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탄생

번역의 탄생

$19.50
Description
20여 년간 번역 현장을 지켜온 최고의 번역가! 절실한 고민을 이론으로 갈무리한 창조적 번역론을 제시한다~
한국어가 바로 서는 살아 있는 번역 강의『번역의 탄생』. “번역은 외국어를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한국어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다!” 20여 년간 말과 말이 치열하게 맞붙는 번역 일선에서 살아온 전문 번역가 이희재가 그의 노하우를 가득 담은 책을 내놓았다. 바로 이 책, 우리말과 글을 바로 세우는 살아 있는 번역 원칙론을 제시하는 인문 도서이다.

한국어의 논리는 무엇일까? 이 책은 번역 현장에서 찾아낸 한국어의 고유한 개성을 뚜렷이 보여준다. 영어는 사물을 주어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어는 주어 자리에 추상명사보다 사람이 오는 걸 좋아하며 추상성과 보편성보다는 구체성과 특수성을 나타내는데 강하다. 이처럼 저자는 번역에서도 적극적으로 한국어의 특징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한국어가 지닌 개성을 더욱 풍요롭게 창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서구 이론가의 추상적 틀에서 벗어나 한국어 현실에서 출발한 이론을 바탕으로 함으로써 한국어 재창조의 방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글을 올바르고 아름답게 쓰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양장본]
수상내역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08 우수저작 및 출판 지원사업 당선(하반기)
저자

이희재

서울대심리학과를졸업하고,성균관대독문학과대학원을수료했다.영국런던대학SOAS(아시아아프리카대학)에서영한번역을가르치고있다.옮긴책으로는『칙센트미하이의몰입과진로』,『소유의종말』,『세상에서가장재미있는세계사』,『마음의진화』,『그린마일』,『마티스』,『문명의충돌』,『비트의도시』등이있고,지은책으로는『번역의탄생』,『번역전쟁』,『국가부도경제학』등이있다.

출판사 서평

“번역이란외국어를옮기는작업이아니라,
한국어를바로세우는작업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2008우수저작및출판지원사업’당선작!

“전문번역가가20여년동안번역현장에서느낀문제점을정리하고,
그결론을이론화한독창적번역론이다.20여가지주제로수많은사례를제시하며,
영어와한국어의특성을가장잘살릴수있는창조적번역의가능성을제시한다.
일반독자에게는좋은글이란무엇인지에대한명확한답을알려줄것이다.”(심사평)

20여년간번역현장을지켜온최고의번역가가
절실한고민을이론으로갈무리한창조적번역론!


2008년한해동안발행된신간종수는4만3099종(만화포함)이며,그중번역서는1만3391종으로전체의31%를차지했다.통계에따르면한국은세계에서번역서비중이1위이다.그만큼번역문이한국인의말글생활에끼치는영향은크다.특히지식과정보를다루는책일수록번역서가많기에지식층과학생들에게끼치는영향은거의절대적이다.그런데한국번역에는이론서나믿을만한실무서하나찾아보기어렵고,번역의기본적원칙조차없다.일본어번역투,영어번역투문장이자연스럽게받아들여지면서외국어와다른우리말의개성이바랜지오래다.

이제《번역의탄생》이우리말과글을바로세우는살아있는번역원칙론을제시한다.20여년간말과말이치열하게맞붙는번역일선에서살아온전문번역가이희재에게번역이란외국어를옮기는작업이아니라,한국어를바로세우는작업이다.문장하나하나를만날때마다겪은갈등과고민이거시적언어이론의틀로스며들어새로운번역론으로탄생했다.저자는한국어를좁은‘우리말’틀이아니라‘다른말’과의관계속에노출시킴으로써한국어를‘타인의눈’으로새롭게조명한다.그리하여마침내한국어의개성이이책을통해새롭게태어난다.《번역의탄생》은철저하게한국어현실에서출발한창조적번역이론서이자,중국과일본,미국의영향에서자유롭지못한우리의역사를투명하게비추는우리말임상보고서이다.

외국어에오염되지않은,왜곡되고뒤틀리지않은
반듯하고생생한한국어의개성을찾아떠난다!


