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에너지

정신적 에너지

$23.00
Description
베르그손 전집에 수록된 저서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던 『정신적 에너지』가 출간 100주년이 되는 올해, 그린비출판사 프리즘총서의 한 권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세계대전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던 1919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 책은 1901년부터 1913년 사이에 이루어진 베르그손의 강연과 논문을 한데 엮은 모음집으로, 베르그손이 이미 『물질과 기억』에서부터 탐구했던 인간 의식의 문제를 『창조적 진화』에서 논의된 생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저작이다. 다른 저서에서와 마찬가지로, 베르그손은 당대 과학, 특히 20세기 초 태동하던 심리학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받아들여, 유려한 필치로 의식과 생의 관계에 대한 섬세한 형이상학적 탐구를 진행한다.
저자

앙리베르그손

20세기초프랑스의철학자.1859년파리에서폴란드계유대인아버지와영국인어머니사이에서태어났다.11세에영국으로이주한가족과떨어져홀로프랑스에남은베르그손은기숙학교생활을하며다양한분야에특출한재능을뽐낸다.장조레스,에밀뒤르켐등과같은해에고등사범학교(ENS)에진학한뒤에는스펜서의진화론에심취하여과학철학에매진하나,클레르몽-페랑에서의교사생활도중과학적시간개념의불충분성을발견하고는공간으로환원되지않는진정한시간인지속을심층적으로탐구하기시작한다.1889년시간과자유를주제로한『의식의직접소여에관한시론』을통해박사학위를취득한뒤1896년심신문제를다룬『물질과기억』을잇따라출간하여이름을알린베르그손은1900년콜레주드프랑스의교수로임용되고,1907년에는생명과진화의문제를다루는『창조적진화』로세계적인명성을얻는다.1914년세계대전이발발한뒤에는프랑스의외교사절로영국,미국,스페인등다양한나라에방문하고,전쟁후에는국제연맹산하의국제지식인협력위원회(유네스코의전신)의장을역임하는한편1928년에노벨문학상을수상한다.1925년과로로인한류머티즘으로쓰러져거동이불편해진상황에서도1932년『도덕과종교의두원천』과같은저작을통해임박한전쟁의위협을경고하였던베르그손은결국또한번의세계대전을목격하고,1941년나치치하의파리에서폐렴으로쓸쓸히숨을거둔다.

목차

서문
1장의식과생
2장영혼과신체
3장‘생령’과‘정신연구’
4장꿈
5장현재의기억과잘못된재인
6장지성적노력
7장뇌와사유:철학적환상
옮긴이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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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의식에서생으로,나아가타자로!
베르그손의전저작이교차하고그사유의요체가명쾌히드러난논문/강연집

베르그손전집에수록된저서가운데유일하게국내에번역되지않았던『정신적에너지』(L'?nergiespirituelle)가출간100주년이되는올해,그린비출판사프리즘총서의한권으로번역출간되었다.세계대전의충격이채가시지않았던1919년프랑스에서출간된이책은1901년부터1913년사이에이루어진베르그손의강연과논문을한데엮은모음집으로,베르그손이이미『물질과기억』에서부터탐구했던인간의식의문제를『창조적진화』에서논의된생의문제와연결시키는저작이다.다른저서에서와마찬가지로,베르그손은당대과학,특히20세기초태동하던심리학의최신연구성과들을받아들여,유려한필치로의식과생의관계에대한섬세한형이상학적탐구를진행한다.
독자들은베르그손이씨름하던문제들과상대하던논자들이그대로드러나있는당시의논문과강연을통해그가사유를발전시켜나갔던시대의풍경을생생하게느낄수있을것이다.더욱이한정된지면과시간안에아주구체적인주제를다루어야하는논문혹은강연이라는형식상,이저작에수록된글들은베르그손사상의요체를간결하고명확하게드러내준다.베르그손철학에이미익숙한독자는그사유의핵심적시기를관통하는이저작을통해그의주저들이맺고있는심층적인관계를엿볼수있을것이고,베르그손에낯선독자는그의철학에비교적수월하게접근할수있게될것이다.

창조의힘으로서의‘정신적에너지’

이책을처음손에든독자는철학책에‘정신적에너지’라는제목이붙어있다는사실에조금생경함을느낄지도모른다.책이처음출간되었던20세기초의관점에서보자면‘정신적에너지’라는제목은오늘날보다더충격적이고의미심장한것이었다.베르그손은19세기열역학을중심으로점차적으로그사용범위를넓혀가던‘에너지’라는용어를‘정신’이라는고전적인철학적문제와결합시킨다.이책에서정신은물질과무관한실체가아니라물질적에너지를이용하면서물질에작용하는힘으로규정된다.하지만그럼에도정신적에너지는물질적에너지와는명확히구분되는특유한(suigeneris)성격을갖는다.그것은“자신이가진것이상을줄수있는힘”(42쪽),즉창조의힘이기때문이다.

“분명히하나의힘이우리앞에서작동하고있다.이힘은자신의굴레에서벗어나려하고또한자기자신을넘어서고자하며,우선은자신이가진모든것을,다음으로는자신이가진것이상을쏟아낸다.정신을달리어떻게정의할것인가?그리고정신적힘이존재한다면,그것은자신이포함하고있는것이상을자신안에서끌어내는능력말고는어떤점에서다른힘들과구분될수있단말인가?”(31쪽)

생의진화과정속에서인간의식을낳은생의운동은인간정신의창조적힘을통해이어진다.우리의평균적인삶속에서이에너지는정상적인의식을유지하고현재에적응하는자기보존의에너지로기능한다.하지만생의에너지가본질상유지보다는창조의방향으로향하는것이라면,이에너지를집중시키고강화함으로써예측불가능한새로움을낳는창조성을되살릴가능성을타진할수는없을까?이저작에서베르그손은“자기에의한자기의창조”(34쪽)를인간생의존재이유로제시한다.

