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서울로 날아간 부산갈매기 이야기)

부산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서울로 날아간 부산갈매기 이야기)

$14.00
Description
부산 갈매기의 연서戀書
그는 “목소리가 크고, 말투는 투박한” 부산 남자다. 서울로 날아온 부산갈매기다. 서울 와서 직장 생활 20년에 제법 표준어를 구사하지만 부산 특유의 억양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한번 정을 주면 오랜 시간 변하지 않고 묵묵히 정을 주는” 탓에 20년 넘게 우승을 못해본 야구팀(롯데)의 광팬이며 잠실운동장을 사직구장으로 여기며 틈나는 대로 드나든다. 입맛도 토종이라 돼지국밥부터 밀치회까지 고향의 맛을 주구장창 우려왔다. 대한민국에서 부산은 제2의 대도시이지만 서울에서 부산은 지방에 불과하다. 이에 대하여 아쌀한* 분노와 반감을 가진 아재이기도 하다(*여기서 ‘아쌀한’이란 명쾌하고 깔끔하다는 뜻이다).

그런 그가 페이스북에 부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부산을 떠난 지 스무 해가 지난 어느 날이었다. 사람들이 열화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감성 충만 아재의 고향 이야기엔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부산의 이런저런 동네들, 골목들, 시장들, 학교들, 식당들, 바닷가와 강변…. 그가 자란 부산의 공간들, 그가 먹은 음식들, 그가 만난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하자면 우리를 길러낸 것들과 동일하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면 우리의 내면이 통째로 들썩인다. 그의 이야기이지만 나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 에세이집은 얼마 전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류와 비슷한 감성적 기제를 갖고 있다. 저자는 “어떤 평범한 사내가 자신의 태를 묻은 항구도시와 그 곳 사람들에게 보내는 연서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한다. 이 말은 절반만 맞다.

그 이유는 이 책의 제2부에 있다. 제1부가 저자가 부산에서 살았던 장소, 먹었던 음식, 응원한 야구팀의 이야기라면 제2부는 서울에서의 정착기다. 이십대 후반에 서울로 유학 온 그는 ‘비범한’ 하숙생활을 경험했다. 신림동과 신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의 하숙 어드벤처는 서울로 날아온 부산갈매기의 ‘방랑충만기’라는 점에서 제1부와 연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의 방랑을 동행해준 벗들, 결코 평범하지 않고 때로는 기괴한 느낌마저 주는 캐릭터 분명한 그의 벗들이 그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저자

여운규

저자여운규는부산보수동에서태어났다.대연동,남천동,범일동,당리동,좌천동등을옮겨다니며살았다.고교시절구덕야구장을기웃거렸고,20살이후부터는‘사직아재’들틈에서인생을배웠다.
20대중반에서울로갔다.지금은서울에있는회사를다니고있으며,집은경기도파주다.출퇴근할때M7111번버스를주로이용한다.최근에서울-파주이층버스노선이생겨서좋아하고있다.좋아한것도잠시,책이나올때쯤부산발령을받았다.10년만에두번째부산근무를위해다시귀향했다.서울로날아간부산갈매기는지금다시고향에서새로운터를닦고있다.
인생의목표는‘멋진4인가족의괜찮은일원이되는것’이었는데,사랑하는아내와아이들덕분에4인가족은이룰수있었고,괜찮은일원이되기위해지금도열심히노력중이다.꿈이있다면,너무늦기전에롯데자이언츠의우승을한번더보는것이다.
이렇게어려울줄은몰랐다.

목차

책을내며

제1부부산에서살던때가그립습니다
제1장|부산을살다
보수동책방골목,203계단|아버지와함께한67일|대연동,작은골목길|K형의추억|똥천강은흘러야한다|두극장이야기|광안리바닷가|너무예뻤던우리학교|매축지이야기|서면,공포의두루마리화장지|나는‘출향인사’였다|부산도시골입니까?|괄목상대해운대|부산은산이다|다행히장마전선은?

