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가장저돌적이고거침없는검사!”『뉴욕타임스』
_국민에겐최고의검사,트럼프에겐적이었던검사장프릿바라라의첫책
한국사회,특히사법부내의분열과반목이점입가경으로치닫고있는이시기에주목할만한도서가출간되었다.바로뉴욕남부지검의전검사장프릿바라라가쓴『정의는어떻게실현되는가』이다.‘월가의저승사자’‘부패척결의선봉장’이라는호칭을얻으며테러,마약및무기밀매,금융및의료보험사기,사이버범죄,공직자부패,조직폭력,조직범죄,시민권침해사건등상당수의사건들을해결한프릿바라라는미국인이가장신뢰하는검사중한명으로잘알려진인물이다.2011년에바라라는월가의내부자거래를파헤쳐헤지펀드계의거물라지라자라트남과전맥킨지최고경영자(CEO)라자트굽타등71명을기소해67명의유죄를받아낸공로로,2012년『타임』이선정하는‘세계에서가장영향력있는100인’으로선정되고“월스트리트의부패를파괴하는남자(ProsecutorPreetBhararacollarsthemastersofthemeltdown)”라는제목으로표지를장식하기도했다.
또한2013년에는헤지펀드운용사SAC캐피털의내부자거래혐의로창업자이자전설적인펀드매니저스티브코헨과벌였던치열한법정다툼또한큰화제가되었다.프릿바라라는집요한수사끝에SAC캐피털이20여년간기록한연25퍼센트의대박수익률행진은결국내부자거래라는추악한불법의결과물임을밝혀냈고,SAC캐피털은바라라의수사발표내용을모두인정한후약2조원의벌금을내고운용하던펀드전체를해산한후에문을닫았다.마치한편의드라마같았던프릿바라라와스티브코헨의공방은「빌리언스(Billions)」라는제목의드라마로실제제작돼미국에서큰인기를끌었고,현재넷플릭스를통해국내에서도방영되고있다.
이밖에도바라라는씨티그룹(Citigroup)을포함한4개대형은행의위법행위를적발하는등의성과로미국연방검사중가장강골로평가받아왔으며,17명의유명정치인을기소하는과정에서10명이자신을검사장으로임명한민주당소속정치인이었을정도의초당적법집행으로대중적인기역시매우높았다.
그러나2017년에바라라는아이러니하게도트럼프전대통령에의해해임된사건으로또한번주목을받았다.오바마정부시절부터지검장으로재직했던바라라는트럼프가당선인이던시기에유임을제안받고재직하다,트럼프가대통령으로취임한후몇달만에돌연해임당했다.언론에서는이사건에대해‘바라라가트럼프의러시아내통의혹등비리를조사하자유능한바라라를해고한것’이라는해석을내놨고,‘대통령의사법방해의혹’으로막대통령에취임한트럼프의탄핵가능성까지제기되는등큰화제를낳았다.
검사의정치적중립을지키기위해대통령과의사적대화를거부하다해임당한검사,월스트리트의저승사자로부정부패척결을위해헌신한검사,정치권을성역없이수사하기위해고군분투한검사인프릿바라라의첫책『정의는어떻게실현되는가』는그가수많은사건들을파헤치며겪었던검사로서의딜레마와인간적고뇌,법시스템의한계,그리고우리모두가지닌편향적사고등을살펴보며,정의를실현하기위해가장먼저바로서야할것이무엇인가를생생하게전달한다.
“사회정의와공정함은무엇으로지켜낼수있는가?”
_각자의‘정의관’이쟁투를벌이는한국사회에던지는묵직한질문
현재한국에서가장많이언론에오르내리는이슈중하나는바로법무부장관과검찰총장의갈등일것이다.이들의갈등은표면적으로정의의실현을위한쟁투로보이지만,국민의눈에도그렇게비칠지는의문이다.사법부가가장우선해야할‘법앞의정의’는수뇌부의쟁투이슈에묻혀어디론가사라져버린듯하다.그간한국사회에는‘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말이정설처럼받아들여질정도로법의공정함에의문을제기할만한판결이많았다.단순히법을제대로알지못하는국민의법감정과공고한시스템으로서의법사이에놓인간극이큰것만으로는이해되지않는부분이있었다.누군가는배고픔에삶은계란몇개를훔쳤다가1년이넘는징역형을받는가하면,유력인사의딸은신종마약을투약하고소지하고있다가발각되었는데도집행유예를받는경우가왕왕발생하는것이다.누군가는정의로운판결이라고생각하고,누군가는정의가훼손된판결이라고생각하는사법판결을우리는어떻게이해해야할까?
