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일’의의미를다시생각한다
“음식은자연이준고귀한선물이다.
제대로만먹으면약안되는것이없으니건강을위한다른수단이필요치않다.
잘못된식생활이불러온원인모를질병에시달리고나서야
사람들은그동안의잘못된식습관을탓하며,무얼먹어야할지관심을가진다.
식탁에서부터자신의습관을좋은것으로개선할수있고,나아가아이들에게도바람직한식습관을
전해줄수있는사람은자신의삶전체를올바로이끌어갈수있다.”
-본문중에서
“오늘은뭘먹지?”매일하는고민이다.하지만둘러보면정작먹을것이없다.화학첨가제로그럴싸하게포장한가공식품,농약범벅인농산물,광우병이의심스러운소고기…….아스팔트로대지를메우고논두렁을엎어아파트단지를세운대가로‘보릿고개’라는말은없어졌지만,아토피에성인병에예전에는없던질병들이찾아들고,유기농식탁을차려놓고칼로리를계산하는시대가왔다.한쪽에서는엄청난양의음식쓰레기가버려지는반면,한쪽에서는하루에도세계인구중10만명이영양부족으로숨지고우리나라만하더라도초등학생백명중한명이끼니를굶고있다.이이해할수없는일들이지금,우리가사는이곳에서벌어지고있다.
옛날부처님께서는제자들에게부잣집이나가난한집을따지지말고무조건일곱집을돌며탁발하도록하셨다고한다.신도들로하여금수행자들에게공양을올림으로써복을짓게하고,혹여언짢은말을듣더라도묵묵히수모를견디며수행의방편으로삼게하신것이다(34쪽).그러니음식을남긴다는것은있을수없는일이었고,아무리변변치않은음식이라도음식이좋다나쁘다나무라지않았던것이다.불문에갓입문한사미들을가르치는계율책인『사미율의』에는‘밥먹는법’을세세하게이르고있는데,밥을받고는이음식에‘공력이얼마나들었으며어찌하여여기에왔는지그과정을살피고,내도덕과내행실이이공양을받을만한지되돌아본뒤먹으라’고당부한다(8쪽).밥상을대하는일이또하나의수행이고만행이었던것이다.
세간의사람들이밥먹는일조차깨달음을이루는수행의하나로삼는불가의엄중한가르침을실천하긴어렵더라도,우리인간은삼라만상의일부로서자연이있기에비로소생명을이어갈수있다는것,그자연속에서누군가가온마음을다해키운식재료에감사하며정성껏음식을만들고,몸에필요한만큼만먹은뒤에는배고픈이들과음식을나누어야한다는것은따로배우지않더라도마땅히체득하고있어야할도리가아닌가.이‘먹는일’,삶을꾸리는가장근본적인일이무너져가고있는이때에,우리의음식문화를되돌아보게해줄귀한책이출간되었다.산속에만머물던사찰음식을몸과마음을정화시키고나아가삶을변화시키는대안적인먹을거리로서널리알리는데애쓰고있는대안스님의『식탁위의명상』이다.
『식탁위의명상』은흔히‘절밥’이라불리는우리사찰음식의철학을바탕으로오늘날의왜곡된음식문화를되돌아보며,마음을다해음식을살피고만들고먹는일이곧삶을올바로이끄는첫걸음임을일깨워주는책이다.‘내안의1%를바꾼다’라는부제에서도말해주듯,매일해오던일이기에되돌아살피지않고익숙한대로해온‘먹는일’,그일상의1%를근본에서부터점검해보고삶을변화시키는계기가되게해줄것이다.
“이제우리에게는영혼을일깨우는음식이야기가필요하다”
그렇다면어떤음식을어떻게먹어야하는것일까?저자는오히려‘음식에대한애착을버리라’고잘라말한다.“음식에대한미련을애초에버린다면행복한밥상을만날수있다”는것이다(35쪽).그리고‘소식,절식,단식’을시도해볼것을권한다.하지만건강을위해서만하는소식은반쪽짜리이며,수행없는단식은굶주림일뿐이다(94쪽).밥을덜어냄과동시에,마음을비우고삶을간결하게가꾸려는노력을함께해야한다.
