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마음을 읽다 (시인이 읽어주는 40여 편의 시)

시의 마음을 읽다 (시인이 읽어주는 40여 편의 시)

$15.00
Description
한글과 윤동주를 사랑한 일본의 여성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
그가 좋아한 40여 편의 시와 시에 덧붙인 그의 언어들
“시를 읽는다는 것,
사람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힘을 갖는다는 것”
* * * * * *
한글과 한국의 시, 그리고 시인 윤동주를 누구보다 사랑한 일본의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1926~2006).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그는 일본에 윤동주의 시를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일본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윤동주의 시가 실릴 수 있도록 힘쓴 인물이다. 또한 한국어를 배워 직접 한국시를 번역한 훌륭한 한국어 번역자다. 이 책은 『詩のこころを讀む』(1979)를 번역한 것으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40여 편의 시로 채워져 있다. 시인은 시를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시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써내려간다.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시선으로 시를 읽고, 조곤조곤 말을 덧붙인다. 그 시선은 그의 시의 특징과도 닮아 있다. 밝고 발랄하게 노래하는 가운데 생활에 뿌리를 내린 현재적 주제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사회적인 비평성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한국어판에는 원서에는 없는 일러스트를 본문 곳곳에 실었다. 그녀의 글들은 일러스트와 함께 어우러져 우리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마음을 도닥여주고 따뜻하게 덮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저자

이바라기노리코

茨木のり子(1926~2006)
1926년일본오사카에서태어났다.1946년도호대학약학부를졸업했다.1950년무렵부터시작詩作을시작하여,잡지『시학詩學』독자투고란에시를투고하기시작해같은잡지신인특집호에게재되었다.1953년가와사키히로시와둘이서동인시지同人詩誌『노櫂』를발간했다.전후戰後,군국주의에서민주주의로이행하던시기에청춘을보낸시인은현실적이고사회적인시선으로일상의언어를사용하면서도,그안에격렬함과반골기질이내포된날카로운시풍을견지했다.1976년부터한국어를배우기시작하여한국현대시를일본에소개했고,1991년『한국현대시선韓國現代詩選』으로요미우리문학상(연구·번역부문)을수상했다.
「내가가장예뻤을때」로일본을대표하는시인의반열에올랐고,에세이집『한글로의여행』,시집『대화』『보이지않는배달부』『진혼가』『제감수성정도는』『기대지않고』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

1장태어나서
슬픔…다니카와?타로
잔디…다니카와?타로
Iwasborn…요시노히로시
축제…자크프레베르
전설…아이다쓰나오
봄의문제…쓰지유키오

2장사랑노래
길에서우연히…오카마사후미
11월…안자이히토시
그것은…구로다사부로
너는귀엽다고…야스미즈도시카즈
비둘기…다카하시무쓰오
음력8월…사카타히로오
연습문제…사카타히로오
얼굴…마쓰시타이쿠오
해명海鳴…고라루미코
나무…고라루미코
남자에대하여…다키구치마사코
가을의입맞춤…다키구치마사코
겨울벚꽃…신카와가즈에
조언…랭스턴휴스

3장사느라아등바등
오는아침마다…기시다에리코
보이지않는계절…무레게이코
해질녘30분…구로다사부로
심히…가와사키히로시
말…가와사키히로시
바다에서…가와사키히로시
지명론…오오카마코토
꼬마뱀…구도나오코
철학하는사자…구도나오코
변소청소…하마구치구니오
주소와만두…이와타히로시
바람…이시카와이쓰코
쓸쓸함의노래…가네코미쓰하루
사랑…다니카와?타로

4장고개
소학교의자…기시다에리코
평생같은노래를계속해서부르는것은…기시다에리코
새날刃…안자이히토시
생명은…요시노히로시
그날밤…이시가키린
산다는것…이시가키린
제국의천녀…나가세기요코
옛친구가새로대신이되었다는소식을읽으면서…가와카미하지메
노후무사老後無事…가와카미하지메
된장…가와카미하지메

5장이별
환상의꽃…이시가키린
슬퍼하는벗이여…나가세기요코
양의노래…나카하라주야
알람브라궁전벽의…기시다에리코

옮긴이의말|주

출판사 서평

윤동주를사랑한일본의시인,
나를풍요롭게해준시들

1926년생인이바라기노리코는전후군국주의에서민주주의로이행하던시기에청춘을보냈다.1976년이던쉰살무렵부터한국어를배우기시작해한국현대시를일본에소개했으며,1991년『한국현대시선』으로연구·번역부문에서요미우리문학상을수상했다.「내가가장예뻤을때」로일본을대표하는시인의반열에올랐다.국내에는『이바라기노리코시집』『처음가는마을』『여자의말』『내가가장예뻤을때』『이바라기노리코의한글로의여행』등그의시집과시선집이여럿번역돼있다.2006년뇌동맥류파열로세상을떠났다.
평생을시인으로살았고다른이의시도수없이읽어왔을이바라기노리코가이책에꼽은시들은“나를몇겹이나풍요롭게해준시들이여나와라!”하고주문을외자나온것들이다.이시들을이모저모뜯어보고왜좋은가를검증하고,소중한것들이왜소중한지정열을담아말해보고,그것이젊은이들에게시의매력을접하는계기가되기를바라는마음으로이책을썼다.대체로전후戰後의시로한정했고,전쟁전시3편,외국시도2편실려있다.어쩌다보니시의나열이‘탄생에서죽음까지’가되었다.태어나서(1장),사랑하고(2장),사느라아등바등하다보니(3장)고개를넘어(4장)이별(5장)에까지이르게되는과정이다.
이바라기노리코는이책에언급한시가운데당시함께활동한다니카와?타로,요시노히로시등의시를포함시켰다.뿐만아니라열두살에자살해버린오카마사후미의시도싣는등다양한연령대의다양한장르의시들을선별해넣었다.시인은자신의마음을온전히이입하고,자신이마치그상황에처해있는듯이한구절씩읽어내려간다.그녀가꼽은이시들은모두그녀에게있어‘각각의방식으로정화장치를숨기고있으면서,슬퍼질만큼쾌감을주는’작품들이다.