프릿바라라는『정의는어떻게실현되는가』에서“정의는포괄적이고막연한주제다”라고말하며정의가지닌복잡다단함을인정한다.하지만이런말도덧붙인다.“내가주장하고싶은것은,사람들은결과에이르는과정이공정하고그과정을책임진자들의태도가공정하다고여길때,그결과도정당하다고믿는다는점이다.”흔히들정의는실현해야할뿐아니라,그과정이눈에보여야한다고말한다.하지만많은사람은공정한절차를보려고도이해하려고도하지않는다.바라라는많은사회가신뢰의위기를겪고있지만,이것이늘법의실패나사법절차의실패에서오는것은아니라고말한다.사법체계는편협함,그릇된선입견,편파적태도,사익으로정의에접근하는사람들때문에곧잘훼손된다는것이다.이들은사법체계를진실에도달하는방법으로여기기보다,남들을짓누르고뭔가를회피하는수단으로삼는다.
이책에서프릿바라라가제시하는정의에대한접근법은,법을어떻게해석하고이를법정에서어떻게실현할것인가라는질문의답에서그치지않는다.이는성숙하고분별력있는사람들이자신이속한지역사회,직장,가정에서어떻게판단해야하는지도일러주는기준이될만한것이다.이책은단지법만다루지않는다.이책은진정성과리더십,의사결정그리고도덕적논거를다룬다.이모두가정의의의미와본질에서결정적이기때문이다.
공정하고효과적인처벌이라는도덕적난제는형사사건을심리하는판사만고민하는문제가아니다.처벌은많은사람들에게도익숙한난제일것이다.악덕기업을처벌해야하는감독관,문제있는직원을징계해야하는관리자,심지어제멋대로인아이에게벌을줘야하는부모들도이문제로고민한다.어느정도의처벌이적합한지,어떤방식이효과적인지,장차어떻게해야특정인뿐아니라다른모든사람들도그런행동을못하게막을수있는지,목적은달성하되선을넘지않는충분한조치는무엇인지를평범한사람들도매순간고민한다.
많은사람이법치국가에서살고있지만,정의는때로머리못지않게가슴에서도튀어나온다는게프릿바라라의지론이다.그이유는법이실제현실보다는추상적이론을부당하게앞세울때가있기때문이다.사법제도안에서는모두가하나의인간이고,정의가추상적개념이라해도이를추구하고느끼는것은현실의인간들이다.훌륭한조리법이맛있는음식을보장하지못하듯,현명한법도정의를장담하지는못한다.법은단지도구에지나지않아서인간의손길을타지않으면아무런생명력도없고아무런영감도주지못한다.법은우리가서로를사랑하거나존경하도록강제하지못한다.증오를없애거나악을정복하지도못한다.은총을가르치거나무관심을깨뜨리지도못한다.매일매일법의최고목표를달성하는주체는잘하든못하든인간이다.정의를실현하거나좌절시키는것도인간이다.자비를베풀거나거절하는것도인간의몫이다.결국정의를바로세우는것은인간이다.이성적이고객관적인사고가공정함을좇는열정과만날때,우리의일상에서도진실을찾고정의를이룰수있다는것이바라라가이책에서주장하는정의실현의필수조건이다.
‘법치지배’‘적법절차’‘무죄추정’과같은사법의주요개념들이기본적으로지켜야할원칙이기보다는정치슬로건으로쓰이는듯한현실에서정의의개념도누군가가정치적으로적이냐동지냐에따라달라지고있는듯하다.그러나우리의경쟁상대는적이아니라는것,법은정치적무기가아니라는것,객관적진실은엄연히존재한다는것,공정한절차는문명사회에서필수라는것은우리모두가인지하고좇아야만할중요한사회적가치임을이책은힘주어주장한다.
