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통해들뢰즈사유를재배치하다!
규범과코드를탈피한들뢰즈의언어철학!
한국에서프랑스철학이유입된지는오래되었다.철학뿐만아니라정치학과예술분야에이르기까지새로운돌풍을일으켰던프랑스철학은2016년현재에도여전히한국사회에여러가지화두를던지며,우리안의것으로체화되고있다.프랑스철학을대표하는그많은철학자들가운데질들뢰즈라는이름은여전히특별하다.그는스피노자와라이프니츠,칸트와같은쟁쟁한선배들의철학을자유자재로변형해가며자신의사유를발전시켰다.“언젠가20세기는들뢰즈의세기로불릴것이다”라는푸코의말은,이젠익숙하고도오래된예언이되어버렸다.
그린비출판사에서출간하는리좀총서I의여덟번째책『들뢰즈와언어』는독자들에게새로운지적도전의장을펼친다.이책은‘언어’그자체에주목하도록독자를이끌며들뢰즈사유의가장높고도아름다운지평을보여준다.이책은‘언어’라는길을따라20세기아방가르드철학이지닌가장내밀하고깊은지점을읽어보라고노래하는세이렌과같다.
지금껏들뢰즈에관한수많은책들이출간되었다.그러나오직‘언어’라는주제를두고그의사상을조망한책은없었다.심지어들뢰즈자신도‘언어’를정면으로다룬책을낸적은없다.‘언어’라는주제와가까워보이는『의미의논리』나『프루스트와기호들』에서조차그는언어학적이기보다는문학적이다.물론들뢰즈가관여한모든저작에서‘언어’라는주제에대한도발적인의견들이발견됨은,들뢰즈를사랑하는독자들이라면누구나알고있다.심지어들뢰즈가가타리와함께쓴책『천의고원』에서의한장이‘언어학의공준’이다.그(들)의논의에서‘반(反)의미’나‘화용론’,‘언어학(에대한비판)’과같은,언어에결부된주제들은도처에서두드러진위상을갖지만,그럼에도언어그자체에관한논의는산발할뿐,갈피를잡기가쉽지않다.흡사꼬리는보이지만머리는보이지않는큰뱀처럼,언어에대한사유는들뢰즈(와가타리)의사상전체를둘러싼채또아리를틀고있다.
『들뢰즈와언어』는모두가궁금해하지만아무에게도물을수없던들뢰즈의‘언어’에관한사유를총망라한책이다.들뢰즈문헌에대한집중적인독해뿐만아니라당대지성들의언어학적사유를촘촘히톺아가며이끌어낸명석한분석과심도깊은통찰은,이책을들뢰즈철학연구서들중에서도가장귀중한성취중의하나로자리매김하게한다.
이놀라운성과는이책의저자장-자크르세르클의지독한끈기로만들어졌다.낭테르에있는파리대학의영문학교수로재직중인그는언어학과문학,언어철학에대한깊이있는연구로1985년에이미『거울을통해본철학』(PhilosophyThroughtheLookingGlass)이라는책을통해들뢰즈와가타리에대해장문의논의를제시했다.그것을시작으로『언어의폭력』(TheViolenceofLanguage,1990),『난센스의철학』(ThePhilosophyofNonsense,1994),『화용론으로서의해석』(InterpretationasPragmatics,1999)에이르기까지,르세르클은들뢰즈에대한논의의끈을놓지않았다.들뢰즈의언어학의지도제작자가되기를자처했던그의노력은결국『들뢰즈와언어』안에서집대성되었고,들뢰즈(와가타리)의언어이론은장-자크르세르클을통해비로소그핵심을드러내었다고해도지나치지않는다.
언어:야누스의두얼굴
르세르클은‘언어’란들뢰즈의문제적개념중의하나일뿐아니라,들뢰즈철학전체를관통하는흐름의단초라고명시한다.이러한점에서‘언어’는스피노자의‘표현’이나,라이프니츠의‘주름’에비길만하다는것이다.한편으로이는들뢰즈의‘언어’에대한질문은그해답이제시되어야할문제가아니라,모순과파열음속에서고유한개념화를구성해내어야할문제라는뜻이기도하다.들뢰즈자신이스피노자와라이프니츠를다룬글에서그렇게했듯이말이다.
들뢰즈는언어에대해늘양면적인태도를취해왔었다.한편으로는베르그송의후예답게들뢰즈는언어에대한심오한불신을강력하게표명해왔고,다른한편으로들뢰즈는언어와관련된논의를떠난적이없다.역설적이게도르세르클은언어에대한불신과집착의모순적결합에서들뢰즈철학의핵심을본다.들뢰즈에게언어는정보가아니라힘이고,의미화가아니라강밀함이며,기호가아니라조각(cut)이고,주체가아니라배치(assemblage)이다.들뢰즈에게정보,의미,기호,재현으로서의언어와그런언표의주체는불신의대상이다.반대로들뢰즈에게언어는이러한개념들의부정이소용돌이치는가운데드러나는유물론적인고원,즉육체위를매끄럽게흘러가는탈영토화의지대‘이어야’했다.이러한강밀한힘과양식으로서의언어는,들뢰즈가손에서놓을수없는것이었다.
