:정창화의《예라이샹》

6장글로벌디지털포메이션:투기성조증과사회적인것161
1.소셜미디어라는트랜스바운더리/2.퍼블릭의유령화,소셜의미디어화/3.인지자본주의와소셜미디어/4.사회적조증

7장파국의지도:만민공동회와스크린실천176
1.버튼홈즈와만민공동회그리고스크린실천/2.트랜스아시아틱라인/3.스피치와변사

에필로그:아카이브의비밀200
1.한홍합작:《이국정원》,혹은《에일리언과의사랑》/2.《저하늘에도슬픔이》를타이베이에서만나다

참고문헌210

출판사 서평

비상사태라는예외가규범이된일상,
대한민국이사로잡힌감정구조는무엇인가?
영화를통해한국사회를비추는영화평론가김소영의4년만의신작비평집


1990년대후반이후한국영화는블록버스터시대의개막을알렸다.이시대에생산되고있는영화들을우리는어떤맥락에놓고관람할것인가?영화평론가김소영은이책에서‘비상사태’라는키워드를통해한국영화/영화사의무의식과한국영화관객의감정구조에접근한다.저자는비상사태와직접적으로맞닿아있는자연재해나전쟁상황을소재로삼는기존의재난영화보다육체위에가해지는재앙으로서의폭력,벌거벗은생명으로서살아가는난민의등장등에주목함으로써‘재난영화’를재정의한다.“파괴의악순환을자신의자양분으로삼는영화”,즉헐벗은타자의삶을부수는가운데파국의생태계를일구는영화를‘재난영화’또는‘카타스트로프영화’라고부른다.예컨대《하녀》(2010)의전도연이맡은‘은이’는자살하고,《황해》에서하정우가맡은‘구남’의몸은완전히으스러지며,《박쥐》의두흡혈남녀는서로흡혈과수혈을하다동반자살을감행하는등재난영화는파괴,죽음,자살,파국으로귀결된다.저자는이책에서이와같은재난영화를통해현재의한국사회를사로잡고있는충동,즉생존을향해다급하게질주하는모습과그런사회적충동에균열내는모습을함께읽어낸다.

박통과신자유주의의유령이만들어낸비상사태속에서
영화로재앙을경험하는‘재난자본주의’시대

저자는한국사회에대해“정치적·법적비상사태는끝났지만,‘정동적’(affect)비상사태는여전히강력하게동원되고있다”고선언한다.실제로든역사로든1960~1970년대정치적비상체제를겪은뒤,그것이영향을준감정과정서에따라일상속우리의몸과마음의상태가비상체제하에서그랬던것과유사하게인식하고반응한다는것이다.따라서1960~1970년대비상체제하에서강력한산업화를이끈동력인‘시급함’의국가적정서가지금도여전히남아강력하게우리사회의무의식을주조하는양상에주목한다.정보통신분야에서단적으로드러나듯이속도의가치가무한히증대되었고,한류스타는군대식으로키워져글로벌시장으로의진출을전쟁처럼치러내고,밀실같은이곳에서살아남는방법은탈출뿐이라는듯글로벌시장을일종의광장처럼여겨그곳을향해질주하고있다.
그런질주의결말은요즘영화에서자주그려지듯파괴,죽음,자살,파국이다.영화뿐아니라TV속거의모든예능프로그램에서도서바이벌이내러티브가된다.저자는한국사회를미친듯질주하게하는두개의축으로한편에서금융자본으로유혹하는글로벌시장을,다른한편에서한국으로유입되는타자,즉‘우리의자리’를추격해올이주민의존재를본다.그리고글로벌이라는거대타자도허상이며한국에서마주치는타자역시민족국가에의해만들어진/타자화된이들이라는점에서그두축은공히판타지성을띤다고암시한다.이처럼판타지성이조건지은상황에서생존을위해분투하는서바이벌메커니즘은한국사회속삶을더욱가속화하며비상사태를끊임없이재생산한다.
비상체제가통치의수단이된다는점은아감벤등을통해잘알려진사실이다.저자는거기에더해이런정서적비상사태가국가를지탱하는공적판타지양식으로기능하는점에주목해,이와같은시대에는비상사태의징후를보여주는영화가만들어지며사람들은사태를직접겪는대신그영화들을통해서재앙을경험하며이른바‘재난자본주의’를완성한다고평한다.영화를통해한국사회를진단하는것을비평가의임무로받아들이는저자는이책에서한국영화가자리한정서적비상사태와판타지상태사이의긴장을자세히분석하고설명하며영화가,혹은영화를통해이와같은질주의메커니즘에제동을거는데기여하는장면들을제시한다.

