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최고요리사가들려주는색다른맛의인생이야기
역사이래세계적으로가장빛나는명성을떨친프랑스요리사,‘오귀스트에스코피에’는현대요리및현대식레스토랑의창시자이다.오늘날,‘모든일류요리사들의아버지’로통하는그는,당대유럽의왕들과귀족사회,그리고일반인들까지그의이름앞에‘위대한(Great)"이라는수식어를붙여부를정도로최고의명예를얻은천재요리사였다.13세부터요리를시작하여,그랜드호텔과사보이호텔,리츠칼튼호텔등세계적으로가장이름난호텔의주방책임자로일했던그의꿈은‘요리’를단순한‘먹을거리만들기’의차원을넘어‘시(詩)와같은경지의예술’로승화시키는것이었다.그리고결국그는그꿈을이뤄냈으며,나아가그꿈을만인에게‘제공’했다(“요리는제영혼의자매이고,제게는시의여신입니다.저를완전히지배하고있지요”).
이책은,가난한대장장이의아들로태어났지만어린나이에‘요리의예술적인세계’에눈뜬한천재요리사의삶을‘소설형식’으로더듬어간전기이다.저자는1846년부터1935년까지잠시도한가할틈없이이어져온오귀스트에스코피에의파란만장한90년요리역정을,풍부하고감성적인필체로,그러면서도매우사실적이며역사적인에피소드들과함께묘사하고있다.
위대한요리사에스코피에의삶은단지‘화덕앞에서의삶’에국한되지않았다.비록학력은미천했으나,그가터득한지식은미천하지않았다.모든위대한사람들이그러했듯이,그는자기방면에서가장뛰어난전문가(장인)였으며,그렇게되기위하여끊임없이읽고,생각하고,몰두했다.그리하여당대의내로라하는귀족들,지식인들과사상가들,예술가들과도막힘없는대화를통해요리의철학과미학을주고받았다.말년에그는자신의요리를‘데카르트식요리’로명명하는데,그것은바로겉치레없이마음가는대로만든풍미가득한요리,완전히자유롭고독창적인요리를뜻했다.
에스코피에가창조해낸요리,즉그의‘메뉴’가가진특징은그것이봄직하고먹음직스런요리,미학적이면서과학적으로아름다운요리일뿐만아니라,그메뉴자체가가진‘시적(인문적)특징’에있다.그는새로운메뉴를,마치새로운시를쓰듯이창조해냈다(그는자신을시인이라생각했다).그가만든메뉴는,예컨대‘사라베르나르딸기’처럼유명여배우의연극무대와삶을담아낸시였으며,‘무솔리니닭가슴살요리’처럼치명적인역사를기록하는시이기도했다.이러한요리이름은곧19세기~20세기유럽의역사를여과없이투영한기록이자,그시대를살았던한편으로는평범하기그지없던시민요리사,에스코피에가거시적인역사와만나는지점이기도하다.그자신,귀족이아니었으나귀족의삶에가장행복한무대를제공한장본인이었던에스코피에의인생을담은이책은그래서흥미롭다.19세기~20세기유럽벨에포크의여러단면들을더불어읽을수있기때문이다.빅토리아여왕치하의영국귀족들의삶(그들이바로에스코피에의주된‘고객’들이었다),프랑스-프로이센전쟁의와중에서만난마크-마옹제독을비롯한장군들의이야기(그는군지휘부의‘요리장’으로일했다),전세계를노래와목소리로매혹한여성오페라가수들과의만남(사라베르나르,넬리멜바등),클로드모네와에밀졸라같은화가나문학가들과함께한에피소드들은이책에담긴또다른흥미로운읽을거리들이다.
한편이책에는위대한‘성공의기록’만있는것은아니다.저자는에스코피에가빌헬름2세와무솔리니추종자에게요리를헌정할수밖에없었던상황을이야기하면서정치적소용돌이속에서한낱요리사가겪었던안타까움을가감없이묘사한다.뿐만아니라미식가들이점차사라져가는시대로접어들던인생말년에에스코피에가느꼈던고독감,그리고그속에서겪은갈등과아쉬움까지도치우침없이보여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