이런이유로프릿바라라는중요한기본적인물음으로돌아가,정의의의미를다시한번되짚어보자고제안한다.“공정하고편견없는태도란무엇인가?독립성에는어떤조건이필요한가?진실은어떻게밝혀지는가?정의는어떻게실현되는가?재량권이란무엇이고이를어떻게현명하게발휘할수있는가?”이는추상적세계가아닌너저분하고순조롭지못한현실세계에서,결함있는인간들에의지해이상적가치를실현해야하는이세상이던지는질문들이다.
“정의는올바른일을,올바른방법으로,올바른이유를위해하는것이다!”
_수사,기소,판결,처벌의네가지법집행과정을통해‘법앞의정의’를다시생각하다
이책은수사,기소,판결,처벌의4단계로분류해,각단계에서드러날수있는다양한법집행자들의인간적취약성과사법시스템의허점등을독자가쉽게이해할수있도록구성되어있다.또한프릿바라라가실제수사를진두지휘했거나,사회적으로큰이슈를몰고왔던사건들이실제사례로등장해마치한권의법정스릴러를읽는것같은몰입감을선사한다.
제1부수사에서는정의실현을위한진실추적기를다룬다.진실을알아야만정의를실현할수있기에수사단계는가장첫번째단계로서진실을밝혀내는데중요한과정이다.이단계에서가장중요한것은검사의사고방식과동기이다.진실을탐구하고자하는마음,잘못된것을바로잡고자하는의지는중요하지만단순히이기려는생각은사건의본질을더럽힐뿐임을경고하면서,일단수사를시작하면앞에놓인사실만을따라야하며,섣불리자신의생각을따르거나하나의이론을진실로믿어서는안된다는내용이등장한다.
제2부기소에서는검사들의인간적딜레마가가장크게부각된다.검사의업무에대한가장세세한정보가등장하는이부분에서,바라라는기소를앞에두고검사가어떤판단과정을통해기소와불기소를결정하고,불기소를할수밖에없는범죄는무엇인지에대해설명한다.검사의기소판단은자칫선량한시민의인생에큰고통을남길수도있기에신중에신중을기해야하는과정임을설명한다.또한정의의실현또한인간의판단영역에서행해지는일이기에실수가발생할수도있다는점을늘상기해야함을여러사례를통해역설한다.
제3부판결에서는변호사,판사,그리고배심원이등장한다.한국에도국민참여재판제도가있지만,미국은배심원평결이판결의큰부분을차지한다.이과정에서가장고통스러운지점은배심원의평결을원하는방향으로이끌어내기위해검사는어떤논리와호소로배심원들을설득할것인가에있다.돈많은교활한범죄인이노련한변호사의변론을통해배심원의마음을혼란스럽게하지않기위해,검사는가능한가장설득적인논리로피해자의고통을배심원에게전달해야한다.또한피해자가범죄전력이있을지라도,가난하고배운것없는무지렁이일지라도,성폭행피해를당한여성이매춘부일지라도,그들모두가법앞에서피해자로서정당한권리를누릴수있도록배려해야한다.
제4부처벌에서는형량을정하는마지막단계인양형에관한내용을다룬다.처벌의수위,즉양형은법앞의정의를대외적으로알리는가장상징적인결정이지만그만큼가장어려운단계이기도하다.이챕터에등장하는영아유괴납치사건을살펴보면형량을정하는일이얼마나어려운지를확인할수있다.그리고일부감옥에서벌어지는비인간적행태를살펴보며정의에대해다시금되짚어볼수있을것이다.이는비단죄수뿐만아니라인간에대해고찰을해볼기회가된다.
프릿바라라는이책이지향하는가치에대해서문에서다음과같이밝힌다.
“나는오래전부터정의실현에관심이많았고정의가무엇인지알고싶어했다.나는정의실현이라는임무와정의라는대의명분,정의의철학을다시정립하는데개인적으로,학문적으로그리고직업적으로내인생전부를바쳤다.정의란무엇이고무엇을뜻하는지,정의를어떻게달성할수있는지,정의가어떻게번성하고어떻게소멸하는지를나는늘고민했다.내가이책을통해원하는것이있다면,최고의검찰공무원들을현장에서몇년간이끌면서얻은통찰력을바탕으로사람들이정의의영역에서현재의현실을이해하고비판할수있도록돕는것이다.”
사회정의에대한부정적인의문이가득한지금,독자는이책『정의는어떻게실현되는가』를통해법을통한정의의실질적실현에서부터,인간이법의집행자로서지녀야할자세가무엇인가를명확하게확인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