언어는정신을담는그릇이다.제국주의국가가예외없이식민지에서종주국의언어를강요한것도언어를통해식민지주민들의정신을장악하고영구히노예화하기위해서라는사실을우리는잘알고있다.《번역의탄생》에서저자는한국어의논리보다외국어의논리를맹목적으로추종하는한국번역의현실을통해해방후두세대가지나도록주체적이고독립적으로생각하고행동하지못하는한국주류계층의현주소를날카롭게비판한다.

한국의사정은좀남다른데가있다.같은번역이라도일본이일찍부터영국,독일,프랑스,러시아의책을직접번역하는직거래방식으로제문화의틀을세웠다면한국은일본이라는중간상을거쳐서서양문화를간접적으로받아들였다.일본을통한한국의서양문화수용을나는‘기원의은폐’라고부르고싶다.……
일본을통한간접수용자체가문제라고말할수는없다.하지만언제까지나그럴수는없다.이제는자기만의눈과귀로세상을보고들을줄알아야한다.물론예전보다는문화교류의창구가넓어졌고직거래도늘어났지만한국을이끌어가는주류가운데는아직도다른나라를졸졸따라가야만마음이놓이는유아의식에갇힌사람이많다.이미오래전에걸음마를떼었건만아직도음식을떠먹여주기만을바라는‘어른애’가많다.스스로제갈길을헤쳐나가고사유하는데서투르다.제손으로새말을만들기를두려워하고아직도일본에서나온영일사전에기대어영한사전을만드는것이한국의현실이다.몸은다큰어른인데여전히아이처럼종주국만쳐다보는한국주류의머리가머무른현주소다.식민지에서해방된지두세대가넘은나라에서식민통치를찬양하는세력이목소리를되높이는일도그래서벌어진다.―‘머리말’에서

쉬운우리말을두고어려운한자어와외래어를즐겨쓰는세태를비판하며평생동안바르고쉬운우리말쓰기운동을벌였던이오덕선생,‘초등학교만나온사람이면누구나막힘없이읽을수있는우리말과글’을내세운잡지'뿌리깊은나무'를펴내순우리말을고급문자언어로서새롭게조명한한창기선생은우리말바로쓰기의선각자들이었다.그밖에도많은사람들이우리말의터전을가꾸는데힘을실었고,지금이순간에도그러한노력은계속되고있다.《번역의탄생》은여러선각자들이이어온우리말과정신의주체성에대한고민을번역이라는영역으로확장한결과물이다.저자는우리말과외국어가한치의물러섬없이대결하는번역현장이야말로가장치열하게우리말과글의쓰임새를고민할수있는곳인바,번역을하면서비로소우리말에눈을떴다고고백한다.

번역을하면서나는한국어에눈떴다.작가가되어한국어자체만을놓고씨름했더라면한국어의개성이눈에잘들어오지않았을지도모른다.그러나영어,일본어,독일어같은외국어와한국어를넘나들다보니한국어의남다른점이눈에들어오기시작했다.처음에는막연하기만했던한국어답다는개념이차츰구체적으로눈에들어왔다.그리고한국어가이미번역서를통해영어와일본어에상당히깊이물들었음을깨달았다.번역에대한나의생각은그때부터조금씩바뀌었다.이미외국어에많이물든한국어에외국어문체의흔적을더남기려고애쓰는것은부질없다는생각이들었다.그리고그때부터원문에서멀어지는고공비행의길로날아올랐다.이책은잃어버린한국어의창공을향해한없이날아오르고싶었던내마음의비행일지인셈이다.―'머리말'에서

번역은짝짓기다.단어의일대일대응이아니라두말에담긴정신의핵심을대응시키는일이다.그러므로번역은‘말의무게를다는것’이며‘두말에담긴정신의무게를다는것’이다.번역가는저울한쪽에저자의말을올려놓고다른한쪽에번역어를올려놓은뒤둘이균형을이룰때까지작업을계속한다.그런데한국의번역문화는그동안한쪽으로만쏠렸다.지나치게출발어(원어)의눈치를보면서원문에만충실하려했다.자기현실에대한깊은성찰과반성보다는그저원문을우러러보기만했다.한국어논리보다영어,일본어논리에충실한번역으로저울은기우뚱하다.한국어의논리를제대로알때한쪽으로치우친균형을바로잡을수있다.