이책에모은저자의7편의글은영화가파국을보여주고살아내는다채로운방식을조명한다.각장의내용을간략히살펴보면다음과같다.
1장?신자유주의시대의폭력,육체,인지적매핑?과2장?얼굴,클로즈업,괴물성:다인종,다문화사회?는《하녀》《황해》《박쥐》《반두비》등뱀파이어,난민,이주노동자,무국적자,소수민족,하층민등여러가지타자의모습이등장하는블록버스터시대의‘재난영화’가어떤파국의지형을그리며어떤위급한정서를관객의뇌리에심어주는지이야기한다.
3장?비상사태:박정희시대의김기영과이만희영화의활유,고백,무드?에서는1960~1970년대정치적비상사태아래에서만들어진《현해탄은알고있다》《휴일》과같은영화들이어떻게재앙이라고할만한현실에비판적인역할을수행했는지분석한다.
4장?한국영화의국경의문제:경계의정치성?은우리와타자를가르는국경과같은경계에일찍이주목한1920~1930년대초창기한국영화몇편과함께재중동포장률감독의《두만강》(2009)을조명하며국경으로분리된주체들간의갈등과그경계를내면화한개인안의갈등에주목한다.
5장?근현대의누아르:미국과상하이의밤,《예라이샹》과대륙활극영화들?에서는4장에서의논의를이어받아경계를벗어나1960~1980년대상하이와만주등동아시아의타지역과의네트워킹속에서여러나라를융합해‘코리안누아르’라는새로운영화문법을만들어내며국적에갇힌민족주의를벗어나는측면을읽어낸다.
6장?글로벌디지털포메이션:투기성조증과사회적인것?은오늘날개인의인지노동을효과적으로착취하는자본주의적장인디지털공간을사회구성체로서개념화하며,소셜미디어속에서사라져버린듯한청중,대중을어떻게다시되살려새로운사회적장을만들수있을지논한다.
7장?파국의지도:만민공동회와스크린실천?은대한제국시기의만민공동회라는의미있는사회적장의출현을되짚는데,거기서만민의등장을청중혹은관객으로읽어내며그간훨씬이후의식민지시기로잡혀있던기존의한국영화의시초를앞당겨한국영화사를수정하는하나의탈식민연구를제시한다.

1898년만민공동회에서최초의영화관객을발견하다:한국영화사다시쓰기
한국의1960~1980년대라는정치적특수상황에서비롯된정서적비상사태가지금까지한국인의감정구조를사로잡고있는지금,한국영화는그질주의죽음충동에다른판로를열어줄사회적장을마련하고있는가?저자는청중앞에서말하는사람과말하는사람의이야기를들을준비가된청중이만들어가는민주주의적장을영화가마련할수있고,마련해야만하지않느냐는물음을이책의바탕에두고있다.영화를경유하거나관통해우리사회를새롭게상상하는데도움이될,즉‘사회적상상계’의좋은참조가될,이책의핵심적장이라고할수있는7장의내용을소개한다.여기서저자는한국초창기영화사기술이문제적으로굴절되어있어영화의선행형식의한장면을누락시키고있으며,그장면은현재한국사회에무엇이부재한지,한국영화가무엇을염두에두어야하는지일러주는중요한장면이라고강조한다.
영화의역사는보통현재우리에게익숙한영화형태의전사(前史)로서인형극이나그림자극과같은선행형식부터기술된다.하지만한국영화의전사나선행형식에대한연구는한국을방문한미국인여행가의강연회로,이후본격적인영화사는일제식민지사관에부합하는영화로적혀버린후그동안별다른수정이가해지지않았다.미국초창기영화사에등장하는E.버튼홈즈가근대적장비를가지고중국,일본,한국을방문해사진과영화로여행을기록해서일종의‘여행기강연회’를연것도,국경지대에서활동하는독립운동가들을토벌하는내용을담은《국경》이1923년에조선거주일본인민간영화집단에의해제작되고상영된것도사실이다.하지만저자는황실이라는특정한대상앞에서상영한미국인의여행사진과개봉한지하루만에대중의반발로상영이중단된식민지배계급의영화를한국영화의시작점으로삼는관점에는문제가있다고말한다.영화가말하는이야기의역사적맥락과그것을보고들을준비가된진정한대중의존재는영화사기술에서중요하게고려되어야하기때문이다.
영화의역사기술에관한이와같은문제의식을바탕으로저자는당대의민주주의발화양식에주목하면서한국영화의선행형식이되는최초형태를1898년의만민공동회에서발견한다.저자는만민공동회의개최시점과유럽최초의영화상영시점인1895년이시간적으로매우인접해있는데도그동안한국근대민주주의의기원으로서만민공동회와초기영화의관계는거의언급되지않았으며,그럼으로써대한제국당대의중요사건들과역사적풍파,그리고그정치적의미들을영화사안으로들여오지못했다고분석한다.저자는만민공동회의스크린실천에주목하며거기모인‘만민’에게서한국최초의영화관객의모습을발견한다.E.버튼홈즈의여행강연이대한제국황실에서열리고미국에서는카네기홀에서열리는등식자층이나지배계급을위한이벤트였던반면,여러사회계층이참가한만민공동회에서는모두에게연설과토론이장려되었다.당시만민들의민주주의에대한요구가스크린앞에서행해진점은영화사연구에서반드시중요하게고려되어야한다는것이저자의중요한논지중하나다.
타자로서주변적위치에있던여성,아이,백정까지다양한사회적계층이참가해군주권력에대한제한과공화정에대한지지를담아낸만민공동회를스크린을세우는실천적행위로보면서그로부터민주주의적극장,주체적관객의최초형성을읽어내한국영화사를수정함으로써저자는지금의한국영화가어떤사회적공간을상상하고만들어가야할것인지에대해제언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