모든이들이건강과행복을꿈꾸며그것을실현하기위하여노력하지만이루는이가적은것은,노력이부족해서라기보다는욕심이앞서기때문이다.불행은불만족에서온다.단식을견디지못하는것역시아만이그원인이다.배고픔때문이아니라“내가왜고생을사서하지?”라는책망이앞서기때문이다.자신의존재를지나치게과대평가하는이들은단식에성공하지못한다.비움에익숙하지못한습관이행위를부적절하게이끌어버린다.(중략)
단식은장기(臟器)의휴식이기도하지만정신의휴식이기도하다.우리가늘움켜쥐고놓지못했던것들을놓아버리는순간이라고할수있다.(중략)단식을여러번해본사람은자기컨트롤을잘한다.자기삶을위한청사진까지그릴수있게된다.먹는것에대한자제력이형성되어쓸데없이먹고싶다는욕구를발현하지않게된다.
-본문91,94~95쪽중에서
유기농재료로잘차린밥상도‘탐진치(貪嗔癡,불교에서이야기하는깨달음을가로막는세가지독으로,탐욕?분노?어리석음을가리킨다)’가가득하면내게자양분이되지못한다.우리의몸은마음을따라움직이는것이기에,그마음을제대로챙기지못하면몸의균형이깨져질병이찾아들게마련이다.한마디로,마음을정갈하게가다듬고복된음식에감사하며나누는절집의사시공양이나만사를내려놓고마시는맑은차한잔이요즘유행하는‘소울푸드(soulfood)’,‘영혼을일깨우는음식’의원형인셈이다.
자연에가장가까운상차림,‘절밥’
-왜오늘날사찰음식에주목해야하는가
절밥은덤덤하고맛이없다?
흔히사찰음식하면육류와오신채(마늘,파,부추,달래,흥거의다섯가지재료)를넣지않은음식이라고만생각한다.불교에서는살생을금하니동물성음식이없는것은그렇다쳐도,양념을적게쓰기때문에맛이없을거라단정한다.하지만절밥을처음먹어보는사람들은절밥이이렇게맛있을줄몰랐다고말하곤한다고한다.그것은현대인들이가진‘양념에대한편견’때문이다.저자는오히려음식마다설탕을마구넣으면서도오늘날당뇨병환자가느는까닭을묻는이들이의아할뿐이다.
원래기본적으로간이맞으면음식이완성된다.미각을보다좋게하기위해음식에양념을쓰는것인데그양념중에서도냄새가강한것들을최대한생략하면자연히음식에서담백하고순일한맛이나게마련이다.(중략)세간에서는미각을돋우기위해갖은양념류를쓰지만,사찰음식에서는양념을쓰지않으면서도자연이가진맛을그대로살림으로써미각을발전시키는방법을발전시켜왔다.
-본문119쪽중에서
우리의오랜불교전통이말해주듯,실상사찰음식은우리조상들에게서대대로물려받은음식문화중하나이다.사찰음식은양념이많지않던시대에옛조상들이만들던방식대로자극적인양념을쓰지않아재료본래의향미가그대로느껴지며,열량이많은음식이거의없어많이먹어도탈이나지않는다.즉,따로그럴듯하게포장하지않은음식,가장자연스러운음식이‘절밥’이라할수있다.
절밥은그자체로훌륭한‘웰빙식’이다
사찰음식은우주의원리와자연의생명력을밥상에그대로옮겨놓은상차림이라고할수있다.자연의일부인우리의몸은우주와마찬가지로‘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의‘오행(五行)’이내재해있는데,이것이어느한쪽으로기울거나부족하면몸이균형을잃고사고도한쪽으로편중되게된다.자연의산물인음식도마찬가지다.음식도저마다오행의기운을품고있는데,이오행을고루갖춘밥상이‘오행밥상’이며사찰음식이다.물론칼로리가얼마,어떤영양분이몇그램들어있다고과학적으로수치화할수있는것은아니지만,자신이먹은음식을살피고몸을관찰하면알수있다.
음식의색깔로오행의기운을간단하게알아볼수있는데,예를들어토(土)는땅의색이자조화의색인황색음식에해당하며심장을좋게한다.금(金)에해당하는백색뿌리음식은폐와기관지를좋게한다.따로거창하게‘웰빙식’이니‘자연식’이니찾을것없이절기에맞는식재료로오행의색깔을고루갖춘상차림만으로도건강한밥상을차릴수있다.