한국어의논리는무엇일까?이제까지한국어는지나치게‘우리말틀’안에만갇혀있어오히려제모습을제대로알기어려웠다.《번역의탄생》은번역현장에서찾아낸한국어의고유한개성을뚜렷이보여준다.영어는사물을주어로하는경우가많지만,한국어는주어자리에딱딱한추상명사보다는사람이오는걸좋아한다.또영어는한국어보다추상성과보편성을담는데강하고한국어는구체성과특수성을나타내는데강하다.명사와형용사를중시하는영어의논리를따라번역을하면구체적이고생생한부사가풍부한한국어의개성이죽는다.한국어의특징을‘우리말’영역안에서만누릴게아니라번역에서도적극적으로드러내야한국어의영역을확대할수있다는것이저자의생각이다.

무엇보다,이책의가장큰미덕은한국어가지닌개성을더욱풍요롭게창조할수있는가능성을보여준다는점이다.자기언어의현실을바로보고두말의균형을잡으려한다면한국어가지닌개성을더욱창조적으로살찌울수있다.가령,저자는접두사와접미사의폭을넓혀외국어를정확하고간결하게우리말로옮기는방법을보여준다.서구이론가의추상적틀이아닌한국어현실에서출발한이론틀과구체적삶에뿌리를둔한국어재창조의방법은번역가뿐아니라우리글을올바르고아름답게쓰고싶은모든이들에게자신감과희망을선사한다.

‘길들이기’와‘들이밀기’

번역가는언제나‘직역’과‘의역’가운데선택해야한다.직역이냐,의역이냐선택하는것은곧‘도착어(번역어)’를중시할것이냐,‘출발어(원어)’를중시할것이냐의문제다.원문을도착어인자국어에맞춰‘길들이기’할것이냐,조금거칠더라도출발어에충실한직역으로‘들이밀기’를할것이냐.정답은없지만번역할때기본원칙은지니고있어야한다.저자는원문보다한국어에충실한번역을지향한다.

저는직역주의자체를부정하는것이아닙니다.아니,사실은존중합니다.하지만제가존중하는직역주의는어떤절실함이바탕에깔린마음입니다.가령중국의루쉰같은작가가보였던모습입니다.루쉰은중국이열강에먹힌것은봉건전통의족쇄에서벗어나지못했기때문이라고보고전통과결별하는것이무엇보다도중요하다고생각했습니다.그래서고루한습속에물든중국어도뜯어고쳐야한다고믿었습니다.그래서일부러직역이라는어려운길을골랐습니다.하지만그런루쉰도번지르르한새어휘를나열하면서허세를부리는당대지식인들은통렬하게비판했습니다.저는한국의직역주의에서는루쉰의절실함을찾아보기어렵다고생각합니다.한국의직역주의는자기현실에대한깊은성찰과반성보다는그저원문을무작정우러러보는종살이에가깝다고생각합니다.
한국은중국과일본과미국에게식민지대접을받았고그때마다그들에대한깊은열등감에젖었습니다.그래서자기의전통을살리기보다는앞섰다고생각하는나라를모방하기에급급했습니다.말도예외는아니었습니다.한국어는이미중국어와일본어와영어의영향을지나치리만큼많이받았습니다.그래서그나마남아있는한국어의개성을지키는쪽,다시말해서의역으로번역을하는것이균형을잡는의미에서도옳다고저는생각하는것입니다.
-'1장들이밀까,길들일까'(33~34쪽)에서

저자는번역을‘들이밀기’와‘길들이기’로나눠생각한다.들이밀기는출발어,즉원어를중시하는직역주의정신에충실하다.길들이기는도착어,즉자국어의표현을중시한다.‘들이밀기’와‘길들이기’는저자의오랜번역경험이도달한새로운번역개념이다.
기존번역지침서가어구를옮기는번역의기술에치중하면서하나하나의테크닉을나열하는데그쳤다면,이책은뿔뿔이흩어진단편적문제를나열하는게아니라번역의기본원칙과우리말에대한이해에대해정리된안목을일관되게제시한다.이를테면,외국어보다한국어가더욱섬세한영역에서는의미를좀더촘촘히번역해주는것이한국어에더자연스럽다는데서나온‘좁히기’이론이라든가,이중부정으로긍정을두드러지게나타내는특성이강한한국어개성을살리려면영어원단어의뜻을한번뒤집어생각해야한다는‘뒤집기’이론은번역가의치열한현장경험없이는나올수없는이론틀이다.

