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트는 한물가지 않았다...우리 속에 ‘스며들어’ 있을 뿐
★롤랑 바르트는 누구인가?
텍스트(text), 글쓰기, 기호학, 구조주의, 저자의 죽음…….
바르트가 세상에 내놓았거나, 널리 알린 개념들이다.
이 책의 저자 그레이엄 앨런은 현대 문학이론과 문화론에서 바르트를 통하지 않고서는 ‘목적지’에 이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바르트의 저작은 구조주의와 기호학, 탈구조주의, 문화 연구, 정신분석 문학비평 등의 이론과 실천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오늘날 예술과 사회과학, 문학이론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비록 바르트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바르트가 닦아놓은 ‘대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이론가 바르트
프랑스의 철학자, 언어학자, 교육자인 바르트는 언제나 기성의 규범과 권력의 바깥에서 글을 쓴 이론가이다. 바르트에게 이론은 ‘담론적 실천’이었다. 바르트는 하나의 연구 방식과 사상이 정착되고 일반적으로 수용되어 전문적?제도적 실천에 동화된다고 느낄 때마다, 자신의 담론과 실천을 어딘가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앙가주망―기호학―구조주의―탈구조주의―텍스트성―쾌락의 글쓰기―육체의 텍스트. 그에게 ‘담론적 실천’이란, 이미 받아들여진 사유들에 대한 도전이자 불가피하게 언어를 지배하는 관습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작가 바르트
진지한 이론가인 바르트는, 동시에 대중 독자의 관심을 이끌어낸 창조적 텍스트의 작가이기도 하다. 『신화론』『사랑의 단상』『카메라 루시다』는 지금도 널리 읽히는 ‘대중서’이다. 그러나 바르트는 대중 수용자들을 위해 학문적 연구를 통속화시킨 포퓰러리스트가 아니었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사상에 이의를 제기한 ‘파괴자’였다고 하는 편이 옳다.
★한국에서 롤랑 바르트
롤랑 바트르를 둘러싼 담론의 부침은 한국 지식인들의 사유 방향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흔적이다. 한때 바르트는 한국에서 푸코, 데리다 등과 함께 가장 주목받은 사상가였다. 그는 프랑스 구조주의와 탈구조주의라는 사상적 흐름 속에서 새로운 철학적 사유의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연구자들에게 매력적인 텍스트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바르트에 대한 관심은 예전만 못해졌다. 냉전 체제의 종말, 내셔널리즘의 부흥과 전쟁, 테러 위협, 세계화가 몰고온 경제적 동요 등 오늘날의 상황에 비춰볼 때, 바르트가 천착한 문제들은 이제 한물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바르트의 이론을 두고 시의성 운운하는 것은 착각이다. 바르트의 이론은 지금 기세를 떨치고 있는 문화 연구나 내셔널리즘 이론, 인종주의 비판 등 가장 혁신적인 이론들의 기저에 명백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르트의 유통기한
문학, 이론, 사진, 영화, 심지어 사랑 등 바르트로 통하는 길은 많고, 여전히 유효하다. “모든 현대 이론은 바르트로 통한다!”는 이 책의 카피는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바르트가 관심을 가졌던 다양한 분야 중에서 아직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분야가 많다. 바르트가 연극과 공연에 대해 쓴 글과 동성애자로서 그가 채택한 심오한 이론 방식은 현대 독자들과 퀴어 이론 실천가들에게 도전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 책 ‘문제적 텍스트 롤랑/바르트’의 특징
바르트의 주요 사상들 위주로 각 장을 구조화하되, 바르트에게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책 내용을 즐길 수 있도록 연대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1,2장에서는 바르트의 초기 단계를 다루고, 3,4장에서는 기호학과 구조주의, 5,6장에서는 탈구조주의의 단계, 7,8,9장에서는 바르트의 후기 글에서 나타나는 쟁점들을 소개한다. 그리하여 자칫 따로 떼어서 이해하고 넘어갈 개념도 그 연관성을 추적하고 짐작할 수 있게 했다.