오행밥상은거창한상차림이아니라매우소박하고단순하다.예를들어밥,된장국,김치,미역,취나물만가지고도오행밥상은완성된다.쌀의흰색,된장국의황색,김치의붉은색,미역의검은색,취나물의푸른색이고루들어가있기때문이다.쌀로만지어진쌀밥대신잡곡밥이있으면더간단해진다.잡곡밥엔여러가지색깔이함유될수있기때문이다.
또한밥으로만차려질수있는것도아니다.우리가시장에서흔히보는잔치국수도오행밥상이될수있다.잔치국수는하얀국수위에녹색미나리,붉은당근채,노란계란지단,검은석이버섯으로이러지기때문이다.그냥이유없이음식이되는것이아니다.우리조상의지혜가이렇게드러나는것이다.
-본문28~29쪽중에서
절집공양간을나와현대인의입맛에맞게다시태어난
사찰음식레시피
아무리몸에좋고전통적인음식이라도사람들이먹지않으면소용이없는법이다.‘불제자라서가아니라,사찰음식이정말좋은음식이어서사찰음식연구를소명으로받아들였다’는저자대안스님은‘내가오감을느끼고맛에취해서식욕에대한행복감을느껴야음식이고,그래야전통이지속될수있다’(128쪽)고생각한다.
『식탁위의명상』〈2부〉에는전통적인사찰음식뿐만이아니라,사찰음식하면스님들이발우공양을하는모습만을떠올리는이들에게는놀랄만한레시피들이소개되어있다.사찰음식의전통에바탕을두고,맛과공정에현대에맞게자연스러운변화를가미하여모든이들이부담없이사찰음식을맛볼수있게한것들이그것.저자가오랫동안사찰음식을연구하고강의하면서하나씩하나씩새롭게개발한이메뉴들은절집공양간을나와현대인의기호에맞게다시태어난‘웰빙퓨전음식’이라할만하다.감자를갈아피자도우를만들고산야초와마를토핑한산야초마피자,갈증해소와다이어트효과가뛰어난여름철채소가지에모차렐라치즈를얹은가지파스타,녹차와두부라는두가지뛰어난건강식품이어우러진녹차두부콩국등건강에도좋을뿐더러침이절로고이는음식들이다.
뿐만아니라,화학조미료가아닌천연재료로맛을내는방법,과일?채소?견과류등을이용한다양한소스들,계절의왕성한기운을담은봄?여름?가을?겨울철음식들,향기롭게담가놓고두고두고먹는각종저장음식등‘자연에가장가까운건강한밥상’인사찰음식의담백하고소박한맛과향기를직접느껴볼수있다.
“자연의뜰에서차린건강한밥상을공덕의마음으로서로나누는것,
그것에서‘웰빙’이시작된다”
“한숟갈의밥알이하나의세계를이루고한상가득차려진밥상에우주의기운이스며있다”(쪽).저자의이한마디말에서음식을대하는그오롯한마음을느낄수있다.재료를준비하고,만들고,먹고,상을거두는모든과정이마음밭을돌보는일과다름아니다.그래서저자는시간에쫓겨폭력적인성향마저보이는청소년들의학교급식문화가염려스럽고,차의계보를따지고수제차,유기농차,값비싼차를구해마시며자신을과시하는일부차모임의행태가안타까울뿐이다.항생제와촉진제를사용하는현대의사육문화나음식점에서손님의입맛에맞추느라조미료와화학첨가제를필요이상으로넣는것도걱정스럽다.
‘웰빙’의의미가단지‘잘먹고잘사는법’으로왜곡되어버린오늘날,진정한‘웰빙’이란저자의지적처럼땅과더불어호흡하는바른삶,자기욕심을덜어내고타인을수고롭게하지않으면서어질게사는삶,돈이라는매개체를통하지않고스스로기쁨을누리는삶(42쪽)이아닐까.우리의식탁위에서부터,자연의뜰에서만들어진건강한밥상을손수만들어먹고남에게도나누어베푸는일에서부터‘웰빙’이시작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