“어떤연애시보다도아름다운사랑의시”

다소재미있는시가보인다.어린딸과아버지의대화다.

(……)
조그마한유리는한꺼번에이런저런말을한다
“책읽어아빠”
“이끈풀어아빠”
“여기가위로잘라아빠”
계란부침을뒤집으려
온신경을쏟고있는참에
허둥대며유리가달려온다
“쉬나와아빠”
점점나는기분이나빠진다
화학조미료한스푼
프라이팬한번흔들고
위스키한모금꿀꺽
점점조그마한유리도기분이나빠진다
“빨리여기자르라고아빠”
“빨리”
다혈질아버지가소리를지른다
“너가해너가”
다혈질딸이받아친다
“주정뱅이느림보할배”
아버지가화나딸의엉덩이를때린다
조그마한유리가운다
큰큰소리로운다

핵심은그뒤이야기다.시의제목이기도한이후‘해질녘30분’이다.

그러고나서
이윽고
고요하고아름다운시간이
찾아온다
아버지는순하고상냥해진다
조그마한유리도순하고상냥해진다
둘이서식탁에마주앉는다(구로다사부로,「해질녘30분」)

압권은“주정뱅이느림보할배”라는발랄한딸의험담이다.주정뱅이,할배정도는그렇다쳐도부모에게‘느림보’라니.아빠와딸사이에심한말이오가고,서로기분이상하는듯보이지만사실그분위기는험악한것이아니다.이바라기노리코역시이후에찾아오는시간에대해“담백하고고요하고후련한시간”이라보고,“하고싶은말을서로한껏해대고,아무런응어리도남기지않는것은육친이기에가능한일”이라고이따뜻한시를평가한다.완전히똑같지는않겠지만,누구에게나이러한‘저물녘30분’이있을거라고.

사느라아등바등,
식민지시대에대한일본인의부끄러움

언덕아래에서비스듬히
이군이올라왔다
(……)
나는이군이좋았다
이군내가좋았을까
(……)
냄새나냄새나조선냄새나
나금방이군에게서떨어져서
입빠끔빠끔거리며소리치는척했다
냄새나냄새나조선냄새나
지금그것을떠올릴때마다
나는한접시500원짜리
한밤중의만두가게에달려가서
되도록꽉꽉마늘을채워달라부탁하여
먹어버리는것이다
두접시고세접시고
두접시고세접시고!(이와타히로시,「주소와만두」)

이바라기노리코는일제강점기일본이한일에대한‘부끄러움’을이야기한다.
‘나’는사실이군을좋아했지만‘조선냄새가난다’고놀리는아이들무리에섞여입을빠끔거리며소리치는척을한다.이러한기억은어른이되고나서까지부끄러움으로남아만두가게에달려가만두를먹어버리는행위를통해표출된다.우리나라와한글에관심이있었던만큼,이바라기는당시일본의만행을기록하며,일본의만행에대한일본인으로서의부끄러움을솔직하게표현한다.

다만일본인입장에서는,예전에저지른비인도적인일에대한수많은자료·통계·논문을읽는것보다이한편의시가훨씬마음을쿡찌르고,일본과한국의과거에있었던불행을비추어준다고느낍니다.아마도그것은시인이제부끄러움에대한통렬한감각을숨기지않았기때문이겠습니다.

이별,그리고죽음에대한유쾌한시선

이별과죽음에대한이야기는나카하라주야의「양의노래」를통해드러난다.그의글곳곳에서죽음에대한그의생각을만날수있다.‘그래,나는내가느낄수없었던까닭에,벌을받고,죽음이왔다고생각한다’는시구절을언급하며“제사인死因을미리이러한것이라고파악하고있다는사실에,일종의두려움마저느낍니다.그날카로운직관의힘에”라고이야기하며더불어다음과같은아름다운문장도남겼다.“사람이이세상에태어난것은발랄하고충분하게이세계를맛보기위함이아닐까요.천국과지옥이함께있고,괴기와환상으로가득한이땅에서.”
사인을미리파악하고있다는사실에두려움을느낀다던그였지만,역시이바라기답게미리유서를남겨두고세상을떠났다.이바라기에게죽음은두려움의대상이아니었던듯싶다.

장례식이나고별식은일체하지않았으면하는게제뜻입니다.이집도당분간사람이없을터이니,조위품은꽃을포함하여일체보내지말아주시기를.반송의무례를거듭할뿐이라생각하므로.“그사람도갔구나”하고잠깐,그저잠깐생각해주시면그것으로충분합니다.향년80세.

또한「알람브라궁전벽의」라는기시다에리코의짧은시(알람브라궁전벽의/엉킨덩굴풀처럼/나는헤매는것을좋아한다/출구에서들어가입구를찾는일도)에서는죽음에대한시인의독특한발상이돋보인다.

또한‘입구를탄생,출구를죽음’이라생각한다면,시인은죽음으로부터거꾸로삶쪽으로나아가는?그러한제‘심술꾸러기’짓을재미있어하는듯한구석도있습니다.우리는죽음을출구라고만생각하지만어쩌면분명어딘가로들어가는입구가될지도모르는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