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의 여행자들
『작가들의 길』의 산문을 읽으면서 절실한 글쓰기,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진지한 작가들을 만났다. 그들은 삶에 탐조등을 비추며, 서사의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결이 다른 작품들이 모여,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를 서사적 여행으로 증명해냈다. 인천작가회의와 20여 년 동안 인연을 만들어온 작가들이 ‘쓰는 자’로서의 자기 위치를 확인하는 작품들이 여기에 실려 있다. 『작가들의 길』을 통해 우리 시대 작가들은 문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독자와 소통하려 하는가를 가늠할 수 있었다. 작가들은 문학을 향한 질문들뿐만 아니라, 세상을 향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그 질문은 ‘우리는 어디로 향해 가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그리고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이다.
_오창은의 해설, 「삶의 길을 걷는 서사의 여행자들-인천작가회의 창립 20주년 기념 문집에 부쳐」 중에서
1998년 12월 11일 인천작가회의가 창립되었다. 이후, 날이 오갔다. 흐리고 어두웠다. 민중은 촛불을 들었다. 횃불이 되었다. 위장폐업 후 정리해고를 한 사용자, 4대강 비리와 그 폐해, 세월호
참살, 예술인 블랙리스트, 국정농단, 국정원과 기무사의 정권 호위와 연장 기도, 법·정 유착과 재판 거래의 사법농단, 이전투구의 정치권, 부역한 언론. 그 그늘, 그 어둠.
권력과 물질을 탐한 세력과 부역자들은 본질을 호도하거나 교묘한 술책으로 민중을 현혹하기도 했다. 사악했고, 부패했고, 비열했다. 한겨울의 혹한이었다. 생명을 멸한 폭염이었다. 적폐였다. 그들에게 민중은 존엄하지 않았다. 회유와 강압과 착취와 멸시의 대상이었고 조류독감에 걸린 가금류에 지나지 않았다. 준법과 질서는 민중에게만 적용될 뿐이었다. 민중은 우울했고 허무했다.
고통으로 점철된 세월의 무게 앞에 작가도 민중이었다. 아팠다. 분노했다. 체념하지 않았다. 회피하지 않았다. 도피하지 않았다. 희망버스를 탔다.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되기를 소망하며 촛불을 들었다. 단식으로 투쟁했다. 온몸으로 저항했다. 혹한에도 폭염에도.
펜을 들었다. 작품집도 냈다. 진실 인양을 위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인천작가회의 창립 이후 나온 앤솔러지는 총 15권이었다. 그 중에서 시선집은 2006년에 출간된 『자연바다』(작가들)를 필두로 하여 『꽃이 핀다 푸른 줄기에』(작가들), 『세이한 고비』(작가들), 『새들이 숨을 만큼만』(열린작가), 『순간의 평화』(메이드), 『소사나무 숲』(메이드), 『빨강의 정점』(작가들), 『증폭』(인천작가회의 출판부), 『오지 않는 편지』(인천작가회의 출판부), 2017년 『불완전한 착지』(삶창)에 이르기까지 10권이었다.
분단과 이념, 자연과 인간, 절망과 희망, 노동 현장, 시위 현장, 평등, 평화, 갑과 을, 죽음에 대한 형상화에 이르기까지 수록 작품들이 다채로웠다. ‘깨어 있는 삶, 깨어 있는 문학’을 추구하는 시인들의 고뇌와 외침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소설선집은 2007년에 『오, 해피 데이』(작가들)가 출간되었고, 이후 『로맨스 빠빠』(열린작가), 『그릴 수 없는 자화상』(인천작가회의 출판부), 『나와 관계하는 관계』(인천작가회의 출판부), 2017년에 나온 『그날 이후로』(삶창)까지 5권이었다. 소설에서 서술자들은 역사와 시대의 아픔을 간과하지 않고 희망을 말한다. 거창한 희망이나 밝은 미래가 아니라 ‘비 오는 골목에서 우산을 받은 것’ 같은 위안이다. 시대와 세대의 조망, 자연물과 인간, 사용자와 노동자, 인간의 욕망, 영원을 위한 과거와 현재 등을 제재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2018년은 인천작가회의가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동안 시와 소설에 머물렀던 작품을, 동화와 작품에 대한 해설까지 범위를 넓혀 인천작가회의 창립 20주
년 기념 문집 『작가들의 길』에 담았다.
‘인천작가회의 회원’을 대상으로 하였고, 작품 배열은 작가의 ‘등단 연도 순’으로 하였다. 시(詩)는 44명(작고 시인 3인 포함)의 시인이 참여한 가운데 각자 3편씩 132편을 실었고, 소설(小說)은 12명의 단편 12편, 동화(童話)는 1명의 단편 1편, 작품 해설은 2명의 2편을 실었다.
『작가들의 길』에 수록된 작품들은 ‘내가 뽑은 나의 작품’이거나 신작이다. 작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았다. 열린 제재였고 주제였고 분량이었다. 다양성을 중시했다. 작가들의 개성이 다른 만큼 시적 자아의 목소리, 시선이나 전개 방식, 서술자의 목소리, 서사구조 또한 다채롭다. 작품마다 창작자의 고투 또한 어려 있다.
앞으로도 시대가 배설한 모순을 바로잡고 시대의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 실천적인 활동과 문학적 완성도를 제고하여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