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20.00
Description
“자주 걷자. 이 시골길을, 이 계절을.”
각자의 자리에서 멀고도 가깝게, 다르고도 같게
나란히 걸음을 맞춰가는 존재가 있다는 건
‘이런 삶이 괜찮을까’란 불안에 잠시, 쉼표를 붙이는 일
알람 대신 새의 지저귐에 눈을 뜨고, 오늘 먹을 밥상 위 식재료를 직접 키우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나무가 만든 그늘에서 숨을 돌리는 삶. 이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치지만 그럼에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꿈꾸는 삶의 모양이다. 도시를 벗어나, 회사를 벗어나 살아가면 어떨까? 상상하는 것처럼 달콤한 일상이 펼쳐질까? 자연 곁에서는 ‘오롯한 나’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는 도시와 회사 밖 삶을 선택한 김미리, 귀찮 작가가 사계절 동안 서로에게 쓴 교환 편지다. 다르고도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리는 두 작가는 자연 생활자로 지내는 시골에서의 일상과 프리랜서로서의 독립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글에는 자신들이 선택한 삶 속에서 많은 일들로 흔들리고 불안하지만, 늘 돌아오는 계절과 언제나 제자리를 찾는 자연처럼 순리에 따라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나’로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이 담겨 있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매 순간 서로의 존재에 위안받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런 삶이 괜찮을까’라는 고민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든 이들에게 따스한 손을 내민다.
이 책은 자연에서의, 회사 밖에서의 삶이 유토피아가 아니라 또 다른 어느 현실적인 삶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아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내든 ‘가꾼 만큼 태가 나는 정직한 텃밭’처럼 오늘의 나를 정성스럽게 살아가면 내일 더욱 단단한 나를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기쁘고도 슬픈, 행복하다가도 불행한, 희망과 좌절을 오가는 두 사람의 초록빛 궤적을 따라가다보면 홀로 걸어가는 것만 같던 우리의 삶에 함께하는 존재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 사실은 멀리서도 나란히, 조급함 없이 서서히, 맞닿는 시선으로 유유히 나아갈 용기를 주고, 이윽고 우리는 두 사람의 글을 통해 자신만의 궤도를 그려나가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저자

김미리,귀찮

저자:김미리
몇해전시골폐가를덜컥사서고친후도시와시골을오가며살고있다.평일은서울에서글쓰고콘텐츠만들며밥벌이를하고,주말엔시골에서텃밭을돌보며자급자족밥상을차린다.매일아침마당을쓰는노인처럼사소한꾸준함을가진사람이되기를소망한다.어느계절을가장좋아하냐는질문에봄에는봄이,여름에는여름이좋다고답하는사람.
《아무튼,집》,《금요일엔시골집으로퇴근합니다》를썼다.

저자:귀찮
서른을앞둔겨울,회사원의삶을정리하고이듬해시골로내려왔다.당시계획은시골에서디지털노마드에성공해전세계를누비는것이었는데,막상내려오니너무도시골체질이어서일년의대부분을시골에서보낸다.한달에두어번서울에일하러가며일년에한달은억양이나언어가다른곳에서산다.좋아하는계절은언제나겨울.
《귀찮지만매일씁니다》,《이번생은망하지않았음》을쓰고그렸다.

목차

프롤로그·귀찮
두사람_10

여름편지
조급함없는마음_16

가을편지
우리계절의기쁨과슬픔_78

겨울편지
도시밖,회사밖에서살아간다는건_144

봄편지
모두가안녕하길바라며_228

다시,여름
우리가엮는매듭_284

에필로그·김미리
편지쓰는마음으로_308

출판사 서평

이렇게언제까지살수있을까?
마음이키워낸불안덩굴

김미리,귀찮작가는공통점이많다.도시가아닌시골에서반려동물과생활하고,회사를떠나프리랜서로살아간다.새로운삶의방식을선택한이유도비슷하다.주어진일들로점철된일상,스스로를갉아먹는시간에서벗어나주체적으로살고싶었기때문이다.그렇게시골살이를시작한두사람은삶의주인이된하루하루를보내고있을까.
일주일에닷새는도시에서이틀은충남금산‘수풀집’에서지내는김미리작가와일년대부분을경북문경‘그리고다’에서생활하는귀찮작가는여전히많은것들에불안하다.하고싶은일이아닌해야하는일이더많고,시골에서의생활은드라마나영화에서처럼힐링이거나이상적이지않다.‘어느패잔병의고백’‘오후6시에하루를시작하는사람’등의편지에는프리랜서로살아가는삶에대한불안과어려움이,‘비하인드’‘산산이부서진에어비앤비의꿈’등의편지에는시골생활의불편함과슬픔이담겨있다.
출근과퇴근의경계가모호한하루,하고싶은일보다해야만하는일의비중이높은일상,불안정한수입,끊임없이스스로를증명하기위해오르는시험대,모든걸혼자감당해내야하는현실….어쩌면이는프리랜서일때만느끼는고충이아니라먹고사는일에치여나를잃어가는많은이들이마주하는문제이기도하다.두사람이느끼는불안이우리에게결코멀게느껴지지않는이유다.