제2장|부산에서먹다
못골시장새우튀김|모성의꼼장어|돼지국밥이야기|재첩국|다리집떡볶이변천사|밀치회의맛|양곱창골목|시장통중국집사장님|부산에는부산오뎅이없다|오뎅바의메로뎅|서울음식,부산음식|해장국집이야기

제3장|부산하면롯데
번데기야구단|어린시절그야구팀|첫경기,첫홈런|롯데자이언츠,그운명의이름|나의영웅최동원|그여름,구덕야구장|사직구장,그물타던아재들|야구장의먹을거리들|롯데팬으로산다는것|어느롯데팬의기도|롯데팬은세대전승|1사2,3루|사직아재의잠실구장방문기

제2부하숙집블루스
제1장|신림동시절
부산을떠나다|말없는룸메이트|옆방A씨-1|옆방A씨-2|하숙집의세딸들|낙방|귀향

제2장|반지하의제왕
다시하숙으로|S형을만나다|나도명함이있었으면|점화식|여행을떠나요|이걸우리가어떻게다먹어요|가을은야구의계절|S형,떠나다|반지를던져버린프로도처럼

제3장|가자,장미여관으로
여기는‘지부’|J라는친구|사랑이꽃피는장미여관|행복한순간은오래가지않는다|고백?1|고백?2|아듀,장미여관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서울로날아간부산갈매기이야기
고향을잊지못하는아재의감성충만기

서울광화문에서퇴근해강변북로를달리던그의눈에한강이들어온다.넓은강폭에갈매기도날고강을가로지르는그림같은대교들을보자고향의광안대교가떠오르며코끝에부산의냄새가스치기시작한다.많은기억을일깨우는습하고따스한감각,돼지국밥냄새가섞인것도같고,자갈치아지매의고함소리도함께따라오는듯한그냄새가.

40대아재의내면풍경

이책은단순히부산추억담에그치지않는다.한국의평범한40대직장인남성이어떤감성을지닌채살아가는지를살펴볼수있는흔치않은기회이기도하다.‘영페미’들의날카로운지적에한국중년남성들이많이위축된게사실이니까.그런눈으로내용을읽어보면이책에그려진‘아재’의내면풍경이‘소년’처럼맑고잔잔하다는걸,품이넓고,세세한관찰력과감수성도갖추고있음을발견하게된다.그리고철없고단순한측면도여지없이인정하게된다.여자들이만약이책을읽는다면먹을것과스포츠에환장하는어떤대목에서남자들이란,하며혀를쯧쯧차다가도공감하게되리라생각된다.아재들이여,용기를가져라.

평범함속의반짝거림

마지막으로이책의가장큰특징은‘평범함’에있다.물론약간의B급정서가흐르고있긴하지만저자가보여주는삶의태도와그가겪어온경로는대학나와직장들어가고결혼해서애키우는가장평범한코스를보여준다.그런데,이‘평범함’에대해우리는다시한번생각해볼필요가있다.그러한삶의경로가평범하다고해서,나이들어고향생각에눈물찔끔하는일이낯익은풍경이라고해서우리개개인이실제로‘평범함’에그치는것은아니다.평범해지는것의비범함이라는일종의역설이그속엔도사리고있다.이책에소개된저자의경험들은그가유일하게겪은일들이고그만의시각과대처속에서삶의경험으로무르익은것들이다.그런개별적인경험은‘별’처럼반짝거린다.독자들도그런평범함속의반짝거림을만나게되리라생각한다.