의식에서생(生)으로,생에서타자로

‘심신관계에관한시론’이라는부제를달고있는1896년작『물질과기억』은신체와정신이라는두실체간의결합이라는문제를현재의지각과과거의기억이라는두시간성사이의결합이라는문제로전환시켰다.기억은행동을위해지각과결합한다.다시말하면,정신은생의필요로인해신체와결합한다.따라서『물질과기억』이후베르그손이생의진화를다루는『창조적진화』의방향으로나아가는것은어찌보면자연스러운일이다.『창조적진화』는인간의지성적의식에까지다다르는생명진화의역사를역동적으로펼쳐놓음으로써인간의식이창조적생의운동을이어받아현시하고있다는사실을드러낸다.하지만『창조적진화』의초점은어디까지나생의진화가왜의식이라는형태로발현되었는지를보여주는일,즉생명일반속에서의식의지위를탐구하는일에놓여있었다.구체적의식속에서생이어떤의미를갖는지는아직탐구되지않았다.인간의식에있어서산다는것은무엇인가?더나아가우리는어떻게살아야하는가?『정신적에너지』는바로이지점에서『창조적진화』의귀결들을가지고『물질과기억』의문제로되돌아온다.
『창조적진화』는인간에이르고,또인간을넘어서까지계속되는생의진화란주어진상황에대한적응의필요보다는배아를통해전달되고축적되어마치포탄처럼사방으로발산되는창조적인흐름을통해설명되어야한다는점을보여준다.『정신적에너지』의논의는이러한창조적생의약동을이어나가는의식의활동성에대한탐구의여정이다.진화를이끌어가는창조적생의관점에서볼때,지각과기억,꿈,정신적이완과집중상태와같은의식의여러기능들은각기어떤역할을하고있는것인가?일상적으로작동하는인간의식속에서생의운동은어떻게전제되면서도또왜곡되며,그러면서도잔존하여강화될수있는것인가?심리적이상상태를경유하여이루어지는의식의본성에대한탐구는이렇게생의문제를통해새로운색채를띠게된다.이런의미에서『정신적에너지』를『창조적진화』이후다시쓴『물질과기억』이라고말할수도있을것이다.
물론베르그손의사유는『정신적에너지』이후에도결코멈추지않는다.‘생의운동의창조성’은개체너머의사회로,타자로향해간다.1932년베르그손은또다른전쟁의발발을예감하여타자에대한사랑을도덕적실천의기준으로제시하는『도덕과종교의두원천』을출간하게될것이다.그러나새로운도덕적실천의개척자들을추적하는베르그손의논의는이미『정신적에너지』에서시작되어스케치되고있다.독자들은『정신적에너지』를통해의식에서생으로,생에서타자로향하는베르그손철학의궤적을따라갈수있을것이다.

사실의선들의교차와중첩

이러한탐구가단번에결론에다다른다고생각해서는안된다.베르그손이지적하듯,이론이가진“완전하고결정적인형식은”사실을도외시한채선험적으로이루어진“형이상학적구성의표지”(52쪽)이기때문이다.아닌게아니라『정신적에너지』의베르그손은진정한철학적탐구란하나의완성된체계보다는점진적인전진으로이루어진다는사실을반복적으로강조한다.베르그손의철학은점증하는수의‘사실의선들’에따라전진하기에마치실증과학처럼끊임없이첨가와교정,수정을요구한다.경험영역에대한관찰은철학적문제가제기될수있는방향을암시하는일종의선이며,철학은이선들이나타내는방향들이서로교차되고중첩되는지점에서비로소가능해진다.1장인「의식과생」에서부터이미심리학,생리학,진화론,비교생물학등의여러분과에서채택된사실의선들이서로교차되고있으며,다른장들또한각기지각,기억,텔레파시,꿈,데자뷔,노력감등의주제에대해여러가지사실의선들을중첩시키고있다.정신이상이나심리분석에대한연구로부터획득된성과들이다루어지는가하면,왈츠를배운다거나눈을감고체스를두는등의아주일상적이고구체적인경험내용까지도주요한분석의대상이된다.베르그손은사실에대한실증적인탐구들을받아들여연장하면서도이탐구들을새로운사실의선들과대면시키고탐구방법을내적으로검토함으로써교정을시도하는‘실증적형이상학’의기치를내건다.
당대의논자들은베르그손이측정에기초한근대적과학적탐구방법론을비판한다는이유로베르그손을반과학주의자로여기는한편,베르그손이여전히과학을참조하고과학의성과들을통해정신과생에대한탐구를진행한다는이유로베르그손을과학주의자로비판하기도했다.그러나베르그손이보기에는이두입장은모두정신의영역과물질의영역을선험적으로동일시하거나선험적으로구분하는두형이상학에불과한것이다.정신에대한과학의논의를무조건수용하거나기각해서는안된다.관건은과학이정신에대해무엇을말해줄수있는지를정확히한정하는일이다.이런측면에서볼때,경신과무관심을동시에경계하고사실이말해주는바에밀착하려는베르그손의균형감각은신경과학과인공지능의발전으로다시금과학이정신의영역에정복의깃발을꽂으려하는현시대의우리에게시사하는바가크다고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