르세르클은언어학자들에대한들뢰즈의모순적인태도역시논의한다.들뢰즈는한편으로는촘스키와소쉬르를따르는주류언어학에대해명백한적대감을드러내면서도,다른한편으로는옐름슬레브,라보프,벵베니스트와같은언어학자의개념에힘입어자신의사유를전개해간다.르세르클은들뢰즈의저작중특히,『의미의논리』와「구조주의를어떻게이해할것인가?」에대한상세한분석과더불어들뢰즈의언어적발생론의윤곽을제시한다.들뢰즈의언어이론에는언제나‘반(反)-’이라는접두어가덧붙는다.‘반(反)-비유적이고’,‘반(反)-재현적이고’,‘반(反)-형식주의적이고’,‘반(反)-해석학적인’‘반(反)-언어학’.실상언어학자들의개념을차용하는것은이러한들뢰즈특유의언어론으로향하는도정일뿐이다.언어학이라하면익숙하게떠올리는소쉬르-촘스키가아닌,루이스캐럴과니체를잇는기이한언어이론의계보위에들뢰즈는스스로를위치시킨다.
아방가르드시학:텍스트의탈영토화
무엇보다들뢰즈는(후기구조주의의다른거장들과마찬가지로)아방가르드모더니스트들의적자였다.들뢰즈에게시인과철학자는샴쌍둥이처럼이웃한이들이었다.시인과철학자는모두자신들을가둔지배적언어를부수고그갈라진틈사이에서더듬거리며웅얼거리는예언자들이다.새로운철학적어법은동시적이고불가해한새로운시학이기도한것이다.
르세르클의이책에서들뢰즈의언어이론이가장극명하게드러나는곳은,언어에가장‘철저하면서도적대적이었던’,혹은‘철저하기에적대적이었던’문학가들의작품을분석할때이다.이책의서문은사무엘베케트의TV희곡에담긴‘웅얼거림’에대한설명으로시작된다.이어서제임스조이스의「사자(死者)들」의첫문장을집요하게분석하고,셜록홈스에서키플링에이르는사례들을펼쳐놓으면서,들뢰즈의사유는철학과문학이교차하는겹겹의주름들위에다시포개어진다.르세르클의철학적논의는언제나문학적분석과더불어간다.이것은언어에대한들뢰즈의사유의본질이문학적텍스트의생산에닿아있기때문이다.들뢰즈에게문학의최고과제는언어안에서“사건을재현하고기억속에서라캉적실재계와의조우의섬광또는계시를재연하거나재생하는것이아니라,언어의사건그자체가되는것이다”.
르세르클은들뢰즈의사유에잠재된두개의시학을발굴해낸다.하나는언어를파열하고,일탈시키고,전복시키는아방가르드모더니즘의시학이다.다른하나는기계적배치(assemblage)의맑스주의적시학이다.그리고이둘의놀라운화학적결합속에서우리는비로소모더니즘의폐쇄성과리얼리즘의재현주의를넘어서는새로운시학,새로운화용론의출현을목도하게된다.기호화를전복시키고,재현을파열시키며,폐쇄된주체를넘어서는집단적배치를이루는이새로운시학은메타포(metaphor,은유)가아닌메타모르포시스(metamorphosis,변신)에기반하는범람하는텍스트의탈영토화그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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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에게언어이론은결국문학텍스트와맞닿아있다.아방가르드시인과철학자는어떻게만나는가?들뢰즈에게있어그들모두지배적인언어에서‘말더듬기’를추구하고이로써‘소수자-되기’가이루어진다.문학에서언어의‘소수적’사용은언어학적다양체들-음성적·구문적,혹은문법적·의미론적-을택하여이를‘통합언어’(entirelanguage)에접한연속적변이의선에따른변주속에위치시키는것으로나타난다.이는모태언어(maternallanguage)의분해혹은더나아가해체를초래하고,동시에작가는고유한언어속에서새로운소수자언어를창조시킨다.
들뢰즈에게스타일(style)이란윤리적이고정치적인비평을수반하면서‘개별화’와되기의새로운가능성을제시하는것이다.스타일은예술가가자신의독창적이고근본적이고차이적인세계관을전달하는매체이고,들뢰즈에게위대한예술가혹은철학자는자신만의고유한스타일을창조하는사람이다.스타일은들뢰즈를평생사로잡았던문제로서그의언어철학최고의긴장지점에위치한다.만일언어가들뢰즈사상을관통하는일련의개념들로정립될수있다면,스타일은‘이독특한세계의알려지지않은특질’(프루스트)을드러내는철학자들뢰즈의창조성과예술가로서의‘정체성’(identification)의문제로귀결된다.이책은그렇기에들뢰즈의언어이론를재구성한책이면서동시에“철학이란무엇인가”를꾸준히물어온들뢰즈의사후의목소리를들을수있는귀중한책이라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