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빼앗겨 동백꽃같이 질 때가 있으리라 (황학주 시선집)

여행을 빼앗겨 동백꽃같이 질 때가 있으리라 (황학주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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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의 친구인 황학주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상처를 달래는 것과 비슷하다.
그의 상처는 익명의 품에서 탄생했다. 그렇기에 그의 상처는 기시감에 가깝다.
그것은 누구나 통과하는 생에서 번져 나온 것이다.
시인은 생이란 무엇이고 무엇일까에 대해 오래 번뇌해왔다.
알 수 없는 생을 얇게 포를 떠서 투명하게 보여주는 역할 또한 그의 몫인 것처럼 보인다
지워지지 못하고 지울 수 없는 얼룩들이 황학주 언어의 밀도이다.
따라서 그의 시집은 혼자서 천천히 떠먹는 밥을 지시한다.
슬프기 전에 먼저 서럽고, 아프기 전에 먼저 비릿하다.
슬픔과 통증을 견디면서 황학주의 시집을 읽고 마침내 덮으면, 생활은 시간을 따라간다.
그때 생활은 생과 동의어가 되거나, 생은 생활을 겨우 견딜 수 있게 된다.
겨우, 라는 곡진한 말이 황학주 시집의 대략적인 마음이다.
- 송재학(시인)
저자

황학주

1954년광주출생.1987년시집『사람』으로작품활동시작.그밖의시집『내가드디어하나님보다』『갈수없는쓸쓸함』『늦게가는것으로길을삼는다』『너무나얇은생의담요』『루
시』『저녁의연인들』『노랑꼬리연』『모월모일의별자리』『사랑할때와죽을때』『사랑은살려달라고하는일아니겠나』가있다.서울문학대상,문학청춘작품상,서정시학작품상,애지문학상을받았다.서울여자대학교국문학과겸임교수,국제사랑의봉사단이사,피스프렌드대표,토론토CBS기획조정실장등을역임했다.현재〈발견〉대표이다.

목차

발문/운명처럼낯설고운명처럼애잔한-이숭원

1

여기엔시간이많지않다
사랑은살려달라고하는일아니겠나
덜닦인방
자작나무날개
밤개펄
첫편지
아침에겐
구르는돌
은하수역,저쪽
제주의짧은밤조끝에
벨기에의흰달
파랑새둥지밖파랑새와파랑새둥지안파랑새가파랑새의말로
비행기가활주로로들어설때
사랑할때와죽을때
행복했다는말
겨울여행자
말한다,나의아름다운우주목
우리들의건너편
이유가있겠지
정해진이별
필동

당신을위한작은기도
떨기나무
카지아도정거장
민들레
某月某日의별자리
감자꽃따기
검은여
뻘앞에
얼어붙은시
구애
능가사벚꽃잎
수선화위에내리는눈
큰눈오는날


2

나는밤두시에도버스를기다린다
행복했었다는말
달강
종이거울을보는남자
小雪
마음
꽃향기
어떤작곡
내일오늘어제
어느목수의집짓는이야기
깊은맑음
아끈다랑쉬
협궤

겨울비
사람이있다는신호가간다
두번째가는정선
키스
저녁의연인들
지장천을보며
여행자
그해오월
참예쁘다,못난시
눈보라
내가드디어하나님보다
연근,이라는말의뿌리는
이둥근별의수조
하루
내안에,후르르
서귀포에홍매가피고이순은듣는다
엉덩이
노을을위한謹呈
반지하의눈
풍선
망원(望遠)
해변고아원

3

비오는날,희망을탓했다
나의노래
벼락맞은비자나무
혹한
광장의거지
이길에서
슬럼프
늙은버드나무밑에서물때와말을맞추는
크리스마스에오는눈
마을강가에각진산되어
내생일은눈내리는날
다시그걸뭐라고불러
내가어떻게네게왔다가는가
빨간눈토끼
그대,내속옷단추만한사랑을
갱국
편도
노랑꼬리연
눈오는날앉아
해변묘지
젓가락,내마음은
막어두워지는숲길
불화
푸른밤바다
아버지의밤색배낭
물걸레
나의비애
굽은소나무그림자
사랑은조랑말처럼눈밭에
족발먹는외로운저녁
우물터돌
겨울여행자

해설/사랑의그믐으로나아가는언어의행로-이경호

표지글/겨우,라는곡진한말-송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