퇴사를한건해내야하는일로만점철된삶을멈추고싶어서였어요.회사원이니까하고싶은것보다해야하는일이많은것은당연하지만,하고싶은것과해야하는일의비중이1:9인것은좀너무하다싶었거든요.5:5까지는아니더라도3:7정도의비중을유지하며살고싶었어요.‘조직구성원김미리’로부여받은일말고다른영역의일을좀더자유롭게하고싶은마음도있었습니다.(중략)작가님께이마음을털어놓는와중에무기력의이유를알게된것같습니다.방금아!하고깨달아졌어요.지금제삶에서하고싶은것과해야하는일의비중이다시1:9거든요.회사를다닐때와다르지않은거예요.(130~131쪽,김미리,어느패잔병의고백)

두작가가자연생활자로지내는일상은시골살이에부푼꿈을품은도시인들에게있는그대로의현실을보여준다.여름엔덥고겨울엔추운것을시작으로도시에서는좀처럼경험하기어려운예고없는단수,그림같은풍경을거닐며하천과들판곳곳에서만나는농약빈병과비료포대등의쓰레기,좁은뜬장에갇혀사는강아지들,폭력적으로임신과출산을반복하는어미소들….이모든게시골생활에서마주하는모습이다.‘초록빛나무사이에윤슬이빛나는곳도시골이지만개천사이로나부끼는비료포대와반쯤벗겨진비닐하우스의모습역시시골(210쪽)’이기때문이다.누구나한번쯤상상하는평온하고따스한시골살이는어쩌면우리가만들어낸환상일지모른다.어디나삶의터전이되면생존을위한그나름의어려움이존재하기마련이다.

물이안나올때면애써지은집업실을두고본가에서지내는데요.가뭄과상관없이콸콸나오는깨끗한물을보면기분이이상해져요.하천과계곡은말라비틀어졌는데,도시엔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는듯깨끗한물이나오는걸보면비정상이쏟아지는느낌이들거든요.
그렇다고정상인곳에서살수있냐면그건또아니에요.하얬던수건과셔츠가세탁하고나면누래지니까요.큰맘먹고산비싼싱크대수전도필요없어졌어요.세탁기에도,싱크대에도,샤워기에도,세면대에도정수필터가필요해졌거든요.영화〈리틀포레스트〉를떠올리며룰루랄라시골로놀러온손님이갈색필터를보고맘놓고씻을수있을까생각하면역시에어비앤비는무리에요.(161~162쪽,귀찮,산산이부서진에어비앤비의꿈)

늘제리듬을찾는자연을따라
마음의틈을채운초록빛나날

그럼에도김미리,귀찮작가는시골생활을통해자연이일깨우는것을마주한다.직접키운채소로정성스레차린밥상,반려동물과걷는시골길,계절이바뀔때마다새롭게마주하는풍경.몸을움직여얻는모든것들은마음한편스스로에대한성의있는마음을피우고,멀어졌던삶과자신으로부터회귀하게만든다.‘재미와보람’‘스스로의미를찾을수있는일’‘소재줍는자연생활자’‘그럼에도계속머무는건’등의편지에는자기자신에집중하며자연처럼살고픈마음이잘담겨있다.
‘어딘지모르는곳을흐르게되겠지만필요한곳에닿았을때힘차게모든걸쏟아내(200쪽)’는폭포와‘딱가꾼만큼정직하게태가나는텃밭(305쪽)’을바라보며두사람은깨닫는다.자연처럼,자연스럽게살아간다는건내가좋아하는것들에더많은시간과마음을내어주며‘오롯한나’로나아가는일이라는사실을.

재미와보람때문이란생각이듭니다.무언갈하는과정이재밌거나보람차다면,특별한보상이없더라도시작하고계속할수있다는생각이들어요.과정자체가보상이니까요.재미와보람이모두있다면완벽하지만둘중하나만있어도충분히좋더라고요.이름과특성을외우고,농작물에발생하는식물병의원인을알아가고,농약의잔류독성을이해하는과정은보람찼어요.내내수풀집텃밭을떠올려서일거예요.사진으로만봤던문경그리고다의텃밭을상상했기때문이기도할거고요.(86쪽,김미리,재미와보람)

그럼에도이불편한삶을고집하는건작가님이말씀하신대로자연에서얻는위로와감상이삶의문제를근본적으로해결하기때문같아요.저역시막막하고두려운일들,경솔했던행동,돌이킬수없는선택에대한후회가자연속을거닐다해결될때가많거든요.물결처럼일렁이는논,구름의그림자가드리운산등성이,홀로마을을비추는달.자연이선물한순간을만날때마다머릿속에꽉차있던문제를한걸음떨어져보게되더라고요.그리고깨달아요.그모든게사소한일임을요.이런자연속에숨쉬고있다는사실이무겁게느껴졌던일과덤덤히마주할용기를주더라고요.(209쪽,귀찮,그럼에도계속머무는건)

나란히삶의궤도를그려나가는
존재가있다는건

《우리는나란히계절을쓰고》는각자의자리에서멀고도가깝게,다르고도같게걸음을맞춰가는김미리,귀찮작가의차곡한소식이다.두자연생활자는시골집에서사계절을지나며삶엔기쁨과슬픔,행복과불행이공존한다는사실을깨닫고자연곁에서자신을돌보며‘나로서살아가는법’을배워간다.수없이흔들릴지라도늘제리듬을찾는자연처럼끝내자신만의흐름으로바지런하고도단단하게하루하루를빚어간다.그길위에서로의존재는‘이런삶이괜찮을까’라는불안에잠시쉼표를붙여준다.스스로일어서내딛고자분투하며자연을따라마음의틈을채우는이들의초록빛믿음에어쩐지우리는뭉클해지고이내,마주한다.나와비슷한누군가로인해한층씩씩해진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