extremely라는말의사전적정의는‘아주’이지만두말의외연이같은것은아닙니다.특히부사가그런점이두드러지는데,저는한국어는표현이아주풍부하기때문에개별어휘의외연은좁으며,따라서외연이넓은영어어휘를외연이좁은한국어어휘로잘게쪼개어나타내야한다고생각합니다.그리고오히려그것이야말로직역에가깝다고생각합니다.……전치사도구체적으로나타내주면좋습니다.가령“Thetwopartiesfoughtthelastelectiononalmostidenticalmanifestos.”같은영문은“지난선거에서두당은엇비슷한공약으로겨루었다.”보다는“지난선거에서두당은엇비슷한공약을내걸고겨루었다.”라고옮기는것이훨씬명확합니다.영어전치사는명사와명사를접착제처럼이어주는역할을하지만사실은동사에가까운뜻을담고있습니다.그래서한국어로번역할때는그동사의뜻을구체적으로드러내면좋습니다.가령theagreementbetweenthetwocountries도‘두나라사이의합의’라고만옮길것이아니라때로는‘두나라사이에서이루어진합의’라고옮길필요가있습니다.어려운책일수록이런주변적표현만이라도구체적이고쉽게써주어야합니다.
-'12장좁히기'(216~217쪽)에서

도착어중심의번역,곧길들이기번역은역사적으로모국어에자신감을가질때강해진다.19세기부터번역을통해서양문물을흡수한일본은처음엔원문을신성하게여기면서직역주의정신에충실했다.하지만실험이쌓이면서이제는철학서마저도자연스러운일본의일상어로옮기려는시도를할만큼자국어의표현에자신감이생겼다.영미와비교할수는없지만일본도외국어원문을자국어에‘길들이는’식으로이제는돌아선셈이다.그러나한국의번역문화에서언어의저울은언제나지나치게한쪽으로만쏠렸다.지나치게출발어의눈치를보았다.원문에충실하다못해분명히한국어로쓰여졌는데한국인이도무지이해할수없게비틀리고왜곡된번역문,한국어논리보다영어논리에충실한번역으로저울은기우뚱하다.한국어의논리를제대로알때한쪽으로치우친균형을바로잡을수있다.그렇다면한국어의개성,한국어만의논리는무엇인가?

추상성보다구체성,보편성보다특수성에강한한국어

한국어는대명사보다는명사를선호하고,명사보다동사를,형용사보다부사를중시한다.한국어는교착어이기때문에어미와접사를풍부하게활용할수있다.존칭어가발달했다.이책에서는이러한한국어의특징을영어뿐아니라프랑스어,일본어와견주고분석해차이를이론적으로드러냈다는데장점이있다.

한국어보다영어에서명사의활동반경이훨씬더넓은것은사실이지만그것은어디까지나상대적입니다.프랑스어에서는명사의활동반경이영어보다더넓습니다.프랑스어는영어보다명사를더많이써서정적이고추상적인느낌을줍니다.반면에영어는동적이고구체적인느낌을줍니다.프랑스어는무엇보다도형식,확정된상태,분석을통해현실에서잘라낸조각들을나타내려는성향이강합니다.프랑스어는또사건을실체로제시하려는성향이강합니다.그래서프랑스어를영어로번역할때는영어를한국어로번역할때처럼명사를동사나부사,형용사같은다른품사로바꾸어줘야할때가많습니다.가령프랑스어“J’aifaim.”은영어로는“Ihaveahunger.”가아니라“Iamhungry.”가제격이고“J’aifroid.”는“haveacoldness.”가아니라“Iamcold.”가어울립니다.또“Jen’?taispasl??leurarriv?.”는“Iwasn’tthereathisarrival.”이아니라“Iwasn’ttherewhentheyarrived.”라고옮기는쪽이영어답습니다.-'2장한국어의개성'(39쪽)에서