나를키운부산의공간들

◎책방골목:그가태어난곳은부산보수동책방골목이다.할아버지가그곳에서자그마한인쇄소를운영하셨다.조부모의집에갈때그는203계단을올라산복도로를만나곤했다.10살때할아버지가돌아가셨다.할아버지를모신관이힘겹게203계단을내려갔다.멸치박스를찍어내던인쇄소를지나고두분이미사를드리던중앙성당을거쳐할아버지는공원묘지한귀퉁이에누우셨다.할머니는할아버지를묻고다시올라오는계단중간참에주저앉아우셨다.어린그의눈에비친할머니에게다큰어른이된그가말한다.“할머니울지마세요.아직계단을100개도더올라가야돼요.”
◎아버지:그가태어난지67일만에아버지가돌아가셨다.고교국어교사였던아버지는태풍친날바닷가로놀러간학생들이걱정돼택시를잡아타셨다가빗길교통사고로돌아가셨다.그가아버지와함께한날은67일,그의기억에단하루도남아있지않은날들이었다.지금교정엔제자들이세운고故여석현선생추모비가서있다.
◎똥천:간혹상류에있는공장에서화학약품이라도풀면희한한색깔로변하는동천,비가오면그나마물이좀불어나던똥천강과함께그의중학교생활은그렇게냄새를풍기며흘러갔다.새로부임해온선생님들은냄새때문에두통을호소하기도했다.그런똥천강이지금은바닷물이흐르는도시하천으로되살아났다.
◎두극장:나란히붙어있던삼성극장과삼일극장은고3시절그의불안을달래준장소였다.극장안은정말지독하게도쓸쓸했다.실내에는오래된극장특유의곰팡내가가득했고,토요일오후라해도손님은열명안팎이었다.그들은각자부서진앞자리의자위에다리를얹은채담배를피우며영화를봤다.2층에는매점과휴게실이있었는데,조그만텔레비전이야한비디오를틀어주고있었다.
◎으랏차차야구부:그가다녔던고등학교는소위말하는옛날명문고였다.역사도깊은데다가평준화가되기전에는부산을대표하는양대명문중의하나였고,각계각층에내로라하는선배도많았다.그래서그의어머니는아들이그학교에배정받았을때무척기뻐하셨다.그도정말기뻤는데,전국에서알아주는야구부가있었기때문이다.도시락을열면계란프라이위로벚꽃잎이떨어지던교정의등나무밑도사랑했다.
◎매축지:바다를메워만든땅,매축지에서고교시절부터7년을살았다.처음이사온날,새벽에집이흔들리는바람에잠에서깼다.무슨지진인줄알았는데,알고보니기차가지나가는중이었다.당연한말이지만,기차는밤낮을가리지않고지나다녔다.소음이어느정도였냐하면,텔레비전을보다가도기차가지나가면잠시소리가잘안들릴정도였다.
◎부산은산이다:부산은아주아주높은데까지사람이올라가서살고있다.왜냐하면평평한땅이별로없으니까.산자락이바닷가바로앞까지뻗어있는동네가부산이다.이렇게비탈진산동네에300만이나되는사람들이모여살게된것은순전히외부적요인때문이아니었을까.육이오동란피란의역사가말해주듯.

나를키운부산의음식들

◎새우튀김:때로기억은뇌가아니라혀가담당하는기능이아닐까생각될때도있다.음식에얽힌기억은혀끝에서되살아난다.혀끝에서되살아난맛은아픈기억을들쑤시기도한다.아주어릴때의저자가군침을삼켰던못골시장의새우튀김이그렇다.자그마한생새우튀김.그고소한냄새가항상그를유혹했다.한개50원하던튀김을그는틈날때마다사먹었다.할머니는이조그만단골이귀여웠다.“새우묵으로왔제?요고묵어라.요기새로한기다”라고반겼다.손주같은아이가맛있게먹는걸보며할머니는학년을묻고,집을묻고기어코“아부지는머하시노”를묻는다.순간,“미국유학가셨는데예”가튀어나왔다.그뒤로도할머니는그를보면“아부지편지왔드나?”하고물으셨고.아니라고대답하면참말로이상타를연발하셨다.
이외에도이책은재첩국,다리집떡볶이,밀치회,양곱창,순대,잡채밥,간짜장등부산특유의음식들에대한개인적인소회가펼쳐져있다.특히저자덕분에밀치회를맛본서울강남의아파트에사는아줌마가밀치회100만원어치를공구한사연은아줌마의힘과함께“부드러우면서도사박거리는”식감의밀치회에대해경의심을갖게하기에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