한국어에서부사는영어에서보다섬세하게쓰입니다.그것은부사의종류가많다는뜻이기도합니다.가령“Adogsuddenlyattackedme.”라는영문을한국어로는“개가나한테갑자기덤벼들었다.”정도로옮길수있겠지요.무난한번역입니다.하지만아쉬움이남는번역이기도합니다.한국어가지닌장점을제대로살리지못했기때문입니다.뜻은같더라도누구한테갑자기덤벼드는상황을묘사할때는‘홱덤벼들었다’라고하면더실감이나지않을까요.또“Darkflamessuddenlyroseup.”같은문장은“검은연기가갑자기치솟았다.”도괜찮겠지만“검은연기가확치솟았다.”라고하면연기가꾸역꾸역치솟는모습이정말눈에선하게그려지겠지요.마찬가지로“Apolicemansuddenlyappeared.”는“경찰이갑자기나타났다.”보다“경찰이불쑥나타났다.”라고옮기면읽는사람은가슴이더콩닥콩닥뛰지않겠습니까.-'7장죽은문장살려내는부사'(116~117쪽)에서

한국어의특징을‘우리말’영역안에서만누릴게아니라번역에서도적극적으로드러내야한국어의영역을확대할수있다는것이저자의생각이다.그래야자연스러운‘길들이기’번역이이뤄질수있다.

역사적.문화적맥락을고려한유연한번역이론

모든선택에는이유가있다.영어문장을한국어로옮길때에도타당한근거가있어야한다.단어하나전치사하나를옮기는데에도역사적이고시공간적맥락이있기때문이다.이책의장점은그저사례를‘들이미는’게아니라영어와한국어의차이를공시적이고통시적으로바라보면서맥락을짚어주는데있다.단순히어떻게번역해야하는가의문제가아니라좀더깊숙이언어구조의차이를들여다본다.더넓은설명의틀속에서해석하기때문에그만큼유연하고설득력이있다.
예컨대저자는토박이말을써주어야한다.특히어린이책을번역할때적어도형용사,부사,동사는토박이말로번역해야한다고주장한다.민족주의를주장하는게아니다.토박이말번역이바로소통의효율을높이기때문이다.동사를한자어가아니라토박이말로써주면가독성이높아지고내용을솜처럼쉽게빨아들일수있기때문이다.하지만중요한개념어일경우토박이말을무조건주장할수없다.외국어에서새로운관념과용어를받아들이는것은부끄러운일이아니기때문이다.말의원산지에지나치게집착하는것은합리적태도가아니라는것,이러한유연성은저자번역이론의또다른장점이기도하다.

토박이말을쓰는까닭은민족주의를주장해서가아닙니다.그저머리에잘들어온다는소박한이유에서입니다.가령영국성공회에는HighChurch,LowChurch,BroadChurch같은다양한종파가있었습니다.HighChurch는권위와전례를중시하는가톨릭에가까운입장이고LowChurch는의식보다는복음을중시하는입장,BroadChurch는포용성을중시하는입장입니다.그런데이세단어를보통영한사전에서는각각‘고교회파’,‘저교회파’,‘광교회파’로풀이합니다.이것을‘높은교회파’,‘낮은교회파’,‘넓은교회파’라고해주면훨씬머리에잘들어오지않을까요?특히‘광교회파’라고하면아마독자들대부분은‘넓을광’을떠올리기보다는‘빛광’을떠올릴지도모르는일입니다.한글로만쓴다고해서언문일치가아닙니다.정말언문일치체는말하듯이쉽게쓰는글을말합니다.말하듯이쉽게쓴글은꼭눈으로읽지않고귀로듣기만해도알아들을수있는글입니다.눈으로보지않고귀로듣기만해도알아들으려면토박이말을많이써주어야합니다.-'16장느낌이사는토박이말'(290쪽)에서

저자는어려운책일수록번역어선택에서비본질적인요소를줄여독자의진입장벽을낮추어야한다고말한다.

고유명사는말그대로이세상에하나밖에없는것의이름입니다.그래서고유명사중에는번역어는없고원어만있는단어가적지않습니다.그런데번역어와원어의문화적거리가멀때원어를그대로드러내면독자는이해를못합니다.그래서어떤식으로든번역자가설명을덧붙여주는것이좋습니다.설명은크게두가지방법으로할수있습니다.하나는주석을달아주는것이고또하나는본문안에풀어서설명해주는것입니다.학술서인경우나학술서가아닌경우라도그말이굉장히중요한뜻을지닐경우에는주석을달아주는것도좋습니다.하지만학술서도아니고그말이핵심적비중을차지하지않을경우에주를너무많이달아주면독자가책에집중하기어려워집니다.그때는본문에다풀어서설명해주면좋지않을까요.다음은소설의한대목입니다.

“Let’stalkaboutBonfireNight.”Jacobrelaxednowthattheconversationwaswithinhisrange.ThefifthofNovemberwasoneofthelandmarksofJacob’syear.Hestartedlookingforwardtoitmonthsinadvance.
“밤에폭죽터뜨리는얘기나하자.”제이콥은이제자기가끼어들수있는대화를하니까마음이풀어졌다.가이폭스라는가톨릭교도가잉글랜드국왕을시해하려던음모를사전에적발한것을기념하여해마다11월5일밤에터뜨리는폭죽놀이는제이콥한테는한해의가장중요한사건에들어갔다.몇달전부터그날이오기만을손꼽아기다렸다.

영국인이라면누구나‘가이폭스데이’를알지만한국인은그날이무슨날인지모릅니다.더구나원문에는‘가이폭스’라는이름도안나오고그저폭죽을터뜨리는날이라고만나옵니다.그래서“가이폭스라는가톨릭교도가잉글랜드국왕을죽이려던음모를미리적발한것을기념하여해마다11월5일밤에터뜨리는폭죽놀이”라고원문에없는내용을덧붙여서번역했습니다.가이폭스는실존인물이지만,허구의세계에서도가령작품명처럼불쑥불쑥튀어나오는고유명사가적지않습니다.-'13장덧붙이기'(225~226쪽)에서

한국번역의가능성과방향을제시한다

이책의미덕은무엇보다한국번역어의가능성을활짝열어놓았다는점이다.한국어개성을살릴다양한잠재성을구체적으로보여주어한국어로글을생산하고다루는모든이에게한껏자신감을불어넣어준다.예컨대영한사전에서미흡하게처리한한자와토박이말접사를두루사용하면우리말에조금더가까운번역어를만들가능성이훨씬커진다.
참신한한국어로번역어를살찌울수있는가능성은무한하다.번역자가사전을뒤지는까닭은모르는낱말을찾기위해서일때도있지만참신한표현을찾아내기위해서일때도있다.한국어번역의잠재력을적극끄집어내려면외국어사전의뒷받침이있어야한다.하지만외국어사전의현실은건국60주년을강조하는지금도여전히해방이전전통의맥을잇지못하고있다.역시다른말의현실을우리말의현실에‘들이밀어’온결과다.저자가일관되게강조하는자국어현실을바로보는일을비로소이책에서시작한다.

사전에나온풀이어는빙산의일각일뿐입니다.아무리좋은사전도살아있는표현의아주일부만을담아낼뿐입니다.사전은말의지도입니다.지도가살아있는땅을추상화하여나타내듯이사전도살아있는말을체로걸러뼈만추려낸것이라고볼수있습니다.가장뛰어난지도는땅자체이듯이가장뛰어난사전은사람머릿속에날것으로들어있는낱말들입니다.번역자는자기머리에들어있는그팔팔한말들을떠올려야합니다.프랑스의번역가발레리라르보도번역자는사전이보여주는등가어가아니라??우리기억의사전’에있는말을써야한다고말했습니다.기억의사전은하루아침에만들어지지않습니다.좋은책,좋은문장을평소에많이읽고머릿속에담아두어야알찬기억의사전이만들어집니다.……
기억을아무리뒤져도안나오는말은천상새로만드는수밖에없습니다.마땅한표현이없을때는적극적으로말을만들어낼줄도알아야합니다.하지만영한사전은그런점에서는부족한점이많습니다.스스로말을만들어내기보다는영일사전에서먼저말을만들면그걸그대로받아들일때가많았습니다.한국은60여년전에일본으로부터독립했지만조어를놓고보면아직도일본의식민지에가깝습니다.종주국에서먼저말을내놓지않으면스스로만들줄을모릅니다.이제는달라져야합니다.필요하다면스스로말을만들어낼줄알아야합니다.-'18장말의지도,사전'(363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